그래서 내가 거지인가...

그래서 도대체 뭘 사란 말인가

처음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웨이스트랜드, POE 세 타이틀을 묶어 비교리뷰를 쓰고자 했던 이유는 나 스스로부터 어떤 게임을 살까 굉장히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 개를 한번에 다 사면 좋겠지만 게임에 들일 시간과 돈을 생각해보면 구매전에 어떤 게임이 더 재밌을까 재보는 것은 게이머로서 당연한 일이면서도 즐거움이기도 하다.

물론 본인은 다행히도 운이 맞아 세 게임 모두 구매해서 즐기게 됐지만 (스팀의 세일, 무료 제공 등등이 고마울 뿐이다) 세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을 게이머의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본 포스팅을 작성해보았다.

 

판타지 VS 포스트아포칼립스

요즘 온라인 게임에서야 세계관이니 스토리니 하는 것은 막장드라마의 쪽대본마냥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추가되는 얄팍한 설정에 불과한데다 이마저도 캐시템을 팔기 위해서라면 완전히 무시되어버리기 일쑤지만 본래 게임의 세계관이라는 것은 게임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아이템, 배경, 인터페이스 등 게임내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세시대 세계관을 차용했는데 미래형 컴퓨터 배경화면을 떠올리게 하는 인터페이스 창이라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부자연스러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이처럼 가장 눈에 잘 띄는 차이점인 세 타이틀의 세계관부터 다루도록 하겠다.

이미 알고있겠지만 DOS와 POE는 판타지 세계관을, 웨이스트랜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담고 있다.

판타지라는 단어의 뜻 자체만 보면 현실이 아닌 모든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종류의 다양함도 다양함이지만 판타지에 대한 정의도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 그냥 본 포스팅에서는 더 이상 깊이 파고드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우리가 흔히 아는 'D&D 풍' , 즉 마법쏘고 용 나오고 중세 느낌 좀 나는 그런 세계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하겠다.

어떤 리뷰에서는 POE에 총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세계관 구현에 실패했다든가 개발자가 게임의 분위기를 완전히 망쳤다는 식으로 혹평하기도 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판타지는 생각하는 사람마다 다른 정의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POE의 세계관이 그 사람의 판타지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지엽적이지만 하나 언급하자면 POE에 등장하는 총은 기관총이나 발칸포처럼 마법이나 기타 다른 아이템의 효용을 부정할 정도로 강한 먼치킨적인 존재가 아니라 화승총이기 때문에 POE의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분위기를 해칠 정도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DOS와 POE 둘 모두 공통적으로 판타지 분위기를 잘 구현해냈는데, 디비니티 쪽이 조금 더 몽환적이면서 동화적인 느낌을 풍긴다면 POE는 약간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짙다.

POE의 음침 DOS의 음침

당연한 말이겠지만 두 게임의 분위기를 가른 것은 시각적 요소와 음향적 요소다. DOS의 그래픽은 일단 색감부터 밝은 파스텔풍이고 광원도 굉장히 풍부한 편이다.

가장 어두운 던전에서 조차 저 너머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하는 긴장감이 든다기 보다는 저기는 또 뭐가 있지 하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쪽에 더 가깝다.

때문에 게임내 등장하는 캐릭터와 배경 모두 실제 게임의 스토리나 설정에 비해서는 시종 밝은 모습을 유지한다.

스켈레톤, 좀비 등의 몬스터는 물론 심지어 시체들이 마구 쌓여있는 배경에서도 으스스한 분위기보다는 오히려 약간 유머러스한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는 각 캐릭터의 과장된 행동도 어느정도 일조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뒤틀려 현실세계에서 DOS의 세계로 끌려와 던전에 갇히게 된 현대인, 약에 취한 오크와 사랑에 빠진 병사, 자신에게 집착하는 여자에게 잡혀 결국 철창에 영원히 갇히게 되는 남자(!) 등 여러 캐릭터의 행동이나 말투를 보고 있자면 심각한 와중에도 실소를 짓게 된다.

배경음악은 플레이어가 모험하고 있는 지역과 잘 어울리게끔 잔잔할 때는 잔잔하고, 신날 때는 신난 음악이 적절하게 깔린다.

뼈부서지는 소리, 폭탄 던지는 소리, 때려잡는 소리 등 각종 효과음 역시 모두 무거운 느낌이 전혀 없고 유쾌하고 경쾌하다. 개인적으로는 이중에서 수류탄 딸 때 '뽕'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

 

반면 POE는 시종 착 가라앉은, 나름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편이다.  (물론 동료 상호작용에서는 어느정도 유머코드가 들어있다.)

시각적 요소 외에도 디테일한 부분은 텍스트로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플레이어의 상상력까지 더해져 POE만의 분위기가 더욱 잘 전달된다.

게임의 그래픽이나 묘사가 그로테스크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POE의 약간은 음침한 분위기를 잘 나타냈다. 발더스 게이트에서처럼 강력한 데미지를 줄 경우 상대가 육편(!)나는 전투 애니메이션이 오히려 유머러스한 편에 속할 정도로 게임 초반에 등장하는 나무에 매달린 시체의 광경에서부터 시각적으로 POE가 어떤 느낌의 게임인지 플레이어에게 확실히 보여준다.

이런 두 게임의 분위기 차이를 반영하듯 메인 퀘스트 외 사이드 퀘스트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종족간의 우정 또는 사랑, 대립적인 팩션의 구성원 간의 상호 협력 또는 암묵적 공존에 대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DOS의 퀘스트 스토리에 비해 POE는 그러한 요소는 극히 적고 대부분의 경우 등장 인물들은 기본적으로 서로를 경계하고, 다른 팩션간에는 금방이라도 칼을 빼들 것 같은 첨예한 갈등이 있으며, 심지어 같은 팩션 안에서도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두 게임 모두 모종의 이유로 서서히 파괴되고 있는 세상을 지키기 위한 영웅담을 판타지 세계관에 담아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게임 내 분위기에서는 이처럼 큰차이가 있으므로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플레이어라면 스스로의 성향을 잘 파악하여 게임을 선택하길 바란다.

 

무너진 다리 형체만 남은 자동차..

앞의 두 게임과 달리 웨이스트랜드2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다. 먼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발전한 과학기술, 방사능에 의한 돌연변이, 약육강식의 원시 사회, 약물 오남용, 사이비 종교, 매드 사이언티스트 혹은 집단, 자원을 둘러싼 (주로 물이나 에너지원) 갈등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를 대충 뭉뚱그려서 문명과 원시가 충돌하는 핵전쟁 이후의 세계라고 칭하도록 하겠다.

웨이스트랜드는 지금의 내가 저런 세상에 내던져지면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숨이 턱턱 막히는 암울한 미래를 잘 그려냈다.

게임 내 분위기는 DOS와 POE가 적당히 섞인 느낌으로, 마냥 어둡거나 밝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진지한 와중에도 사이사이 유머코드가 녹아있고 그래픽과 음향효과 모두 어떤 특정 방향으로 플레이어를 몰아간다기 보다는, 그 자체로 이미 어두운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게임의 내용면에서도 억압받는 쪽이 반드시 선한 것도 아니고 가해자가 반드시 악한 것도 아닌,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의 일부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마냥 당하고 있는 사람들도 특별히 착해서라기 보다는 단순히 힘이 없기 때문이라거나, 불의를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정의의 집단도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등, 가끔은 악당과 영웅의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로 주인공이 속한 팩션인 데져트 레인져도 게임내에서 마냥 칭송받는 집단은 아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굳이 스스로의 역할을 정의의 사도라고 한정짓고 강박적으로 플레이할 필요없이 그때 그때 자신이 땡기는대로 행동해도 게임의 분위기와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오히려 지극히 세계관에 부합하는 캐릭터가 될 수 있다.

이런 세계관과 설정 덕분인지 앞의 두 게임과는 다르게 웨이스트랜드에는 메인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분기가 존재하며 플레이어는 각자의 정의를 주장하며 대립하는 팩션 중 마음에 드는 팩션을 지원하며 게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스토리는 세 게임 모두 아기자기함과는 거리가 먼 영웅담을 그리고 있지만, 분위기 측면에서 보자면 밝고 아기자기한 것을 선호하는 플레이어라면 DOS를, 발더스게이트의 왠지 하수구가 떠오르는 느낌과 진지함을 원한다면 POE를,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묘한 현실감과 구질구질함을 즐긴다면 웨이스트랜드를 추천하고 싶다. (폴아웃2라면 모를까 폴아웃3부터 즐긴 게이머라면 특별히 웨이스트랜드에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할 것 같다.)

 

턴제 전투 VS 실시간 전투

세 게임 모두 전투의 비중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전투 시스템에 대해서도 한 번 짚고 넘어 가고자 한다.

DOS와 웨이스트랜드는 턴제 전투방식을, POE는 실시간 전투에 일시정지 기능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게이머의 순발력이나 컨트롤보다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으나 세 타이틀은 저마다 특징과 그에 따른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DOS 전투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배경과의 상호작용 및 스킬 간 연계를 들 수 있다.

앞선 리뷰에서 이미 살펴봤듯이 DOS에서는 독구름이 있으면 불을 쏴서 폭발시킬 수 있고, 물이 있을 때는 전기를 지져서 상대를 감전시키는 식으로 배경의 현상을 이용하거나 스킬을 연계할 수 있다는 큰 특징이 있다.

턴제 전투 방식 덕분에 이러한 특징이 게임 안에서 보다 더 잘 구현되는데, 플레이어는 시간제한없이 원하는 만큼 고민하면서 적에게 더 큰 데미지를 주기 위한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그림 속의 떡이 될 수도 있는 활용가능한 수많은 스킬과 아이템도 DOS의 전투 시스템 덕분에 그 효용과 재미가 배가된다.

상대 AI도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전투를 전략적이고 효율적으로 펼치기 때문에, 적NPC가 뭐하나~ 싶어서 좀 쳐다보고 있으면 각종 스킬 연계로 캐스터나 데미지 딜러를 순식간에 증발시켜버리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래서 많고 많은 DOS의 아이템 중 부활두루마리의 활용빈도가 굉장히 잦은 편이다.

이런 긴장감으로 인해 종종 턴제전투의 치명적 단점으로 언급되는 지루함은 DOS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되려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서 적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와 함께 머리 속에서는 다음 전략이 떠올라 심심할 틈이 없다.

게임 내 각종 요소는 전투 시스템을 훌륭하게 뒷받침하고, 전투 시스템은 다시 이런 요소들이 게임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보조한다는 점에서 DOS의 전투 부분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반면 웨이스트랜드의 경우, 턴제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DOS에 비하면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웨이스트랜드는 DOS와 같이 캐릭터에게 턴당 일정 AP(액션포인트)가 주어지고 이를 소모하여 각종 행동을 취하는 전투 시스템으로, 엑스컴처럼 배경을 엄폐물 삼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고기 방패가 최고다

웨이스트랜드가 채용한 전투 시스템 자체는 흠잡을 데 없어 보이지만, 게임 내 요소가 시스템을 제대로 뒷받침 해주지 못하다보니 DOS의 풍부한 전투 볼륨과 엑스컴의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담아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관의 특성상 허황된 스킬이나 아이템이 등장할 수 없다는 점은 백번 이해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고서도 여전히 전투의 스킬과 아이템등 전투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빈약한 감이 있고, 전투 자체가 단조롭고 쉬운 편이어서 턴제 시스템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지루함이라는 단점만이 부각된다.

비교되는 두 게임에 비해 장점이 있다고 한다면 타격감이 괜찮은 편이고, 간결한 동작 애니메이션 덕분에 전투가 빨리 끝난다는 것 정도다.

 

웨이스트랜드의 전투가 지나치게 단조롭게 흘러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시야 범위가 굉장히 넓은 반면적의 인지 범위는 좁은 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적을 먼저 발견하게 되고, 원하는 때와 지형에서 전투를 시작하기 수월하다.

엄폐물의 효용이 굉장히 높은데다가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라면 엄폐물 한둘은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매번 똑같이 구석에 박혀서 총만 쏘는 전투흐름이 반복된다.

또한, 이러한 플레이에 변화를 강제하는 의외의 이벤트( 몹 애드, 인카운터 등등)가 없고 AI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적 NPC가 삽질할때까지 기다리면서 명중률 높은 캐릭터 하나 박아두고 적이 나오는 족족 쏘아대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비전투원/전투원 구분은 굉장히 명확하고 전투원의 세부 구분은 거의 무의미하다보니 다양한 전투 스타일이 나오기 힘들다. 비전투원은 뒤로 빼놓고 명중률 높은 '돌격소총' 캐릭터를 엄폐물에 박아두고 짐꾼은 방망이 하나 들려줘서 앞에 세워두면 완벽한 전투태세가 갖춰진 것이다. 물론 근접무기에는 어떠한 메리트도 없으므로(총알을 아낄 수 있다!) 가끔 적이 몰려오면 무기를 휘두르는 대신 남는 행동력으로 수류탄을 던져주면 된다. '돌격소총', 저격총, 핸드건, 권총, 샷건, 둔기, 날붙이 등등 무기의 종류는 많지만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아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용하는 무기는 대개 하나로 정해진다. 그나마 디렉터스 컷에서는 밸런스를 맞춘다고 무기별 특성이 추가되기라도 했지만 오리지널은 돌격소총만 믿고 가면 된다.

여러 아이템이 쓰일 수 있도록 탄약 수급이 어렵다거나, 총기 고장이 더 자주 일어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의도적인 '어려움'과 무기별 명확한 특징을 부여 했다면 모를까 그냥 약하기만한 다른 종류의 아이템에는 역시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뜩이나 빈약한 전투의 볼륨이 더욱 쪼그라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POE는 발더스 게이트의 전투방식을 채택하여 박진감과 전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표현하고 싶지만 전투 난이도가 어려운 편이기 때문에 결국 하다보면 스페이스바의 노예가 될 것이다.

POE는 실시간 방식이기 때문에 앞선 두 게임에 비해서 기본적으로 전투 흐름이 빠른 데다가 전투 볼륨이 앞선 두게임에 비하면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호쾌하고 다양한 전투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다만, 타격감이 조금 부족하고, 전투시스템이 게임내 구현되어 있는 굉장히 다양한 전투 요소요소를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여러 스킬이나 아이템의 맛을 100%살려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투만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고 하면 단연 POE가 1위 DOS가 2위 >>>>>> 웨이스트랜드가 꼴찌가 아닐까 조심스레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다.

물론 턴제전투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DOS의 특색잇는 전투를 즐기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면을 살펴봤을 때 역시 전투에서는 POE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POE 전투의 특장점에 관해서는 앞선 포스팅의 리뷰를 참조하길 바란다.

 

가성비?

가성비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기준은 뭘까. 본인은 다회차 플레이 가능 여부를 가장 중요한 가성비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해에 꽤나 유명하다고 하는 게임이라면 어차피 1회차 플레이 타임 25 ~ 30시간은 기본적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볼륨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엇비슷한 점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의 엔딩을 여러번 보게 하는 요소는 많겠지만 전회차에서 하지 못했던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것저것 해볼 것이 많은 게임일수록 자연스럽게 엔딩을 보는 횟수도 늘어날 것이다. 물론 메인퀘스트와 관계없이 할 짓이 너무 많으면 샌드박스류 게임처럼 엔딩은 내팽개치고 딴짓에 열중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엔딩을 보자마자 바로 다음 회차 플레이가 하고싶어졌던 게임은 셋중 무엇이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미리 밝힌다.)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POE다. 스토리야 뭐 엔딩보면 다 알게 되는 것이고 게임내 세부 설정을 찾아보는 재미도 POE가 결코 두 게임에 비해 뒤지지 않고 오히려 텍스트량이 많으면 더 많았지 적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으면서도 게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투가 가장 재밌는 POE를 가성비 갑으로 꼽고 싶다.

POE 다회차 플레이의 원동력은 스토리나 퀘스트의 분기나 자유도라기 보다는 파티 구성을 비롯한 캐릭터 컨셉질(?)에 있다. 이런 캐릭터도 키워보고 저런 캐릭터도 키워보고 이런 파티원 저런 파티원 구성을 바꿔가다보면 자연스레 여러번 플레이하게 되는데, 어쩌면 이 글을 읽으면서 의아할 수도 있겠다. 다른 게임에서는 그럼 파티나 캐릭터 육성이 없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물론 다른 두 게임에도 동료 시스템과 캐릭터 육성이 존재하지만, DOS의 경우에는 어차피 스킬을 이것저것 다 찍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인데다가 등장하는 NPC동료의 수도 적고, 플레이하다보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퀘스트를 거의 빠트리지 않고 해야 하다보니 엔딩을 보고 나면 다른 컨셉질이 떠오르질 않게 된다.

웨이스트랜드는 동료의 수가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스쿼드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역할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파티구성으로만 재미를 보는 것에는 1 ~ 2 회차 플레이면 충분하고, 스토리 분기로는 1 ~ 2회차 플레이하게 되면 슬슬 다른 게임에 눈이 가게 된다.

이 두 게임과 달리 POE는 내가 구성한 파티가 얼만큼 전에 구성했던 파티보다 수월하게 적을 도륙해내는지, 얼마나 더 독특한 방식으로 전투를 이끌어 나가는지 '실험'해 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엔딩까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초중반까지 진행했다가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생성하는 일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꾹 참고 1회차 엔딩은 한 번 보기를 바란다. (공부처럼 그것도 습관이다.)

 

단, 가성비를 찾는 게이머라면 역시 컴퓨터에도 가성비의 잣대가 적용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 1년 사이에 나온 평균정도의 컴퓨터라면 POE를 즐기는데 그나마 짜증이 덜 하겠지만 가성비의 잣대가 아주 엄격하게 적용되어 있는 컴퓨터라면... POE나 웨이스트랜드보다는 DOS를 즐기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RPG의 생명은 모험과 탐험인데 로딩이 너무 잦으면 공짜 아이템을 준다고(?)해도 일반 가정집 조차 들어가기 싫어진다.

참고로 내 컴퓨터는 i5 4690, Radeon R9 200, RAM 16G, SSD 였는데도 좀 짜증이 날 정도였다.

하아...

DOS의 로딩이 아주 짧은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맵은 한번에 로딩하므로 빈도는 두 게임에 비하면 확실히 적고 로딩 타임도 길지 않다.

웨이스트랜드도 로딩이 POE만큼이나 잦지만 그래도 로딩타임은 더 짧기 때문에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다.

 

앞선 3편의 포스팅과 이번 포스팅이 세 타이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게이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결국 결론은, 스팀에서 세일하는 게임을 사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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