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5 (Civilization V)

2016. 6. 6. 13:48

 

안타깝지만... 문명하셨습니다.

 

출시된 지 어언 6년이 다 되어 가는 문명5, 곧 문명6가 출시된다고 하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타임머신'이라는 명성이 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명5는 2010년 출시 이후 수시로 각 문명이 추가된 DLC외에 'Gods & Kings', 'Brave New world' 두 개의 확장팩이 출시되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문명6가 출시예정이라는 소식과 함께 문명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꽤나 많은 수의 게이머들이 빈약한 주머니 사정으로 문명6를 출시와 동시에 즐겨보기는 힘들테니 기다리는 괴로움과 지루함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문명5라는 타임머신에 올라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이미 즐겨본 게이머가 훨씬 많겠지만 혹시라도 한번도 문명5 또는 문명시리즈를 접해보지 못한 게이머를 위해 문명5 리뷰를 진행하고자 한다.

 

 

4X? 복잡하고 X 느리고 X 짜증나고 X 지루하고 X ???

 

보기만 해도 숨막히는 게임 화면창... 복잡한 숫자... 알록달록 칠해진 지도... 평소 이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게이머라면 게임스크린샷만 봐선 도통 뭐하는 게임인지 알 수가 없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스크린샷 하나 떡 올려놓고 댓글로 자기들끼리 'ㅋㅋㅋ'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확신이 없는 게임을 큰돈 들여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유튜브라도 뒤져보지만 게임플레이 하는 것을 봐도 여전히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다.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자꾸 게임을 재시작하는 것인가...

문명마다 고유 특징이 있다.

문명5는 전작 문명시리즈에 비해 매니악한 요소를 줄이고 대중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번의 확장팩 출시를 통해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처음 문명을 접하는 게이머라면 게임플레이에 필요한 방대한 정보, 밋밋한 시각적 요소, 게임 자체의 난이도에 시작부터 질려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재미없는 게임이라면 애초에 5번째 시리즈가 출시될리가 없다. 많은 게이머가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어떤 게임인지 알고 나면 어렵게만 보였던 문명5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명5는 플레이어가 수많은 문명 중 하나를 선택하여 외교, 문화, 과학, 정복을 통해 다른 문명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목표인 턴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최종적인 승리는 앞서 말한 네가지 중 한가지 형태로 이루어지며 게임 내 상황에 따라 플레이어가 목표한 승리방식과 전략을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모험하고 정복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가는 이런 류의 게임을 4X 게임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위키를 참조하도록 하자. 하나의 문명을 키워나가는 것이다보니 외교관계, 국방, 연구, 무역, 종교 문제까지.. 정말로 한 나라의 왕이 된 것 처럼 이것저것 신경써야할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게임창에 표현해야할 정보가 많아지게 되고 처음 접하는 게이머로서는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게임의 특성상 많은 양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원하는 기능을 원하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게임의 승패를 가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인터페이스 외에 신경써야할 것이 너무 많은 만큼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면 플레이어는 게임을 포기해버리게 된다.

다행히 문명5에서는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큼지막하고 알아보기 쉬운 아이콘, 직관적으로 작동하는 각종 기능, 게임 내 모든 요소에 대한 정보 등 편리한 인터페이스 덕분에 처음 걱정한 것과는 달리 훨씬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오른 클릭을 하면 바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자체 백과사전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간단한 설명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 해당 요소가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활용가능한지에 대한 팁 및 상세정보도 제공하므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정보는 굳이 팬카페나 공략 사이트를 뒤적일 필요가 없다. 

게임시작, 처음에는 어려워보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축적된 시리즈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여 디테일적인 측면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플레이 하다보면 매뉴얼을 참고할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인터페이스를 익힐 수 있다. 오른 클릭해야 할 것 같은 곳은 오른 클릭하면 원하는 정보가 나오고, 왼 클릭해야할 것 같으면 왼 클릭하면 자신이 원하는 기능이 실행될 정도로 직관적이다. 이 부분이 엔들리스 레전드에 비해 문명5가 좀 더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플레이는 쉽게 마스터는 어렵게

 

모든 게임에 적용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이 아닌가 싶다. 플레이는 쉽게, 마스터는 어렵게 설계된 게임은 캐쥬얼 유저와 하드코어 유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문명5는 전작 시리즈에 비해서 이러한 원칙이 잘 적용되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게임을 실행할 마음이 들기까지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플레이를 시작하게 되면 문명5의 별명처럼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

플레이어의 수준에 맞는 여러 단계의 난이도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난이도를 선택하고 마음에 드는 문명을 선택하면 플레이어가 큰 어려움에 빠질 일은 없다. 추천해주는 위치에 도시를 펴고 각 부문 보좌관의 설명을 참조하며 시키는대로만 플레이하면 AI에 크게 되지지 않는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 할 수 있다.

 

그러나 난이도를 높이기 시작하면 얘기는 달라지게 된다. 자신의 문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다른 문명에게 언제 점령당할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쉬운 난이도에서 이것저것 찍고 싶은대로 발전시켜 나갔던 과학기술도 주변환경과 상황을 고려하여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시켜야 한다. 외교협상, 외교관, 첩보원을 활용하여 외교관계도 신경써야 하고 문명의 성장 방향을 결정짓는 사회정책에 대한 투자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확장팩이 출시되면서는 무역과 종교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으면 금방 국가예산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다른 문명에게 유리한 종교가 내 문명을 집어 삼키기 시작한다. 

 

내정에 더해 전쟁은 더욱 골치가 아파진다. 전쟁이 별도의 필드에서 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내정과 전쟁 상황이 한 화면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전쟁을 뒷받침할 내정을 든든히 하는 한편 전투에서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해 병력 운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싱글플레이인 경우에는 턴제 시스템의 장점을 살려 충분히 고민하며 플레이 할 수 있지만, 멀티 플레이는 동시턴이 대부분이고 제한시간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과장해서 말하면 스타크래프트급 빠른 판단과 손놀림이 필요하게 된다.

 

전쟁은 최후의 수단

 

게임의 단골 소재인 전쟁이지만 현실세계에서 전쟁이 주는 무게감은 엄청나다. 문명시리즈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전쟁보다는 평화시기의 국가발전, 즉 내정에 비중을 두었다. 전쟁을 가볍게 생각하고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다간 주변 국가로부터 전쟁광으로 낙인찍혀 순식간에 멸망해버릴 수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문명을 발전시켜 자연스럽게 다른 문명을 압도하는 방법을 이해해야만 한다. 전투가 아니라고 해서 지루할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외교는 주변 문명과의 교류를 의미한다. 문명5의 외교는 깊이가 있는 편이어서 단순히 필요 물자를 교환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한 문명의 운명을 좌우할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게임 시스템 자체에서 외교승리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어떻게 보면 첫 문명을 만나는 순간부터 게임 마지막까지 플레이어가 가장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외교에서 국가 간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굉장히 다양하다. 국가 간 관계는 국경선 분쟁, 또 다른 국가와의 관계, 세계대회 투표, 비난 성명, 불가사의 선점, 사회정책, 종교, 국방력 등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인접한 문명과 멀리 떨어진 문명과의 관계 설정은 플레이어의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자신이 약하다면 인접한 상대에게 다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성사시켜 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노력을 하는 한편,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상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나를 괴롭히는 이웃을 또 다른 이웃문명이 괴롭히게끔 외교술수를 발휘할 수도 있다. 더 강한 이웃이 나를 괴롭히는 문명에게 전쟁을 선포하도록 만든다든지, 강한 이웃이 비난하는 문명을 함께 비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해서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식으로 다른 문명의 힘을 빌어 생존을 도모하며 힘을 길러야만 한다. 기술발전이 주변에 비해 다소 더디다면 평소 사이좋게 지내던 다른 문명과 연구협약을 통해 과학력을 증진시키는 활동도 가능할 정도로 현실에서 있을 법한 기본적인 외교활동은 문명5에도 구현되어 있다.

드..드리겠습니다

상대 AI가 생각보다 허술한 면이 있어 다소 단조롭게 흐르는 경우도 있지만 (특히 각종 요구 조건에 대한 금전적 가치는 그 값이 정해져있다)기본적으로 각 문명의 국력 간 차이를 고려하여 외교활동이 이루어지므로 얼토당토 않은 거래가 성사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외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국력을 신장시켜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렇지 않으면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거래조건을 들이밀며 '순순히 받아들이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는 그 유명한 간디의 협박을 심심치않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만 읽으면 굉장히 어려울 것 같지만 외교활동 항목에 대해서는 모두 친절하게 설명이 달려있으므로 크게 복잡하거나 어려움을 느낄만한 부분은 없다.

문명5에서는 외교를 통해 외교승리가 가능하다. 세계연합을 창설해서 도시국가 및 문명으로부터 지지를 받아 '세계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승리할 수 있다. 꼭 플레이어가 승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외교승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외교무대에서 활동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첩보의 경우에는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큰 편이나 변수가 많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외교에 비해서는 깊이가 떨어지는 편이다. 상대 국가의 과학기술을 훔쳐오거나, 도시국가를 전복해서 우리 편으로 만든다거나, 상대 문명의 음모를 알아낸다거나 하는 식으로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첩보원을 파견하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단순한 시스템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하나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은 플레이어를 위해 너무 복잡하지 않게끔 배려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종교의 교리를 선택할 수 있다

확장팩 G&K가 출시되면서 추가된 종교... 시작부터 머리가 아프다. 플레이어는 신앙점수를 모아 자신의 문명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종교관을 선택해 나가며 하나의 종교를 창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종교 창시자에게만 주어지는 창시자 교리 외의 추가적인 종교 혜택은 해당 종교를 믿는 다른 문명의 도시들도 공유하기 때문에 종교 전파와 교리 선택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대부분 각 문명이 자리잡은 주변 환경이 상이하기 때문에 나에게 유리한 교리가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는 적거나 있다하더라도 플레이어의 문명이 혜택을 더욱 많이 받게 되는 구조이다. 또한 창시자 교리는 해당 종교를 믿는 도시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혜택이 더욱 커지는 방식이다. 따라서 나의 도시들을 타 문명의 종교로부터 지켜내면서 나의 종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게임 내 문명의 숫자에 따라 창시 가능 종교의 숫자도 제한되기 때문에 초반부터 종교를 창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신앙천당, 불신지옥' 전도 시스템은 세균전처럼 단순하지만 신앙을 지켜나가면서(?) 자신의 종교를 온 문명에 퍼뜨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내정이나 전쟁등으로 잠시 신경을 놓아버리면 바로 상대 문명의 전도사와 선지자들이 몰려와 우리 도시를 온통 이교도의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전도사와 선지자 외에도 도시간 거리에 따라 종교는 주변 도시에 자연전파 되고, 종교관 교리에 따라 이 속도가 빨라지거나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또한, 과학과 무역 이익을 위해 무역로를 상대도시와 개설하게 되면 이 무역로를 따라 종교압력이 두 도시에서 높아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전도사들만 주의하는 것으로는 상대 종교를 완벽히 막아낼 수는 없다. 플레이어는 눈에 보이는 종교 공방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공방전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문명으로 키울지는 플레이어의 손에 달렸다

사회 정책은 플레이어의 문명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기본적인 사회정책에서부터 추가로 이념까지, 같은 문명을 선택하더라도 플레이어가 결정한 사회정책과 이념에 따라 게임플레이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문명5에 등장하는 문명의 수 * 사회정책 트리 만큼 플레이 방식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다회차 플레이에 크게 기여하는 요소라고 평가한다.

과학연구와는 달리 사회정책과 이념 트리는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트리에 선별 투자해나가야 한다. 많은 도시를 거느리고 싶은 플레이어, 적은 도시를 고도화시키고 싶은 플레이어, 문화/종교/전쟁/상업/과학을 중요시하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맞춘 다양한 트리가 준비되어 있다. 

추가로 현대 시대에 진입하게 되면 사회정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념 중 하나를 선택하여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이념의 경우에는 플레이어의 선호 스타일 외에도 주변 강대국의 이념도 고려해야 한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이념이 같은 문명끼리는 우호적이고 다른 문명과는 아무래도 관계가 악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사회 정책에 사용되는 문화 점수는 문화 승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문명5에는 고유의 문화를 상징하는 문화점수와 이를 상대 문명에 전파하는 관광점수라는 개념이 있다. 앞서 살펴본 종교와 마찬가지로 문화와 관광은 공방 개념이다. 매턴 생성하는 문화점수는 수비이고 관광점수는 공격이다. 나의 관광점수가 상대의 문화점수를 넘어서게 되면 상대 문명은 나의 문화에 동화되어버린다. 수 많은 이민족들이 중국을 힘으로 침략했지만 결국 중화에 흡수된다는 논리이다.

매턴 생성되는 문화점수와 관광점수의 양은 문명특성, 과학, 도시 관리, 사회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문화승리를 하거나 상대의 문화승리를 막기 위해서는 한턴 한턴을 플레이어의 계획에 맞춰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기술발전 연대표

과학은 플레이어 문명의 힘을 보여주는 척도다. 수백년을 수련한 창병도 따끈한 신병의 기관총앞에서는 맥없이 쓰러질 수 밖에 없다. 과학은 국방뿐만 아니라 문명의 전반적인 효율과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아무리 돈이 많고 종교를 잘 발전시키고 사회정책에 꾸준히 투자했다고 해도 과학력이 딸리게 되면 문명의 근본이 흔들린다.  난이도가 낮은 경우 나의 문명은 이미 현대사회로 진입했는데 상대는 여전히 중세시대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난이도가 높은 경우 대부분 상대방의 과학 수준을 따라잡기 바쁠 것이다.

상위 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든 과학기술을 연구해야하지만 플레이어의 현재 상황과 선호 스타일에 맞춰 그 순서를 조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경쟁 문명과 플레이어 문명의 차이를 잠시나마 벌릴 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까운 문명이 주변 사치품 개발에 과학력을 투자하고 있다면 플레이어는 철을 활용할 수 있는 연구에 투자하여 철제무기로 무장한 병력으로 상대를 짓밟을 수도 있다. 강력한 육상 세력에 대항하여 해양연구 쪽에 먼저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과학은 다른 승리방식을 돕기도 하지만 과학연구만으로 최종승리를 거머쥘 수도 있다. 우주선 기술을 개발하여 아귀다툼의 '헬'지구를 탈출하게 되면 승리다. 인생 승리를 위해 탈조센을 감행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승리방식이다.  과학 승리에는 딱히 정해진 공방개념은 없다. 한번 연구한 과학기술이 퇴보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과학연구는 계속해나가면서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상대의 과학연구는 방해해야 하는 속도전이다.

 

내정의 기본 바탕이자 문명5의 아기자기함 담당하는 도시&타일 관리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도시 주변의 타일을 개발하여 자원과 산출물을 획득하고 도시 내 시설물을 통해 도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노동자를 이용하여 타일을 개발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개발 가능한 형태도 늘어난다. 또한, 각 부문 위인을 사용해서 해당 부문의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타일시설을 개발할 수도 있다. 시민이 배치된 타일의 산출물을 획득하는 것이므로 한턴이 소중한 게임 초반에는 최적의 도시운용을 위해 시민 배치를 세세하게 컨트롤해주는 편이 좋다. 일반적인 타일 외에도 특정 산출물의 생산량이 엄청난 '자연경관' 타일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지형, 문명, 시설물, 과학기술에 따라 타일의 산출물이 달라지게 되므로 플레이어는 매번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플레이 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다. 첫 스타팅에서 타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므로 아마 스타팅 노가다를 자주하게 될 것이다.

도시 시설물은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을 수 있는 종류가 늘어나며, 문명 특성에 따라 효율이 높은 고유 시설물을 지을 수 있다. 모든 시설물에는 유지비가 따로 있으므로 무턱대고 좋아보이는 것을 모두 짓기보다는 해당 도시의 주변 타일과 기능을 고려해서 필요한 시설물을 짓는 것이 현명하다.

시설물을 통해 산출물을 추가로 획득하거나 타일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타일에 배치되고 남은 잉여 인력을 '전문가'로 활용하여 위인을 생성하는 위인점수를 모을 수 있고 과학/문화/금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 고도화 과정은 실제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일반적인 시설물 외에도 특별한 기능을 가진 '불가사의'를 건설할 수 도 있다. 불가사의가 주는 혜택이 만만찮은 만큼 건설에 필요한 시간이 매우 긴데다가 전 문명 통틀어 하나만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문명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다른 문명이 원하는 불가사의를 자신이 선점할 경우 외교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고, 짓던 도중 다른 문명이 먼저 짓게 되면 투입된 자원을 금으로 환산하여 돌려받고 끝이므로 불가사의를 건설하기 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도시&타일 관리는 문명5 재미의 한축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다소 귀찮아 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플레이어를 위해 꽤나 효율적인 자동관리 기능을 제공하므로 후반에는 이를 활용하여 게임의 속도감을 늦추지 않고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왠만하면 피하고 싶은 전쟁

 

전쟁을 엄청 즐기는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전투는 왠만하면 피하고 싶을 것이다. 내정 부분에서 다룬 것과 같이 시스템상으로도 전쟁을 권장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전투가 아주 흥미진진하다고까지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주제는 게임내에서 굉장히 잘 설계되어 있으며 깊이도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런 점과는 별개로 전투의 흥미를 감소시키는 몇몇 단점이 보인다.

천혜의 요새에 둘러싸인 도시

일단 전투의 속도감이 다소 떨어진다. 시대가 발전하여 도로망이 정비되고 다양한 병과가 나오기 전에는 대부분의 유닛이 한 턴에 한,두 타일만 움직일 수 있다. 이동 뿐만 아니라 시야, 공격 또한 지형에 많은 영향을 받다보니 전략적 깊이는 더해질지 모르나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몇몇 유닛만 움직이는 경우에는 그나마 낫지만 대규모 원정의 경우에는 컨트롤이 힘겹다. 유닛은 한 타일에 겹쳐서 배치할 수 없기 때문에 동선에도 혼선이 생긴다. 지형과 다른 부대에 막혀 짧은 길을 돌아서 가거나 한참 기다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전투 자체가 굉장히 단순하다. 전투모션과 이동모션은의 단순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이동-공격-결과로 이어지는 전투 흐름에서 플레이어가 따로 기교를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문명5 특성상 플레이어가 실제 전투를 벌이는 분대장이라기 보다는 전쟁을 지휘하는 사령관 쪽에 가깝기 때문이겠지만 전투가 마치 시뮬레이션처럼 밋밋하게 흐르는 것은 좀 아쉽다. 개별 전투에서는 이변이 일어날 일이 거의 없다보니 전투는 그저 나의 승리를 확인하는 과정 또는 패배를 확인하는 지루한 과정에 불과하다. 요컨대 승리건 패배건 플레이어가 대부분 예측할 수 있고 플레이어는 이를 뒤집을 수 없다.

이런 전투가 쌓여 전쟁이 완성되기 때문에 개전 전, 종전 후가 전쟁보다 더 재밌는 경우가 많다. 전쟁은 재미없고 괴로운 것이라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게임인 만큼 여기에 좀 더 흥미 요소를 추가했으면 싶다.

 

실망할지도 모를 독자를 위로하자면, 문명5는 플레이어가 사령관이라면 전쟁에서 취할 전략과 전술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충분한 놀이터를 제공한다.전쟁은 충분히 전략적이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앞서 말했던 단점이 희석되기도 한다. 

육상전투만 있는 엔들리스 레전드와는 달리, 문명5에서는 육군, 해군, 공군이 존재한다. 가위바위보 개념이 조금 더 강화됐으면 싶은 바람이 있지만(궁수가 전투기의 공격에 반격할 수 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플레이어가 다뤄야 하는 병과의 수가 큰 폭으로 늘어 전쟁을 운용하는 재미가 더해진다. 전선을 형성해서 힘겨루기만 하던 과거와는 달리 빠른 기동력을 활용해서 전선을 우회할 수도 있고 해군이나 공군을 이용해서 전혀 다른 곳에서 적 문명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공습부대를 이용해서 주요 타일만 파괴하고 빠질 수도 있고 대륙간 미사일로 병력 피해없이 신속하게 타격도 가능하다. 무역로 길목을 막거나 해상봉쇄를 통해 상대 숨통을 서서히 막을 수도 있다. 화끈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깊이가 부족하지는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요약하자면 초기 전투는 조금 지루할 수 있지만 전쟁을 운용하는 재미는 있다. 

 

 

 

문명6에 기대하는 점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명5는 명작이다. 굉장히 긴 세월동안 사랑받았고 앞으로도 사랑받을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성비마저도 뛰어나기 때문에 사골처럼 두고두고 플레이하고 싶은 게이머라면 반드시 구매하길 바란다.

그래도 차기작이 나온다고 하니 개선되었으면 싶은 점이 있다. 문명간 특징이 더 명확히 구현되면 좋겠다. 몇몇 문명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문명의 특징이 게임에서 큰 역할을 발휘하지 않는다. 시대를 놓치거나, 환경이 받쳐주지 못하면 다른 문명과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엔들리스 레전드에서처럼 문명이 다르다고 해서 플레이 방식이 확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문명은 현실세계를 반영한 게임이기 때문에 엔레처럼 너무 다른 방식은 곤란하겠지만 그래도 문명의 특색이 약하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적의 AI는 당연히 더 발전되면 좋겠다. 지금도 여러 패치를 거치며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지만 플레이어의 엉뚱한 외교에 농락당하는 AI는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난이도 조정 부분에서도 단순히 AI에게 산출량이나 필요 자원에 이득을 주는 간단한 방식이 아니라 난이도가 어려워질수록 적AI의 플레이 수준이 달라지는 식으로 구현된다면  게이머도 단순한 반복 플레이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게임 후반이 루즈해지는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삼국지 시리즈도 대세가 기울게 되면 흥미가 급감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군웅할거 시대가 가장 재밌다.) 이는 문명에서도 똑같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부디 개발사가 힘을 내서 이 부분을 어떻게든 극복해주길 바랄 뿐이다. (대신 돈을 드리겠습니다.)

 

 

 (문명6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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