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hfinder Adventure

2016. 12. 20. 21:10

 

마을 축제에 난입한 고블린과 싸우는 소서러와 전사(둘다 유료 캐릭ㅠ)

 

지긋지긋한 RPG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RPG의 탈을 쓴 노가다 게임의 홍수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요즘, RPG라는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예전에는 PC에서만 쏟아졌지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고만고만한 자칭 RPG게임이 쏟아져 나와 수많은 게이머를 괴롭히고 있다. 비단 중소게임만의 문제도 아니고, 최근 CBT를 시작한 모 온라인 대작 RPG도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던 팬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줬다. 다음 대작은 또 언제 나올지, 재미있는 작품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기다리는 입장에서의 시간은 더디게만 갈 뿐이다. 무료하고 기약 없는 시간을 달래줄, 너무도 고전적이라 오히려 참신한(?) pathfinder adventure라는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보드게임을 스마트폰에 이식한 게임이기 때문에 의외의 볼륨감을 보여준다.

 

너무 올드해서 새로운 재미를 준다  

 

패스파인더 어드벤쳐 카드게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카드를 이용한 보드게임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기기의 도움없이 배경이 되는 보드, 카드, 주사위(!), 플레이어의 상상력으로 플레이한다. 이것을 스마트폰에 이식했기 때문에 여타 PC게임에 비해 화려한 액션과 같은 시각적인 효과도 모자라고 뭔가 밍숭맹숭한 것 같지만 자꾸 플레이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몇시간이고 붙잡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일단 진행방법은 이렇다. 모험을 즐길 캐릭터로 파티를 구성한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몇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한다. 각 시나리오는 난이도가 있으며 전 단계를 클리어하지 않으면 즐길 수 없다. 각 난이도마다 와일드 카드라고 하는 효과카드(주로 플레이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가 추가되어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는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시나리오에 들어가면 초반에 적당히 스토리 관련 내용이 나오고 모험할 지역에 캐릭터를 배치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 간 간략한 통화를 통해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다.

 

각 지역마다 다른 룰이 적용되고, 클리어에 필요한 조건이 다르고, 클리어 후 혜택이 있으므로 클리어 순서와 캐릭터 유/불리에 따라 신중하게 배치해야 한다.

 

이 시나리오의 보스이며 카드 우측상단에 처치 조건이 있다  

 

보스와 헨치맨(부하)은 각 지역마다 숨어있고 이들은 플레이어가 해당 지역을 모험하다 보면 만나게 된다. 원래는 각 지역에 있는 모든 모험카드를 뒤집어야만 해당 지역을 클리어(폐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보스 또는 헨치맨을 모험 중간에 만나고 처치하게 되면 지역에 남아있는 모험카드 수와 관계없이 클리어(폐쇄)를 시도할 수 있다.

 

주어진 30턴 동안 각 캐릭터는 한 턴씩 소모하며 지역에 있는 모험카드를 뒤집으며 최종적으로 보스를 처치하는 것이 목표다. 최종 보스는 어렵사리 물리쳐도 다른 지역이 열려 있으면 랜덤으로 열려 있는 지역 중 한 곳으로 도망쳐 버린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보스를 만나기 전 모든 지역을 완전히 폐쇄하거나 열려 있는 지역에 동료를 미리 배치해 둬서 보스와 전투시 임시로 열려 있는 지역을 폐쇄하여 보스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위 스샷은 한 "잡화점" 지역을 탐험하고 있는 플레이 장면이다. (배경화면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왼쪽 상단의 모험카드 10장에는 몬스터, 축복, 아이템, 마법, 보스(또는 헨치맨) 카드가 숨겨져 있다. 모험 도중 Siren 이라는 몬스터를 만나서 Wisdom(지혜) 능력치 관련 주사위 굴림을 해야 물리칠 수 있다. 다행히 해당 지역을 모험하고 있던 캐릭터는 사제로 지혜 수치가 높아 12면체 주사위에 +1 보너스를 받고 주사위를 굴릴 수 있다. 굴려서 나온 숫자가 Siren 카드에 적혀 있는 8보다 높으면 처치한 것으로 본다. 플레이어 핸드에 있는 각종 카드로 주사위 굴림을 늘릴 수 있고 다른 지역의 동료들도 축복카드나 활과 같은 무기로 지원해줄 수 있다.

 

플레이어가 별도로 복잡한 조작을 해야할 필요는 없다. 모험카드를 뒤집고, 조우한 카드에 맞춰 내 핸드를 적절히 활용하여 주사위 굴림 수치를 높인 후 나머지는 주사위 신을 믿고 주사위를 던질 뿐이다. 별거 없는 것 같은데 플레이 하다 보면 아이템 수집 욕심도 나고, 보스 몬스터도 궁금하고, 보상도 궁금하고, 점점 흥미진진 해진다.

 

원본 보드게임보다 나은 점은 각 카드에 나름의 이펙트가 있어 게임을 플레이 한다는 느낌이 난다는 점이다. 보드게임은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효과면에서 심심하게 마련인데(입으로 푸슝푸슝 소릴 내는 것도 민폐이지 않을까) 스마트폰 버전에는 이런 단점이 다소 보완됐다. 멀티플레이도 추후 가능할 것이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흥미진진한 게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했는데 초반 시나리오와 기본 캐릭터(사제, 도적) 무료로 제공하므로 체험판이라 생각하고 상당한 시간을 즐길 있다. 다만 아무래도 캐릭터가 단독으로 지역을 모험하기에는 조금 벅찬 감이 있어 난이도는 높은 것은 알아두길 바란다. 틈틈이 이벤트가 있어 인게임 골드로 시나리오를 구매할 있고, 캐릭터는 언제나 골드로 구매할 있으므로 특별히 과금을 강요하는 게임은 아니라고 있다. 게임을 즐겁게 즐기기 위해 현금으로 지역 모험카드를 구매할 있지만 이것도 인게임 골드로 구매가 가능하다. 골드 관련해서는 나름 합리적인 과금 체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유저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게임 내에서 선택할 있는 캐릭터 수가 적지 않다. 사제, 도적, 전사, 위저드, 소서러, 몽크, 성기사, 드루이드, 궁수가 준비되어 있으며 각자 직업에 해당하는 특징이 있다. 패시브 특수능력, 액티브 특수능력, 능력치, 핸드 수량, 보유 가능 카드 종류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당연하게도 RPG이기 때문에 앞서 열거한 캐릭터의 모든 특징은 유저취향에 맞게 성장시킬 있다.

 

지역, 카드, 캐릭터 조합에 따라 게임난이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파티를 구성하고 전략적으로 캐릭터를 지역에 배치하는 재미도 더해진다.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 종류에 따라 게임 진행 방식도 달라지므로 초반에는 인게임 골드를 모아 캐릭터를 구매하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다양한 카드도 게임의 장점 하나이다. 마법, 아이템, 축복, 조력자 지역을 모험하다 보면 인카운터하는 카드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인게임 골드로 카드가 들어있는 보물상자를 구매할 있고, 여기에서 모험카드가 랜덤하게 나온다. 카드는 바로 플레이어 소유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모험카드로 배치되고 지역을 모험하는 중에 획득할 있다.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게임도 점점 어려워지지만 강력한 카드를 획득함으로써 플레이어의 캐릭터도 강해지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반복하는 재미가 있고 카드를 수집하는 즐거움도 크다. 다만 캐릭터마다 보유할 있는 카드 종류와 수량이 제한되어 있어 눈물을 머금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게 된다. 게임 밸런스 측면에서 보면 훌륭한 점이고 도감에서 자신이 수집한 모든 카드를 있기 때문에 수집 측면에서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패스파인더는 흔히 말하는 주사위 신에게 많은 것을 맡기는 게임으로 주사위 굴림에 따라 울고 웃는 재미가 있다. 많은 게임도 사실 컴퓨터가 플레이어를 위해 대신 주사위를 굴려주는 것이고, 게임은 오리지널이 보드게임인 만큼 플레이어가 직접 굴리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주사위 눈으로 표현된다. 강함과 어려움에 따라 주사위 개수와 다면체 주사위 종류가 달라 진다. 예를 들어 캐릭터 힘이 강하면 12면체의 힘주사위를 굴릴 있고, 힘이 약한 캐릭터는 4면체의 힘주사위를 굴릴 있는 식이다. 여기에 무기를 들거나 축복을 받으면 주사위 개수를 늘릴 있다.

모험 만난 고블린 처치 조건이 굴림 5이상이라면 힘이 약한 캐릭터는 주변 동료의 도움을 받거나, 축복카드를 이용하여 주사위 개수를 늘리거나, 마법을 사용해서 처치 굴림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고블린을 처치할 없다.

상황에 따라 주사위 굴림의 최소 눈이 필요 주사위 굴림보다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주사위 하나가 아쉽다. 플레이어는 굴릴  있는 주사위 수를 늘리고, 주사위 면체를 늘리기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한다. 모든 자원을 번의 인카운터를 처리하기 위해 쏟아부을 수는 없으므로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 또한 신경써야 한다.

 

말로만 들으면 굉장히 어려운 게임 같지만 패턴은 단순하다. 시나리오에서 조금만 헤매면 두번째 플레이부터는 직관적으로 감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짬짬히 즐기기 좋다. 언제든 게임을 꺼도 자동으로 저장되므로 생각날 때마다 켜서 플레이할 있다.

한글화가 되지 않아 영어를 아예 모른다면 플레이가 힘들다. 카드의 기능과 설명 대부분 '카드를 버리면 어떤 효과가 있다.' '카드를 뒤집으면 어떤 효과가 있다.' '카드를 묻으면 어떤 효과가 있다.' 식으로 패턴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두 장 파악 하다 보면 대충 감이 오지만 아예 영어를 모르면 이것도 불가능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패스파인더 어드벤쳐는 수 백 시간씩 플레이하기에는 게임 자체의 힘이 모자라다. 앞서 길게 설명했지만 단순하게 게임을 표현하면 플레이어 혼자서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이다.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다른 플레이어와 협동하는 요즘 모바일 게임과는 다르게 플레이 타임은 수십시간 정도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패스파인더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전혀 아니고, 싱글 플레이의 한계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 50시간 정도 플레이 했는데 아직도 틈틈이 시나리오를 즐기고 있다.)

 

 

오래된 같지만 새롭고 복잡한 같지만 간단한 Pathfinder Adventure Card Game 결코 틀리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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