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왔던 테노 죽지도 않고 또왔네

 

뭐하나 이룬 것도 없고 이룰 같지도 않은 느낌이 때가 있다. 단순한 느낌이 아닌 사실이라 서글픈지도 모르겠다. 허무하다. 뭔가 성과를 만들고 싶다. 뭐든 잔뜩 모아보고 싶다. 허무함과 허전함이 나를 덮칠 현실세계에 힘쓰기 보다는 나도 모르게 그만 가상 세계의 캐릭터에 손을 대고 만다. 특히 노가다성이 짙은 RPG게임에 끌린다. 이런 상황에서 데스티니2 국내에 정발한다며 부산을 떨어 그쪽에 잠깐 기웃 거리다 인상을 받지 못하고 문득 워프레임이 생각났다.

 

내가 변한건지 게임이 변한건지

 

다시 돌아오고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다. 작년에도 천지분간 못하는 뉴비였기에 업데이트가 많이 이뤄졌다고는 하는데 뭐가 달라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다. 묘하게 예전과 다르게 재밌다. 전에는 워프레임( 게임의 캐릭터 또는 직업에 해당) 하나 만들고 짙은 노가다성에 결국 두손 들었지만 이번에는 정신차리고 보니 워프레임을 8개나 만들었다. 슬롯이 부족해 열심히 장사한 플래티넘으로 슬롯도 샀다. 무기도 많이 만들었다. 무기를 보관할 슬롯도 샀다. 처음 보는 신기한 모드(워프레임이나 무기를 강화하는 시스템) 사봤다. 플래티넘이 모자랐다. 더욱 강해질 계정을 생각하며 노가다를 찾아나섰다.

 

예전에도 있었던 시스템들인데 받아들이는 내가 달라졌는지 훨씬 재밌어졌다. 랭크를 올리는 작업은 여전히 고되지만 풀업시킨 무기나 워프레임에 모드를 이것저것 끼워보고, 돈을 모아 모드를 강화시키면서 얼마나 강한 곳에서 편하게 노가다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일이 즐겁다.

 

워프레임에 여태없었던 탁트인 평원 지역인 시터스는 업데이트 당시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작년에는 하다가 콘텐츠도 다른 반복에 불과한데다 지역마저도 쓸데없이 넓어 아예 질려버린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소지품을 다시 살펴보니 시터스평원에서 빠르게 날라댕길 있는 아크윙 설계도가 있었다. 이것만 있어서는 소용이 없고 발사장치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발사장치의 설계도는 클랜에 가입해서 클랜연구소에서 구할 있다고 누군가 알려줬다


냉큼 클랜에 가입했더니 이쪽도 신세계다. 어떻게 구하나 싶었던 다양한 무기와 워프레임 설계도를 쉽게 구할 있었다. 일단 설계도를 쉽게 구할 있다보니 흥미가 가는 무기와 워프레임을 제작하기 위해 노가다에 착수 있었다. 퇴근하고 나면 항상 새로운 아이템이 제작완료되어 나를 반겨준다. 처음에는 아크윙 때문에 클랜에 가입했는데 이제는 매일 클랜연구소를 들락거린다.

 

2주에 한번씩 바로키티어라는 상인이 온다. 희귀한 아이템을 판매하다보니 운이 좋으면 다른 유저에게 비싸게 팔아먹을 있는 아이템이나 자신에게 유용한 아이템을 구할 있다. 이를 구매하기 위해선 뉴비에게는 부담될 있는 정도의 크레딧과 두캇이라고하는 다른 화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노가다를 통해 구할 있기 때문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운좋게 두번 연속 나에게 필요한 모드를 판매하고 있어서 이를 구매하기 위해 노가다를 진짜 열심히 했다. 모드를 끝까지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임무를 수행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퀘스트를 통해 다양한 워프레임을 얻을 있는 것도 이제야 보였다. 다양한 무기와 워프레임의 랭크를 올리다보니 계정레벨인 마스터리 랭크가 올랐다. 어느새 주요 퀘스트를 수행할만한 충분한 랭크가 되었다. 사실 워프레임의 경우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지금도 모르지만 똑같은 노가다여도 퀘스트라서 때는 느낌이 달랐다. 컷씬도 개보고 대화도 보고 덤으로 워프레임도 얻을 있었다. 물론 설계도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제작하기 위해선 재료를 모아야만 한다. 어차피 무언가 미친듯이 모아보고 싶었기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워프레임의 경제가 엉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장사의 재미를 알게됐다. 워프레임은 인게임 구매보다는 플래티넘 화폐를 바탕으로 하는 유저간 거래 쪽이 활발하다. 게임 시스템적으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는 않기에 불편한 편이지만 적응하면 크게 문제는 없다. 전에도 찔끔찔끔 몇가지 부품을 팔아먹어보긴 했지만 이번에는 팔아야할 물건이 많아서 '워프레임 마켓'이라고 하는 유저가 만든 사이트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제작사가 만든 곳이 아니라는 뿐이지 워프레임에서 물건 사고 팔아야겠다면 반드시 가입해야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중이어서 공식 거래장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예전에 채팅창으로 물건을 때는 노가다로 아이템을 얻어도 팔리지 않고 귀찮아서 결국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면 아이템 파밍에 대한 의욕도 떨어졌다. 워프레임마켓을 이용하는 지금은 아이템이 바로 플래티넘으로 돌아오다보니 보이드 성유물 파밍이건 모드 파밍이건 돈되는 파밍에 재미가 붙었다.

 

밀리 2.0 그때는 재밌는지 몰랐다. 근접공격을 단순히 총의 보조적 성격이 아니라 다른 전투 콘텐츠로 격상시킨 업데이트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전에는 왠지 근접공격을 자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하다보니 스탠스 모드를 많이 갖게 되었다. 이것저것 바꿔 끼워가며 휘두르다보니 근접공격을 많이 하게 되었고 똑같은 무기여도 스탠스에 따라 다른 재미를 체험할 있었다. 연속기도 자연스럽게 있을 때까지 연습하다보면 다음 무기를 만들 재료가 모이거나 다른 스탠스를 얻을 있었다. 밀리 3.0업데이트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있는데 얼마나 재미를 기대된다.

 

아직까지 외형 꾸미기에는 본격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플래티넘이 원활하게 모인다면 뛰어들 용의가 있다. 일단은 필수모드 구비와 모드 랭크를 업하는 주력할 생각이다. 반복 콘텐츠가 메인이지만 뭔가 목표가 생기니 과정이 예전처럼 지루하거나 재미없지 않아 좋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전투의 재미가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티어의 행성으로 갈수록 제대로된 모드, 아이템, 워프레임을 갖추지 않으면 난이도가 어려워져 도전욕을 자극하는 면도 없잖아 있지만 여전히 체력, 방어력, 공격력 뻥튀기를 통한 난이도 조정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미칠듯한 몬스터 , 교활한 AI, 다양한 패턴 전투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는 이미 많은 다른 게임에서 보여줬다. 제작사가 이를 적용할 능력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데 여태 적용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바보같은 적을 호쾌하게 쓸어버리는 재미도 좋지만 동시에 긴장감 있는 전투도 즐겨보고 싶다.


(예전 워프레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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