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들리스 레전드(Endless Legend) 리뷰(2/2)
춥고 배고픈 겨울
엔들리스 레전드에는 여름, 겨울 두 가지 계절 구분이 있는데 이 계절이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각 타일의 산출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이동력, 시야 등등에 패널티가 주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겨울보다 여름의 길이가 길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점점 겨울의 길이가 길어져서 여름은 한두턴에 불과해지게 된다.
겨울이 되면... 춥다
행성이 점점 황폐화되어 간다는 스토리 설정에도 맞고 '겨울' 이라는 환경변화가 플레이어의 전략에도 변화를 주는 만큼 게임의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언제 겨울이 올지 알기 힘들고(우측 하단에 표시되지만 오차범위가 너무 넓다) 겨울이 주는 패널티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야 하지만 과학기술, 영웅, 종족특성에 따라 이런 패널티를 상쇄시키거나 오히려 겨울에 더욱 강해지는 경우도 있다.
겨울을 착실히 준비했다면 초반에 다소 게임이 어려워졌다 하더라도 겨울이 길어지는 후반부터 오히려 우위를 점할 수도 있으니 플레이할 때 항상 겨울을 고려해야 한다.
겨울이라는 요소는 플레이어의 계획을 어그러뜨리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기 때문에 승기를 어느정도 잡았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게 만든다.
문명5의 경우 아무래도 중반 이후부터 어느정도 승기가 기울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별생각없이 턴종료를 하게 되는데 반해 엔레는 게임의 호흡이 짧은데다가(빠름 기준 150턴) 겨울로 인해 자신이 목표로 하는 승리방식에 차질이 생기거나 상대방의 최종승리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흥미와 집중을 마지막까지 이어나갈 수 있다.
최근에 나온 DLC인 Shifters에서는 이 겨울을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겨울에 변화를 주었다고 하니 관심있는 게이머라면 확인해보길 바란다.
다양한 유닛
아마 엔레를 조금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의아하게 생각할 부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유닛은 각 팩션마다 4종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종류는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개척자이고 나머지는 팩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2,3티어 유닛이 존재한다.
시대별, 국가별 유닛까지 합쳐 꽤 많은 수의 유닛 종류를 자랑하는 문명5에 비하면 초라한 숫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유닛의 종류는 분명히 문명5보다 적지만, 엔레의 경우에는 플레이어의 전략에 맞춰 유닛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는 유닛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베이스 유닛이 같다고 하더라도 장비의 티어, 장비에 사용되는 전략자원의 종류에 따라 해당 유닛이 가지게 되는 특성과 능력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서로 다른 유닛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닛의 이름도 새로 정할 수 있다)
또한, 기본으로 제공되는 유닛 외에 전 지역에 퍼져있는 소수종족들을 평정함으로써 자신의 유닛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소수종족 역시 제국 영향권으로 편입시킬 경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튼튼한 미노타우르
유닛 커스터마이징에도 아이템 장착과 관련해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초반에는 선택가능한 장비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점차 장비가 늘어남에 따라 몇가지 장비를 비교해야할 일이 많은데 이 부분에서 인터페이스상 불편한 점이 있다.
현재는 각 아이템의 능력치는 일일이 마우스 커서를 아이템 위에 올려서 확인해야 하고, 장비가 부여하는 특성의 경우에는 특성 아이콘과 특성명밖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특성의 상세 내용을 보기 위해선 장착까지 해야하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
아이템의 아이콘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는 능력치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리스트 형식으로 화면을 구성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해당 아이템에 필요한 자원이 얼마인지, 어떤 능력치가 더 우세한지, 어떤 특성을 제공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면 유닛 커스터마이징이 덜 귀찮게 느껴졌을 것 같다.
혹시 차기작이 개발된다면 이 부분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영향력 그게 뭔가요 먹는건가요
금, 식량, 망치, 문화, 관광, 신앙... 문명5의 자원 중 문화가 엔레의 영향력 자원과 가장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교, 첩보, 소수종족, 국가정책 등에 관련한 행동을 할 때마다 플레이어는 영향력을 소비하게 된다.
영향력의 사용과 그에 따른 효과는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전혀 없지만 언제 어떻게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는 꽤나 플레이어를 괴롭힐 것이다.
본인은 처음에 영향력을 다른 자원에 비해 덜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해서 소홀히 했다가 유용한 국가정책을 제때 채택하지 못해 게임을 어렵게 진행해야만 했던 경험이 있다.
국가정책을 한번 정하면 변경할 경우 엄청난 패널티가 따르는 문명과는 달리 엔레는 일정 주기마다 새롭게 설정할 수 있으므로 영향력을 어떻게 분배해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외교의 경우에도 매 안건마다 영향력을 소비하게 되므로, 상대가 평화협정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조공'을 바치고자 할 때 조공물은 충분해도 영향력이 모자라 추가제안을 할 수 없어 평화협정이 불가능한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 첩보활동에 소모되는 영향력은 많지 않지만 팩션에 따라 많은 도시에 첩보원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영향력 소모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가 이로 인해 국가정책을 정할 때 영향력이 아슬아슬하게 모자라서 정책을 채택하지 못하는 상황이 매우 자주 발생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영향력의 소모와 그에 따른 효과는 직관적이기 때문에 고려해야할 자원이 하나 더 늘어서 귀찮다기 보다는 전략적인 요소로 플레이어에게 다가온다.
이름만큼이나 막강한 영향력을 게임플레이에 행사하기 때문에 필드의 산출자원 뿐만 아니라 영향력도 신경써야 하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팩션에 따라서는 다른 자원보다는 오히려 영향력에 올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원 종류만 덜렁 하나 추가해놓고 내용은 별로 없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게임을 설계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 기준에서 본 외교적 친소관계, 시점은 변경 가능하다
아 느려요 답답해요 재미없어요
안타깝게도 소제목은 전투에 대한 이야기이다.
혹자는 엔레의 전투가 호불호가 갈린다고 표현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호는 오토전투요 불호는 수동전투일 정도로 수동전투의 경우, 시간도 걸리는 편이고 전략적 선택의 폭이 적은 편이다.
내가 키운 영웅과 내가 만든 유닛으로 여러 스킬을 사용하는 전투가 플레이어의 큰 흥미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엔레가 채택한 전투 방식에 있다.
수동전투라고 해도 완벽한 수동이 아니라 배치와 기본적인 행동명령만 턴 시작전에 내릴 수 있고 턴이 진행되는 과정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유닛은 어떤 행동을 한번 했다면 자신의 턴에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주도력이 높은 상대가 유닛을 치면 유닛은 반격을 하게 되고 이미 행동력을 소비한 유닛은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일견 전략적인 요소로 보일 수도 있지만 속터지는 인공지능과 맞물려서 플레이어에게 답답함과 분노를 선사하게 된다.
딱히 수동전투를 한다고해서 전투의 결과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안좋아지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몇몇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적과 나의 상대전력을 판단해서 결과를 도출하는 오토전투가 속도 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행동명령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투를 완전히 수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답으로 보이지만, 제작사의 컨셉상 그런 점이 불가능하다면 몇가지 요소를 추가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본래 의도했던 전투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1. 적 부대 근접 이동시 추가 기회공격 또는 이동력 저하 또는 그러한 특성이 있는 유닛추가
현재는 자신의 턴인 경우 유닛이 너무 자유자재로 적 유닛 주변을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진형의 의미가 그렇게 크지 않고, 어쌔신과 같이 유닛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유닛의 효용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2. 반격과 행동력을 분리
상대의 주도력이 높으면 나는 꼼짝없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주도력만 높고 나머지 능력치가 딸리기 때문에 반격에 알아서 죽는다. 그리고 승리. 이런 패턴이 꽤나 자주 연출되는데 여기에는 어떠한 전략적 요소도 없다.
승리를 해도 잘해서 이긴게 아니고 장비가 좋아서 이긴 것이기 때문에 그냥 오토를 돌리게 된다.
3. 인공지능 개선
.....
꼭 위에 말한 전투의 단점 때문만이 아니라 전투가 워낙 많다보니 오토를 돌리기도 하겠지만 기왕 전투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조금 더 흥미를 끌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4X 팬이라면 반드시 플레이, 그리고 비평해야할 게임
엔레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4X 게임은 지루하다는 편견 아닌 편견을 깨뜨린 게임이다.
전체적인 게임의 템포도 빠르고 계속해서 다른 플레이어(AI)와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팩션마다 어딘가 하나씩 의도적으로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상대를 괴롭히거나 상대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어내야 한다.
자신의 제국 안에서 열심히 발전만 하면서 마지막에 불가사의만 지으면 승리하기 쉬운 팩션조차도 허약한 고유 유닛, 퀘스트로 인해 소수종족을 편입해야하고, 다른 제국의 영토를 넘어서 탐험을 떠나야만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하염없이 턴만 넘기면서 '내가 지금 뭘하고 있나' 싶은 생각에 빠지기 쉬운 4X 게임의 흥미를 어떻게 하면 계속 유지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제작사의 노하우와 개념이 엔들리스 레전드에는 훌륭하게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문명과 비교해서 몇몇 아쉬운 부분이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발진에 건설적인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전투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인공지능이 조금은 덜 영악한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어를 이기기 위해 모든 방법을 활용하는 보다 적극적인 AI가 과제라고 생각한다.
디테일한 면에 있어서는, 어디에서건 오른클릭만 하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명5의 편리한 인터페이스로부터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미니맵을 보기 위해선 휠을 한참 굴려야 하고, 다시 돌아가려면 또 휠을 굴리고, 아이콘에 대한 상세내용은 어떤 화면에서는 확인 가능하지만 어떤 화면에서는 불가능해서 매번 확인 가능한 화면으로 전환해야 하는 등 인터페이스에서는 사소하지만 시간을 잡아먹는 여러 불편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저의 성원으로 한글화까지 된 엔레가 보다 많은 매출이 일어나서 문명의 노련함과 엔레의 참신함으로 무장한 차기작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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