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3종 비교 리뷰]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EE(2/2)
턴제전투 방식, 지루하지 않을까?
대답부터 하자면 당연히 'NO'다. 본인은 액션RPG를 표방하는 것이 아닌 이상 턴제 전투방식이 가장 RPG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파티원 포지션 잡아주랴, 아이템 사용하랴, 스킬 시전하랴 인간이 컴퓨터가 아닌 이상 자신의 전술대로 한번에 매끄럽게 컨트롤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파티원뿐만 아니라 소환수도 컨트롤 해야할 때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름이 알려진 고전 명작 RPG 게임의 대부분이 턴제전투 방식을 취하고 있거나 사용자가 직접 일시정지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AI스크립트를 만들어 플레이어가 직접 컨트롤하는 캐릭터 외 캐릭터의 행동 양식을 지정함으로써 전투 흐름에 끊김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많지만 이러한 게임들 역시 중요한 전투에서는 유저의 세세한 컨트롤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스크립트와는 별도로 일시정지 기능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예가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이다. 기본 스크립트 AI가 비교적 뛰어나다는 평이다.)
특히나 디비니티오리지널신의 경우 전투환경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 변수이므로 유저입장에서는 고려해야할 것이 하나 더 늘어 턴제전투가 아니었다면 플레이하기 꽤나 까다로웠을 것으로 보인다.
마법효과나 애니메이션 등 시각적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보니 적이 움직이는 시간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고, 잡몹이 아닌 중요 전투의 경우에는 적의 다음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난이도 등급이 올라갈 수록 적의 스펠과 스킬이 늘어나 전술이 다양해진다)
모래폭풍의 영향으로 감속상태고 적은 많다. 폭발해골을 소환해서
뻥
아까의 공격으로 거미알이 터지면서 독구름이 생성됐다.
폭발화살로 마무리
위의 스샷은 전투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이외에도 기름통을 옮겨놓고 폭발을 일으킨다든지, 비를 내리게 하고 전기마법을 써서 전부 기절시키거나 바닥을 얼려서 넘어뜨릴 수도 있다.
또한, 무조건 위력이 강한 마법만 난사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저항력과 상태이상에 대한 내성을 고려해서 상황에 맞는 전술로 전투를 풀어나가야 한다. 본 리뷰 1편에서 각 스킬들의 위력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활용도가 거의 비슷하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나나 메모라이즈의 개념은 없지만 쿨타임 개념이 있으므로 위력이 강한 마법을 난사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스킬들을 조합해서 얼만큼 강력한 위력을 뽑아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매턴 이런 전술을 생각해내야 하기 때문에 보장컨대 절대로 지루할 틈이 없다.
다른 게임의 경우, 후반 원거리 딜러가 성장함에 따라 게임이 지나치게 쉬워지게 마련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게임 디자인이 돋보인다.
Engagement, 즉 교전상태라는 개념이 데미딜러를 괴롭히기 때문에 탱커하나를 세워두고 뒤에서 딜러들이 도망다니면서 마음놓고 데미지를 넣는 플레이가 나오기 힘들다.
아래 그림과 같이 적이 가까이 붙게 되면 교전상태가 되어 무턱대고 벗어나려 하다간 적의 추가적인 기회공격에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벗어나려고 움직이자 적의 턴이 아님에도 추가적인 기회공격이 발동된다.
보통 원거리 딜러들은 공격을 많이 하기 위해 체력을 반으로 낮추고 액션포인트를 증가시키는 특성을 찍는데 이런 경우 기회공격 한 두번이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교전상태에 걸리게 되면 이때부터 플레이어의 고민이 깊어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는 스킬과 아이템들이 잔뜩 준비되어 있으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또 다른 재미라고 생각하자.
디비니티 오리지널신의 전투 체계는 앞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디테일하고, 시작부터 엔딩까지 질리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
악명높은 발더스게이트의 복잡한 마법 수싸움의 단계까지는 가지 않으면서도 상태이상, 군중제어기, 방어스킬, 공격스킬 등 갖출 것은 탄탄하게 갖췄다.
약간의 Tip과 설명만 읽어보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전투를 시작할 수 있지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선 조금 더 생각해야 하는, 딱 적정한 수준의 어려움과 단순함을 겸비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도 그냥 칭찬만 하고 넘어가면 섭섭하니 굳이, 또 굳이 아쉬운점을 하나 꼽자면 버프와 디버프 스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공격스킬에 비해 아무래도 좀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주 특정한 상황이 아니면 버프, 디버프 보다는 공격스킬의 기대값이 더 크기때문에 버프와 디버프를 먼저 고려하는 상황이 많지는 않다.
이러한 지적이 있어 EE로 출시되면서 각종 버프, 디버프 스킬의 필요 AP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떨어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데 이는 게임의 깊이와 진입장벽를 고려한 개발진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추후 출시될 디비니티2에서는 또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해본다.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게임에선 나도 짱짱맨!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게임의 매력은 무엇일까.
현실에서는 아무리 흙수저에 빈털터리여도, 번쩍번쩍한 에픽아이템을 두르고 있는 게임 안의 내 캐릭터를 보며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아닐까. 현실에서도 힘들고 게임에서도 비루하다면 더 이상 게임이 아니라 또다른 노동에 불과할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아이템은 RPG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캐릭터의 자체 성장에는 한계가 있어 진정한 에픽파티가 되기 위해선 빵빵한 아이템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건틀렛이 없는 타노스는 물론 그 자체로 엄청 강하긴 하지만 넘사벽이라는 느낌은 없지 않은가. 절대반지 없는 사우론의 경우엔 그냥 무섭게 노려보는 큰 눈깔에 불과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아이템을 사기 위해 거액을 지불하는 게이머가 많은 것이 게임에서의 아이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두근두근
펑~
DOS의 아이템 종류는 일반, 매직, 레어, 레전더리, 유니크가 있으며 여느 RPG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카테고리를 따른다.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를 강하게 해줄 다양한 옵션이 준비되어 있고, 힘든 전투 후에는 번쩍번쩍한 아이템이 플레이어를 기다린다.
스킬, 능력치, 저항력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DOS는 많은 게이머로부터 검증받은 기존의 아이템 체계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RPG를 플레이하면서 이 평범한 아이템 체계 이상으로 더 게이머를 흥분케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템 제작 콘텐츠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어려운 점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한다.
전투를 통해 얻은 획득품과 아이템 제작을 통해 얻은 제작품의 밸런스를 제대로 맞추지 못할 경우 게임의 한 축이 완전히 죽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디비니티의 경우에는 균형점을 잘 찾아냈다.
제작을 통해 엄청난 아이템을 만들 수는 없지만 장비의 경우에는 동레벨 대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위력적이고, 소모품은 게임 내내 만들어서 써야할 정도로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대지 + 대기 물약 | 는 빈병 |
개인적으로는 장비보다는 소모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창에서 이것저것 그럴싸한 아이템을 넣고 돌릴 때가 더 재밌다고 생각한다.
레시피가 따로 주어지기 보다는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되겠다 싶은 아이템을 넣고 조합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깨진 유리 조각을 얻고 싶다고 한다면 망치와 빈병을 조합하는 식이다.
거듭말하지만 DOS의 아이템 체계는 식상하다는 느낌보다는 친숙하다는 느낌이 더 크다.
여전히 아이템 루팅의 즐거움은 크고 빨리 더 멋진 아이템을 장착하고 싶어지게 만들기 때문에 성공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디아블로식 아이템 파밍에 큰 흥미를 느꼈던 게이머라면 DOS에서도 같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동네 사이실의 해결사 소스헌터!
DOS의 스토리 전개 및 퀘스트 방식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자. 주인공은 두명의 소스헌터(근원사냥꾼)로, 예전에는 선했으나 지금은 타락해버린 소서러(근원술사)를 처단하는 집단에 속해 있다.
사이실의 의원이 소서러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이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었으나 살인사건 외에도 사이실 주변에는 오크와 언데드가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어 주인공이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스토리 자체는 전형적인 영웅 스토리로, 초반의 살인사건 조사이후 부터는 별다른 반전없이 흘러간다.
엄청난 스토리를 기대한 게이머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보다는 순수 게임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게이머라면 오히려 단순 명쾌한 DOS의 스토리에 더 만족할지도 모른다.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면 그냥 단순한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작진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고, 또한 EE로 출시되면서 컷신과 스토리 관련 퀘스트가 추가되어 스토리가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반면, 게임 진행 및 퀘스트 방식에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게이머의 선택은 거의 없고 게임에서 정해진 해결방법과 루트를 분기점없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어쩌면 이미 DOS를 플레이 해본 유저라면 의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대화창에서 선택도 하고, 무수히 많은 가위바위보(DOS에서는 언쟁이 생길 경우 가위바위보를 한다.)를 했는데 그것은 분기가 아니고 무엇이었는가 하는 의문말이다.
게임 초반, 가드를 상대로 싸울것인지 말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사실, DOS의 선택은 엄밀히 말하면 분기점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 위의 경비병만 보더라도 싸울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어느쪽을 선택해도 이후 스토리에 어떠한 영향도 없기 때문이다. A에서 B,C,D 를 선택해나가면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A에서 B-1, B-2, B-3의 선택지를 통해 게임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게임의 볼륨이 작아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자로 몰린다든가 감옥에 간다든지 해서 거기에서 또 새로운 퀘스트가 파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사이실의 환영을 받으며 당당히(?) 입성한다. 이러한 선택은 엔딩까지 계속 이어지지만 결국 하나의 해결방법과 하나의 엔딩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퀘스트 방식도 이와 같아서 퀘스트 자체의 퍼즐과 구성은 굉장히 깊이가 있는 편이나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
그나마 있는 선택지는 앞서 말한 싸울것이냐 말것이냐 정도이다.
그래도 개발진을 한명의 던전마스터라 생각하고 그가 정한 퍼즐을 풀어 나간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왠만하면 공략을 보지 않고 한 번 두뇌를 풀가동해서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길 추천한다.
퀘스트는 NPC 머리 위에 ! 표시가 있는 것이 아니고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야 한다.
퀘스트의 힌트나 해결방법은 대개 이런 식이다.
마지막으로, 몬스터의 레벨이 1만 높아도 굉장히 어려운 전투가 되어버려서 중간에 레벨링이 귀찮다고 퀘스트를 생략하거나 사냥을 꼭 해야하는 곳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가 없다는 점이 DOS의 일직선 전개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게임 진행의 큰틀은 쉽고 각각의 퀘스트는 도전적이고 흥미롭다는 점이다.
실컷 까다가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취향은 언제나 개인차가 있는 법.
어차피 샌드박스형 게임이 아닌 이상 자유도를 포기하고 스토리와 퀘스트에 빠져들겠다는 게이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방식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점이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앞으로 리뷰를 작성할 게임 포함, 3종의 게임 중 제일 먼저 엔딩을 보았고 가장 기대했었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대부분 EE가 출시되면서 해결되었기에 RPG 게임좀 해볼까 하는 사람에게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발더스게이트 보다는 진입장벽이 낮은 DOS를 추천하는 편이다.
고전게임에 물든 내눈에는 충분히 화려한 그래픽과 편리한 인터페이스, 또한 기본에 충실한 게임 요소들... RPG팬으로서 오랜만에 이런 수작이 나와주어 기쁠 뿐이다.
지갑이 좀 두둑한 게이머라면 다른 게임 리뷰를 기다리지말고 어서 스팀으로 달려가 DOS를 구입해서 플레이 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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