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2(옛날 게임 이제 그만하고 싶다)
워~워~ 네버체인지스~
EE는 안나오겠지..
최근 게임으로는 디비니티 오리지널씬, 웨이스트랜드(명칭은 디렉터스 컷), 고전게임으로는 발더스게이트, 아이스윈드데일, 그리고 토먼트 까지 나오는 이 마당에 폴아웃1,2의 ee버전을 기대한다. 물론 기대해도 안나올 것 같다. 아마 폴아웃5가 더 먼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폴아웃4에서 실망이 좀 컸다보니 후속작에 대한 기대 보다는 폴아웃2 EE를 더 기다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폴아웃2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고전게임의 가치란 시대를 넘어선 재미다. 그래픽이나 인터페이스는 다소 투박해도 요즘에도 어필할 수 있어야 명작 반열에 든 고전게임이라 할 수 있다. 폴아웃2는 그런 의미에서 명작이다. 어렸을 적 안타깝게도 폴아웃2를 플레이할 기회가 없었다. 추억보정이 전혀 없었음에도 우연히 접한 폴아웃2는 깊은 인상을 남겼고 폴아웃3 등을 잇따라 즐기는 계기가 됐다.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불친절한 진행방식은 고전게임 특유의 높은 진입장벽이다. 발더스게이트도 그렇고 폴아웃도 그렇고 최종보스는 어찌보면 플레이어의 진정한 적이 아니다. 첫 챕터의 기블링, 거대 개미같은 잡몹이 최대 고비이자 최강의 적이다. 튜토리얼 도입이나 적절한 동료 NPC 배치 등과 같이 초보자를 배려한 장치를 통해 이 첫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개선판' 이 나와 보다 많은 게이머들이 폴아웃 시리즈를 처음부터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폴아웃3의 성공 덕분에 많은 게이머가 폴아웃이란 타이틀이 어떤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설명하지는 않겠다. 폴아웃2의 스토리만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주인공은 도시와 동떨어진 부족민이고 가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무지로 모험을 떠나야만 한다. G.E.C.K이라는 도구가 그 해결책인데 이를 찾기 위한 첫번째 실마리는 도시와 부족을 연결해주는 상인 '빅'으로 이 사람을 찾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최강의 적을 무찌른 용사여 PipBoy를 장착하세요
초반 시험의 사원 부분은 어떻게 포장할 수가 없다. 폴아웃2를 즐기기로 한 게이머라면 이 파트는 두주먹 꽉쥐고 거대개미와 거대전갈 무리를 돌파하고 최종 문지기를 쓰러트려야만 한다. 튜토리얼의 구성은 나쁘지 않다. 게임 내에서 겪게 될 대부분의 상황을 다루고 있다. 전투, 아이템 루팅, 아이템 사용, 함정, 잠긴 문 따기, 은신 등등 엔딩까지 유용하게 써먹을 기술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튜토리얼 보스인 문지기도 플레이어 능력에 맞게 정석대로 싸워서 이길 수도 있고 말로 설득할 수도 있고 열쇠만 슬쩍 훔쳐서 빠져나갈 수 있다.
문제는 튜토리얼이라고 만들었는데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데다가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스킬 사용, 이동, 전투, 아이템 사용 등등 모든 조작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발더스게이트에 비해서도 불편한 편이다. 한 타일이 6각형이라서 모니터 기준으로 아래위로 직선으로 움직일 수 없고 좌우 지그재그로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붉은색 6각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어찌어찌해서 시험을 통과하게 되면 주인공은 '선택받은 자'가 되어 부족 대대로 내려온 볼트수트와 핍보이가 주어지고, 부족을 구원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마을에서 간단한(?) 퀘스트를 처리하며 게임 분위기를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원한다면 바로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도 무방하다.
순서? 서순?
폴아웃2에는 순서가 없다. 방대한 분량의 게임이지만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수십분만에 엔딩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스피드런 영상도 있으니 관심이 있는 독자는 링크를 확인하기 바란다. A깨기 전에 B를 깨야하고 그다음에는 C를 깨는 식으로 시스템에서 제한하지 않는다. 위치나 방법만 알면 바로 C로 직행해도 무방한 구조다. 물론 공략을 아는 사람이 아닌 이상 A,B를 클리어하면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C를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순서를 지키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폴아웃2의 매력이다. 모험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어려운 퀘스트를 어쩌다 깨버리거나 매우 중요한 정보를 뜬금없이 획득하는 우연을 경험해볼 수도 있다.
게임 초반부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 첫번째 메인퀘스트로 상인 '빅'을 찾아나서게 되는데 요즘 게임이야 맵마커가 있지만 폴아웃2에서는 그런거 없고 '빅'이 사는 마을 위치만 알고 있다. 마을에 가보면 뭐라도 떠야 하건만 마을 게시판 하나 있고 평범해보이는 NPC들만 한가롭게 돌아다닌다. 현실에서 사람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초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여기저기 물어보면서 다닐 수밖에 없다. 폴아웃2도 마찬가지다. 어찌보면 무식해보일 수 있는 탐문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NPC에게 말을 걸어보기 전까지는 이름도 알 수 없고 이 녀석이 중요한 인물인지 아닌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
'빅이다.' 찾다보면 노예상인에게 감금되어 있는 빅을 발견할 수 있다.
묻고 또 묻다보면 어떤 이는 퀘스트를 주고 어떤 이는 지 하소연이나 하고 어떤 이는 부분적인 정보만 던져준다. '빅'을 정말 지금 꼭 찾고자 하는 플레이어라면 계속해서 들고파다보면 정보의 조각이 맞춰지고 현재 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예전의 나는 바로 메인스토리에 뛰어드는 것에 일종의 거부감이 있었기에 어떤 NPC가 덴이라는 그럴싸한 도시가 주변에 있다고 얘기해줬을 때 메인퀘스트는 뒤로 미뤄두고 그 길로 덴을 향해 떠났다. 그런데 이게 왠걸 그렇게 찾고 찾던 '빅'이 덴에서 유명한 노예상인 녀석에게 붙잡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래대로라면 첫번째 지역에서 충분히 조사를 한 후에야 '빅'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딱히 그런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내키는대로 행동해도 큰 문제는 없다.
플레이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형식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고 짬짬히 즐기는데 실마리도 없고 뭘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마냥 흥미로울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딱 잘라서 추천하지 않는다.
RPG 자체가 긴 호흡을 가지고 플레이 해야한다고 하지만 요즘 게임은 플레이어가 플레이 타임을 나누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퀘스트 3개만 깨고 끝내야지', '이 퀘스트는 여기 부분 까지만 클리어하고 나머지는 내일해야지' 퀘스트가 언제쯤 끝날지, 어느 정도 걸릴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쁜 사람도 틈틈히 RPG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폴아웃2는 내가 지금 퀘스트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아니 퀘스트하고 관련이 있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확신이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현실 시간에 쫓기게 되면 이 과정이 너무나 괴롭다. 실컷 어려운 전투나 대화문을 뚫고 왔는데 엉뚱한 퀘스트의 일부분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시간이 많은 사람이야 이 부분에서 폴아웃의 현실감이 높다든가 모험하는 재미를 살렸다는 식으로 호평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라면 분노하며 게임을 삭제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게임은 불친절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문을 제대로 읽고 천천히 플레이 한다면 플레이어가 잘못된 길에 들어서는 일이 없도록 게임이 치밀하게 짜여있다.
보스 무슨 일을 할까요
어찌어찌 노예상인에게서 빅을 구해내면 첫 동료를 맞이할 수 있다. (어쩐지 누군가를 빠트리고 온 기분이 든다.) 동료는 모험에서의 허전함을 채워준다. 거친 황무지의 삶을 거치면서 얻은 귀중한 물품(쓰레기)을 대신 들어주고, 자물쇠 따기나 훔치기 같은 더러운 짓도 흔쾌히 대신 해줘서 주인공은 고고한 모험가로 남을 수 있다. 심심할 때 쯤이면 깨알 같이 자기 스토리를 풀어내기도 하고 황무지에서 자신이 아는 사람이나 지역과는 상호작용도 보여준다.
심장병이 있는 할배를 동료로 삼아 황무지로 끌고나올 수 있다.
폴아웃2에는 다양하고 개성있는 동료가 등장한다. 잘하는 것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다. 인간 외의 존재도 동료로 맞이할 수 있다. 요즘 게임처럼 동료 관련 퀘스트가 쭉 이어져서 볼륨의 한 축을 담당하지는 않지만 배경스토리는 알 수 있을 정도는 인게임에 구현되어 있다. 사족을 없애고 동료로부터 뽑아 먹을 수 있는 매력만 바로 취하는 간결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렇게 매력적인 동료지만 사람을 분노하게 만들 때가 있다. 짐도 들어주고 각종 기술로 모험도 도와주는데 도대체 뭐가 불만이란 말인가. 모험 도중 서로의 목숨을 의지해야 하는 전투의 순간, 동료는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전투 때는 동료를 조작할 수 없고 AI만 미리 설정할 수 있어서 전투 때는 해당 AI에 따라 행동 한다. 물론 세부 행동지침을 통해 전투시 행동을 좀 더 세세하게 정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스스로 컨트롤 하는 것보다는 못마땅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주 억지로 좋게 보자면 타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제작자의 의도라 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수동 컨트롤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했을까는 의문이다. 턴제 전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동/자동 컨트롤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만약 EE가 나온다면 이 부분을 손봐주면 좋겠다.
동료가 아군을 쏴서 육편을 내거나 멋대로 돌격해서 죽어버리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도 하지만 폴아웃2에서의 전투는 많은 전략을 요구하는 편은 아니라서 동료AI로 인한 답답한 상황은 생각보다 덜 나온다. 다만 후속작에서는 동료가 절대로 죽지 않고 기절만 하는 형식이라 전투가 종료되면 다시 벌떡 일어나지만 폴아웃2는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세계관상 '부활' 같은 스펠이 없기 때문에 동료가 죽으면 로드신공을 발휘해야하는 것은 귀찮은 부분이다.
전략을 요구하는 편이 아니라고 해서 전투에 깊이가 없다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우리 쪽이 우세인지 열세인지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고 대화나 다른 방법을 통해 불리한 전투는 피하는 식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를 아주 전략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마음먹고 준비한 후에 다시 돌아와 제대로 된 전투를 맛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폴아웃2의 매력이다.
창하나 꼬나쥐고 있는 상황에서 중무장한 노예상인들에게 달려들거나 딱총 하나 믿고 공권력(?)에 대항하는 상황을 굳이 만들려고 한다면 만들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우회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기 때문에 빡빡한 전투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동료들의 움직임도 대부분 용인 가능한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심지어 AI가 그렇게 나쁜 편도 아니다.
자! 이제 캐릭터를 만들어보자
보통 게임 리뷰의 경우 캐릭터 생성부터 다루는 것이 게임플레이 흐름과 맞지만 폴아웃2는 좀 다를 것 같다. 어느 정도 게임이 진행된 시점에서 왠지 갑자기 다른 캐릭터 컨셉으로 플레이 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것이다. 전갈한테 얻어터진게 너무 억울해서, 총은 없고 맨날 창만 쥐고 있어서 근접에 몰빵해볼 수도 있다. 도저히 열 수 없어 지나쳤던 상자, 금고, 문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우연히 얻은 라이플이 너무 좋은데 지금 캐릭터가 그쪽으로는 영 잼병이라 제대로 써먹지 못할 수도 있다.
도시에서의 강함과 황무지에서의 강함은 다르므로 취향껏 만들면 된다
처음 캐릭터 생성할 때야 어떤 능력치가 필요한지 무엇이 나랑 성향이 맞을지 몰라 대충 만들었는데 어렵게 어렵게 플레이 하다보면 원하는 플레이방식과 캐릭터 컨셉이 떠오르거나 아니면 그대로 게임을 삭제하고픈 분노가생길 것이다. 어느 쪽이건 플레이 도중 아쉬움이 생긴다면 그 시점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캐릭터를 다시 만들어보길 바란다.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딱히 명확한 컨셉이 없는 플레이어에게 추천하는 캐릭터 빌드가 있다. 지능을 최대한 낮추고 전투관련 능력치에 몰빵하는 것이다. 지능이 낮아서 상황을 헤쳐나가지 못할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이런 캐릭터는 초심자용이다. 할줄아는 말이라고는 '어허?' '엉~' '아~' 정도로 멍청하지만 주인공 보정을 제대로 받아서(엄청난 행운 또는 게임적허용) 복잡한 퀘스트도 단박에 풀려버리거나 위기상황을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초보가 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초반 전투인만큼 모자란 지능을 전투력에 투자했기 때문에 초반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대화문에서도 깨알같은 유머가 많기 때문에 대화문 관련 재미도 포기할 필요없이 오히려 새로운 재미를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성(trait)은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주거나 능력자체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주변 적들이 죽을 때 가장 잔인한 모습으로(피가 튀고 살이 터져나가는) 죽도록 하는 특성도 있다. 민첩성에 1을 더해주지만 짐을 많이 들 수 없다든지 하는 식으로 캐릭터에 확실한 개성을 부여한다.
스킬, 능력치도 꽤나 빡빡하게 짜여져 있어 덮어 놓고 높게 투자하기는 어렵다.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함을 지나치게 뽐내는 먼치킨 캐릭터를 만들 수 없다. 물론 게임 내에서 퀘스트, 대화, 아이템 등을 통해서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는 여지도 열어두었다. 하지만 게임이 방대하다보니 엔딩 보기에 급급한 1회차 플레이에서는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능력치 상승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초기설정하는 일도 어렵다.
매3레벨 마다 주어지는 perk는 폴아웃을 즐겨본 적 없는 게이머도 들어봤을 것이다. 일종의 특전으로 스킬, 능력치 외에 부가적으로 주어지는 특수능력이나 혜택으로 생각하면 된다. 유머러스한 그림과 함께 내용 설명이 되어 있는데 하나하나가 다 매력적이라서 한번씩 다 찍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다만 Perk도 레벨만 되면 원하는 perk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 스킬과 능력치에 맞는 perk만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perk도 주인공 캐릭터를 강화시킬 수는 있어도 모든 분야에 특출난 캐릭터로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캐릭터 설정에서 적절한 어려움과 부족함을 잘 구현해냈다는 점이 전체적인 게임성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세계를 구한 '선택받은 자'
스토리와 그 전개 방식에 억지가 없는 점도 매력적이다. 작중 주인공 명칭은 '선택받은 자'다. (물론 주인공과 고향마을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얘기다)
전 세계를 구하도록 '선택'받은 것이 아니라 자기 부족의 가뭄문제를 해결하도록 선택 받은 주인공이 마지막 엔딩에서는 어떻든 세계 운명에 영향을 끼친다. a라는 처음 목표에서 보다 원대한 B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보통은 플레이어 입장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있지만 폴아웃2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선 플레이어부터 작은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더 큰 모험을 떠나고 싶어진다. 초반 목표를 해결하기 위해 황무지를 모험하다 보면 이 방대한 세계를 더 탐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빨리 G.E.C.K을 찾아서 잔소리 없이 편히 즐겨야지'
(가뭄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부족 장로가 일종의 텔레파시로 주인공의 꿈에 나타나 계속 압박한다. '목말라~ 우리마을은 죽어가고 있어~')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한다. 스포일러가 있다보니 다룰 수는 없지만 플레이하다보면 가뭄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려야 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다보니, 어쩌다 보니 주인공이 세계운명을 결정짓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의의 용사이고 희생과 헌신에 관심이 많아 처음부터 세계를 구하겠다며 모험을 떠난 것이었다면 오히려 유치한 소설에서나 볼법한 스토리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발더스게이트도 그렇고 폴아웃도 그렇고 처음 시작은 미약하나(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도 껴줘야겠다.) 엔딩은 장대한데 더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는 점이다.
큰 줄기의 퀘스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반 퀘스트에서도 플레이어에게 나름의 이유를 제공한다. 여느 양산형 게임처럼 '경험치와 보상을 줄테니 이거 해다오'가 아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뜸 중요한 일을 부탁하지도 않는다. 그냥 시스템에서 하라고 하니까 퀘스트를 하는 것이 아니다. NPC와 대화하다보면 이 퀘스트를 해내야 하는 이유를 들을 수 있다. 동정심이 일든, G.E.C.K을 위한 정보를 위해서건, 미심쩍지만 혹할만한 엄청난 기회를 위해서건, NPC들이 계속해서 주인공을 자기뜻대로 움직이려고 유혹(?)한다.
굳이 한번은 꼭 플레이 해봐야 할 게임
원래는 단점을 다루려고 했는데 불편한 인터페이스 말고는 딱히 없다고 생각한다. 한글 폰트도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못마땅하고 그래픽도 요즘 게임이 아니라 어색하다. 쓰고 보니 자세히 다뤄야할 것들 같지만 가격이 크게 비싼 게임도 아니고 그냥 사서 한번 플레이해보면 어떤 것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기존 버전의 버그와 제작일정 문제로 구현되지 못한 콘텐츠 문제는 RP(Restoration Project)버전을 다운 받아 해결할 수 있다.
비록 연휴가 많았던 5월은 다 지나갔지만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라면 긴 호흡을 가지고 마음의 여유와 함게 폴아웃2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불편함과 어색함을 이겨내고 이 게임을 꿋꿋히 즐겼다면 앞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의 폭도 넓어지고 그만큼 명작을 접할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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