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로드 배틀크라이 3(warlords battle cry III) 혼자만 하세요
우와와아아!! 또 고전게임이다!!
언제부터 됐다고 멀티플레이 타령이야 우리 때는(이하 생략)
개인적으로 RTS장르는 스타크래프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실시간 전략(RTS: Real Time Strategy) 장르에서 나름의 의의를 가진 게임 타이틀은 많지만(쥬라기 원시전I 최고!) 국내에 이만큼 인기를 끌고 영향을 끼친 타이틀은 없었다.
스타크래프트가 끼친 영향에 대해 설명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기에 RTS라는 장르에 준 영향에 대해서만 살펴보고자 한다.
스타크래프트 이전에는 시기적으로도 상대와 대전하고 협력하는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기 전이었다. 물론 전화선 연결해서 거친 모뎀 연결음 후에 상대방과 모뎀플레이(모플)를 즐길 수도 있었지만 단언컨데 일반적인 콘텐츠는 아니었다.
어렵게 어렵게 상대를 잡아서 정해진 시간에 모뎀플레이 연결 신호음을 보냈는데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고 수화기를 들어버렸을 때나 집에 전화가 왔을 때 모든 걸 다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제작사들도 딱히 멀티플레이에 공을 들이지 않고 주로 스토리모드 혹은 캠페인에 집중했다. 스테이지 구성은 어떻게 할까, 어떤 유닛의 해금을 언제 풀까, 스토리는 어떻게 할까에 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나 싶다. 자연히 밸런스에 대한 문제는 소홀하게 다뤄졌다. 안맞으면 안맞는대로 맞으면 맞는대로 어차피 혼자 플레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터넷환경이 점점 발달하고 멀티플레이가 대중화 되는 시점에 스타크래프트가 완벽히 시장을 장악하면서 그대로 RTS 게임관까지 수립해버렸다. '(대전이 전제이기 때문에) 게임은 밸런스가 완벽히 맞아야 한다'가 그것이다.
이 기준의 옳고그름을 떠나 결과적으로 이 때가 RTS 인기는 굉장히 커진 시기였지만 스타크래프트(또는 워크래프트3)외 다른 타이틀에 대한 평가는 박해져 이들에게는 꽤나 엄혹한 시기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전략게임은 밸런스 안맞으면 망겜, 스타크래프트 외에는 다 아류작이나 망겜으로 치부되었다. 그렇게 많은 게임들이 주목도 받지 못하고 관심에서 멀어졌다.
혼자한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는 워로드 : 배틀크라이3(WB3)
옛날 게임잡지 번들로 나눠준 배틀크라이2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눈치빠른 이는 이미 알겠지만 WB3는 종족간(심지어 직업간!)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다. 그럼에도 추천하고 싶었기에 포스팅의 상당 부분을 밸런스가 유독 전략시뮬레이션에서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잡은 상황에 대해 다뤘다.
밸런스가 좋은게임의 요건이 될 수는 있어도 재밌는 게임의 절대적요건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본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꼭 말하고 싶다. 모든 액션 게임을 '타격감'이라는 기준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처럼 실시간 전략게임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혼자할건데 종족간 밸런스 좀 안맞으면 어떤가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다. 밸런스가 맞지 않으니 망겜이라는 편견 때문에 아예 플레이조차 안하기에는 이 게임은 가격도 싸고(!) 재미도 있다.
RTS에 RPG를 끼얹으면 되나
WB3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 장르가 합쳐졌다는 점이다. 매 캠페인 진행방식의 큰틀은 건물 건설, 자원관리, 병력생성, 전투 등 RTS의 진행방식을 따르지만 세부적으로는 경험치, 아이템, 스킬, 마법, 직업 등이 다음 캠페인으로 이어져 영웅과 유닛의 육성 개념이 들어간다.
이는 매 판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반적인 RTS와 구별되는 가장 큰 점이다. 플레이어는 16가지에 이르는 종족과 29가지의 직업을 조합하는 것을 시작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힘, 민첩, 지능, 카리스마로 이뤄진 능력치는 직업과 종족의 조합에 의해 초기설정은 자동으로 되고, 이후 레벨업을 통해 플레이어에 입맛에 맞게 육성해 나갈 수 있다.
직업은 크게 전투와 보조 계열로 나눌 수 있다. 직접적으로 전투에 도움이 되는 스킬과 마법으로 무장하여 영웅 스스로 전장을 휩쓸 수도 있고 유닛운용이나 자원관리에 강점이 있는 영웅을 선택해서 큰 흐름을 관리할 수도 있다.
라고는 하지만 영웅을 한번 선택하면 엔딩을 볼 때까지 쭉 한 영웅만 플레이 해야 하다보니 보조 계열보다는 전투계열 쪽이 더 흥미롭다. 아이템을 하나 획득해도 효과를 체감하기 더 쉽고 레벨업을 했을 때도 영웅이 강해진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 유닛의 크기가 작고 마우스 포인터는 상대적으로 커서 스타크래프트에 비해 개별 유닛 컨트롤이 다소 불편한 감이 있는데 보조계열 영웅이 전투에 휩쓸려 순삭 당할 때마다 분노와 함께 게임에 대한 재미도 팍팍 감소하게 된다.
리뷰를 위해 크게 나눴지만 직업이 세세하게 나뉘어져 있어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 한 직업이 다룰 수 있는 스킬과 마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마법캐스팅 계열이나 물리전투계열이라 하더라도 플레이 방식이 달라진다. 또한 종족별 다룰 수 있는 스킬과 마법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직업이라 하더라도 게임 후반부 플레이 방식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직업과 종족 선택에 대한 고민을 위한 정보는 WB3위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이템은 파밍이라는 개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마법캐스팅 계열, 전사계열, 암살자 계열 영웅에 어울리는 아이템이 따로 있으며 캠페인 보상이나 게임 내의 퀘스트, 상대영웅, 필드에서 획득할 수 있다. 일반아이템에서부터 극강의 능력치를 가진 아이템 간 차이가 상당하고 무려 세트 아이템도 존재하기 때문에 아이템을 맞춰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니가 RPG는 아니지?
WB3의 큰 틀인 RTS측면은 다소 실망스럽다. 동맹을 맺은 다른 종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의 폭이 넓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일단 종족을 선택하고 게임에 임하게 되면 전략의 다양성이랄 것이 없다.
일단 전투를 전략적으로 만들 요소는 다 준비되어있다. 데미지타입, 저항, 방어력, 약점 및 강점, combat능력치 도입을 통해 전투가 데미지와 체력 일변도로 흐르지 않고 상성관계를 고려해서 다양한 유닛을 활용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구현된 게임요소가 게임 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이유 중 첫번째는 수준 낮은 AI다. 게임에서 승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장 강한 유닛을 가장 빨리 뽑는 것 뿐이다. 내 빌드에 대응해서 유닛을 만들것은 기대하지도 않지만 매 캠페인마다라도 상대AI가 다른 컨셉으로 테크트리를 탔더라면 캠페인마다 다른 유닛을 활용할 여지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캠페인마다 상대하는 종족이 달라진다고 해도 내 테크트리나 유닛활용은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AI가 병력을 한번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찔끔찔금 보내면서 광산만 뺏어가는 식의 수비적인 플레이만 하다보니 딱히 다양한 유닛을 활용하고 상성에 따른 수싸움을 할 필요성이 없다.
그 다음은 영웅의 강력함이다. 초반에는 영웅이 개별 유닛에 비해 월등히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레벨업도 그럭저럭하고 아이템도 갖추는 중후반부터는 전투계열의 영웅이라면 말그대로 무쌍을 찍는다. 다행히 마법캐스팅 계열은 이런 우려 때문인지 마나가 0인 상태로 시작하고 마나 재생률도 게임 내에서 테크트리를 통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느린 편이라 초반부터 무쌍을 찍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물리공격계열 영웅은 초반부터 게임을 터뜨릴 정도로 강력하다. RPG요소로 인해 영웅 레벨이 그대로 이어지는데 상대 영웅의 레벨 스케일링이 플레이어를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션을 영웅과 기본병력만으로도 클리어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슨 테크트리를 복잡하게 타거나 여러 유닛을 활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어떤 방식인지는 해당 링크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말을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은 게임
위 단점들은 게임플레이 시간이 20시간정도 넘어가는 시점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바꿔 말하면 그전에는 굉장히 흥미롭다. 상대 AI 패턴을 완벽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파고들고 즐길 부분이 많다. 그리고 반복플레이를 즐기는 사람은 이후에도 더 긴 시간동안 즐길 수 있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전체 지도 (다양한 퀘스트 및 무한반복 미션이 있다.)
먼저 앞서 간단히 설명했던 combat능력치는 일종의 적중 판정 수치인데 이를 통해 끊임없이 벌어지는 전투에 의외성을 부여하여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Combat수치가 낮으면 아무리 데미지가 높아도 빗맞출 가능성이 있고 combat수치가 높으면 데미지가 낮아도 높은 적중률과 크리티컬 효과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이는 영웅뿐만 아니라 모든 유닛에게 적용되므로 전투가 더욱 박진감 넘친다. 또한 데미지 타입마다 크리티컬 효과가 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유닛 활용의 재미가 배가 된다. 이런 세세한 부분만 봐도 이 게임이 대충 만든 게임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다양한 종족 진영 역시 이 게임의 볼륨을 증가시킨다. 이는 곧 영웅을 배제한다고 하면 선택한 종족에 따라 완전히 다른 플레이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종족에 따라 다양한 유닛이 준비되어 있다. 승리는 어차피 따놓은 당상이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재미를 위해서 다양한 유닛을 활용해보길 권한다. 기초 유닛의 경우 여러 종족이 공유하기도 하지만 각 종족 컨셉에서 어긋나지 않는 수준이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유닛이 종족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어 충분히 매력적이다.
종족마다 개성있는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 어떤 종족은 일반적 RTS와 같이 테크트리를 타고 그에 맞는 유닛을 해당 건물에서 생성하는 반면 어떤 종족은 기본 유닛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하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또한 어떤 종족은 업그레이드 전에는 다른 종족의 유닛을 압도하지만 풀업 상태에서는 업그레이드 효율이 높은 상대 종족의 유닛이 더 강력해 질 만큼 업그레이드 효율과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각 종족은 필요로 하는 자원이 다르다. 상대 종족과 플레이어 종족이 같은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면 초반부터 꽤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게임 후반부 '한타' 이전에는 이렇다할 충돌이 없을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에 비교하면 컨트롤이나 UI는 불편한 편이지만 개별 유닛의 세분화된 '태도'설정을 통해 컨트롤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공격적', '방어적'인 기본 태도에서부터 가드, 겁쟁이, 마법사용 등등 다수의 태도를 지정할 수 있다.
전투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RTS 장르에서 단축키는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축키를 지원하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단축키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많은 게임이 단축키를 지원하지 않고 마우스만을 강제한다. (비교적 최근 게임임에도 단축키가 없는 게임이 허다하다) 다행히 WB3는 이 부분에서는 안심해도 좋다. 마법은 펑션키(F1,F2 등등) 지정이 가능하고 피물약 h, 마나물약 m 등 거의 모든 행동의 단축키가 존재한다.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다른 RTS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고결한 분이라면 한번쯤 외도 아닌 외도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적어도 10시간 이상은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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