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보다 놀리는게 재밌었던..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은 롤이나 도타와 같은 AOS 장르 게임이다. 개인적인 생각에 장르는 재미없게 만들기 어렵다. 장르 자체의 재미가 워낙 크다보니 이상하게도 캐릭터 밸런스가 안맞으면 안맞는대로 재밌고, 벤을 추가한다거나 다른 캐릭터가 추가되면 그런대로 밸런스가 맞는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밌다.  맵만 진영에게 유불리가 없도록 데칼코마니처럼 찍어내고 나면 정말 재밌다.

 

문제는 같은 장르의 게임끼리는 당연히 플레이어에게 주는 재미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히오스는 경쟁에서 롤에게 완벽히 밀렸고 이후부터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으로서 유명세를 탔다. 심하게 말하면 놀림거리로 전락했다.

 

놀림은 사람수가 적어 대기 시간이 길었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블리자드 게임의  매력넘치는 영웅(챔피언 아님) AOS라는 장르에 모았지만 결국 많은 게이머를 끌어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피씨방점유율 2017.5. 2% 내외, 그나마 오버워치 이벤트 효과다)  분식집과는 다르게 고급레스토랑은 음식이 늦게나온다느니 하는 드립이 등장할 정도였다.

 

학교 후문에 차린 고오급레스토랑

 

히오스가 실패했던 이유는 한마디로 말해 입맛을 맞추지 못했던 탓이 크다. AOS FPS 장르의 경우 얼핏보면 팀웍을 위한 팀웍에 의한 팀웍게임인 같지만 막상 플레이어는 팀웍보다는 '캐리' 대표되는 화려한 개인플레이에 크게 열광한다.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개인이 팀에 맞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개인의 이기심에 기반한 '최선의 플레이' 합이 상대팀보다 경우 승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팀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내가 최고가 되는 플레이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같은 팀임에도 불구하고 킬을 먹으면 화를 내고, 블루/레드의 소유를 두고 분쟁하고, 자리에 없는 틈을 (?) 라인을 정리해버리거나 부시에 숨어서 경험치를 훔쳐 먹으면 미칠듯한 히스테릭 핑을 찍는 플레이어를 보면 있는 사실이다. 팀이 패배했음에도 끝까지 자기는 몇킬 했다고 어필하며 팀탓을 하는 플레이어가 많은 것을 보면 있다. ('4 실화냐')  '팀플레이'라는 것을 인지했다면 자기가 킬을 많이 만큼, 자기가 만큼 어쩌면 자신의 플레이가 팀원의 몫을 빼앗거나 팀원이 감당해야할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극단적인 예시로 킬금 메르시는 정말로 '최선' 플레이를 것일까?) 하지만 어찌됐든 팀원에게 나만큼 못하냐며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겐 이겨도 져도 내가 쩔었고 내가 캐리했음은 부인할 없는 사실이다.

 

이들을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이런 장르를 즐기는 게이머 성향을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다.  정말로 승리가 절실한 고티어나 프로게이머가 아닌 이상은 사실 승리보다는 상대를 박살내고 팀원에게 칭송받는 그런 플레이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히오스는 '나만의 승리를' 만들어내는 실패했다. 히오스와 두게임을 모두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해가 깊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속해있는 '골드' 입장에서 롤과 비교되는 히오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공통 초반부터 트라이 가능한 오브젝트가 곳곳에 있기 때문에 라인전보다는 한타 비중이 크다.
  2. 골드개념이 없기 때문에 미니언 막타를 필요가 없다.
  3. 포탑에 탄약제한이 있어 무제한으로 미니언을 정리할 없다.
  4. 경험치를 모두 공유하기 때문에 뺏어먹는다는 개념이 없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정해진 위치에서 상대와 대치하는 라인전의 시간이 짧다. 그저 주변에만 있어도 경험치는 공통으로 들어오므로 굳이 막타를 치려고 얼쩡거리다가 견제딜이 누적되다 솔킬을 따이는 경우도 적고 라인이 밀린다 싶으면 기술을 써서 쉽게 라인 정리가 가능하다. 라인전이 이뤄지는 시간도 짧고, 만들어낼 있는 상대방과의 격차도 적다보니 라인전에서 스노우볼을 굴리려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팀게임으로 흐르게 된다. 경험치 손실을 최소화 하는 선에서 팀원끼리 몰려다니며 쉴새없이 한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히오스의 플레이 흐름이다.

 

반면 롤에서는 일단 팀원 개개인이 먼저 성장하고 강해지는 라인전 비중이 크다. 위에서 말한 히오스의 특징과는 반대이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라인전의 높은 비중을 뒷받침한다고 있다.  롤에서 가장 즐거울 때는 같은 라인에 상대를 압도해서 자신이 다른 플레이어에 비해 크게 강해졌을 때라고 생각한다. 뒤늦게 합류한 상대 정글러와 라인 상대방 둘을 상대로 2:1임에도 완벽히 '발라'주었을 전체 채팅으로 'X밥들..'이라고 냉소를 날려줄 때가 아닌가 싶다. 게임은 분명 팀게임이지만 라인에 있는 동안 만큼은 개인전과 다름없다. 정글러 개입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팀게임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되려 킬이나 미니언을 훔쳐 먹기라도 하면 성장에 방해만 되는 존재일 뿐이다. 팀승리와는 별도로 '나만의 승리'라는 개념이 있다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히오스에는 없는 강점이다.

 

히오스 2.0 정말 '2' 자격이 있는가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숫자가 어디 있겠냐만은 숫자 2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아니더라도 게임에서는 속편 내지는 대규모 패치라는 의미로서 어찌보면 1보다 기대를 갖게 만든다. 더군다나 게임 출시를 의미하는 '1' 성공을 이뤘거나 말도 안되는 실패를 겪은 경우에는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 갖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추가된 것은 , 스킨, 전리품상자 정도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기대했던 스왑 시스템 추가, 밸런스 수정 등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이머 사이에서도 찬반논란이 있지만 히오스가 소위 말하는 '공산당게임' 되는 일조한 경험치 공유 시스템 수정과 관련해서도 어떠한 고려나 언급도 없었다.(롤과 차별점을 둔다는 점에서 수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다행인 점이다.) 따지고 보면 대단하게 변한 것도 없는데 마치 엄청난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마냥 2.0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블리자드 유명 게임에서 시공의 폭풍으로 끌려온 영웅으로 이뤄진 게임인 만큼 롤에 비해서 든든한 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하기 조차 민망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분석과 반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고작 스킨 따위로 플레이어를 끌어 모을 있다고 생각한 착각이다. (물론 나는 플레이 한다. 이제는 열심히만 하면 스킨을 모을 있다. 가끔 내가 원하는 스킨이 뜨면 그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계속 히오스를 즐겨왔던 게이머라면 모를까 출시 초반에 잠깐 접해보고 접었던 플레이어라면 딱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뭔가 변한 같은 기분이 것이다. 심지어 예전에 비해 훨씬 재밌다.

 

누구도 시공의 폭풍을 벗어날 없다

 

출시 이후 그간 히오스에서는 무수히 많은 납치가 이루어졌다. 아마 이것이 가장 변화가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오버워치 영웅까지 시공의 폭풍으로 납치해오기 시작했다. 결과 출시 직후에 비하면 굉장히 다양한 영웅을 만날 있고 한번씩만 플레이해도 꽤나 시간을 즐길 있다.

 

다른 게임에서 만났거나 플레이해봤던 수많은 영웅들을 히오스 관점으로 재해석해서 플레이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친구끼리 서로 쌍욕하면서 진지하게 플레이 하기에는 롤에 비해 아직 무게감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가 '원래 알고 있던' 영웅을 친구와 함께 가볍게 플레이 해보는 즐거움은 충분히 만끽할 있다.

 

또한 영웅의 종류가 늘어나다보니 시스템의 틀은 바꾸지 않고도 히오스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부분들이 다소 완화되었다.

 

첫번째로, 이제는 꽤나 많은 영웅이 어느 정도 게임을 캐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많은 영웅의 다양한 스킬과 스킬 퀘스트 시스템이 결합하여 플레이어 개인의 실력에 따라 상대를 압도하는 성장이 가능하다. 스킬 퀘스트 시스템이란 레벨업이나 특성 외에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스킬이 강화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주로 ' 영웅 적중 공격력(또는 지속시간) X 만큼 강화', '해당 스킬로 처치시 스킬 강화' 같은 식이다. 스킬 퀘스트는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 달성해나가기 때문에 레벨과는 별도로 개인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말은 즉슨 영웅을 잘만 키우면 1:1 넘어 1:1.5까지도 압도할 있는 여지가 생겼다. (고기 모은 도살자는 골드 티어 한정 최상의 포식자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라면 먹으면서 대충 플레이 해서는 퀘스트 달성이 어려워 필요한 때에 0.5인분 밖에 하지 못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골드 티어에서는 망캐의 전형으로 불리는 '대류' 캘타스다. 일단 퀘스트 달성만 하면 상대방을 노릇노릇 구워줄 있지만 퀘스트 진행중에 사망할 경우 여태까지 쌓았던 퀘스트 스택이 초기화 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에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게 되어 퀘스트 완료가 어렵다.

 

둘째는 영웅 밸런스 천편일률적인 조합이 개선되었다. 한마디로 예전에는 영웅의 수가 적어 가위바위보가 아닌 바위보만 있는 경우와 같았다. 바위는 보를 절대로 이길 없기 때문에 심심풀이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위를 선택할 일이 없었다. 이제는 가위가 추가되어 각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고 있다. 물론 여전히 영웅별 티어 논란이 계속 되고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나름 카운터 픽도 가능하고 실험적인 조합도 시도해볼 있게 되었다.

AOS 앞서 말했다시피 사실 재미없기가 힘들다. 영웅만 만들어 내면 어느 정도 재미를 뽑아낼 있다. 수많은 영웅을 시공의 폭풍으로 밀어 넣은 결과 이제서야 비로소 AOS 걸맞은 진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안돼

 

상대와 격차가 경우 ' 죽었다 깨도 안돼'라는 말을 한다. 히오스는 앞으로도(3.0, 4.0 되어도) 롤이 죽었다가 그대로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인기를 따라잡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가 게임의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대다수의 취향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기에 시험삼아 플레이 해봤을 의외로 자신의 취향에 맞아 떨어질 있다.

 

개인적으로 롤은 경우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기나긴 라인전, 늘어지는 플레이타임은 이기고 있는 경우에도 고역이지만 지고 있을 때는 정말 괴롭다. 특히 라인전을 지고 있을 때는 항복도 부결되기 일쑤고 10분내내 털리기만 하다가 상대방과 같은 팀원의 조롱을 받으며 게임이 그대로 터질 때는 도대체 이걸 왜하고 있나 하는 허무함과 분노가 밀려왔다. 그래서 분풀이라도 하듯 이겼을 경우에는 게임을 자체로 즐기기보다는 모두까기 인형이 되어 상대를(적이건 같은 팀이건) 모욕하기 바빴던 같다.

 

그런 나에게 히오스는 롤의 훌륭한 대안이었다. 크고 작은 오브젝트를 두고 끊임없이 벌어지는 화끈한 한타(막판 한타에 게임이 순식간에 뒤집히는 수련회 메타는 조금 수정되면 좋겠다.), 20 내외의 짧은 플레이 타임, 평타로 깔짝 거릴 필요없이 구조물과 미니언을 각종 스킬로 빨리빨리 정리하는 플레이 방식 모두 마음에 들었다.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의 매력적인 영웅을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할 있었던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히오스가 죽었다 깨어나도 안된다는 것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놀리는 것도 승부가 팽팽할 때에나 재미있지 이미 승부가 상황에서 패배한 상대를 계속 놀리는 것은 재미가 없다. 이제는 놀리는 것을 멈추고 혹시 시공의 폭풍이 찾아왔을 순순히 몸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자신의 취향에 맞아 재미있다면 부끄러워하지않고 당당히 즐기는 게이머가 많아지길 바란다.(순순히 인정해)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