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도대체 왜... 이제와서???

엑스컴... 이름만 들어도 떨리는 게이머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90년대 출시된 고전게임이다. 이 때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출시된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도 어느덧 고전게임(?)이 되어버린 지금, 엑스컴2까지 출시된 이 시점에 확장팩인 에너미 위드인도 아닌 에너미 언노운 리뷰라니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지만, 원래 고전은 시간이 흘러도 고전의 맛이 있는 법, 이번 포스팅에서 오래 묵히고 묵혀뒀던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삼국지 영걸전보다 어려울지도 모른다

간단하다. 게임의 스토리는 굉장히 간단하다. 어느날 갑자기 외계인의 침공이 시작되었고, 국가 개별적으로는 대항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각국의 지도자들이 모여 엑스컴이라는 초국가적 군사단체를 조직해서 외계인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으로, 플레이어는 바로 이 단체의 사령관(꺼맨더)이다. 심플한 스토리에서 바로 알 수 있겠지만 엑스컴에는 뭐 복잡한 음모나 얽히고 섥힌 그런 설정 따위 없이 인류 승리의 그날까지 계속 외계인을 족치면 된다. 말만 들어선 앞뒤 안가리고 외계인을 썰어대면 될 것 같지만 이를 기대하고 구매했다간 큰 후회를 할 것이다.  라이트 유저를 위해 기존 시리즈의 매니악한 요소를 줄였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하드코어 유저의 입장에서나 그런 것일 뿐, 미리 말해두겠지만 복잡함을 싫어하고 탈탈 터는 호쾌한 전투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본인 혈압을 위해서라도 부디 엑스컴에는 손대지 않길 바란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강력한 적, 순삭되는 분대원, 여기에 더 해 한번 저승으로 떠나간 님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시스템까지... 이런 요소들이 모이고 모여 플레이어를 괴롭힐 것이다.

 

엑스컴을 플레이하다보면 본인이 실제 경영자나 사령관이라면 겪을 법한 선택의 딜레마에 맞딱드리게 된다.  어려운 전투를 이겨내려면 사령관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든든한 분대원의 존재는 필수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의 고민이 깊어진다. 몇몇 에이스를 선발해서 정예요원으로 키우자니 엑스컴의 특성상 아무리 공들여 키웠다 하더라도 전투상황이 조금만 꼬여도 몽땅 전멸해버리기 쉬운데다 다시 살려내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엑스컴 사령부에는 신병들만 우글거려 게임자체가 폭삭 망해버릴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예를 키워나가면서도 틈틈히 신병을 육성해야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의 초반이라면 모를까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전투의 난이도가 높아져 좀처럼 신병이 활약하기 힘든데다 분대에서 신병의 비율이 높을 경우 자칫 임무까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삼국지 조조전에서라면 '좌절감의 사나이' 조홍을 그냥 버리면 그만일테지만 엑스컴의 경우에는 조홍을 버릴 수도 그렇다고 마냥 키우기도 힘든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엑스컴의 전투에서는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바둑을 두듯 한 수 한 수 조심스럽게 행동을 취해야 한다.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어 전투 시작부터 어느 정도 진형이 정해지는 대부분의 다른 게임과는 달리 엑스컴에서는 시야 밖의 적이 어디에 있을지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적의 배치에 따라 진형의 전후가 자주 바뀔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탱커를(한방에 죽지는 않고 두방 정도에 죽는 그나마 튼튼한 병사...) 어디에 배치하고 딜러를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를 고려하며 매 턴마다 조심스레 움직여야 한다.

한방향으로 여러무리의 적과 인카운터 뜨는 것은 분대원 한 둘의 희생으로 어찌어찌 이겨낸다고 쳐도 좌우, 전후에서 적이 나타나게 되면 엄폐물을 활용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쏟아지는 외계인의 포화 속에서 허무하게 대원들을 잃을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마냥 엄폐물에 기대어 적이 튀어나올 때까지 대기를 할 수도 없는 것이, 적AI도 엄폐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우리 분대원의 엄폐를 무력화 시키는 스킬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미션 목표 자체가 마냥 기다려서는 안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구출 미션 & 중화기 사용각

 

화력이 제한되어 있는 것도 플레이어의 전략적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중화기를 비롯한 각종 보조 아이템의 전투당 사용 횟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사용했다간 정작 전투 후반부에 수류탄 하나가 아쉬울 때 딱총이나 갈기고 있는 대원을 보게 될 것이다.

분대원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장착하는 장비의 제약도 화력을 제한하는 한 요소다. 물론 시스템적으로는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직업게 관계없이 모두에게 수류탄을 쥐어주고 여기저기 불바다로 만들 수 있겠지만, 외계인 생포도 해야하고, 치료도 해야하고, 몸빵도 해야하고, 명중률을 높여 저격도 해야하는 등, 분대원들이 각자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비해 아이템슬롯은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화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엑스컴에서는 전투가 끝나고 일종의 정산을 하는데, 적의 UFO를 격추시키고 나서 벌어지는 전투에서는 UFO의 부품을 회수하여 매각하거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훼손되지 않은 부품의 경우 더욱 높은 값에 매각이 가능하므로 UFO안에서는 아무래도 화력이 강한 무기를 쓰는 데 조심스러워진다. 위기에 처한 에이스를 구해내기 위해서라면 부품이고 뭐고 바로 중화기나 수류탄을 활용하여 전방의 적을 몰살 시키겠지만 언제든 충원이 가능한 신병이라면 죽든가 말든가 확률의 신의 가호를 빌며 그냥 총으로 상대하며  부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화력을 적절하게 조절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특기가 뭐라고?

엑스컴 대원들의 역할을 구분짓는 병과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엑스컴에는 돌격병, 지원병, 중화기병, 저격병의 기본적인 병과에 더해 내정을 잘 꾸려나가다보면 로봇(우리가 기대하는 거대 이족보행 로봇은 아니다)과 사이오닉 병사가 추가된다.

 

돌격병은 말그대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시야를 밝히면서 필요할 때는 적의 엄폐물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적의 이동을 강제하거나 높은 기동력을 바탕으로 적의 측면을 우회 공격하는 근접전 위주의 병과이다. 이동과 공격에 도움을 주는 스킬이 주를 이룬다. 분대의 제 일선에서 적과 근접전투를 벌이면서 너덜너덜해진 외계인 생포에도 자주 활용된다.

딱히 탱킹의 개념이 없는 엑스컴으 ㅣ특성상 부상과 사망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 플레이어 입장에선 마음 아픈 일이겠지만 종종 다른 대원을 위해 희생시켜야 할 일이 있으므로 평소에 신병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돌격병은  다른 병과에 비해 계급이 낮으면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고 또 자주 죽다보니 성장시키는 일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계급이 좀 있는 돌격병은 희생시키지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지원병은 아이템과 스킬을 바탕으로 다른 대원의 전투를 지원하는 병과다. 부상당했거나 중독된 분대원을 치료하고 적진을 향해 뛰어나가는 돌격병을 따뜻하게 감싸줄 연막탄도 쏴줄 뿐 아니라, 이동 관련 스킬을 찍을 경우 여차하면 돌격병과 함께 적의 엄폐를 우회하여 공격을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돌격병과 마찬가지로 적에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육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지원병은 요구되는 역할이 많기 때문에 전투 시작전 어떤 보조아이템을 장착할지 결정해야한다. 지원병을 너무 의무병쪽으로만 생각해서 치료약만 들려줄 필요는 없으며, 말그대로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병과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길 바란다.

 

저격병은 굳이 많이 움직이지 않고 안전한 포지션에서 적의 빈틈을 공격하는 병과다. 기본적으로 명중률이 높아 엄폐에 기댄 적을 잘 맞추기도 하지만 돌격병이 시야를 밝히고 적의 엄폐를 무력화시켜주는 등 기회를 만들어주면 그야말로 발군의 성능을 보여준다.  안전한 곳에서 킬수를 많이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생존과 승진에 유리하다. 조금만 조심하면 거의 죽지 않으므로 소수 정예로 육성해볼 법하다. 이동 후 공격이 불가능(스킬로 해결 가능)하고 근접명중률에 페널티가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에 강하다고 해서 분대에 여러명을 우겨 넣을 경우 엑스컴 사령부는 영영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중화기병도 뛸 수 있다!

저격병이 일대일 전투에 특화되어 있다면 중화기병은 일대다 전투에 특화되어있다.(다구리에 강하다는 말이 절대로 아니다.) 적이 몰려 있는 곳에 중화기를 사용해보면 진정한 외계생명체 박멸부대의 위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화기를 모두 사용해버린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기동력과 비효율적인 주무장으로 인해 다소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그 시점이면 본연의 역할은 다 했을 것이 분명하고, 엄호사격을 통해 적진을 휘젓고 있는 다른 분대원을 지원할 수도 있으므로 활용도가 절대로 낮다고 할 수 없다.

로봇은 기계방패라고 이해하면 가장 편하다. 대놓고 탱킹을 위해 만들여저서 체력과 이동력이 높고 엄폐물로 활용할 수 있다. 단, 탱킹이 주목적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엑스컴에서의 탱킹일 뿐, 다른 게임의 탱커처럼 활용했다간 적으면 3방 많아도 4,5방에 터져버리는 로봇에 다시 한 번 혈압이 오를지도 모른다. 우월한(?) 체력을 갖춘 로봇이지만 아이템 사용이 불가능하고 자체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너무 자주 활용하게 되면 여러 전투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엑스컴 사령부의 육성 계획에 차질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사이오닉 병사는 엄밀히 말하면 개별 병과라고 볼 수는 없고 추가 능력에 가깝다. 엑스컴 대원 중 몇몇은 특수한 정신적 재능을 가졌는데 이들을 며칠 훈련시키면 기본 병과에 추가로 별도의 초능력이 개방된다. 해당 대원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여유가 있을 때마다 노는 대원들을 빡시게 굴리다보면 몇몇은 사이오닉 재능이 있는 것으로 판명된다. 스킬도 쓸만하고 메인퀘스트 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확보해야 하지만 전 분대원을 사이오닉 병사로 구성하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굳이 사이오닉 육성에 너무 심혈을 기울이지는 않아도 무방하다.

얼핏 보면 엑스컴의 병과 종류가 좀 적은 것 같지만, 매 계급 승진마다 두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스킬 시스템과 장착 아이템에 따라 전투 스타일이 달라지므로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말고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고 여러 전투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투를 위한 준비단계

전투와 함께 엑스컴의 한 축을 이루는 기지 건설&운영, 즉 내정에 대해서도 살펴보자면 일단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내정이 너무 단순한데다 심심하기 때문이다. 땅굴을 파서 기지구역을 확장하고 시설을 설치해 나가는 평범한 시스템으로, 그나마 플레이어를 조금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면 같은 시설을 인접해서 지으면 보너스가 주어지는 시스템 정도를 들 수 있다. 누군가는 여기에서 고전의 향기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성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다못해 기지가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이라도 있었다면 아기자기한 맛이라도 있었을테지만, 멈춰있는 기지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내정은 단순히 다음 전투를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단계에 불과할 뿐, 1g의 재미도 플레이어게 절대로 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개발진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이외에도 엑스컴이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지만, 각종 연구나 개발이 단순히 돈과 인력만 갈아 넣으면 알아서 진행된다는 점도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시간도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편이고 딱히 기술 개발과 연구에 어떠한 제약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연구를 먼저 진행할지 무엇을 생산할지 플레이어가 크게 고민할 필요없이 그냥 처음부터 차근차근 돈과 인력을 갈아 넣으면 만사형통인 단순한 시스템이다.

..... 고요

돈과 인력 외에 연구에 필요한 재료(?)인 외계인 해부와 생포후 실시하는 생체실험도 듣는 것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외계인 시체를 해부하면 시체 써는 모습 좀 나온 후 며칠 흐르면 연구 결과가 나오고 끝이다.  생체실험도 마찬가지로 외계인이 난동 부리는 짤막한 영상이 흐르고 며칠 뒤 연구 결과가 나오 끝이다. 여러 번 할 필요도 없이 한 번만 진행하면 해당 외계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결과물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볼륨도 상당히 작다.  전투에서 외계인을 생포하는 과정자체는 난이도도 있고 플레이어에게 전략을 수정하게끔 강제하기도 할 정도로 나름의 재미가 있는 반면 일단 내정으로 넘어오면 너무 간단하게 끝나버리는 것이다. 물론 현 시스템대로라면 여러 번 해부하고 여러 번 생체실험을 하도록 강제했다면 욕을 한 바가지 더했겠지만, 기껏 멋진 컨셉을 가지고 와서는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날려버리기엔 뭔가 아쉽지 않나 싶다. 미니 게임을 활용할 수도 있고, 관련 퀘스트, 기술 연계, 기지 시설 등을 추가해서 해부와 생체실험의 의미와 볼륨을 더 키웠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엑스컴의 스토리 흐름은 일방향이기 때문에 퀘스트나 전투만으로는 다회차 플레이를 끌어내기 힘든데 내정까지 이런 흐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다보니 구태여 다회차 플레이를 즐길 이유가 없다. 물론 1회 플레이타임도 기본 20시간 이상은 보장하지만 난이도 구분 외에 다회차 플레이 요소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외

버그 혹은 버그로 의심되는 공격 성공률에 분개하는 게이머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운좋게도 본인은 엑스컴에서 버그와 관련해서 특별히 언급할 만한 것이 없다. 다만 가끔 공격 성공률은 버그처럼 보일 때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의 99%가 빗나가고 상대의 1%가 나의 정예 요원을 끔살하는 모습을 보고도 이것은 버그가 아니라며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장담한다.

 

엑스컴 확장팩에 이어 엑스컴2까지 출시된 지금 생각보다 엑스컴 시리즈의 평이 마냥 좋지만은 않고, 그다지 큰 인기몰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팬으로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프다. 엑스컴1은 나름 고전 명작의 향수를 잘 살려냈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런 것인지 한편으론 의아하기도 하다. 아마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았던 1에 비해 엑스컴2는 어깨가 조금 무겁지 않았나 생각된다. 엑스커2가 세일을 해야 자세히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엑스컴2를 망설이는 게이머가 있다면 지금은 싼 가격에 엑스컴1을 플레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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