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must gather your party before venturing forth

2015년 3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Pillars Of Eternity(POE)가 많은 기대와 우려(?)와 함께 출시되었다.

게이머들이 기대했던 이유는 POE가 명작 RPG 발더스 게이트의 정신적 후속작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왕년에 롤플레잉 게임 좀 즐겨서 1D8이나 THACO같은 말이 낯설지 않은 게이머라면 POE 킥스타터 소식에 환호성을 질렀을 지도 모른다.

다만, 옵시디언이 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버그에 대해 걱정했을 것이다.

출시가 점점 다가오면서 기대와 우려는 반은 맞고 또 반은 틀린 것이 되었다. 

일단 소문과는 다르게 딱히 옵시디언의 개발진과 발더스게이트의 제작진이 크게 연관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게임의 컨셉에서 여러 명작 RPG의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우려에 관해서는, 예약구매까지 했는데 버그투성이인 게임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었지만, 출시를 연기하는 모습에서 (물론 기간은 길었다) 버그에 대한 걱정은 덜 수 있었다.

실제 출시되었던 결과물도 최적화가 조금 덜 되었고, 아이템이 증발하고, 이리저리 꼬이고, 뒤틀리고, 하나 더 생기는 등의 약간의 버그가 있긴 했었지만 튕기는 일은 없을 정도로 굉장히 양호(?)한 편이었다.

어떻게 보면 다 지나간 게임을 왜 이제서야 리뷰하냐고 누군가 물을 수도 있겠지만 POE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확장팩 화이트마치 1, 2 가 업데이트 되었고, 버그가 상당부분 개선되었으며(!), 가장 중요한 한글화가 9할 이상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확장팩이 비록 본 블로그의 포스팅들처럼 한 편 분량을 두 편으로 나눈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게이머 입장에선 볼륨이 늘어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RPG 특성상 각종 설정, 기술, 스토리에 대한 이해를 위해 한글화가 절실한데 이 부분도 일부를 제외하고 이미 한글화가 완료되었다.

그렇기에 기쁜 마음으로 2015년의 최고 기대작인 POE를 소개하고자 한다.

 

모험의 시작

주인공의 급똥으로 인해 모험이 시작된다

게임은 서정적인 그림과 텍스트,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주인공은 새 삶을 찾는 이주자로서 여행단과 함께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으나 갑자기 몸이 안좋아져 신성한 유적 앞에서 휴식을 취하게 된다.

일단 처음 시작부터 BGM이며 그림이며 나레이션 분위기 까지...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RPG를 만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음으로 넘어가 보았다.

여느 RPG와 마찬가지로 종족, 직업, 배경 등을 정하고 능력치를 정해서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주사위를 굴리진 않고 주어진 능력치를 배분하는 형식이었다.

앞서 살펴보았던 두 게임과는 다르게 능력치 배분부터 골머리를 앓아야 했고, 일단 이 부분이 POE의 특색이자 매력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치 하나를 포기하자니 손해가 크고, 적당한 선에서 주자니 몇 포인트만 더 주면 엄청난 캐릭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나를 괴롭혔다.

웨이스트랜드의 경우도 능력치 분배에 따른 이득과 손해가 확실한 만큼 고민을 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스쿼드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모든 조건을 맞춘 스쿼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고민이 덜하다고 볼 수 있고, 디비니티의 경우에는 레벨이 성장하면서 능력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시작부터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다.

고민이 크다...

결국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 보면 기존 RPG 기준으로 보면 몬타론이나 칼리드가 생각나는, 굉장히 애매한 능력치의 캐릭터가 생성되어 버리고 만다.

아이템 빼면 팰도른이다

어디에선가 줏어들은 내용인데 POE 제작진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기존 RPG의 경우 버려지는 능력치가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중간 수치의 의미가 너무 작다. 그렇게 극단적인 능력치를 지닌 사람들을 모험을 다니면서 우연히 만나는 데다가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있는 파티도 너무 비현실 적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본인도 게임이 너무 쉬워서 캐릭터를 일부러 약하게 설정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발더스 게이트를 플레이 하면서 직업에서 중요한 능력치에는 항상 최고 점수를 부여하고 상대적으로 카리스마나 지혜와 같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능력치에는 최하점을 분배했었다.

10 ~ 15 까지는 거의 버려지는 숫자이기 때문에 내 캐릭터가 전사인데 힘을 15, 건강을 15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능력치 10을 일반인 기준으로 본다면 15도 굉장히 훌륭한 능력치일텐데 기존 게임에서는 거의 잉여취급을 당한다는 점에서 POE의 이런 컨셉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모든 능력치가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진 이 시스템 덕분에, 단순히 최대 효용을 위해 캐릭터에 점수를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컨셉과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여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힘 능력치 조차도 번역에는 '힘' 으로 되어 있지만 'Strength'가 아니라 'Might'다. 데미지를 높이기 위해선 캐스터 직업들도 반드시 찍어야 하는 능력치)

물론 기존대로 내가 원하는 능력치에 몰빵하고 그다지 필요없어 보이는 능력치에는 점수를 주지않는 극단적인 Min-Max 캐릭터도 가능하고 게임플레이도 무리없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택은 플레이어의 몫이다.

 

모험을 돕는 세련된 인터페이스와 부가기능

게임 플레이 할 때 가장 짜증나는 것이 무엇일까. 직관적이지 않은 인터페이스, 불편한 조작, 무의미한 반복 행위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투나 스토리에 집중해야 할 때 내가 원하는 기능을 찾아 이것 저것 다 시도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해당 게임에는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분노와 당혹감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번 쯤 느껴봤을 것이다.

POE의 경우 첫 플레이라 할지라도 왠만하면 자신이 생각한대로 조작해도 의도한대로 반응할 정도로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라 할 수 있다.

오른 클릭해서 추가 정보가 나올 것 같으면 실제로 정보가 나오고, 마우스를 위에 대면 상세 내용이 나오고, 클릭하면 클릭이 되는 식이다.

사소한 것 같아도 이런 디테일한 부분이 명작과 범작을 가르기 때문에 나름 꼼꼼하게 보는 편인데 POE의 인터페이스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럴싸한 조형물엔 대개 추가 설명이 있다

설명은 오른 클릭 옮기기는 왼 클릭

오른 클릭으로 진형 변경 가능

POE의 뛰어난 인터페이스는 전략적인 플레이에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소 엉뚱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각종 정보를 확인하며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캐릭터의 힘이 14인데 어느 정도의 능력치인지, 내 마법이 1서클이라는데 어떤 효과를 주는지, 내 갑옷이 판금 갑옷인데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알 수 없거나 확인이 불편하다면 플레이어는 골치아프게 이것 저것 고려하기보다는 무조건 높은 것, 무조건 센 것, 무조건 비싼 것만 찾게 될 것이고 게임은 단조로워질 수 밖에 없다.

크리처 사냥횟수가 늘어날 수록 정보도 늘어난다

아이템 정보

이 외에도 전략적인 전투를 위해 자동 일시정지 기능이 제법 세분화 되어있고 끊기지 않는 전투를 원하는 플레이어를 위해 전투가 시작되면 자동으로 느린 속도가 적용되는 기능도 제공한다.

동시에 이미 모험을 한 지역을 빨리 지나가고 싶을 때는 빠른 속도 모드도 가능하므로 쓸데없는 부분에서 굳이 시간낭비할 필요없이 플레이어는 재밌는 부분에만 집중하면 된다.

전투 중 일시정지, 상세 전투 메시지도 확인할 수 있다

 

RPG의 꽃 퀘스트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도 여타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메인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따라 갈 수 있다.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갈리기 때문에 별도로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으나 개인적으로는 RPG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우연한 사건, 엄청난 능력?, 고난의 시작 그리고 모험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스토리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퀘스트는 크게 메인, 일반, 심부름(?) 정도로 나뉘어 지는데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받으면 알아서 해당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바로 확인이 가능한 편리한 시스템이다.

심부름이라고 해서 난이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디비니티, 웨이스트랜드와 마찬가지로 퀘스트 해결을 위해서는 퀘스트를 준 NPC와의 대화와 일지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퀘스트 수행을 위한 별도의 마커가 주어지지 않는 만큼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모험과 실수가 RPG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너무 괴로워 하지는 않길 바란다.

퍼즐 난이도가 상당한 디비니티에 비해 POE의 경우에는 일지에서 말하는 장소에 가기만 하면 직관적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바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퀘스트를 깨는 과정에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전투는 꽤 어려울 수 있다.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은 퀘스트에 선택지는 많지만 플레이어가 한 선택의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플레이어가 선택은 많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A, B, C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A-1, A-2, A-3의 선택을 하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은 퀘스트 보상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퀘스트가 메인 스토리에 영향을 주게 되면 게임이 난잡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게임성을 위해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 제한한 개발사의 의도는 백번 이해하고도 남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이 꼭 메인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퀘스트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대한 피드백이 강화되면 좋을 것 같다.

 

악당? 미치광이? 든든한 동료? 어쨌든 함께 떠나자

RPG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주인공 캐릭터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동료의 존재다. POE에도 다양한 사연을 가진 NPC동료와 여관을 통해 고용가능한 동료가 준비되어 있다.

기존에는 몽크, 도적, 바바리안의 경우 NPC 동료가 없어 이 직업을 파티 구성원으로 집어 넣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주인공 캐릭터를 생성하거나 여관에서 동료 캐릭터를 생성해야 했지만, 확장팩이 출시 되면서 이제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의 NPC 동료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NPC동료의 경우 능력치를 플레이어가 직접 분배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다소 비효율적으로 능력치 점수가 찍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버릴 능력치가 하나도 없는 POE의 게임 시스템을 생각해 보면 또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POE에서는 전사라고 해서 꼭 체력과 힘에 올인해야 하고 도적이라고 해서 민첩에 올인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NPC 동료의 능력치가 불만인 플레이어라면 NPC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퀘스트에 주목하길 바란다.

NPC 동료는 여관에서 생성한 동료와 달리 각자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관련된 다양한 대화도 준비되어 있는 데다가

RPG라면 빠질 수 없는 주인공-NPC 동료, NPC 동료간의 상호작용도 꽤나 활발하게 일어난다.

확장팩에 추가된 몽크 동료 자후아 목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어떤 동료는 능력치 총합이 일반 생성캐릭터에 비해 높다거나, 고유 특성이 있다거나, 고유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식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므로 너무 능력치에만 얽매이지 말고 한 번 NPC 동료를 파티원으로 맞아들여 함께 모험을 떠나 보길 바란다.

퀘스트, 동료와의 상호 작용, 스토리 등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정말로 하나의 파티를 이끌고 모험 중인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보다 상세한 내용은 2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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