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한번은 해봐야지, 발더스게이트II

발더스 게이트 리뷰를 쓰면서 대충 2까지 다루려고 했지만, 처음 이 시리즈를 접하는 이에겐 1보다는 2를 권하는지라 별도로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더스게이트1의 엔딩을 보고 후속작이 어떤지 궁금하거나, 1과 2 둘 중 무엇을 살지 고민하고 있는 게이머를 위해 본 포스팅을 준비했다. 발더스게이트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발더스게이트1 포스팅을 참조하길 바란다.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게임은 발더스게이트1 종료 후 일정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참고로 최근 출시된 발더스게이트 시리즈는 1과2 사이 스토리를 다룬다고 한다. 게임 오프닝에서 주인공 파티는 의문의 집단에게 납치 당한다. 어두컴컴한 실험실에서 정신을 차린 주인공은 마법사한테 생체실험을 당한다. 어째선지 이 마법사는 주인공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곧 마법사의 실험실은 누군가에게 공격받기 시작하고 정신없는 틈을 타 주인공은 1의 동료인 이모엔의 도움으로 감옥을 탈출한다. 주인공은 이 마법사의 던전을 완전히 탈출하는 한편, 자신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고 자신을 이 꼴로 만든 마법사에게 복수해야한다.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이다.

 

사실 첫 인상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이번에 처음 접해본 게이머라면 Enhanced Edition, 즉 EE버전을 할 것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는 전작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외 부분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일단 스토리가 다르다. 스케일이 더 커졌다고 보면 되겠다. 1의 스케일이 결코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신격과 세계의 운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규모가 더 크다. 이에 따라 등장하는 캐릭터 레벨도 더 높은데, RPG에서 레벨이 높다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의미다. 더 큰 스케일, 다양한 아이템, 강력한 마법이 플레이어를 기다린다. 따라서 요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레벨1부터 시작하는 전작 보다는 2를 선택해서 플레이 하는 것이 그나마 적응하기에 더 나을 것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1은 주인공이 너무 약하고 기술도 없어 어찌보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레벨1부터 멋진 기술을 펑펑쓰는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에게는 말그대로 절대 비추천이다.

 

캐릭터 생성시 선택한 직업에 따라 주인공 레벨은 6~8정도로 시작한다. 발더스게이트가 차용한 D&D룰에서는 레벨 6이면 굉장한 수준이다. 실제로 전작에선 이 파티가 끼치는 영향이 한 나라를 넘어 대륙에 미칠 정도다. 그러므로 만렙 99Lv에 익숙한 게이머는 잠시 실망을 접어두어도 좋다. 직업에 따라 시작 레벨이 다르다고 했는데 이는 D&D룰에서 각 직업마다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량이 다륻기 때문이다. 똑같이 7만EXP를 보유한 캐릭터라고 해도 도둑이냐 마법사이냐에 따라 레벨이 다르다. 아무래도 도둑질보다는 마법이 더 배우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D&D가 뭐고 룰은 또 뭐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잘 모른다. 그냥 이 게임에 적용된 규칙이라고 보고 가볍게 넘아가길 바란다.

 

캐릭터 직업은 큰 종류의 클래스와 세부클래스인 키트로 나뉜다. 원래 키트는 2에서 처음 도입된 것인데 EE버전이 출시되면서 1에서도 선택 가능하다. 하지만 키트의 특징이 뚜렷하게 발현되려면 레벨이 높아야 하다보니 사실1에서는 키트의 참맛을 느끼기 어렵다. 레벨1짜리가 내가 그냥 전사네, 나는 바바리안이네, 아니 나는 검성이야 해봐야 중2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키트별 특징은 보통 '3레벨마다 어떤 능력치가 증가한다.' '4레벨마다 어떤 기술을 하루에 한 번씩 사용할 수 있다' 는 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2의 시작레벨이면 꽤나 뚜렷하게 키트별 특징이 드러난다. 이것이 전작과 가장 큰 차이다. 바로 게임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레벨에서 시작한다. 여담이지만 위자드슬레이어의 강력크함은 언제쯤 발현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가지 팁이라면 뉴비는 전사클래스의 버서커 키트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전작에서도 강력했던 마법사는 레벨이 높아지면서 더욱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도 마법사를 선택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준수한 능력의 마법사 동료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굳이 주인공이 마법사일 필요는 없고, 마법사를 다루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마법 영향을 덜 받는 버서커를 선택하는 편이 골치가 덜 아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마법사의 천적이라 불리우는 위저드슬레이어는 고려하지 않는 편이 좋다. 버서커 키트는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페널티가 있지만 (투척도끼는 사용 가능), 까다로운 각종 상태이상에 면역이 되는 특수 능력이 있어 그 강점이 어마어마하다.

 

전작에 비해서 영입가능한 동료수는 줄었으나 관련 볼륨은 증가했다. 전작에서는 쓰지도 못할 구린 동료가 때와 장소를 맞추지 못하고 너무 많이 등장한다. 그에 반해 2에서는 아주 못쓸 동료도 없고 수도 15명으로 딱 적당하다. 다양한 클래스와 준수한 능력치의 동료들이 주인공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동료별로 연계 퀘스트가 있고 성향에 따라 주인공 행동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지들끼리 성향차이로 투닥거리기도 하고 사이좋게 지내기도 한다. 일부 동료는 주인공과의 로맨스도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초상화가 서양식 미를 기준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유저가 만든 초상화로 변경이 가능하니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동료가 쓸만하므로 1회차 플레이를 제외하고는 너무 능력치나 클래스에 연연해하지 말고 다양한 파티구성을 해보길 추천한다. 타인과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최강의 파티로만 플레이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렇게 하기엔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매력이 너무 아깝다.

 

이 게임의 전작과 가장 다른 특징은 챕터2다. 챕터2는 이 자체만으로 게임을 살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메인스토리를 따라가다 가끔 사이드퀘스트를 즐기는 전형적인 전개방식인 전작과 달리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천신만고 끝에 감옥을 탈출한 플레이어는 어떤 이유로 15,000골드를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의뢰를 받아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서게 되는 것이 챕터2의 주 내용이다. 이렇다보니 다양한 재미의 사이드퀘스트가 메인퀘스트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사이드 퀘스트를 하면서 메인퀘스트의 스토리가 지연되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메인퀘스트를 하면서 재미있는 사이드퀘스트에 곁눈질 할 필요가 없다. 단순한 심부름에서부터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스토리 관련 퀘스트까지 즐기면서 돈과 아이템을 벌다보면 진짜 모험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살까말까 고민한다면...

옛날 구버전이라면 모를까 EE버전까지 출시된 지 한참 됐는데 이 참에 고전명작을 한 번 즐겨보는 것이 절대 게이머에게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그 점은 충분히 다뤘고 공감하는 바다.  요즘처럼 친절한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처음 게임 시작하고나서 뭘해야할지도 모르고 죽기 일쑤다. 초반 약간의 고난을 이겨내고 나면 그 보상은 확실하다. 스토리의 깊이에 관련해서 논란이 있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2 모두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를 제외한다고 해도 발더스 게이트는 즐길 것이 굉장히 많은 게임이다. 나도 처음 정신없이 엔딩을 보았을 땐 스토리 따위는 신경도 쓰지 못하고 전투와 그때 그때의 퀘스트에 집중했던 기억이 난다.

 

플레이 타임은 1회차 기준 20 ~ 30시간으로 준수한 편이며, 보통 1회차 엔딩까지 도달한 게이머는 다회차 플레이를 안하고는 버틸 수가 없다. 그런고로 가성비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자 한다. 지금도 싸다, 세일을 기다리지 말고 일단 지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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