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요즘 출시된 소위 말하는 기대작들은 완성도를 높이기도 전에 바로 출시를 해버리는지 모르겠다. 돈부터 먼저 챙기고 업데이트는 차차 하겠다는 건지, 자기들 나름대로는 완성했다는 건지 한숨만 나온다. 믿었던 기대작에 뒷통수 맞은 뒷통수에 다시 뒷통수를 맞는 상황인 요즘, 자연스레 온라인게임 쪽으로 눈이 갔다.  출시된 패키지 게임에 대해서는 했던 또하고 또하기 보다는 차라리 패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정당한(?) 평가를 하는 것이 나을 같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군에 올랐던 게임은 와우, 던파, 마영전이다. 처음 출시 당시 나름 새로운 컨셉과 완성도로 좋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을 처음 접해본 15 넘은 시간이 지났건만 시장은 너무 정체되어 있다. 발전이 없다. 나물에 , 아니 게임성은 오히려 전보다 퇴보한 싶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예전 매력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게임을 플레이 해보고 와우를 최종선택했다.

 

복귀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누구처럼 와우는 접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일 뿐이다라고 하는 것은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즐긴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오픈 베타부터 정식 출시 짧은 기간을 즐기고는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을 캐쥬얼화한 아류라는 딱지를 성급히 붙여버렸다. 10년이 지난 이후 만난 와우는 복귀유저라기보다는 신규유저의 눈으로 밖에 없었다.

 

가장 최근 확장팩인 군단, 일리단의 모습이 보인다.

월정액게임

 

부분캐시화가 대세인 요즘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월정액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개성이다. 1개월 요금은 19,700원이다. 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망하지 않았다. 때때로 업데이트를 때는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는다. 생각보다 많은 유저가 매달 돈을 지불하며 게임을 즐기고 있고 즐길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종량제 요금은 매우 비싼 편으로 기본 5시간에 3,000원이다. 게임의 의도적인 불편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와우의 특성상 게임내 이동시간이 길어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상당한 만큼, 종량제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레벨 20까지는 캐릭터 제한 없이 무료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니 와우를 처음 시작해보려는 사람은 종량제보다는 여러 캐릭터를 20레벨까지 키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종량제를 이용하는 유저가 얼마나 있는지는 없으나 이보다는 차라리 1개월보다 짧은 기간을 대상으로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이 보다 많은 신규유저를 모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방대한 게임을 레벨 20까지만 키워보고 '체험'해봤다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렙게임

 

와우는 만랩부터다우리나라에 온라인 게임 광풍이 불던 시절 만렙은 게임의 끝이었다. 레벨업 과정의 즐거움(전투, 아이템 수집 ) 중요시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룬 만렙은 게임 콘텐츠를 모두 소비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서양 게임은 달랐다. 레벨업 과정을 일종의 튜토리얼 내지는 콘텐츠를 즐길 준비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만렙까지의 과정은 굉장히 쉽고 빠르다. 물론 만렙 이후에 뭔가 대단한 콘텐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레벨과는 다른 명칭의 '강함' 척도를 쌓아나가기 위한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거나 본격적으로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식이다.

 

게임 스타일이 섞여 만렙 이전과 이후 모두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와우는 여전히 예전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있었다.

 

와우가 여전히 예전의 '만렙게임'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것은 모든 콘텐츠가 온전히 모두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확장팩 출시와 함께 그대로 사장되어버리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데다가 뉴비 유입에 대한 노력이 엔드콘텐츠 대비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레이드는 와우의 메인 콘텐츠다. 뉴비 입장에서는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십명의 유저가 거대한 몬스터에게 쏴대고 펄쩍펄쩍 뛰어댕기고 화면은 뱅글뱅글 돌고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콘텐츠 말이다. 대개 확장팩이 출시되거나 업데이트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다른 레이드가 추가되었다는 말과 같다. 다른 엔드 콘텐츠가 추가 되면 기존의 엔드 콘텐츠는 이상 엔드 콘텐츠가 아니다. 콘텐츠 일부는 반드시 사장될 밖에 없는 구조다.

 

개인적으로 만렙 이후가 시작이라는 말은 제작사 내지는 옹호하는 팬층의 단순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만렙 이후가 시작이라면 만렙까지는 무료로 서비스 해야 한다. 만렙을 찍기 까지 돈을 지불하는 유저가 있는 만큼 당연히 이들의 즐거움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다행인 점은 상대적으로 만렙 이후의 콘텐츠에 비해 이전 콘텐츠가 빈약하긴 하나 어느 정도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0년의 서비스 기간 동안 많은 콘텐츠가 누적되어 덕분이다.

만렙을 향하는 여정에서는 방대한 세계를 탐험한다는 느낌을 살렸다. 대륙을 넘나들고 지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우리에게 친숙한 워크래프트의 영웅을 만날 있고 외형, , 애완 동물, 아이템 많은 것을 수집할 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상대 진영과 부딪히게 되고 묘한 긴장감을 느낄 있다. 다양한 팩션과 얽히고 섥힌 그들 간의 관계에 개입하면서 퀘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사냥도 지루하지 않다. 솔직히 필드 사냥은 오리지널에 비해 난이도가 대폭 하락했기 때문에 지루한 편이지만, 인던에서의 사냥은 여전히 다양한 스킬을 활용할 있고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다.

 

 

바뀐 게임

 

처음 출시되었던 그때에 비해 시스템이 크게 바뀌어 이제는 이상 뉴비에게 불친절한 게임이 아니다. 일단 파티를 구하는 일이 굉장히 쉬워졌다. 이상 파티원이나 파티를 찾기 위해 계속 신경쓰고 있을 필요가 없다. 파티 자동찾기 시스템에 등록만 해두면 게임에서 알아서 찾아주고 파티가 구성되면 파격적으로 인던까지 순간이동 시켜주고 클리어하면 원래 있던 곳으로 모셔다 준다. 필드에서 자신이 설정한 여관으로 귀환시켜주는 귀환석 사용도 쿨타임이 30분이고,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것을 타고 직접 찾아가야 하는 와우에서 순간이동을 시켜준다니 그대로 파격적인 서비스다.

 

탱커 1, 힐러 1, 딜러 3명으로 역할이 분배된 파티를 기본으로 구성해 준다. 오래된 게임이니 만큼 신규유입 유저가 적은 상황에서 탱커나 힐러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걱정한 만큼 파티원 구하는 일이 문제는 아니다. 서버 인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버가 , 폐합 것은 물론 현재 남아있는 서버도 서로 반쯤은 통합되어 있는 상태다.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아이디 뒤에 서버명이 붙은 유저를 종종 있는데 정확히 어떤 시스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서버의 유저와 필드를 공유하고 파티도 함께 있어 인구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래도 와우에서 인구문제라니 처음 접속했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항상 대기인원으로 가득찼던 와우만을 기억했던 나로서는 필드에서의 쓸쓸함은 씁쓸함으로 남는다. 특히 지금까지 ,폐합된 서버 목록을 주우우욱(말그대로 주우욱 훑어보니 마음이 아팠다.)

 

이외에도 많은 클래스가 특성 전문화 선택을 통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있도록 변경되어 결과적으로 , 수급이 증가했다. 예전에도 어느 정도 역할을 넘나들 수는 있었지만 특성 선택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물론, 갖춰야 능력치가 너무 상이하고 종류도 다양해서 차라리 캐릭터를 하나 새로 키우는게 나을 정도였다.

이제는 특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있고 단순해졌다. 특성에 일일히 포인트를 찍는 방식을 기억하고 있는 유저라면 크게 당황할 부분이다. 15레벨에 한번씩 티어별 특성을 찍을 있고 여관에서 무료로(!) 특성을 변경할 있다. 또한, 특성 전문화도 언제든지 변경가능해서 클래스가 제공하는 역할을 유저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플레이할 있다. 직업에서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즐겨볼 있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제라고 레벨업 구간에서 닥힐만 필요없이 암흑사제로 특성전문화를 선택하고 당당히 파티 찾기 시스템에 딜러로서 역할을 등록하면 끝이다. 같은 힐러여도 수양이냐 신성이냐 트리를 고민하며 키울 필요없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선택해서 플레이 있다. 사실 예전에는 특성 포인트 1 찍어봐야 크게 강해지거나 달라지는 느낌이 없는데다가 초보 입장에서는 무슨 특성이 좋은지 몰라 혹시나 애정을 가지고 키운 내 캐릭터가 망캐가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 했다.

그래서 만렙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기도 하고 이른 바 정석트리라고 불리는 짜여진 트리에 맞게 포인트를 찍는게 고역이었는데 이제는 15레벨마다 확실히 달라진 캐릭터를 있고 다양한 시도를 있게 되어 캐릭터 육성이 쉬워졌고 더욱 재밌어졌다.

15레벨마다 마음에 드는 특성을 찍으면 된다.

 

능력치 부분도 예전 유저라면 놀랄 것이다. 굉장히 단순해졌다. 뭐가 % 증가 뭐가 0.1 증가 어쩌고저쩌고 능력치 창이 아니라 무슨 프로그램 화면 같아 보였던 능력치 창이 이제는 해당하는 역할에게 필요한 주요 능력치(, 민첩, 지능, 체력) 부가 능력치만을 보여주도록 변경됐다.

 

예를 들어 전사에게는 이상 민첩 능력치가 필요없기 때문에 능력치 창에서 확인할 없고 실제로도 민첩이 어떠한 다른 효과를 부여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전사에게 물론 힘이 가장 중요한 능력치였지만 민첩이 높으면 뭐가 좋고 정신력이 높으면 뭐가 좋다는 식으로 복잡하게 능력치가 구성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깔끔하게 정리됐다. 따라서 혹시 새롭게 복귀한 유저라면 캐릭터창을 예전과 같이 돌려놓으려고 열심히 옵션창을 찾아볼 필요는 없다. 아직도 파티플레이를 하다보면 자신의 역할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능력치의 아이템에서 주사위를 굴리는 유저가 있는데 아마 예전 기억을 하는 유저가 아닌가 싶다.

 

여전히 불편한 부분도 많지만 유저 편의를 많이 봐준 것을 확인할 있었다. 지문에만 의존하던 퀘스트 해결 방식이 퀘스트마커를 통해 보다 쉽게 목적지를 찾아갈 있도록 변경되었다. 지문을 대충 읽게 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가뜩이나 이동시간도 많은데 몇번 길을 헤메게 됐을 때의 짜증을 생각하면 반가운 변화다. 직업 상급자를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레벨이 되면 알아서 직업 주문을 획득한다. 이왕이면 전문기술도 이렇게 변경됐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는 일일히 찾아다녀야 한다. 그래도 쓸데없는 이동소요를 줄여줘서 너무 좋았다.

 

바뀐 부분 아쉬운 점도 있다. 일단 인던과 필드 난이도가 대폭 하락된 점이다. 사람 수가 적은 상황에서 파티를 맺지 않고도 게임을 즐길 있도록 의도한 제작사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들창코' 무시무시함을 기억하는 유저라면 다소 맥빠질 있다. 레벨업 구간에서 만나는 필드몹은 대부분 두방이면 삭제 된다.

 

퀘스트에서 '무시무시한 놈입니다. 이놈을 잡아서 복수해주십시오'하는 류의 네임드몹들도 서너방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아마 모르긴 몰라도 설레발을 잔뜩 쳤던 NPC들이 뻘쭘할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레벨업 구간의 필드에서는 도전이 없어졌다. 동렙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고 1, 심지어 3~4 이상 차이 나더라도 필드몹은 정리가 가능하다. 예전에는 정예는 동렙이라도 1:1 거의 불가능했는데 이제는 잘만하면 ~세마리도 이길 있다. 그러다보니 사냥이 단순 마우스 & 키보드 연타로 흘러 단조로워 지는 경향이 있다.

 

레벨업 구간이 확장됨에 따라 기존에 오밀조밀하게 짜여있던 퀘스트가 대폭 생략되거나 간단하게 변했다. 스토리도 단순해지거나 빠른 레벨업 속도 때문에 강제로 흐름이 끊긴다. 퀘스트에서 다음 퀘스트로 넘어가다 인던으로 진입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구조는 레벨업구간에서는 찾기 어렵다.  하다보면 바로바로 다음 맵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가 수행하게 되는 대부분의 퀘스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골칫거리 입니다. 이녀석들 개체수를 줄여야 겠어요' '~~ 몇마리 잡으시오'. '요즘 기지에 ~~ 많이 모자랍니다. 모아주세요.' ' ~~을 몇 주워오시오' 같은 단순 노가다 퀘스트를 다양한 맵에서 다양한 몬스터, 다양한 오브젝트와 함께 있다. 이런 쓰잘데기 없고 재미없고 지루한 퀘스트 홍수 때문에 그나마 남아있는 퀘스트는 있는지도 모른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신규 유저에게는 추천할 없다

 

만랩게임의 한계라고 해야할까 신규유저 입장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초보유저 안내문 중'신구 유저간 격차는 없나요?' 라는 질문에 대해 '새롭게 확장팩이 출시 때마다 모두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합니다.' 라는 답변이 있는 것을 봤다. 와우가 때마다 모든 캐릭을 리셋하는 시즌제도 아니고 뭔소리인가 하고 보니  기존에 획득했던 극강아이템들도 확장팩이 출시되면서 강한 아이템이 나오게 되므로 문제없다는 내용이었다. 말은 맞는 말이다. 실제로 추가되었을 당시 탄성을 자아냈던 아웃랜드니 노스랜드니 하는 곳이나 수많은 고난(?) 끝에 획득 했던 아이템도 이제는 그저 렙업구간에 잠시 스쳐지나가는 존재일 뿐이다.

 

신규로 진입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어떨까. 현재 엔드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유저 입장에서는 확장팩 출시가 새즐길거리와 같은 의미겠지만 뉴비에게는 지루하고 무의미한 렙업구간이 길어진다는 의미와 같다. 출발선이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결승선이 멀어졌다는 느낌이 커서 지겨움마저 느껴질 수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온라인게임의 메인 콘텐츠는 '사람'이다. 누구도 적막한 온라인게임을 원하지 않는다. 지금 와우는 초저출산 게임이다. 인구절벽은 이미 예전에 시작됐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확장팩 출시 잠시 유저유입이 증가할 , 콘텐츠가 소모되면 다시 빠지는 흐름이 고착화 되었다. 이들을 붙잡을 있는 신규 유입이 없기 때문이다. 엔드콘텐츠 추가만으로는 신규유입을 기대할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끝없는 파워 인플레는 신규유저의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19,700 만큼의 재미를 느낄 있는 시점을 앞당겨야 하지만 어째 확장팩이 출시 될때마다 점점 뒤로 미뤄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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