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기대중인(출시아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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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잘 수가 없다

 

무더운 여름, 밤에 잠도 안오고 게임이나 하려고 해도 한 게임에 진득하게 집중하기 어렵다. 괜히 스팀 라이브러리도 뒤적여보지만 할 게임이 없다. 이렇게 게임을 많이 샀는데 이 중에 할게 없다니 짜증이 난다. 유튜브를 비롯해 인터넷을 둘러본다. 성과가 아주 없지는 않아서 지금 당장 출시된 것은 아니지만 기대되는 게임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중 일부는 얼리액세스로 바로 즐겨볼 수도 있지만 미완성인 상태에서 편견을 가지게 될 것 같아 정식 출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출시가 기대되는 게임들의 트레일러영상이나 개발, 베타버전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어떤 점이 기대되는지 써뒀다가 나중에 실제로 게임이 어떤지 살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나름 기대하고 있는 타이틀은 4개다.

 

필라스오브이터니티2(Pillars of eternity 2)

 

POE 다음에 출시된 티러니는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뜬금없는 결말은 둘째치고 재미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됐어야할 전투가 재미없었다. 다양하지 못한 적, 떨어지는 인공지능(교전상태를 완전히 무시하고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다), 재미없는 마법과 기술, 상대적으로 느린 전투호흡 등 미완성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도저히 리뷰를 쓸만한 플레이타임을 낼 수가 없어 포기해버렸다.

 

POE2는 다를 것으로 본다.

 

일단 UI개선이 먼저 눈에 보였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어도 불편하면 일단 하기 싫다. 눌릴 것 같은 곳은 눌려야 하고, 오른 클릭 왼 클릭에 걸맞은 반응이 나와야 한다. 심지어 플레이어가 정확히 무엇 기대하고 클릭하는 지 스스로조차 몰라도 제작자는 미리 헤아려 적절한 화면을 게임에 띄워줘야 한다.

 

전투기록창에서 행동주체별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더 이상 눈이 빠져라 휠을 굴리면서 전투기록창을 되짚어볼 필요없이 간단하게 검색 하면 된다. 전작에서도 전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것을 감안하면 게임 플레이를 한층 더 쾌적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등장하는 적의 종류가 증가한 것으로 보였다. 다양한 패턴과 크기의 몬스터를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작에 등장했던 몬스터 종류가 아주 적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사냥을 통해 해당 몬스터에 대한 도감이 완성되고 나서는 그 몬스터로부터는 더 이상 경험치를 얻을 수 없는 시스템 특성상 더 다양한 몬스터가 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거대한 적이 캐릭터를 집어서 바닥에 던지고 발로 뻥 차버리는 장면에서 크게 안심했다.

 

마법도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 타임 조정과 같은 밸런스 개선에서부터 전격계열마법의 이동경로까지 세세한 부분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졌다. 이 부분은 영상에 나온 것 외에도 전작에 비해 플레이어가 여러 마법 선택지 앞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배로 이동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작과는 다르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는 방식인 것 같다. 랜덤인카운터가 있고, 퀘스트라인과 관계없이 지역을 발견 하는 등 폴아웃1,2 시리즈 형식과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대항해시대처럼 항해하는 기분을 낸다거나 오픈월드를 탐험해나가는 맛을 잘 살릴지는 미지수다. 사실 이 부분은 크게 기대 하지 않는다.

 

환경과의 상호작용도 눈에 띄었다. 디비니티오리지널신이 호평받았던 것 중 하나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전술적인 전투였는데 여기에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것 역시 게임에 전면적으로 내세울만큼 큰 역할을 담당하기 보다는 이벤트나 퍼즐풀기 등과 같은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쓰일 것으로 보인다.

 

디비니티오리지널신2(Divinity Original Sin 2)

 

그래픽이 달라졌다. 개선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작이 파스텔풍이었다면 이번에는 섬세한 묘사에 더 중점을 둔 것 같다.

 

전작과 크게 달라보이는 점이 없어 그래픽외에는 특기할만 한 것이 별로 없다. 이번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는 '디비니티오리지널신'의 2편이라는 점 때문이다.

 

북오브데몬(Book Of Demons)

 

스팀 대기열을 확인 하던 중 특이한 타이틀을 발견했다. 북오브데몬이다. 디아블로1을 종이판과 종이인형으로 구현한 것 같은 느낌이다. 플레이영상(유튜브영상)을 보고나서 더 확실해졌다. 포션, 아이템, 몬스터, 캐릭터, 배경 등 몽땅 종이를 접거나 오려서 만든 것처럼 보인다.

 

그래픽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 게임 시스템도 보드게임의 형식을 잘 구현했다. 보드게임의 말이 정해진 곳만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북오브데몬도 던전 내 정해진 타일만을 따라 갈 수 있다. 움직임이 제한된 상황에서 밀려오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어렵지만 동시에 재밌어 보였다.

 각종 아이템과 스킬은 카드를 핸드에 쥐고 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거나 장착하는 형식이다. 부르마블의 황금카드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래픽이나 게임방식에서 알 수 있다시피 본격 진지한 RPG라기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다. (최종보스로 보이는 악마가 귀여운 노란 오리인형을 쓰다듬는 장면이 인상깊었다)방대한 세계관, 넘쳐나는 대사, 복잡다단한 스토리라인, 진지함을 넘어 칙칙한 분위기 등 대작 강박증에 잡아먹힌 것처럼 보이는 RPG장르에 참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시타델(Citadel: Forged with Fire)

 

부제는 forged with fire다. 동명의 보드게임과는 큰 상관이 없어보인다. 특이하게도 마법사만 나와서 설치는 게임인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생존 게임의 판타지버전인 듯 하다. 특별한 퀘스트나 스토리라인 없이 여기저기서 돌아다니면서 사냥도 하고 PK도 하면서 재료를 수집해서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손쉬운 툴로 집도 지을 수 있다. 몇몇 영상을 보니 그렇게 쉬워보이지는 않았지만 몇 명이서 들러붙어서 그럴싸한 '성'을 짓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이 애써 지어놓은 집을 다른 플레이어가 파괴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플레이어간 긴장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드라마가 주는 즐거움은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논타겟팅 시스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플레이어끼리의 경쟁이건 사냥이건 단순 스펙싸움이나 패턴 공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컨트롤까지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투가 쉽게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마법 그래픽과 묵직한 사운드가 손맛과 타격감도 잘 살렸다.

 

 

데스티니2(Destiny2)

 

처음엔 워프레임인줄 알았다. FPS, RPG, SF의 짬뽕이다. 워프레임을 꽤 재밌게 플레이했기 때문에 데스티니2도 재밌어 보였다.(손도 느린 주제에 논타겟팅을 좋아한다) 다만 워프레임은 너무 노가다에 치우쳐 있어서 어느 순간 질리게 됐는데 데스티니2는 다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워프레임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타이탄,헌터,워록(전사,도적,마법사)이라는 전형적인 RPG스러운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다. 장착한 무기, 스킬, 세부클래스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고 하니 큰 단점은 아닌 것 같다.

 

블리자드 앱을 통해 서비스된다고 한다. 접근성이 좋아 많은 플레이어가 유입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워프레임은 플레이어가 많다고 할 수 없고 그나마도 여기저기 분산되거나 다들 한 곳에 틀어박혀 노가다만 해서 어쩔수 없이 주구장창 솔플만 했는데 데스티니2는 다른 플레이어와 호흡을 맞춰볼 기회가 많을 것 같다.

 

 기대작은 어디까지나 기대작일 뿐 지금 당장의 플레이 욕구를 채워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옛날에 즐겼던 추억의 게임을 다시 꺼내드는 것이었다. 나의 새천년을 책임졌던 세븐킹덤즈와 수호지 천도 108성을 낑낑대며 설치해봤다.

 

결과는 영 실망스러웠다. 이 두 게임에 대해서는 완벽한 추억보정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나름 복잡하고 잘 짜여진 시스템으로 파볼만한 여지가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너무 단순했다.

심지어 수호지의 경우 한 능력자께서 밸런스 및 캐릭터 패치까지 제작해주셔서 볼륨이 늘었지만 지금에 와서 즐기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이참에 로드오브렐름까지 설치해서 추억을 무참히 박살낼까 하다가 겨우 참았다. 명작이라 불리는 고전게임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할 게임이 없어서야 여름에 잠도 안오는데 정말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