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따지고 사지

 

언제부턴가 3년된 LG넥서스가 굼뜨게 느껴졌다. 핸드폰에도 노화가 오는 것인지 구매할 당시만 해도 재빠르고 날렵했건만 전화번호부를 불러오는 데도 1~2, 전화 걸때도 1~2, 하든 항상 버벅거렸다. 배터리는 얼마나 빨리 닳던지 밖에 나서면 보이지도 않을 만큼 화면을 어둡게 하고 사용해도 중간에 충전을 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경고를 날려냈다.

 

새로운 폰을 사야할 때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3년만에 구매하는 폰인 만큼 최신 모델을 구매하고 싶었다. 문제는 사는 방법이었다. 갤럭시S 시작으로 베가 어쩌고를 거쳐 LG넥서스에 이른 나로서는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어디서 사느냐가 문제였다.

 

너무 어려웠다.  암호문과 같은 초성과 은어로 도배된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면서 절망감을 느꼈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도저히 발목에서는 자신이 없었다. 신도림, 강변 테크노마트 같은 곳이 던전처럼 느껴졌다. 과연 거기의 상인을 상대로 입씨름 끝에 좋은 가격에 폰을 구할 있을까 두려웠다. 결국 복잡한 고민은 접고 약정이 필요없는 자급제폰과 알뜰요금제 조합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기기값을 조금 지불하는 이유는 메인 통신사의 비싼 요금제를 벗어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싸게 사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근거와 계획 하에 구매한 같아 뿌듯한 마음은 덤이었다.

 

이런 폰도 3 뒤엔 고물이 된다니

 

마음에 들었다. 손에 감기는 느낌, 선명한 화질, 꼼꼼히 붙어 있는 비닐까지 폰의 이질감보다 만족감이 컸다. 넥서스를 샀을 때도 지문인식도 되고 가볍고 매끈해서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갤럭시s9 쳐다보고 있다.

 

3 만에 바꾼 폰이다 보니 실제 성능보다 높이 평가한 부분이 있을 같다. 구매 살펴본 리뷰나 후기를 보니 대부분 바로 전모델이나 전전모델과 비교한 경우가 많았다.  성능, 디자인, 혁신(새로운 수요 창출?) 부족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배터리의 경우에는 오히려 퇴보한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나도 만약 비교적 최신폰이 있었다면 굳이 갤럭시S9 구매하지는 않았을 같다. 다만, 연식이 폰을 사용중이라면 그런 평가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월한 성능을 보여준다.

 

그래도 일단은 최신폰

 

빠르다. 가끔 오류도 나고 앱이 비정상적으로 종료되기도 하지만 에러 메시지 조차도 빨리 떠서 좋다. 한참 뭔가 하는 것처럼 버벅이다 결국 튕기는 것보다 차라리 빨리 앱을 재실행하는게 속편하다. 모바일 게임은 별로 하지 않아서 여러 종류를 실행해보지는 못하고 Pathfinder(리뷰 링크) 플레이해보았다. 로딩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빨라져서 높은 성능을 체감할 있었다.

잘도 굴러 간다

처음엔 생소했는데 엣지디스플레이도 괜찮았다. 잡았을 느낌이 좋았다. 자주 쓰는 앱이나 기능을 바로 활용할 있는 기능인 엣지패널도 좋았다. 가끔 터치가 돼서 짜증날 때도 있지만 설정으로 위치와 크기를 변경할 있어 금방 익숙해진다.

 

두툼한 케이스를 장착하는 순간부터 엣지 관련한 장점은 빛이 바랜다. 터치도 어려워지고 그립감도 떨어진다. 디자인도 케이스에 가려지는게 아쉽다. 원래 케이스를 한번도 써본적 없었는데 이번에는 가격도 비싸고해서 케이스를 끼기로 마음 먹었던 터라 더욱 안타까웠다. 결국 타협해서 크고 무거운 케이스 대신 간단한 젤리케이스를 끼우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자체 스피커는 나같은 막귀도 바로 알아챌 있을만큼 차이가 컸다. 음향 쪽이야 사람마다 선호하는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어느 쪽이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원래 폰과의 차이를 바로 알아챌 있었다. 빠른 설정창에서 Dolby atmos 껐다 있다. 요즘 나오는 미니스피커 정도는 굳이 연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음량이 빵빵하다.

 

카툭튀가 없어서 좋았다. 넥서스를 선택했던 이유도 카툭튀를 그나마 곡선으로 처리해서 눈에 띄게 했기 때문이었다. 납작해진 뒷면의 카메라를 보니 흐뭇했다.

 

처음에 많이 기대했던 슬로우 모션 촬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슬로우 모션 촬영 화면이 너무 어두워서 충분한 조명이 필요했다. 자동으로 움직임을 인식해서 슬로우 모션 촬영을 해주는 기능은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수동은 조금만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게 타이밍을 맞출 있었다. 외에 카메라는 힘을 많이 같았지만 평소 사진을 찍지 않다보니 나한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일반모드슬로우 모션 모드


지문
센서는 카메라 렌즈 밑에 익숙한 위치에 달려있다. S8 가격이 싸서 S8 사려다가 매장에서 한번 잡아보고 포기했던 이유가 지문 센서의 위치였다. 카메라 렌즈 옆에 달려있어서 손가락이 닿기도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렌즈에 손이 가서 불편했다. S9 지문센서는 있어야 곳에 있다.

 

방수가 된다고 하는데 직접 테스트는 해보지 못했다. 유튜브영상만 시청해보고 말았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될꺼라고 생각한다.

 

옆면에 달려있는 빅스비(음성AI?) 호출 버튼은 조금 에러였다. 음량조절버튼과 간격이 넓지 않아서 버튼을 잘못 누르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아직까지는 민망하게 '하이 빅스비~ OO에게 전화 걸어줘~', ' ㅁㅁ 저녁 식사 일정 잡아줘' 같은 말을 수는 없었다. 음성인식은 놀라울 정도로 정말 됐지만 결국 활용도는 높지 않았다. 빅스비 버튼 말고 다른 기능을 넣거나 헷갈리지 않도록 아예 없앴어도 나쁘지 않았을 같다. 버튼의 기능을 바꾸는 것은 분명 어디 설정에 있을텐데 아직 발견은 못했다.

 

하도 말을 많이 들어서 그랬는지 배터리는 기대한 것보다 오래갔다. 기존 쓰던 폰이 침대에서 유튜브 영상 한두개 보면 다시 충전해줘야 했던 터라 객관적인 평가는 불가능했다. 1~2 써봐야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아주 심각한 문제는 없다. 특히나 사무실에서는 같이 구매한 무선패드로 수시로 간편하게 충전 하기 때문에 주식 앱을 하루죙일 틀어놔도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음... 편하다. 가격은 비싸다.


삼성페이 기능은 활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술먹고 계산하려고 계산대에 핸드폰을 건네다가 누가됐든 혹시 떨구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면 견디지 못할 같다.

 

여전히 겉면에 지문은 덕지덕지 뭍는다. 앞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앞면의 액정도 그렇고 뒷면도 그렇고 지문투성이다. 케이스를 염두에 두기 때문인지 겉면 재질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넥서스처럼 고무느낌나는 재질이었으면 손에도 붙고 깔끔했을텐데 여타 다른 스마트폰과 차이가 없는 재질이어서 실망스러웠다. 5만원 짜리 게임도 급히 사면 체할까봐 호호 불어가며 2만원까지 식혔다가 사는 나로서는 100만원짜리 기기를 때는 고급, 프리미엄, 럭셔리 이런 것을 기대하게 된다.

 

줄꺼면 속시원하게 주든가

 

핸드폰이 아닌 다른 얘기다. 구매 '있으셨던' 혜택 얘기다. 앞서 말했다시피 디지털플라자에서 자급제폰을 샀다. 무슨 이벤트다 무슨 포인트다 무슨 카드다 하다보니 정신이 없었다. 여기서는 있지만 저기서는 쓰고, 합산은 어려우시고, 추가 결제는 해주셔야 하는 '부분'이고, 무슨 앱을 깔고 신청을 따로 해야하고, 약관도 동의해야 하고, 등등 그냥 주기 싫으면 말아 이것들아 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이 화면이 떠서 이벤트 신청을 완료한줄 알았건만 실제 쿠폰을 받기 위해서는 이벤트 몰로 이동해서 또 뭔가 추가로 더 신청해야 했다.


꾹꾹 눌러참고 부부가 합심해서 메모장까지 펼쳐들고 혜택을 긁어모았다. 제공 가격 기준 20만원 정도 되는 혜택이었다. 간단히 현금으로 20만원을 내놓으라고 까지는 요구하고 싶지 않지만 적어도 혜택이라고 한다면 간편하게 제공해야 하는 아닌가 생각한다. 챙기는 사람, 목소리 사람은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한다면 그들이 우려하는 진상고객의 수는 점점 늘어날 밖에 없다.

 

혜택을 받기 위해 몇가지 약관에 동의하고 났더니 마케팅 문자가 자꾸 온다. 누굴 탓하랴 '스페셜 혜택' '고객감사 이벤트' 혹해서 눈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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