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

 

요즘 국내에 출시되는 게임, 그나마도 패키지는 폭삭 망했고 모바일이나 온라인 게임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게임성으로 게이머에게 어필하기 위한 작품보다는 투입된 자본에 변명하기 위한 듯한 면피용 생산물만 쏟아내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마케팅, Pay to Win 과금 구조, 확률형 아이템상자, 자동사냥, 천편일률적인 캐릭터 디자인, 대형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의존 '이렇게 했는데도 실패한 탓이 아닙니다.' 라며 투자자에게 변명하고, '우리도 먹고 살아야죠' 라며 떨어지는 게임성에 대한 잘못은 마치 소비자가 이해해줘야 한다는 듯이 소리 치는 것이 세태다 나아가서는 소비자 수준이 떨어져 그에 걸맞은 게임이 나오는 것일 뿐이라며 애꿎은 소비자 탓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각종 플랫폼의 등장으로 전세계 양질의 게임을 접하기 쉬워져 게이머의 눈높이가 높아진게 언제인데 아직도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게임' 실패도 많이 하지만 워낙 수가 많아 개중에는 대박을 사례도 많다. 선례가 있다보니 비슷한 게임이 계속 출시되고 다시 성공사례가 축적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게임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돈벌이에 급급한 양산형 게임이 성공을 이어가며 시장 전반을 잠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누구 말대로 국내 게이머 수준이 낮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게임성과 매력이 숨겨져 있기라도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게임의 탈을 도박물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산형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 도박이다. 그렇기 때문에 떨어지는 게임성과는 전혀 무관하게 인기를 있는 것이다.

규칙이 있고, 경쟁이 있고, 비생산적(도박에 빠진 사람은 동의하지 않겠지만)이라는 점에서 도박을 게임의 하위개념이라 있지만 우리가 평소에 즐기는 좁은 의미의 게임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아직까지는 좁은 의미의 게임만(RPG, FPS, 전략시뮬레이션 ) 정의하는 개념이 없다보니 게임과 도박을 분리하기 어렵지만 포스팅에서는 둘을 별개의 존재로 보고자 한다.

 

게임과 도박을 가르는 주요한 기준은 현질과 우연성이 게임플레이 치는 영향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현질의 영향력만 크다면 돈으로 구매행위를 했다고 있기 때문에 도박이라 없고, 우연성의 영향력만 크다면 재화가 오고가지 않으니 도박이라 없지만 둘이 합쳐졌을 때는 빼박 도박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요즘 양산형 게임은 정상적인 게임이라 없고 일종의 도박물이다. 현란한 그래픽, 요란한 사운드, 그럴싸한 시놉시스로 게임인 하지만 게임의 탈을 도박일 뿐이다. 일본의 인기 콘텐츠인 파칭코를 보면 무슨 말인지 있다.

 

 


 

플레이어가 파칭코 머신 앞에 앉아서 무엇인가 조작하기도 하고 기회를 노리는 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행운을 기대하며 돈만 계속 들이붓고 있을 뿐이다. 파칭코 머신에 있는 각종 버튼이나 애니메이션들은 게임인척 하며 앞에 앉아있는 사람을 기만하려는 장치일 뿐이다.

 

도박물에서의 중간 과정은 일종의 요식행위다. 내가 돈을 따냐 못따냐가 중요한 문제일 , 스토리가 납득이 가는지, 캐릭터 디자인이 되었는지, 타격감이 있는지, 게임 전개방식이 선형적인지 비선형적인지 게임성을 논할 중요하게 분석하는 요소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된다.

 

따라서 제작자들도 궁리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어떻게 하면 더욱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도박으로 인한 흥분을 고조시킬까이다.  투입 주사위 굴리기 결과(, 대박) 라는 단순한 구조는 변하지 않음에도 파칭코 머신 매번 새로운 버전과 종류가 계속 출시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들은 게임성이라 할만한 것이 없어도 도박물이기에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돈을 번다.

 

정상적인 게임이라면 플레이어의 노력과 실력을 중시하다보니 플레이 과정에 무게중심을 둔다. 플레이 과정에서 게이머가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낄 있도록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  스토리 전개가 어색하지 않은지, 조작은 잘되는지, 레벨 구성은 적절한지, 게임엔진이 최적화 되었는지 우리가 흔히 '게임성'이라 통틀어 부르는 요소의 90% 중간과정, 게임플레이 내용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산형 게임은 어디에 가까운가. '접속한지 30분만에 만렙이?', '전설아이템 전원 지급', '자동사냥으로 24시간 플레이!' 홍보문구만 봐도 게임 플레이 내용이나 게이머의 경험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있다.

 

이들이 신경 쓰는 것은 이용자의 주머니를 더 많이 털 수 있는 방법이다.  방법은 확률형 아이템 상자로 대표되는 이른바 '사행성 조장 캐시템'이다. 이리 꾸미고 저리 포장해도 결국 투입 아이템상자 굴리기 결과(, 대박) 구조는 파칭코와 다르지 않다.

 

2 아타리쇼크가 아니다

 

양산형 게임이 우리 상식과는 다르게 게임이 아니라 전혀 다른 존재라면 이는 문제다. 단순히 '도박은 나빠요' 문제는 아니며 이는  포스팅에서 다룰만한 문제도 아니니 논외로 한다. 임이라는 주제로만 한정해도 양산형 게임은 충분히 게이머에게 빅엿을 맛보여주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양산형 게임이 양질의 게임을 몰아낸다. 도박이 자꾸 게임인 척하고 인기를 끌다보니 자원분배를 왜곡해서 좋은 게임을 개발하는 필요한 자원이 부족해진다. 결과 게임 시장에는 즐길만한 게임은 없고 쓰레기만 넘쳐나게 된다.

 

혹자는 2 아타리쇼크가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지만 생각은 다르다. 아타리 쇼크는 '게임' 내부의 문제로 게임 제작자가 장인정신을 회복하고 '게임' 투자한 투자자가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결국에는 해결되는 문제였다. 해결책이 '게임'이라는 안에 이미 있었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제작자에게 장인정신을 회복하라고 외치고, 투자자에게는 게임을 존중하라고 요구하고, 게이머는 선별적으로 양질의 게임만을 구매하면 해결될까.  안타깝게도 이번 양산형 게임 문제는 게임 내적인 문제와 더불어 도박이라는 게임 외적인 요소와도 싸워 이겨내야 한다.

 

모든 식당이 온갖 쓰레기 같은 음식만 만들어내고 있지만 많은 손님을 끌고 있다. 인기의 비결은 음식에 마약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만으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선한 1등급 재료, 숙련된 요리스킬, 세련된 서비스 등을 갖춘다고 한들 주인장은 거기에 걸맞은 보상을 받을 있을까. 애초에 저런 요소를 갖추는 필요한 자원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마약이 음식인척 하며 시장을 교란하는 상황이 문제이건만 모두 요즘 요리사가 장인정신이 없다느니, 소비자 입맛이 저질이 되었다느니, 투자철학이 없다는 식으로 서로를 탓하는 목소리만 높인다.

 

물론 위와 같은 상황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접시 위에 올려놓고 먹을 있으면 음식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음식과 마약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고 마약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약 자체를 강력히 단속하는 한편 판매자, 사용자, 자본 가리지 않고 관련된 이에게는 범죄자 딱지를 붙이고 처벌을 내린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돈이 된다는 이유로 섣불리 마약사업에 손을 대는 사람은 없다.

 

양산형 게임은 어떤가. 실체는 마약만큼이나 중독성이 높다고 알려진 도박이건만 아직까지는 양산형 게임을 도박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도박에 대한 국내 규제는 엄격한 편이지만 양산형 게임은 '게임'이라는 안에 자리잡고 교묘하게 이를 피하고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포스팅에서는 도박을 하지말라거나 도박이 나쁘다는 얘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라, 게임이 게임성으로 경쟁할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작은 게임과 도박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 것이다. 따라서 '내가 내고 도박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도박이 해롭다는 증거는 없다' 열을 필요가 전혀 없다. 도박은 도박대로 게임은 게임대로 각자의 시장에서 갈길을 가면 된다.

 

'아이템 상자 확률 명시를 의무화 한다거나, 사행성 높은 캐시템이 포함된 게임의 경우 청소년 이용불가로 제한하는 최근 움직임은 바람직한 변화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게임시장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산업규모나 매출액 숫자로 나타나는 부분은 분명 감소하겠지만 이는 도박시장과 게임시장이 분리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움직임일 뿐이다. 비정상적인 결합 상태에서 떨어져 나와 게임이 게임성으로만 경쟁할 있는 시장환경이 만들어졌을 비로소 게이머의 만족도와 산업규모도 함께 커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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