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의 적 근막통증증후군(feat.라크로스볼)

점점 악화되는 지긋지긋한 만성통증

 

현대인 중에서 뒷목 상태가 건강한 사람이 오히려 드물 것이다. 앉은 채로 하루 왠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는데 목 상태가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다. 평일엔 일(공부)한다고, 주말에는 게임한다고 목에 나쁜 짓만 꾸준히 한 셈이다. 항상 대세에 묻어가다보니 내 목도 상태가 영 시원찮다. 그래도 다행히 목디스크 직전이지만(모든 현대인 공통) 아직은 아니고 거북목도 아니다.

 

학생시절부터 계속된 통증이었지만 처음엔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의 숙명이라 받아들였다. 가끔 스트레칭이나 하고 되도록이면 뒷목통증이나 결림에 큰 신경을 안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2015년 즈음 재수없게 자전거에 치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엄밀히 말하면 치이기 바로 직전 양팔로 자전거 운전대를 붙잡아 막아설 수 있었다. 다행히 외상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차라리 그냥 치여서 데굴데굴 구르는 편이 내 뒷목 건강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만성적인 뒷목통증은 사고를 계기로 심해졌다. 처음에는 그저 팔만 욱씬거리는 수준이었다. 몇주가 지나고 몸은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날씨도 꾸물꾸물하던 어느날 갑자기 왼쪽 목에 심각한 담이 들리면서 악몽같은 날들이 시작됐다.

 

살맛이 안난다(목이 안돌아가)

 

이때부터 내 신경은 온통 뒷목에 쏠렸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아프고 컨디션이 안좋으면 여지없이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가방을 메면 금세 뒷목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뭐만 해도(목만 뒤로 젖혀도) 통증이 있다보니 매일매일이 우울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치료를 위해 노력했다. MRI도 다시 찍어보고 좋다는 정형외과는 다 찾아가봤지만 속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근육이완제, 마사지, 침, 사해소금, 강화 운동, 스트레칭등 근육통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모든 방법을 써봤다. 예상가능하겠지만 모두 허사였다. 효과는 그때 뿐 시간이 조금 지나면 또 아팠다.

 

근막통증증후군? 근육통하고 다른가

 

통증이 디스크 아니면 근육통과 연관되어 있다고 철썩 같이 믿었던 나에게 근막통증증후군이라는 단어는 생소했다. 웹검색에서 가끔 보이긴 했지만 상관없는 얘기라 생각해서 무시하곤 했다. 그러다 모포탈사이트 메인에 근막통증증후군에 관한 포스팅이 걸린 것을 보게됐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후회도 밀려왔다. 기술된 증상이 현재 상황과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좀 더 일찍 이쪽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 생략하고(트리거포인트 관련 유튜브 영상 링크)짧게 얘기하자면 며칠 푹 쉬어도 근육통이 낫지 않으면 그건 근육통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다. 디스크일 수도 있고 다른 원인 일 수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근막통증증후군(멋대로 이하 근통증)이었다.

 

라크로스볼 마이 프레셔스

 

근통증의 가장 큰 특징은 아프다고 느끼는 부위와 실제 원인이 되는 부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아픈 곳에 파스를 붙이고 맛사지를 해도 실질적인 증상완화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의미다. 아픈 부위보다는 통증을 유발하는 트리거포인트를 찾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뒷목에서 어깨와 목이 이어지는 부분이 아픈 경우에는 날개뼈 부분을 쭉 따라 트리거포인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부분을 자극해야 하는데 손으로 혼자하기에는 어렵다. 팔을 계속 뻗기도 힘들고 손가락도 아프다. 시중에 나와있는 갈고리모양의 도구를 사용해서 자극도 해보았는데 생각이상으로 힘이 가해져 종종 멍이 들었고, 되려 근육에 상처를 주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폼롤러의 경우에는 넓은 부위를 자극하는 도구이다보니 아무래도 내가 원하는 부위만을 정확하게 자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 와중에 발견한 것이 라크로스볼이다. 테니스공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내구성 문제도 있고 라크로스볼이 비싼 것도 아니어서 라크로스볼 두개를 약 6천원에 구매했다. 공 두개가 붙어있는 피넛형태도 있고 분리되어 있는 형태도 있는데 개인취향이지만 굳이 추천한다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을 두개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두개가 붙어있는 형태가 필요하면 안쓰는 양말에 넣고 묶어서 사용하면 되고 특정부위만 자극하고자 할때에는 분리된 형태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라크로스볼 자체는 특별한 장치나 심오한 원리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적당히 말랑한 고무공이다. 벽에 대거나 바닥에 누워서 공을 굴려가며 원하는 부위를 자극하기에 최적의 도구다. 마음먹고 아주 한 부위를 강하게 압박하지 않는 이상 멍이들거나 하는 일도 없다.

 

앞서 말했다시피 아픈 부위보다는 트리거포인트 위주로 공을 굴린다.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닥에 바로 누워 자극하게 되면 아플수도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벽에 대고 사용하면서 자신에게 알맞은 강도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이제 좀 살겠다

날개뼈 쪽 트리거포인트만 자극해도 금방 통증이 완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중증인 경우 그쪽 부위는 이제 괜찮아졌는데 다른 부위 통증을 경험할 수도 있다. 슬프게도 목에 관여하는 근육이 워낙 많다보니 한 군데만 좋아진다고 해서 완전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곳의 트리거포인트 때문에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날개뼈 뿐만 아니라 가슴, 어깨, 팔 등 곳곳에 위치한 트리거포인트를 수시로 자극하는 것이 증상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팁이 하나 있다. 사실 이게 허리 건강이나 목건강에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시원하다. 일단 공 두개를 딱 붙여서 바닥에 둔다. 공과 공사이에 척추를 끼운다는 느낌으로 눕는다. 그다음 몸을 아래위로 왔다갔다하며 공을 굴리면 척추에서 엄청난 소리가 난다.

 

자세한 운동법은 유튜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운동법보다는 라크로스볼이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본 포스팅을 통해 공유하고 싶어 작성해보았다. 게임 좀 할라치면 뒷목이 아파 편두통까지 온다면 라크로스볼을 한 번 고려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