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약자 주의! 배틀그라운드(player unknown's battlegrounds)
나중에 스토리도 추가 될려나..
도대체 몇번째 국산게임의 마지막 희망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 제작비 XXX억!!(회식비로 도대체 얼마나 쓴거야) 등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등장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던 여타 다른 가짜(?)희망과는 다르다. 일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얼리억세스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스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스트리머들이 배틀그라운드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젠 굳이 얼리억세스라는 방패 뒤에 숨을 필요없이 말그대로 국산게임의 마지막 희망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블로그 포스팅 리뷰보다는 유튜브나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 영상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우연히 접했을 것이다. 배틀로얄 방식으로 최후의 1인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은 대충 알겠는데 자기장이 어떻고 부동산이 어떻고 도대체 왜 자기들끼리 재밌다고 웃고 떠드는지 감이 안오는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구매를 망설이고 있거나 아직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를 위해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과 함께 특징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배틀로얄이 어쩌고 저쩌고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을 한 섬에 가둬두고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게임이 진행되는 배틀로얄 방식의 게임이다. 처음에는 섬 전체가 경기구역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제한 구역은 점점 작아진다. 3~4명이 남을 때쯤이면 경기 구역은 좁힐대로 좁혀져 언제 적을 만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연출된다. 섬 안에는 탈 것도 있고 아이템도 있고 적도 있다. 다른 플레이어와 팀을 짜서 플레이 할 수도 있다. 전략도 필요하고 FPS의 순발력도 필요하다. 승리를 위한 방식은 제각각이기에 섬 안에서의 자유를 만끽할 수도 있다.(분명 주변에 누군가 있긴한데 보이진 않아서 너무 긴장될 땐 차라리 '나와!!!'라고 보이스채팅으로 외치며 센 척을 한다.) 여러 장르의 흥미요소를 접목시킨 이 게임은 스팀 기준에 따르면 '생존'이라는 장르에 속한다.
이쪽 장르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찾아보니 이미 꽤나 많은 타이틀이 출시되었다.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 비슷한 게임인 것 같은데 유독 배틀그라운드가 흥행을 거두고 있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본 적이 없어서 다른 게임과의 비교는 어렵지만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며 느꼈던 점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킬의 재미를 잘 살렸다. 일단 쏘는 맛이고 뭐고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긴장감 끝에 적을 끝장냈을 때의 즐거움이 굉장하다. 처음 몇번 플레이에서는 느끼지 못했지만 조금 게임을 알고나서부터는 다른 게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었다. 이쪽으로는 영 잼병이다 보니 상대를 만나면 먼저 깜짝 놀라고 운좋게 내가 처치하면 때이른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고, 졌을 때에는 가슴이 철렁하고 머리가 멍해졌다. 그러고보니 킬 뿐만 아니라 다이의 재미도 잘 살린 것 같다.
항상 논란의 중심인 타격감에 대해서는 큰 단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총을 쏘면 사운드 빵빵하고(남이 들을까 조마조마하다) 반동도 크다(잘 안맞아서 조마조마하다). 내가 총을 맞을 때도 엌엌 아파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화면에 튄다. 마찬가지로 상대도 총을 맞을 때마다 말그대로 피가 터져나오기에 내가 맞췄는지 빗맞췄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상대방의 피격모션만 좀 개선 된다면 더 재밌을것 같다.
아이템 파밍의 재미도 상당하다. 다양한 무기, 개조 부속품, 회복템, 방어구 등 게임을 플레이 하다보면 수많은 아이템을 만나게 된다. 단순히 종류의 가짓수만 늘린 것이 아니라 아이템별 성능 차이, 기능 차이를 잘 구현해 놓았다. 필요한 아이템을 갖추면 승리에 한발자국 더 다가서는 것인 만큼 아이템 파밍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그 욕심이 과해 파밍에 눈이 멀어 비명횡사하는 일이 왕왕 발생할 정도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게임에 구현해 놓은 요소를 버리는 일 없이 제대로 잘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총기 부속품의 경우 종류가 정말 다양한데 다 쓰임이 있다. 총구의 불꽃을 가려서 적에게 덜 보일수도 있고 소음기를 달아 소리를 줄일 수도 있다. 수풀에 몸을 숨길 수 있지만 큰 배낭을 메고 있을 경우 아무래도 더 잘 보인다. 장거리 사격의 경우 탄속과 영점조정을 고려해야 한다. 국산게임답지(?) 않게 최대한 많은 디테일을 게임내 적용 하려고 노력한 점이 보인다. 근접무기인 후라이팬을 엉덩이에 차면 그 부분 총알을 막아주는 걸 보며 현실적 디테일과 게임적 허용을 잘 버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매칭이 빠르고 준비과정이 짧아 게임시작이 간단하다. 안그래도 죽었을 때 데미지가 큰데 새게임을 시작하는 것도 오래 걸린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화난다. 많은 게임이 수준이 맞는 상대를 찾아 큐 돌리고 또 조합도 맞춰보고 어 하다보면 어느새 5분 10분이 흘러가버린다. 게임플레이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재미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틀그라운드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번 판이 열받는 건 열받는 거고 쿨하게 바로 다음 플레이로 넘어갈 수 있어 좋았다.
운빨갓겜
보통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에 대해 비난할 때(X-Com이라든지 엑스컴이라든지…) 운빨 X망겜이라고 부르며 분노를 터뜨린다. 이는 확률 때문에 플레이어가 영좋지 못한 결과를 맞이했을 때 하는 단순한 불평일 수도 있고 운과 실력의 비중이 너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에는 운빨갓겜이다. 승리에 관여하는 운과 실력 간 밸런스가 잘 맞는다. 기계적으로 양 쪽의 비중을 50:50으로 맞췄다는 것이 아니다. 이 둘을 적절히 잘 섞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툴툴거리면서도(내지는 비명과 함께) 자신의 운과 실력에 따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할 수 있다.
운과 실력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결과를 오히려 쉽게 납득할 수 있다. 다른 게임은 비교적 운에 의존한 플레이와 실력에 의한 플레이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에 실력에 당하면 당한대로 운에 당하면 당한대로 멘탈에 데미지가 상당하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실력과 운을 구분하기엔 고려해야할 변수가 너무 많다.
획득한 아이템, 낙하 위치, 경기제한 구역인 이른바 자기장 위치, 주변 플레이어 상황, 시야 등등 운이나 실력만으로는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졌을 때 운 핑계, 이겼을 때는 실력 덕이라며 정신승리가 훨씬 수월하다. 그래서 이번판에 분노하기보다는 다음판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실력이 필요없으면 망겜이네 쯧쯧
실력이 필요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운도 실력이라는 의미다. 이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만약 FPS 고수와 초심자가 같은 경기에서 맞붙는다면 백이면 백 둘이 맞닥뜨리는 순간 초심자는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른 채 0.1초만에 고수의 승리로 끝난다. 동일한 장비, 예상 가능한 지형(전투), 명확한 시야 등 변수가 적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에서는 초심자가 고수를 이기면 말그대로 운빨덕분인 것이다. 고수 입장에서는 이겨도 시시해서 재미없고 지면 진대로 운빨X망겜이라며 분노하게 된다. 자신의 실력과 게임 시스템대로라면 자신이 절대로 져서도, 질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재미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 빡빡한 매칭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배틀그라운드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굳이 세세하게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긴장감을 가지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른 게임에서 활동하던 프로게이머와 스트리머가 그들의 엄청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죽어서 본인은 물론 시청자까지 놀래키는 영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실력'만으로는 최후의 1인이 되기는 어렵다.
이는 하수에게나 고수에게나 즐거운 경험이다. 하수는 피지컬이 딸려도 우승할 기회를 엿볼 수 있고 고수도 어떤 변수에 당할지 몰라 긴장감을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다. 초심자의 운이 터진 것인지 처음 플레이 해 본 아내가 3판째에 2위를 달성했다. (수십시간 째 플레이한 누군가는 3위가 최고 기록이다.) 초보가 2위를 할 수도 있지만 고수가 권총만 가지고도 1위를 할 수 있는 것이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다(유튜브 영상 링크).
얼리액세스라는 방패를 하루 빨리 걷어내길
이미 배틀그라운드는 얼리억세스라는 타이틀을 떼고 본다고 해도 하나의 성공적인 타이틀이라 할만하다. 초기에 지적되었던 서버, 최적화, 버그 등의 문제는 지금은 크게 개선되었고 국산게임의 희망으로 불리며 흥행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얼리액세스인만큼 관대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곧 방패없이 많은 이들의 피드백을 맨몸으로 받아내야할 시기가 온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너무 과욕을 부리거나 반대로 지레 겁을 먹고 게임을 망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제작사가 할 수 있는 일과 모더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알맹이 없는 겉만 번지르르한 콘텐츠를 허겁지겁 추가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현재 있는 것만 다져나간다 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당당히 제작사가 추구하던 작품성을 향해 나아가길 소비자로서 바란다.
심약자는 촉수금지
너무 긴장긴장 얘기 했는데 이게 뭐라고 정말 엄청 긴장된다. 이런 장르를 처음 접해서인지는 몰라도 탑10까지 가게 되면 혹시나 1위를 하게될까 싶어 더욱 긴장하게 됐다. 최근에 이토록 집중해서 한 게임은 없었다. 이렇게 사람 심장을 움켜쥔 게임도 없었다. 간만에 맛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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