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작년만 같아라

 

사고 싶은 게임이 많은데 살 돈은 없는 게이머에게 있어서 가장 즐거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괴로운 일은 재밌어보이는 게임이 비슷한 시기에 쏟아져 나오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5년은 RPG 팬들에게 있어서 꽤나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해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디비니티 오리지널씬 EE, 웨이스트랜드2 디렉터스 컷, POE가 출시된 해이기 때문이다. 이 중 POE를 제외한 두 작품은 2015년에 각각 EE, Director's Cut 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시되며 기존 시리즈 대비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게이머들에게 보여주었다.

아직도 '디비니티 살까요 POE살까요' 에 대한 질문에 '폴아웃 좋아하셨다면 웨이스트랜드2 한번 해보세요~'라는 답이 나오는 걸 보면

배고픈 게이머의 고민은 2016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말한 세가지 게임의 리뷰 및 비교 포스팅을 통해 게이머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한다.

 

 

디비니티 오리지널씬? EE?

 

디비니티 오리지널씬 클래식은 스팀 기준 2014년 7월 출시되어 RPG 팬들에게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단순히 오랜만에 나온 턴제 전투를 채용한 RPG 대작이라는 점 외에도, 배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전략적 전투, 아이템 파밍 및 제작, 캐릭터 육성 등 묵직한 RPG에 목말라하던 게이머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독구름 화살을 쓰고

불화살 또는 파이어볼 마법을 쓰면 폭발!

다만 스토리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렸는데, 명쾌하고 어렵지 않아 좋았다는 평과 스토리가 RPG치고는 너무 단순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디비니티오리지널씬에 사용된 영어가 너무 어려워 스토리 외적 요소에만 집중하다보니 크게 스토리 자체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본인은 거의 게임으로만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디비니티오리지널의 경우,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사용된 일상적이지 않은 어투와 단어를 이해하고 넘어가는데 상당한 고생을 했다. 또한, 개발일정 때문인지 몇가지 버그도 눈에 띠었고 초반에는 매우 흥미로운 전투에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중후반이 되면서 차츰 늘어지는 전개에 전투는 빨리 생략하고 엔딩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1회 엔딩을 보고 잊고 있었던 디비니티 오리지널씬에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라 해도 좋을 Enhanced Edtion을 출시했다.

(그것도 기존 타이틀을 보유한 유저에게는 공짜로!)

개발자의 말을 빌리자면 세세한 변경점은 천가지도 더 넘는다고 하니, 클래식 버전을 굳이 다시 비교 플레이 해보고 싶은 유저가 아니라면 변경된 큰 줄기만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게임의 시작 포인트. EE, 무엇이 달라졌을까

먼저, 분할 화면으로 콘솔로 둘이 즐길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개발진에서 가장 중요시 생각했던 모양인지 소개영상에서도 주로 Co-op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하고 홈페이지 소개에서도 가장 첫번째로 나오는데 당연한 말이겠지만 역시 PC유저인 본인과는 큰 관계가 없는 변경사항이다.

턴제 게임이다보니 둘이서 게임을 즐길 경우 아무래도 늘어지기 쉬운데 그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콘솔 유저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지 않았을까 짐작만 할뿐이다.

 

두번째로 전체적인 게임 볼륨 추가이다.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게이머라면 굉장히 만족했을 변경점이라고 생각한다. 굵직하게는 지역 및 퀘스트가 업데이트되어 플레이볼륨이 증가했고, 세세하게는 AI개선, 성우 오디오 추가, 컷씬추가, 몬스터 추가, 애니메이션 추가, 밸런싱 패치 등이 이루어졌다.

AI개선 및 애니메이션 추가 부분은 전투를 보다 흥미롭게 만들었고, 성우 오디오와 컷씬추가는 게임세계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

또한, 전투에 쫓겨 스토리에 제대로 집중못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난이도 모드를 추가하였다.

가뜩이나 퀘스트 해결방법을 못 찾고 헤매고 있어서 짜증이 나는데 어려운 전투에까지 휘말려 버리면  분노가 솟아오르게 마련, 난이도 업데이트는 쾌적한 플레이를 원하는 유저와 하드코어 유저 둘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탐험 모드 전술가 모드 명예 모드

세번째는 그래픽 개선 및 최적화인데 이 중 특히 최적화 부분에 개인적으로 점수를 주고 싶다.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인데 2014 ~ 2015년이 컴퓨터 교체를 고려하던 시기라 컴퓨터 사양이 좋지 못했던 탓에 그래픽은 개선되면서 로딩은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짧아진 점이 크게 다가왔다.

 

(비공식)네번째는 콘솔판 한글패치가 유출되면서 어둠의 경로로 PC 유저도 한글판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완성도도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부분에서도 디테일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공략집의 도움 없이도 게임내 실마리와 힌트를 찾아가며 퀘스트 해결할 수 있어서 스스로 플레이한다는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EE에서 달라진 점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면 이제 두편에 걸쳐 몇가지 주제를 기준으로 디비니티 오리지널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RPG의 핵심 캐릭터 육성

 

게임안에서는 주인공 캐릭터 = 나 일정도로 RPG에서 주인공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타인과 경쟁이 없는 싱글플레이 게임에서조차 최적의 빌드나 최강 캐릭터를 선호하는 플레이어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에 못지 않게 특이한 캐릭터, 재밌는 캐릭터에 대한 플레이어의 욕구도 많은데 그래서인지 개발사들은 항상 '수십가지 클래스, 스킬과 특성을 조합하면 억단위의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는 식의 다양성을 강조하곤 한다.

어떤 게임은 이 부분이 제일 재밌어서 문제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밸런싱에 실패하여 결국 쓰는 스킬만 쓰고 고르는 클래스만 고르는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는 비단 밸런싱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게임이 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많은 플레이어가 강함 외에도 플레이 자체의 '재미'를 추구하는 경우도 많은데, 많은 RPG게임이 게임 설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플레이어에게 '강함'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몬스터를 한방에 몰아서 몰살시켜야 하는 액션RPG게임이 있는데 캐릭터에게 화술, 매력, 지도력 같은 능력치 항목을 만들어봐야 거기에 투자하는 플레이어가 몇이나 있을까.

액션RPG야 애초에 액션에 비중을 두었다고 하니 그렇다쳐도 정통 RPG 개발사라면 이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디비니티 오리지널씬의 캐릭터 육성 관련 점수는 평균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추구하는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플레이어의 자유도라기 보다는 게임이 제시하는 해결방법을 플레이어가 얼마나 잘 따라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스킬이나 특성이 전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서 그 자체가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킬 및 특성의 초점이 대부분 전투에 맞춰져 있다.

대신 게임은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여러 '강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물과 전격, 불과 대지 처럼 2가지 조합에서부터 다른 곳에 스킬 포인트를 더 투자하여 3~4가지 조합으로 원하는 전투스타일을 완성시킬 수 있다. 또한, 게임 중반부터는 언제든지 자신이 원할 때 초기화가 가능하므로 부담없이 여러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능력치의 경우, 일정 레벨마다 능력치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는데 이것 자체는 아주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자신이 선택한 전투스타일에 맞춰 찍어나가면 된다. 아이템 및 스킬에 필요한 주요 능력치가 나와있어 변칙적인 능력치 투자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성의 경우, 전투 관련해서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는 편이다.

턴당 취할 수 있는 행동을 수치화한 액션포인트에 보너스를 주는 대신 체력을 절반으로 한다든지, 캐릭터가 자신이 사용하는 스킬의 원소에 접하고 있으면 보너스를 주는 식의 재미있는 특성이 많다.

이렇듯 디비니티 오리지널씬에서는 스킬, 능력치, 특성 세가지를 조합하여 다양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데, 굳이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스킬 포인트 설계 부분이다.

디비니티 오리지널씬의 스킬 포인트 투자 방식은 해당 스킬의 수치가 1일 때 1개, 2일 때 2개 필요한 누적방식인데, 이는 하나의 스킬에 집중해서 투자하는 것보다 여러 스킬을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한 스킬만 집중해서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도적이지만 일부 사술 스킬을 활용하고 있다.

누적 투자방식 외에도,기본적으로 최고 스킬레벨이 5로 제한되어 있어 한 스킬만 집중해서 찍었을 때의 보상이 적은 점도 플레이어에게 여러 스킬을 조합하도록 강요한다고 생각한다. 스킬은 Novice, Expert, Master (초보, 숙련자, 대가)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는데 게임의 특성상 활용도 측면에서 보면 카테고리간 차이가 크다고 보기 힘들다. (물론 위력 자체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는 편)

따라서 하나의 대가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여러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편이 게임이 훨씬 쉽고 재밌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의 디자인대로 스킬을 조합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투 스타일의 다양성을 추구한 개발진의 의도도 충분히 이해는 되나 한가지 스킬에 집중하는 것도 다양성의 일부라는 것을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몬스터의 저항력에 대응할 수 있게끔 불과 물마법을 익히는 것도 좋지만 본격 화염술사의 마스터가 되어 상대의 저항력을 씹어먹는 것도 플레이어로서는 즐거운 경험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굳이 이 평범함에서 아쉬움을 꼽자면 이정도..)

이 게임은 앞서 말했다시피 아주 특별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 어찌보면 평범한 캐릭터 육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RPG스러움'을 기대한 유저라면 놀랄 일도 실망할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2편으로)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