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자가 아닌 그냥 게임하는 사람


사상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요즘 내가 참기 어려운 이슈가 있다. 그렇다. 소위 말하는 '페미묻은 게임' '정치적으로 올바른(pc) 게임' 대한 얘기다. 말했다시피 특정 생각에 대해서는 굳이 깊이 얘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제작사 또는 제작자가 얼마나 안이한지 그리고 게으름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분노케 하는지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최근 언론사에서 어떤 사건을 안주삼아 게이머 리뷰어들을 싸잡아 '혐오자' 매도했다. 무슨 사건인가 했더니 게임제작사의 직원이 스스로를 페미나치라고 SNS상에 소개했고 이를 리뷰어가 게임은 아직까지는 남자들이 많이 하기 때문에 소비층을 적으로 돌릴 있는 이런 발언은 무책임한 행동 이라고 언급한 사건(?)이다.

 

다른 것을 떠나 요즘 이렇게 게임이나 영화에서 본질이 아닌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 세련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새로운 주장을 하며 열등한 이들을 계몽하는 우월한 선구자가 되고 싶은가? 그럼 이것보다는 성실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단순히 자신의 창작물(심지어 오롯이 자신의 것만도 아닌) '장난질' 친다거나 SNS에서 '나는 깨어있는 사람이다'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쉬운 일을 하고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인정받는 일은 게임에서나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고민없이 멋대로 행동하고서는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선구자나 순교자 행세를 해대서는 대중의 관심은 커녕 분노를 사게 된다.

 

대중을 설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콘텐츠의 본질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양쪽 잡는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냥 '착하게 살자' 외치는 것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안에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이 어렵지만 그만큼 효과적이다. 본질이 바로 섰을 사람들은 안의 메시지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메시지 전달에 급급해서 본질을 해치는 우를 범하게 되면 당연히 훼손된 본질에 대한 비판과 함께 외면 받을 밖에 없다.

 

김치는 멋지다, 좋다는 메시지


대한민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강한 남성을 합치면 강한 대한민국을 널리 알릴 있는 대표 캐릭터가 탄생할까. 방탄소년단 덕분에 대한민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나라에서 '애국청년단' 만들어 활동시킨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많이 불러올 있을까.

 

같은 캐릭터(물론 퀄리티 차이도 극명하지만)라도 패러디라는 본질과 메시지에 충실하면 보는 이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운드 주의


시대에 뒤떨어진 성교육 자료를 개선한다고 생각해보자. A라는 제작자는 청소년에게도 성이 많이 개방되어야 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교육자료에 담고 싶어한다. 잘잘못에 대한 판단은 논외로 한다. 척봐도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교육자료에 채택도 돼야하고, 학부모의 반발도 최소화해야하고, 교육자(전달자) 공감도 사야하고, 학생(소비자)에게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흥미를 끌어야 한다.

 

하지만 A 게을렀다.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다양한 성행위 장면을 적나라하게 촬영하여 영상자료를 뚝딱 만들었다. 교육내용도 자기 생각에 맞춰 왜곡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과정도 수동적인 여성을 상징하는 것만 같아 난자가 정자를 '적극적'으로 끌고다니는 것으로 내용을 바꿨다. A 창작물은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뒤에서 야동이나 보는 위선적인 이들이 우리 청소년을 억압한다', ' 교육자료를 비판하는 사람은 마초이즘의 노예다', '나는 여성우월주의자다' 라는 것이 A 대응 입장이다.

 

교육자료는 차라리 성인물로 제작 되었다면 많은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성인물은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성인물을 즐겨 보는 사람도 가족과 함께 가족영화를 보는데 갑자기 야한 장면이 나오면 불편할 것이다. 야한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영화라는 본질이 흐려진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A 창작물이 교육 목적으로 세상에 나온 이상 몇마디 해명 아닌 해명으로 비판하는 대중의 입을 막기 어려운 이유다. 콘텐츠의 본질을 소홀히 해서는 소비자들의 비판, 아니 '혐오자들의 백래시'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헤이 츄라이츄라이


나는 게임을 즐기려고, 영화를 즐기려고 돈을 냈는데 본질 외의 것이 덕지덕지 붙어 소비자인 나를 불쾌하게 만든다. 스토리 구축에 실패해 설득력 있는 매력적인 악당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냥 백인 남성인 악당이나 떨어진 캐릭터를 우겨 넣는다. 의미도 없고 흐름과도 맞지 않는 야한 장면과 상황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참아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단다. 동성애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여태 게으름을 피웠던 제작자는 그런 나를 보고 '관심을 가져라', '교육수준이 떨어져 이해를 못하는 것일 ', '사회부적응자' 같은 날선 비난에 갑자기 열을 올린다.

 

한국의 불고기가 먹고 싶어 식당을 찾은 외국인에게 '츄라이, 츄라이' 하며 개고기를 썰어 안에 섞어놓으면 식당주인은 한국문화 전파에 지대한 공이 있는 걸까. 식문화 다양성의 선구자가 되는 것일까.

불쾌한 표정의 코쟁이에게 '한국문화 혐오자', ', , 돼지 혐오자'라고 쏘아붙이면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일까.

 

재미가 됐건 감동이 됐건 흥분이 됐건 콘텐츠는 소비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가 행복해지면 누가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안의 메시지에 주목한다. 심지어 만족한 소비자는 없는 메시지도 만들어내서 해석하려 애쓴다. 그러니 제발 제작자들은 본질에 먼저 충실하고 이후에 자신들의 '게임' 나서길 바란다. 나는 게임을 사고 싶은 것이지 '게임' 돈을 지불하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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