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디비니티오리지널신 1 리뷰에서 다룬 내용은 생략하였습니다.)


첫 로딩이 좀 길면 어떠랴 이렇게 멋진데

영어! 영어! 영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디비니티 오리지널신2 출시됐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배틀그라운드 상자를 팔면서 모아둔 스팀머니와 합쳐서 구매했다. 바쁜 독자분이 많은 만큼 결론부터 바로 말하자면 게임자체는 1보다는 낫지만 1만큼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비교대상인 다른 게임의 수준이 높아졌건 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컸건 첫눈에 갓겜! 이라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가장 걱정거리였던 한글화가 역시 발목을 잡는다.

전작에 비해선 어려운 어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텍스트 분량이 많아(특히 묘사부분)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다면 다소 시간이 걸릴 밖에 없고 피로도도 상당하다. 열심히 읽고 났더니 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든가 중요한 내용을 대충 읽어서 고생을 한다든지 언어의 압박이 상당하다.

 

플레이 타임이 25시간 넘어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할 있었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퀘스트가 다양하고 해결할 방법도 많다보니 이것저것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것도 있지만 한글화가 게임 흐름을 잡아 끌었다는 것은 부정할 없다. , 편지, 대화 등등 모든 것이 퀘스트 해결의 단서인데 모국어가 아닌 텍스트를 스트레스 풀자고 하는 게임에서 몇시간 붙잡고 읽는 것은 게임이 왠만큼 재밌어서는 힘든 일이다. 평소 영어라면 질색하는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는 플레이어도 왠만하면 한글화가 후에(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희소식은 쉐도우런 시리즈보다는 그나마 피로도가 덜하다.

상자 뒤에 숨은 책장을 찾아서

퀘스트 단서를 발견해야 한다

퀘스트 지시사항이나 마커 등이  직접 주어지기 보다는 저널,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있는 데다가 거기가서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시스템적으로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어의 압박이 더욱 두드러진다. 무게감있는 RPG 만큼 직접 탐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를 주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종종 저널이 너무 모호한 때가 있는데 이는 세련되게 다듬어야 것이다. 패치내역을 보면 제작사 쪽에서도 지속적으로 신경쓰고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한글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디비니티 오리지널2 때가 아니다. 게임 외적인 부분이라 수도 있지만 게임의 특성상 텍스트가 절대적으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게이머에게 무턱대고 권하긴 어려운 다시 강조한다.


옥에 티가 너무 많으면 티에 옥?

 

그래도 지름신이 오는 독자 분의 돈을 아껴드리기 위해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도 단점을 찾아보았다.

 

디비니티2 최대 4 파티를 구성해서 탐험을 진행할 있다. 전작과 동일하게 초상화를 끌어 서로 연결시켜 함께 우루루 돌아다니게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은신, 퍼즐풀기 ) 서로 분리시켜 각자 행동을 시킬 있다. 그런데 우루루 몰려다닐 때의 AI 전작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눈에 차지 않았다.

 

전작에서는 함정이 있건 없건 치명적인 마법장판이 깔려있건 간에 플레이어가 지시한 포인트를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문제가 있었다. 덕분에 각종 연쇄작용으로 인한 폭죽 놀이 눈물의 로드를 밖에 없었다.

 

이번 작에서는 그런 일은 줄었지만(함정의 경우에는 여전히 마구 밟는다.) 전작과는 반대로 뻔히 돌아갈 있는 길이 있거나 경우에도 함정 앞에 겁이라도 질렸는지 파티원들이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다리나 덩굴 줄기를 타고 위로 올라가거나 밑으로 내려가는 경우에도 어떤 때는 자신이 컨트롤하는 캐릭터 하나만 움직이고 나머지 파티원은 길이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현상이 있다.


하나하나 초상화를 떼어내거나 동일한 길을 왔다갔다하면 금방 다시 정신을 차리긴 하지만 가뜩이나 전투는 적고 텍스트는 많은데 이런 작은 버그아닌 버그가 신경을 긁으면 게임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초상화를 끌어서 파티원간 연계를 뗐다 붙였다하는 것은 멀티플레이를 고려한 장치라고 생각하지만 솔로모드에서는 차라리 파티원들을 드래그로 컨트롤 있었으면 좋았을 같다. 현재는 예상되는 전투에 대비해 곳곳에 산개시킨다든지 정찰을 위해 파티원을 여기저기 보낸다든지 하는 이동 관련 컨트롤이 힘들다. 덧붙여서 디비니티에서는 은신모드를 제공하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매번 초상화를 끌어서 캐릭터를 파티에서 분리하고, 일이 끝나고 뒤에 다시 연결 시켜야 하는데 매번 이렇게 하기는 정말 귀찮다.

 

다행히 전투는 실시간이 아니라 턴제이기 때문에 불편함을 전혀 느낄 없다.

 

시야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면 답답한 감이 있다. 일단 카메라 앵글을 가리는 구조물이 많다. 벽면도 짚고 상자도 치우고 바닥도 훑어보면서 퍼즐을 풀어나가야 하는 게임 특성상 여기저기 둘러볼 일이 많은데 자꾸 시야가 막혀 카메라를 돌리게 된다. 배경과 구조물이 복층을 이뤄 겹겹이 쌓여 있다보니 카메라와 캐릭터 사이에 떡하니 검은 그림자가 시야를 가로막는다. 그래픽적으로나 게임 분위기를 위해 몇몇 중요한 장소만 이런 식으로 꾸며놨다면 이해하고 넘어 갔겠지만 거의 모든 배경과 구조물이 이렇다 보니 플레이에 있어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층층이 구성된 배경은 멋지지만 시야확보를 위해서는 열심히 카메라를 돌려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디비니티2 게임 내에서 이것 저것 만져가며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상호작용이 가능한 장치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게임은 하이라이트 기능을 제공해서 플레이어를 돕는데 디비니티2에서는 난이도나 퍼즐에 대한 재미를 고려했기 때문인지 땅에 떨어진 아이템에 대해서만 하이라이트 기능을 제공한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상자와 장치는 플레이어 자신의 눈으로 찾아내야 하는데 이게 답답한 시야문제와 겹쳐 정말 고역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상 아이템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상자를 뒤적이지 않게 되었는데 RPG 재미가 하나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게임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과 거래를 있는데 불편한 점이 눈에 띄었다. 필라스오브이터니티처럼 파티 전체가방 기능이 없기 때문에 물건을 거래하려는 파티원을 일일히 찍어가며 가방을 열어 거래해야 한다. 이것 역시 멀티플레이를 고려한 사항인 같지만 솔로모드에서는 다른 방식을 도입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흥정능력치와 호감도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캐릭터가 다른 파티원보다 가격조건이 좋은데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팔려는 아이템을 거래용 캐릭터 가방에 몰아 넣어주는 정리작업이 필요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귀찮다.

 

전작에서 극찬했던 전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겠다. 환경과의 상호작용과 연쇄작용을 이용한 전투 방식은 여전하다. 새로운 요소도 있다. 물리아머와 매직아머가 추가되었다. 일종의 보호막 개념으로 아머가 닳기 전에는 해당 아머가 저항하는 상태이상에 걸리지 않는다. 전작에서 상태이상이나 환경요소를 이용한 공격이 너무 강력했다고 판단해서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에는 아머가 너무 강력하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전략성까지 해쳤다.

 

아머가 있는 어떤 강력한 마법이나 아이템을 써도 아머가 저항할 있는 상태이상이라면 완벽히 방어할 있다. 확률도 아니고 그냥 면역이 것처럼 데미지는 들어오지만 상태이상은 걸리지 않는다. 직접 데미지를 주는 마법이나 물리공격 위주로 캐릭터를 육성했다면 그나마 문제가 덜하지만 각종 상태이상을 주로 활용하는 캐릭터를 육성한 경우에는 아머를 두른 적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게임 초반의 역경을 뚫고 드디어 처음 '소스' 활용한 마법을 시전했는데 '' 하고 아머에 묻혀버렸을 때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없다.

 

그러면 RPG 답게 파티원을 활용해서 쪽에서는 아머를 깎고 쪽에서는 상태이상을 걸면서 게임을 풀어나가면 되지 않겠냐고 물어볼 분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당연하고, 만약 제대로 구현되었다면 전투에 높은 점수를 줬을 것이다. 하지만 디비니티2 그렇지 못하다.

 

적의 종류에 따라 물리아머와 매직아머의 비율과 총량이 다르다. 인간형은 피가 적은 대신에 양쪽 아머를 덕지덕지 두르고 있고 형태의 적은 아머 비중이 낮거나 어느 아머만 강력한 식이다. 전투는 주로 인간형과 치루게 되는데 아머 비중이 높다보니 상태이상을 걸기 위해 아머를 깎았다면 이미 상태이상에 집착할 필요 없이 두대만 치면 죽는 상황이다. 각종 상태이상의 활용여지가 굉장히 좁아졌다. 피통만 엄청 적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적다.

 

또한 물리/마법 아머가 둘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쪽을 깎기 위해 플레이하는 방식은 피통이 2배인 적을 상대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면 물리, 마법이면 마법 아머 쪽을 빨리 없애는 플레이가 효율적이다. 결국 깡뎀 위주로 파티를 육성할 밖에 없게 된다.

 

강력한 아머 회복 스킬도 많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적을 요리하는 각종 CC기와 상태이상 기술의 효율은 깡뎀이 비하면 초라하다. 기껏 혼란이나 매혹을 걸어놓은 적이 도중에 아머를 다시 회복하고 정신이 돌아와서 파티원에게 칼을 겨누면 내가 뭣하러 이짓거리를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제는 불도 그다지 두렵지 않다.

아머의 강력함을 낮출 필요가 있다. 저항력과 연계해서 아머가 있는 동안은 상태이상에 대한 저항 2배라든지 남아있는 아머에 비례해서 저항 확률을 계산하는 식으로 조정하지 않는다면 전투가 지나치게 단조롭게 흘러갈 것이다. 턴제전투방식인 게임에서 단조로운 전투만큼 치명적인 단점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분은 빨리 보완되어야 것이다.


필라스오브이터니티2를 기대하며


디비니티2 현재 스팀 기준 54천원이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 디테일한 단점을 제외하고 틀에서 보면 좋은 RPG게임임은 분명하다. 다양한 종족과 직업, 재밌는 퍼즐과 단서찾기, 다양한 퀘스트와 해결방식,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전작에 비해 더욱 발전했다. 그래픽도 멋지다. 하지만 디테일을 놓쳤다. 발전한 것도 있지만 퇴보한 것도 있다. 기대가 크면 원래 실망도 크다. 54천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틀에서의 재미를 확실히 보장해줄 한글화가 되지 않는  일단 지금은 제값을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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