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시공의 폭풍에 빠져 지냈던 탓으로 뉴스페이지를 보고나서야 배틀그라운드에 나름 대규모 업데이트가 실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있었다. 최적화도 이뤄졌고 아이템상자도 추가되고 1인칭 고정 서버도 추가됐다. 최적화 패치 덕분에(?) 서버랙이 심해 도저히 게임을 즐기지 못할 정도였지만 추가적인 패치를 통해 수정됐다.

 

보면 보인다

 

북미서버와 유럽서버에 1인칭 고정 서버가 추가됐다. 3인칭에서 1인칭으로 시점만 변경된 뿐이지만 게임 느낌이 달라졌다.

북미, 유럽서버에 1인칭고정 서버가 추가됐다.

기본적으로 3인칭은 불공평한 시점이다. 1인칭과 3인칭 시점 차이에서 오는 유불리뿐만 아니라 같은 3인칭 시점내에서도 유불리가 갈린다. 기다리는 쪽이 공격해 들어오는 쪽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상대방이  없는 엄폐물이나 건물 코너 뒤에서 이리저리 마우스를 돌려가며 안전하게 시야를 확보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자기장을 통해 자리 이동을 강제하고, 게임 내내 공수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전투마다 유불리가 존재하지만 전체 게임 틀에서 봤을 밸런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확실히 해둔다.

요리보고

1인칭 시점의 가장 특징은 내가 있으면 상대도 나를 있다는 것이다.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의 전투흐름 차이는 여기에서 온다.


열심히 뛰어가다 총을 몇방 맞았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아서 엄폐물로 숨은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엄폐물 뒤에서 공격자가 오는지 안오는지 확인하면서 구급상자를 사용했던 경험도 있다. 3인칭의 메리트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기회를 잡아 거의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놨는데 상대가 엄폐물 뒤로 숨은 뒤부터는 순식간에 불리해진다. 한방만 맞추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기에는 상대가 자신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알고 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투척물 활용도 어렵다.

 

여기서 시점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3인칭에서라면 자신이 상대보다 장비가 좋거나 에임이 좋을 거라 확신할 없기 때문에 허허벌판에 있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굳이 불리한 상황에서 싸우기보다는 자신도 엄폐물을 찾아 전투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선택을 하게 된다.

 

반면 1인칭에서는 물러날 이유가 없다. 여세를 몰아 적극적으로 전투를 이끌어 가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운만 좋으면 곧장 달려가 구급상자를 사용하고 있는 무방비의 상대를 벌집으로 만들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자신은 3~4방을 버틸 있지만 상대는 방이다. 수류탄, 섬광탄도 효과적이다. 이도저도 자신이 없다면 상대가 고개를 내밀 없도록 견제사격을 하면서 유리한 위치를 몰래 선점할 수도 있다.

 

소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3인칭에서도 사운드플레이가 중요했지만 시각정보가 풍부하게 제공되다보니 아무래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1인칭은 시야가 제한되고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자신을 노출해야 하므로 안전하게 적을 먼저 포착하기 위해서는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들어야 한다. 따라서 아주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걷기' 쓰일 일이 거의 없었는데(상대가 뻔히 보고 있는데 슬금슬금 걸어와봐야 좋은 표적이 뿐이다.) 활용도가 높아졌다.

조리보고

게임흐름도 다르다. 앞서 말했다시피 3인칭 시점은 공방에 따른 유불리가 있기 때문에 최후의 1인으로 남기 위해서는 되도록이면 수비 쪽에 서서 유리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아무래도 전투스킬보다는 자리선점(현실이나 게임이나 부동산이 최고) 비중이 크다. 그렇다보니 생각보다 전투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자리잡은 위치에서 벗어나는 순간 유리함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옆집에 상대가 있는 것은 뻔히 알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자기장이 강제로 밀어내지 않는 이상 지금 이불 안이 가장 안전하다. 벌판에서 자기장이 극도로 좁아졌을 마치 웜즈 시리즈 처럼 다들 지렁이로 빙의해서 여기저기 수류탄을 날려대는 모습을 있다.

 

1인칭에서는 전투가 자주 발생한다. 기존에는 '나가면 죽는다' 생각이어서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했지만 1인칭에서는 나가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템 파밍이나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해 이불을 박차고 움직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적을 포착할 확률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수도 손으로만 없듯이 전투도 상대가 있어야 한다. 3인칭에서는 기다리는 쪽이 창문 뒤나 엄폐물 뒤에서 안전하게 시야를 확보한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는 적을 상대로 전투를 시작할지 고민할 있다. 쓸데없이 어그로를 끌고 싶지 않거나 죽일 자신이 없는 위치라면 굳이 상대가 쪽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상 싸우지 않는 선택을 수도 있다. 돌아다니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창문이나 엄폐물을 뚫어져라 본들 상대가 보일 턱이 없다. 그렇지만 보이진 않아도 어딘가에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싸울 의지가 약해진다. 아예 지역을 벗어나거나 자신 또한 몸을 숨겨버린다. 하지만 1인칭에서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여기저기 기웃 거려야 하기 때문에 밖에 있는 상대도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 내가 봤건 못봤건 상대가 나를 봤다면 싸울 마음이 없어도 저쪽에서 먼저 달려들면 도리가 없다. 바로 전투에 돌입해야 한다.

 

개인적로는 3인칭보다는 1인칭이 재밌었다. 3인칭과 1인칭 차이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느 쪽이 낫다고는 얘기할 없고 지향하는 게임의 재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1인칭의 특징이 누군가에는 단점으로 누군가에게는 장점으로 받아들여질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답답한 시야( 낮은 감이 있다), 어지럼증 유발 1인칭의 분명한 단점도 있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없기에 아예 따로 1인칭 전용서버가 나온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3인칭이 가능한 환경에서 불리한 1인칭을 선택할 사람은 거의 없다. 구색만 갖추기 보다는 서버 개설을 통해 게임 볼륨을 키웠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캐시템의 악몽(?) 아이템 상자 업데이트

 

또또 병이 도질려는 것인가 유료 아이템 상자(정확하게는 여는 ) 업데이트에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모처럼 나온 국산 흥행작인데 결국 여느 양산형 게임과 똑같은 전철을 밟아나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단순 우려를 넘어 돈에 눈이 뒤집혀 게임을 망치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정식발매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현재까지는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확률형 캐시템이 욕을 먹는 경우는 가지다. 하나는 밸런스, 세계관, 분위기 게임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이고 두번째는 오로지 아이템 획득만이 콘텐츠의 전부인 경우다. 두번째 경우는 앞선 포스팅에서 다뤘듯이 게임이 아니라 도박으로 취급하는 것이 맞다.

 

배틀그라운드에 업데이트 유료 아이템 상자는 어느 경우에도 속하지 않는다게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여전히 이 게임의 목적은 최후의 1인으로 생존하는 것이다. 제일 희귀한 테니스 치마도 치마라는 희소성 외에는 다른 가치가 없어 보인다. 이거 하나 얻자고 이것만을 목표로 수십시간 게임을 플레이 하거나 수십만원씩 쏟아 붓기는 어렵다.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개인 취향 존중의 문제지 우리가 인식하는 캐시템 관련 문제는 아니다.

 



캐시템 이야기가 나와서 돈벌이에 대한 몇몇 사람의 태도에 대해 사족을 덧붙이고자 한다. '황금보기를 돌보듯하라'라는 말에서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이익을 탐하는 행위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하찮게 여기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행위를 높이 평가한다는 말이다. 이를 자신보다는 타인에게 강요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목적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고 뭔가 공헌하는 있지는 않다물론 게임을 만들어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각종 제품으로 편안하고 편리한 세상을 만들고 있지만 결국 이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게 목적이다. 회사원들이 회사 키우려고, 사장님 기쁘시라고, 애국하려고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는 것은 아니듯 말이다.

 

그런데 몇몇사람은 타인의 이익에 대해 쉽게 말한다.  '있는 사람이 나눠주지', '사람목숨 구하는 의사가 돈을 밝히다니', '게임사가 장인정신은 없고 돈만 밝히네' 쉽게 비난한다. 당연히 일정 선을 넘어가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정 선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기에 누구나 언제든 비난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은 아득바득 자기 이익을 주장하면서도 너무 쉽게 타인의 이익 추구를 무시해버리는 것은 문제다. 자기 돈은 누구나 소중하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이템 상자를 단순히 제작사가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까는 것은 부당하다. 물론 여태까지의 국산 게임 사례를 보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십분 이해하는 바다. 하지만 게임사가 돈에 눈이 뒤집혔다느니 게임을 망쳤다느니 하는 감정적인 평가에는 반대한다.

스팀 장터에 올려서 상자와 아이템을 판매할 수도 있다.


다만, 역시 아직까지는 문제는 없다고는 했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스킨이 제작사의 수익 모델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은 이해했다.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부담없이 게이머가 지갑을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에서는 성공적으로 작동한 시스템이지만 과연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작동할지 미지수다.

 

일단 1인칭에서의 문제다. 1인칭에서는 자신의 코스튬이 보이지 않는다. 굳이 돈을 주고 필요가 없다. 물론 듀오나 스쿼드에서 자신을 봐주겠지만 이것만으로는 게이머의 지갑을 열기 쉽지 않아 보인다. 3인칭 역시도 헬멧이나 방탄조끼 등으로 가려져서 코스튬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있다.

 

위장도 중요한 요소 하나인 배틀그라운드 특성상 마냥 화려한 옷은 불가능 것이다. 실제로 각종 옷에는 흙이나 재같은 거무튀튀한 것이 묻어있다. 이런 점을 수정하고 돈을 벌기 위해 게임성을 건드리게 된다면(벗을수록 강해지는 여캐, 미연시 뺨치는 캐릭터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다른 '한국게임의 마지막 희망'들처럼 푼돈을 벌려다 것을 놓치게 것이다. 지금 당장 별로 예쁘지도 않고 아무런 영향도 없는 아이템 상자 추가됐는데도 사람들이 몹시 몹시 매우 흥분하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틀어지게 되면 어떤 비난을 받게 될지는 쉽게 상상해볼 있다.


게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작사의 역량과 센스를 믿고 싶다.


(배틀그라운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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