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이 아니다


저번달에 32인치 모니터를 샀다. 예전에 샀던 알파스캔 32인치 모니터(AG322FCX)는 FHD였는데 많은 이들이 32인치는 QHD를 사야 한단다. 1920*1080 해상도로는 32인치 모니터가 너무 커서 도트가 보일정도라나 뭐라나. 알파스캔 모니터를 여지껏 잘쓰고 있었기에 콧방귀를 꼈지만 그래도 한 번 쯤은 더 높은 해상도 모니터가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래안텍Blaze G32CQ144모니터다. 알파스캔 이라는 회사에 워낙 만족했던 터라 이번에도 알파스캔의 모니터를 사려고했지만 가격이 내 마우스를 붙잡았다. 대기업보다는 여전히 저렴하지만 더이상 중소기업 가격으로는 알파스캔 모니터를 모셔 올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랬어야만 했다.


배송이 왔다. 외관, 무게, 화질 모든 것이 기존 모니터 보다 좋았다. 집에 오자마자 허겁지겁 포장을 뜯고 설치 했다. 첫 부팅. 모니터에 신호없음이 뜬다. 뭔가 장치 인식에 문제가 있나 재시작을 한다. 두번째 시도. 신호없음. 식은땀이 흐른다. 제공해준 DP케이블이 아닌 집에 있던 DP케이블을 연결했다. 세번째 시도. 켜진다. 다행이다. 단순 번들 케이블 불량이었다. 


화소체크 시작. 다시 식은땀이 흐른다. 사실 화소체크하기 전에 방불을 끄고 모니터를 봤다. 오줌색이 심했다. 컬러설정 프리셋이 '따뜻함'이라서 그런거라 생각하고 조정을 좀 했더니 나아진듯 했다. 그리고 모니터 주변에 빛샘과 정상의 경계선에 있는 현상이 발생했다. 기존 모니터와 비교해보니 좀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화소체크 사이트에 접속했다. 절망했다. 모니터 여기저기에 화소가 춤을 추며 별빛이 반짝이는 환상적인 은하쇼를 보여준다. 아예 죽은 화소도 하나 있고 색깔이 있는 화소도 하나 있다. 왠만하면 사용을 하려고 했는데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반품.

내 모니터에 점을 콕


두번째 배송이 왔다. 처음의 감동은 사라지고 불안한 마음으로 포장을 뜯고 설치했다. 화소체크 시작. 아주 애매한 화소 불량이 포착됐다. 하지만 회사 무결점 정책에 따르면 이정도는 교환사유가 아니다. 굳이 말싸움하기도 싫고 첫번째 기억이 너무 끔찍했던 탓인지 이정도도 감지덕지라 사용을 계속하기로 했다. 


환상적인 화질과 퍼포먼스에 게임에 집중하던 터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모니터가 깜빡인다. 깜-빡. 깜-빡. 알트탭누르는 것마냥 화면이 잠깐 까맣게 변하고 다시 돌아온다. 검색해보니 DP케이블의 20번핀이 문제일 수 있단다. 회사에 문의해보니 제공 DP케이블 20번핀은 더미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며칠이 지나도 증상은 계속 나타난다. 다른 케이블을 써봐도 여전했다. 메인보드 바이오스  문제일 수도 있단다.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했다. 증상은 계속된다. 


발송 - 포장해체 - 확인 - 괴로움 - 반품 - 기다림 - 발송 - 기다림 - 포장해체 … 의 과정이 너무 괴로워 그냥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또 어느날.


절전모드로 전환 되길래 바로 마우스를 움직여 모니터를 깨웠다. 잠이 덜깼는지 화면이 깨져서 출력된다. 뭔가 이상해서 케이블을 다시 재연결했다. 모니터에 '신호없음'이 뜬다. 모니터만 맛이 간줄 알았는데 컴퓨터 본체도 멈춘 채로 있다. 다른 모니터를 연결하니 거짓말처럼 본체가 다시 살아난다. 

그상태에서 다시 새모니터를 연결하니 정상 작동한다. 

외계어냐...


절전모드가 이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단다. 정상적으로 쓰라고 있는 기능인데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게 당연한건지 일단 의문이다. 절전모드가 이렇게 위험한 거였나 생각했다. 계속 쓰기로 마음먹은만큼 해결책은 하나였다. 절전모드 전환을 꺼버렸다. 이제는 그냥 만족하며 쓰고 있다.


성능은 정말로 만족스럽다. 이 모니터로 화면을 보기 전에는 32인치 FHD 화질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차이가 난다. 왜 사람들이 도트가 보인다는 둥 얼핏 들으면 말도 안되는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32인치를 산다면 QHD를 사는 것이 맞다. 가격이 고민된다면 차라리 더 작은 모니터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


교환도 군말없이 재깍 해주고 배송도 빨랐고 성능 자체도 훌륭했던터라 더 이상 싫은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품질은 실망스러웠다. 처음 물건 받고 보름가량 스트레스 받았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로 끝나는게 다행이다. 뽑기운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하지만 대분류로서 '32인치 커브드 QHD모니터' 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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