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오는 중' 글씨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면...이 게임을 싫어할 확률이 높다



왜 꼭 눈에 띄는 게임은 다 마이너한지


히오스를 좋아했다. 어느날 히오스는 말그대로 시공으로 가버렸다. 서비스가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히오스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방황 아닌 방황을 하던 중 유명 스트리머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한 게임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히오스와 배틀그라운드가 합쳐진 듯한 느낌이었다. 보는 순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스트리머들이 넥슨의 사주(?)를 받고 숙제방송을 했던 것이다.


넥슨이라는 이름에 반감부터 들었다. 다행히 Stunlock 스튜디오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을 넥슨이 국내 퍼블리싱만 맡은 것 뿐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출시된지도 꽤 된 게임이다. 운영에 따라 게임의 흥망도 달라지겠지만 일단 넥슨게임은 아니라는 점에서 과금유도는 별로 없겠다 싶었다. 과연, 일단 게임 타이틀은 공짜다. 스팀에서는 패키지를 구매했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넥슨이 서비스를 하면서 초반 흥행이 중요하다고 판단을 했는지 별도로 게임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게임 내 챔피언, 스킨, 무기, 탈것을 얻기 위한 상자까기에 과금요소가 들어있다.


트위치 숙제방송이 끝나고 나자 바로 실제 관심도가 드러났다. 마이너 게임이다. 아직까지는 히오스보다도 더 즐기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매칭을 마구잡이로 잡아줘서 큐는 1분 내외로 상당히 빨리 잡힌다. 들리는 말로는 일반대전과 랭크전 큐를 같이 잡아준다는 말도 있고 티어구분도 거의 하지않는다는 말도 있다. 뉴비인 내가 랭킹1위랑도 종종 마주치는 것을 보면 티어구분은 정말로 거의 안한다. 



마이너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


이런 류의 게임에 크게 흥미가 있지 않은 이상 몇가지 단점이 이 게임 흥행의 발목을 붙잡는다.


아까 말한대로 사람이 없기 때문인지 게임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매칭의 폭이 상당히 넓어서 초보 때부터 고인물에게 시달릴 수 있다. 기본공격조차 논타겟이기 때문에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상당히 열받는 상황이 많이 온다. 나는 한대도 못때리는데 상대는 살살 약올리면서 나를 농락한다거나 손도 못써보고 순식간에 사망하는 경우도 잦다. 게임에 실력차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것이 흥미 요소라고 생각해서 고인물이라면 덮어놓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배틀라이트 로얄의 매칭을 맛보고 나서는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고인물은 죄가 없다. 다만 매칭시스템이 문제일 뿐. 

매칭 시작은 30명이다


피지컬, 피지컬, 피지컬. 이 게임은 이동은 WASD로 하고 공격 방향은 마우스로 컨트롤한다. 스킬은 왼클, 우클, Q, E, R, Space Bar, F 가 있고 소모품 아이템은 1~4번까지 있다. 탈것은 z로 타줘야하고 필요에 따라서 C를 눌러 적절히 스킬을 캔슬할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죄다 스마트키라서 미리 스킬 범위를 보거나 고민해볼 시간도 없이 즉시 발동된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스킬이 상당히 허무하게 빠질 수 있다. 상대가 나와 비슷한 실력이 아닌 바에야 결국 상대의 스킬에 농락당하는 일밖에 남지 않는다. 


글씨체는 정말 봐줄 수가 없다. 그냥 보면 있던 흥미도 뚝뚝 떨어질 정도의 기본 글씨체다. 패치가 어렵지 않을텐데 아직까지 그대로 두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게임에 재미를 붙이고 나니 이제는 더 이상 거슬리지 않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큰 장애물이 될 것이 틀림없다.

챔피언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다 익숙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챔피언간 밸런스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틀라이트는 원래 아레나라는 게임모드가 메인이라고 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2:2 또는 3:3으로 전투를 벌이는 게임형태다. 배틀라이트 로얄은 아레나의 일부 챔피언을 데리고 와서 배틀로얄이라는 룰을 적용시킨 게임모드인데 챔피언만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밸런스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인다. 아레나모드에서는 챔피언간 밸런스가 맞았을지 모르겠지만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룰 아래에서는 밸런스가 무너진다.  특정 캐릭터가 너무 완벽하게 다른 챔피언을 압도한다든지 원거리 캐릭터가 근접 캐릭터에 비해 초반에 훨씬 더 유리한다든지 정말로 기초적인 밸런스 문제가 있다. 유저 간 자정활동의 일환으로 특정 사기챔을 다구리 놓기도 하고 서로 적이지만 근거리챔끼리 뭉쳐서 일단 원거리챔부터 박살내고 정정당당한(?) 1:1을 벌이기도 한다. 그래도 역시 한계가 있다. 새로운 게임모드에는 새로운 밸런스가 필요한데 아마 개발사도 고민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래도 돌아서면 생각나


죽고 또 죽고 열받아서 조용히 분을 삭히며 게임을 끈다. 조금 있으면 또 다시 접속하게 된다. 

이번에는 잘하겠지.


1등을 밥먹듯 할 수는 없지만 가끔은 할 수 있다. 배틀로얄이라는 게임 특성상 운만 터지면 가끔 1등은 할 수 있다. 피지컬로도 극복할 수 없는 아이템 격차라는 재미도 있다. 나보다 월등한 상대를 운으로 제압하는 재미도 꽤나 크다. 물론 상대가 피지컬도 월등하고 아이템도 빵빵하다면 전혀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그런 판은 그냥 마음을 비우고 포기한다. 어차피 큐도 빨라서 다음판은 금방 잡힌다. 고인물에 속상해 하기보다는 눈높이를 낮추고 눈앞의 1킬에 욕심내다보면 쉽게 게임에 흥미를 느낄 수 있고 그러다보면 어떤 판은 정말 말도 안되게 게임이 잘 풀리기도 한다.

초반에는 얼른 상자를 까서 스킬이나 아이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좋다


컨트롤하는 맛이 좋다. 유저친화성, 편의성 증대라는 명목 하에 컨트롤이라는 요소자체가 게임에서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요즘, 보기 드물게 컨트롤을 강조하는 게임이다. 피지컬 게임이라고 했는데 안될 때는 정말 손가락에 저주를 퍼붓지만 되는 날엔 컨트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취향에 맞는 사람은 흠뻑 빠져들게 할만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짧은 게임 시간도 부담을 덜어준다. 1등 기준 게임 한판은 보통 10분 내외에서 종료된다. 짬내서 한두판 손가락과 눈알을 풀가동하며 모든 힘을 쏟아붓기 좋다. 짧은 시간 동안 아이템과 스킬이 업그레이드 되며 순식간에 쑥쑥 크는 캐릭터를 보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게임을 마친 후에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여유롭게 발더스게이트를 즐기면 된다. 


공짜니까 한번은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히오스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막상 즐겨보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지만 그래도 취향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이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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