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큐도 빠르다


망겜 따위 사실 하고 싶지 않아


콜옵4가 나왔을 때, 구매했을 때, 플레이 했을 때 제발 이 게임이 망하지 않길 바랐다. 히오스의 뒤틀린 시공에서의 지긋지긋한 큐 대기 시간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옵4는 그렇게 떠나갔다. 


그 후 한동안 뭐에 홀린 사람처럼 워프레임으로 돌아갔다. 밀렸던 스토리 퀘스트를 몽땅 돌파하고, 만들고 싶었던 무기, 워프레임을 제작하고 모드도 박아넣으면서 기어코 100시간을 스팀 플레이타임에 추가하고서야 현타를 맞이했다.


그러던 중 트위치 방송에서 에이펙스 레전드라는 게임을 보았다. 첫인상은 갓겜의 스멜(걱정스럽게도 콜옵4와 비슷한)이 피어올랐다. 게임방식은 요즘 흔해빠진 배틀로얄이지만 특징적으로 오버워치처럼 캐릭터마다 기술이 있다. 총쏘는 맛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총기 부품도 있어서 뭔가 들고파고 할 요소도 있어보이면서도 움직임에는 경쾌함을 더해줘서 게임이 마냥 무겁지만은 않아 보였다.

맨날 하늘에서 떨어져

부품에는 등급이 존재하고 다양하다


무료니까 갓겜, 갓겜이니까 장점 다수


무료다. 심의 문제로 2019년 2월 현재 국내에는 정발되지 않았지만 VPN우회의 방법으로 라이브러리에 추가 후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일단 라이브러리에만 등록하고 나면 다운로드부터 플레이까지VPN은 필요없으니 생각만큼 번거롭지 않다.  방법은 이미 유튜브 등에 많이 올라와 있으니 검색해보면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한글화다. 게임에 접속해보면 이미 한글화가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총쏘는 게임에 한글화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각종 인게임 보이스, 아이템 설명 등 한글화가 되면 아무래도 게임에 더 집중하기 수월하다.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게임시작과 동시에 보급선 위에 떨어질수도 있다


편리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게임이라 그런지 편리함을 신경쓴 티가 난다. 다른 게임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뉴비 입장에서 안그래도 살떨리는데 아이템 루팅, 총기 부품 장착도 빨리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해야만하는 상황은 너무 스트레스였다. 에이펙스에서는 부품을 먹다보면 끼울 수 있는 총기에 알아서 장착 된다. 부품이 이미 장착되어있는 총기를 다른 총기로 교체하는 경우에도 호환되는 부품은 새로 획득한 총기에 바로 장착된다. 물론 부품간 교체를 해야한다거나 부품을 장착가능한 총기를 두개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일단 급하게 막 줏어 먹는 초반 단계에서는 총기 부품 루팅의 스트레스가 덜한 것은 분명하다. 총 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호환가능한 부품은 총기를 교체해도 교체한 총기에 자동으로 장착된다


핑 시스템이 좋다. 신호 단축키를 활용해서 굳이 미니 맵을 켜지 않고 바로 자신이 보는 쪽에 자신의 분대에게 핑을 찍어 줄 수 있다. 핑 종류도 다양해서 굳이 디스코드나 인게임 보이스채팅을 활용하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편리함도 편리함이지만 실제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플레이하는 분대와 랜덤 플레이어가 모인 분대 간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핑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다른 게임에서는 세계관과 맞지 않아 유저들의 반발로 인해 무산된 것으로 안다. 다행히 에이펙스에서는 그런 문제는 없어보인다. 맘편히 핑을 날리고 핑을 보고 플레이 할 수 있어서 분대 플레이에서 오는 답답함이 확실히 줄었다.

'적 냄새를 맡았다'도 핑으로 표현 가능하다


빠른 로딩과 만족스러운 최적화. 매칭 큐 대기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거야 현재 에이펙스가 출시 초기기 때문에 빠른 것이 당연하다. 콜옵4도 처음에는 1초만에 게임이 잡혔다. 게임 실행에 대한 얘기다. 게임 실행만 하면 제작사 로고 나오고, 그래픽 카드 로고 나오고, 인트로 영상 나오고, 로딩 창 나오고, 무슨 버튼 누르고, 로딩 창 나오고, 게임 시작 누르고, 로딩 나오고,  브리핑 나오고, 무슨 버튼 누르고, 로딩 나오고, 초반에 좀 버벅이고, 한 두번이면 상관 없는데 몇분의 로딩도 참기 어려울 때가 있다. 어느 순간 게임실행 단축아이콘을 클릭하기 싫어진다. 에이펙스는 그런 면에서 만족스럽다. 로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별거 없이 바로 레디를 박을 수 있다. SSD용량 부족으로 일반 하드에 깔았고 GTX1060에 I7-6700인데 아무런 불편함 없이 플레이하고 있다. 


인터페이스는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다


어쩌면 당신 맘에 들지 않을 요소


무조건 스쿼드다. 에이펙스는 3인 분대로만 플레이할 수 있다. 가끔 버그인지 탈주를 해서인지 몰라도 3인 분대를 풀로 채워주지 않고 1인 또는 2인으로 구성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3인이다. 솔로 플레이를 선호한다면 확실한 단점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핑시스템도 그렇고 점프마스터도 그렇고 에이펙스는 스쿼드 플레이 전제로 제작한 게임으로 보인다. 뉴비입장에서는 버스탈 수도 있고 왠지 혼자하기는 부담스러운데 분대가 있어서 조금 더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분대원이 아무리 못한다 해도 왠지 마음이 든든하지 않은가.

혼자 외롭게...


점프마스터가 뛰면 다른 분대원도 뛴다. 혼자만 엉뚱한 곳에 낙오될 염려가 없다.



캐릭터별 기술이 1+1+1가지 있다. 패시브 스킬 하나, 액티브 일반 스킬 하나, 궁극기 하나가 캐릭터별 차이를 만든다. 어찌보면 에이펙스가 배그워치라고 불리우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 특징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밸런스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있지만 분석이 더 이뤄지고 나면 밸런스 문제가 제작사를 괴롭힐 것이다. 캐릭터간 밸런스는 어찌어찌 맞춘다고 해도 스쿼드기 때문에 조합 간 시너지와 밸런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새 캐릭터 출시도 쉽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 정석 조합이라도 정해지는 순간 플레이어들은 또다시 원하지 않는 직업군의 캐릭터를 강요받는 스트레스를 겪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플레이를 맛볼 수 있어서 현재까지는 매우 만족스럽다.


죽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뉴비인 내 입장에서는 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좋다. 하지만 죽이는 입장에서는 좀 답답할 수도 있다. 오버워치만큼 빨대 꽂아두면 절대 안죽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또 배그처럼 엌하는 순간 바로 죽는 것도 아니다. 장비가 다 갖춰지는 중후반부터는 경량총알을 사용하는 SMG로는 암만 쏴도 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겨우겨우 '쓰러트리고'나면 녹다운쉴든지 뭔지를 들고 버틴다. 다른 게임에서라면 가만히 놔두면 좀있다 알아서 과다출혈로 죽겠지만 에이펙스에서는 1분도 넘게 질척거리면서 여기저기 기어다닌다. 다가가서 마무리하려고 들면 또 실드를 치켜든다. 신경을 잠깐 다른 곳에 쓰다보면 어느새 적 팀원이 순식간에 살려버린다.

두근두근


어찌어찌 쓰러트린 적을 피니셔(쓰러진 적앞에서 '인성'키를 누르면 모탈컴뱃의 페이탈리티와 같은 마무리 애니메이션과 함께 끝장낼 수 있다.)로 끝장냈다. 얌전히 전리품 상자로 화한 적을 보며 승리의 미소를 짓고 떠난다. 하지만 이렇게 끝장난 적도 다시 부활할 수 있다. 팀원이 전리품 상자에서 나의 배너를 회수하면 부활비컨에 가서 되살릴 수 있다. 상대가 배너를 회수하러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데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배너회수 가능 시간도 1분 이상이다.) 보통은 그냥 떠나게 되는데 나중에 다시 3인분대로 돌아온 적과 마주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뉴비인 내입장에서는 허무하게 죽을 일이 없어서 좋고, 내가 죽더라도 버스를 탈 수 있는 여지가 생겨서 좋다. 팀원의 플레이를 관전하면서 부활을 기다리는 쫄깃함도 재밌다.


2월만 즐긴다 쳐도 이득



2월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앤썸과 디비전2를 보고 솔직히 실망했다. 앤썸은 워프레임하고 뭐가 다르고, 디비전2는 1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2월이 우울했다. 하지만 게임 출시 전부터 요란하게 설레발만 쳤던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에이펙스는 발표와 동시에 출시를 감행(그 덕분에 아직도 우리나라는 정발이 아니다.), 2월의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평소 이런 게임을 안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좋은 기회다. 무료다. 한글화다.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옆에 든든한 팀원이 있다. 엄혹한 2월에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이유가 더 적다.

버스는 아무나 타나. 왼쪽 친구가 한번 살려주고, 오른쪽 친구가 한번 부활시켜주고,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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