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판 + 한글패치 + 아머 모드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기고 디비니티오리지널2를 삭제했었다. 완전판(Definitive Edition)이다 유저한글화다 뭐니 해도 다시 설치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좋았던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많은 탓이다. 그렇게 2018년이 흘러갔다. 스팀에는 온통 인디나 로그라이크 태그가 붙은 게임 일색이라 이들이 그럴싸한 RPG를 몽땅 잡아 먹어 멸종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괜시리 제외태그를 만지작 거리곤 하던 나날이었다. 2019년이 되었다.

다양한 퍼즐(딸칵)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스팀 라이브러리에 잿빛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게임을 둘러보고 있었다. '공식'한글화 패치 소식이 나를 반겨주었다. 한글패치 자체가 내 관심을 끌었다기 보다는 아직까지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 관심을 끌었다. 업데이트 로그를 쭉 살펴보니 자잘한 버그 수정부터 게임 내용 수정까지 꾸준히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아지가 한글을 깨우친 덕분에 부담없이 대화가 가능


할 게임도 없고 돈도 없던 차에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지적했던 언어장벽과 단순한 전투 두 가지 단점 중 하나가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모드(게임이 아주 쉬워지는 모드)로 플레이한다면 단조로운 전투에서 오는 지루함도 어느정도 덜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게임을 설치하는 시간도 때울 겸 모드를 살펴보았는데. 있었다. 내가 찾던 모드가 있었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다.

ABST(Amor-Based Saving Throws)와 Divine War 이 두 모드는 방식은 다르지만 기존 아머체계를 변경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어떤 게임을 하건 사실 모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 만큼은 꼭 깔아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전자는 내성굴림 시스템을 도입해서 남아있는 아머 잔량 %에 따라 상태이상 저항 확률이 결정된다. 그 외 공격자와 방어자의 능력치, 특성도 물론 이 저항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 아머가 1이라도 남아있으면 모든 상태이상을 막아냈던 기존의 지나치게 강력한 아머시스템으로 인한 단점을 훌륭하게 극복한 모드라고 생각한다. 내성굴림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아머를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남기면서도 터무니 없는 강력함을 덜어내서 밸런스를 맞췄다. 

ABST모드를 깔고나면 매직아머가 있다고 함부로 불바다에 뛰어들 수 없다


바닐라에서도 고문기술자 특성이 아머 유무에 관계없이 일부 상태이상을 가할 수 있도록 변경된 것을 보면 제작자도 지나치게 강력한 아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데이트가 너무 소극적이었는데 이 모드로 한 방에 해결되었다.

후자는 아머 자체를 삭제하고 하드CC에 저항하는 윌파워 개념을 도입한 모드다. 아머체계 외에도 게임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모드라 적용하지 않았다. 

한글판으로 플레이 할 경우 모드로 인해 변경된 툴팁 설명은 누군가 모드에 한글판용 파일을 추가해주지 않는 이상 확인할 길이 없다. 기존 바닐라 대비 달라진 내용은 영문으로라도 표시되면 좋겠지만 모드 제작자가 따로 추가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게임 시스템이 크게 바뀌는 모드는 영문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기회가 된다면 Divine War 모드는 추후 영문판으로 플레이 해볼 계획이다.

특정 시점이 지나고 나면 본부에서 캐릭터 능력을 자유롭게 변경 가능하다


더 이상 아쉬운 점을 떠들면 억지 트집(인걸 알면서도..)

저번 리뷰에서 지적했던 아머의 강력크함과 한글화 문제가 해결 된 지금 아쉬운 점이랍시고 지적질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픽, 스토리 전개 등 모두 완전판이 되면서 개선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주인공은 도망가는 것도 멋지다


사실 아쉽다고 생각하는 점이 분명히 몇가지 있다. 하지만 호불호의 문제라고 본다. 

예를 들면 혹자는 2장 3장 볼륨에 비해 장을 넘어갈수록 볼륨이 너무 작아진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내 경우에는 오히려 전반부에서는 자유도를 즐기고 후반부에는 스토리 서사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발더스게이트2를 떠올려서 더 좋았기에 섣부른 지적질이 더더욱 조심스러워진다.


반면에 내가 발더스게이트2에 비해 아쉬움을 느꼈던 점도 있다. 각 장내에 지역 구분이 없는 점이 아쉽다. 디비니티오리지널씬2는 한 장이 하나의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역은 지형지물, 동굴, 주택 등의 구분으로 이뤄져 있다. 누군가는 한 지역에서 모든 퀘스트를 깰 수 있어서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회차를 방해하고 플레이어를 지치게 만드는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염력은 억지로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


한 장의 전체 내용이 한 지역에 들어가다보니 너무 많은 NPC, 상호작용, 퀘스트가 플레이어를 유혹하지만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 게임이 갑자기 늘어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결국 필요한 퀘스트만 취하고 일정 부분은 무시하고 다음 회차 플레이를 기약하는 플레이어의 지혜가 요구된다. 

맵의 장막을 걷어라
발더스게이트2는 진행루트에 따라 모든 지역을 클릭어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RPG가 생소한 게이머라면 더더욱 게임 내 모든 것을 일회차에 끝내겠다는 생각보다는 공략도 가끔 참고하면서 쉽고 편하게 천천히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만 게임에 들인 본전만큼 오래 즐길 수 있다.

발더스게이트2에서처럼 일회차에는 A,B,C 지역을 공략해서 2장 메인퀘스트를 완료하고 두번째에는 아예 새로운 D,E,F 지역을 클리어할 수 있는 방식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저널은 대폭 개선했지만 여전히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는 편


한번 다뤘던 내용은 앞선 리뷰 링크로 대체하고자 한다.

디비니티오리지널씬2 리뷰
디비니티오리지널씬 EE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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