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6 흥망성쇠 리뷰(2/2)
선택, 선택, 선택
문명6의 가장 큰 변화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이다. 중간 플레이 내용은 전부 비슷비슷하다가 마지막에 정복, 문화, 종교 , 과학 승리의 분기만 다른 것이 아니라 플레이 과정에서 선택지가 많아짐과 동시에 이 선택지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상대적으로 그래픽은 가벼워 보이지만 겉보기와 달리 전략적인 깊이가 더해진 것이다.
확장팩이 출시되면서 파고들만한 요소도 많아졌고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아져서 중수만 되어도 전작에 비해 더 할게 많다고 느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단점일 수도 있는 것이 초보의 경우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전략 여하에 따라 게임 판도가 달라지는 정도가 더 커져서 게임이 다소 난해하다고 생각할 우려가 있다.
전작의 경우 사실 게임플레이에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았다. 스타팅 위치, 자유트리냐 전통트리냐 정하고 나면 나머지 과학은 적당한 시대 하나 찍어두고 쭉가도 게임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스타팅 위치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는 기준도 매우 고정적이어서 스타팅노가다를 하다보면 결국 비슷비슷한 플레이를 반복하게 된다. 다양한 플레이 방식에 기여해야할 각 문명의 특징도 시대를 관통해서 영향을 미칠만큼 뚜렷하지 않아서 이런 단점이 더 강조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스타팅 노가다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좋은 스타팅이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보장하지만 좋은 스타팅이 갖춰야할 조건이 다소 느슨하고 그 폭도 넓다. 툰드라도, 사막도, 사치자원 하나 없는 초원지대도 문명이나 지향하는 플레이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스타팅이 될 수 있다. 앞서 1부에서 다뤘듯이 특수지구가 인접보너스를 받는 조건과 불가사의를 지을 수 있는 조건이 지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전작에서라면 척박한 땅으로 평가 받는 곳에서도 견제와 경쟁에서 다소 자유롭게 발전하며 제국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각 문명의 고유 특성도 플레이어가 다양한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실제 인류가 불리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발전해왔듯이 많은 문명이 지형적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꾸는 특성이나 고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사치자원이 없거나 생산타일이 다소 빈약해보여도 이런 고유특성이나 시설물을 잘 활용하면 심지어 신난이도에서도 다른 문명에 비해 치고나갈 수 있다. 초반 군사 침략과 야만인만 조심하면서 다음을 기약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말이다.
과학발전, 문화발전 트리도 전작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새로 도입된 유레카 시스템은 게임내 사이드 퀘스트처럼 느껴진다.
자세히 다루지는 못했지만 이 외에도 많은 요소로 인해 문명6가 RPG도 아닌데 분기가 생긴 기분이다. 초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총독 영입도 선택해야하고, 스킬(?)을 찍어서 소수의 총독을 강력하게 만들지 여러 총독을 확보할지 선택해야 한다. 위인도 스킵할지 영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정부형태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정책카드도 자주 바꿔 작은 이득이라도 꾸준히 긁어모아야 한다. 정상기로 진입하기 위해 시대점수를 계속 쌓을지, 일단 암흑기로 갔다가 다음 시대 때 영웅기로 진입해서 한 방에 이익을 얻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전작과 달리 매턴 분기가 발생하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하면 게임이 점점 어렵게 된다.
적절한 부족함의 매력
전략자원(철, 말 등 유닛 또는 건설에 필요한 자원)이 희소해진 점도 다양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 전략자원을 2개만 보유하면 해당 전략자원을 사용하는 유닛을 수량 제한 없이 생산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변함에 따라(전작에서는 보유한 전략자원 개수만큼만 유닛을 생산) 게임에 배치되는 전략자원 수가 굉장히 적어졌다.
정신없이 영토를 넓히다보면 결국엔 모든 전략자원을 다 확보하게 되는 전작과는 달리 영영 전략자원 하나 없이 게임을 이끌어가야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그래서 주변에 전략자원이 발견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원래 계획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처음엔 평화플레이를 지향했어도 말이나 철이 주변에서 발견되면 한 문명정도는 박살내고 싶어져서 몸이 근질 거리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전략자원이 없으면 그 판이 끝난 것이 아니다. 전략자원이 아예없거나 하나만 확보했어도 총독이나 주둔지 특수지구를 활용해서 극복할 수 있으므로 없으면 없는대로 이 극복과정 자체가 새로운 플레이 경험이 되는 것이다.
불편함
인터페이스는 퇴보했다. 계속 전작에 비해 발전한 모습에 대해서 다뤘는데 마지막에 쓴소리를 좀 하고자 한다. 엔들리스레전드 리뷰를 작성하면서 문명5의 인터페이스를 칭찬했었다. '이렇게 하면 이런게 나올것 같은데', '여기쯤 이런 정보가 있지 않을까', '이걸 누르면 이렇게 되나' 하는 플레이어의 기대대로 작동하고 보여주는 것, 요약하자면 직관성이 인터페이스가 응당 갖춰야할 덕목이다.
문명6를 즐기는 모든 플레이어가 모두 문명이라는 게임에 익숙하다고 생각해서 대충 만들었을까, 아니 오히려 그렇다고 한다면 전작과 비교될 것이 뻔한데 인터페이스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왠만하면 모드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추천 모드를 쫙 다 설치했다. 다행히 모드를 설치하고 나니 대부분의 문제는 말끔히 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단점은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지만 간단히 적자면 이렇다.
일단 있어야할 곳에 원하는 정보가 없다. 정보가 분산되어 있다. (어떤 정보는 백과사전에서 어떤 정보는 직접 마우스 클릭을 한다든지)있어야 할 곳에 원하는 버튼이나 링크가 없고 오른클릭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 지형, 유닛 가시성이 떨어져서 눈이 아프고 알아보기 어렵다. 있어야할 단축키가 없다.
제값을 하는 타이틀인가
문명시리즈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 같다.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지금까지도 문명없이 잘 살아 왔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서 세일을 크게 할 때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초반 진입장벽에 막혀 어쩌면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기존에 문명 시리즈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당장 지금이라도 확팩이랑 합쳐서 사면 후회는 안 할 것이다. 주의할점은 반드시 확팩을 함께 구매해야한다. 오리지널만 사는 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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