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 켠이 따땃해지는 그런..

같이 해서 재미없는 게임이 어딨나

코옵을 강조하는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해서 재미없는 게임은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임이 없을 만큼 '함께' 한다는 자체가 이미 큰 즐거움이라 코옵을 강조하는 게임은 실제 재미에 비해 과대평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팀 평가에서 '친구랑 하면 재밌어요' 식의 평가가 붙은 게임은 일단 색안경을 끼고 봤다.

처음엔 그래픽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태 보더랜드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GOTY버전 스팀 75% 대할인이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단점 없는 게임이 어딨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자막, 버그, 클래스간 밸런스, 핵 등등 단점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게임에 대해서는 굳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의무적으로 단점에 대해 다루고 싶지 않다. 게임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장점만 말하고 싶다. 장점만 있는 것 같다. 가격이 쌌기 때문일 수도 있고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사길 잘했고 플레이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보라고 만든 자막인가

혼자해도 재밌다. 패키지는 하나만 사고 남은 돈으로 치킨을 사도 된다. 

전형적인 코옵 게임이라고 착각했었다. 대충 그냥 우겨넣은 엉성한 메인퀘스트, 딱히 왜 해야하는지 절대로 알 수 없는 수많은 사이드퀘, 그리고 친구와 함께하는 무한 파밍의 연속, 친구가 접속하지 않으면 왠지 손이 가지 않는 그런 게임을 생각했다.

메인퀘스트는 기대이상이었다. 완성도에 관계없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스토리를 무조건 높게 치는 내 성향 때문인지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어딘가 나사빠진 행동, 삼류 유머, 과장된 대사와는 어울리지 않게 나름 진지한 스토리라 놀랐다. 한창 메인퀘스트 대화문 읽고 있는데 함께 코옵하는 사람이 다른 퀘스트를 건들여서 중간에 끊기면 탄식이 나올 정도로 스토리 몰입감도 좋았다. 만화같은 그래픽과 연출 덕도 본 것 같다.

보스나 주요 캐릭터 소개는 이런 식이다


사이드퀘스트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메인퀘보다 일부 팩션퀘스트가 더 흥미로운 어떤 게임에 비하면 사이드퀘스트가 방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게임의 진행을 돕고 볼륨을 풍성하게 만드는 제 역할은 확실히 해낸다. 메인퀘스트 진행 적정레벨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몇 개의 사이드퀘스트를 진행하도록 설계된 만큼 사이드퀘스트가 재미없었다면 분명 고역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왜 적정레벨 같은 것을 만들어 둬서 사이드퀘를 의무화하고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해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코옵을 강조해왔던 만큼 레벨 제한이 없는 오픈월드가 더 어울릴 것이라 스스로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레벨의 흐름에 따라 스토리를 진행하건 오픈월드로 만들건 어느 쪽이 우위에 있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에 단순 호불호의 영역이 아닌가 싶다. 코옵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스토리라인을 가진 게임을 즐기게 하고 싶다는 제작자의 의도일 것이라 좋게 해석하기로 했다.


클래스 구성은 전형적인 RPG와는 다르다. FPS와 RPG가 합쳐진 만큼 클래스는 FPS 쪽 영향을 더 받은 것으로 보인다. 탱킹이나 힐러 관련 스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팀플레이에서 오는 시너지보다는 각자의 강력함을 합치는 방식을 택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모두가 딜러인 워프레임과 비슷하다. 

어떤 게임에서건 맷집센 근접캐릭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DLC에서 제공하는 싸이코라는 클래스를 선택했는데 RPG에서 하던 방식으로 플레이했다가 몇번을 죽었는지 모른다. 기본은 총싸움이기 때문에 맷집이 좀 있다고해서 굳이 어그로를 끌면서 총탄을 온몸으로 다 막아(?)줄 필요는 없다.

스킬 투자에 따라 하나의 클래스에서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좋다. 클래스별로 하나의 액션스킬 3개의 스킬라인을 가진다. 액션스킬은 말그대로 클래스 고유의 액티브 스킬이고 스킬라인은 클래스를 강화시켜주는 패시브 스킬이다. 스킬라인 간에 차이가 커서 어느 쪽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같은 클래스라 해도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진다. 

돈 외에 특수 자원으로 탄창이나 백팩 용량을 늘릴 수 있다


딱 봐서 맘에 들었던 근접 위주의 스킬라인을 찍었다가 아직 아이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초반에 계속 죽어나가며 큰 고생을 했다. 클래스가 구린건가 싶었지만 꾹참고 다른 스킬라인을 찍어보기도하고 적당히 섞어서도 찍어보니 게임이 훨씬 쉬워졌고 흥미도 깊어졌다. 스킬 초기화비용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더더욱 좋다. 골머리 썩을 필요없이 찍어보고 구리면 또 바꾸면 된다.

레전더리 아이템의 주황색이 뜨면 가슴이 떨린다


다양한 아이템으로 파밍의 맛을 잘 살렸다. 스탯을 강화하는 유물, 클래스모드는 평범했지만 쉴드, 총기, 수류탄 강화는 신선했다. 어떤 수류탄은 똑바로 나가기도 하고 유도탄이 되기도 하고 폭죽처럼 터지기도 하는 등 단순히 스탯만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작동방식이 달라진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데미지가 10에서 100이 되나 1,000이 되나 플레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숫자놀음에 불과해서 파밍이 금방 지겨워지게 마련이다. 파밍이 전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파밍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제작자가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결국 나중에는 다 익숙해져서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플레이 초반에는 아이템들의 다양한 작동방식을 즐기기 위해 파밍에 열중할 수 밖에 없다. 파밍이 질리는 타이밍도 다른 평범한 게임에 비해 훠어어어어어어얼씬 늦다.

뭔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할 것 같지만 색이 변하는 정도다


아이템별 커스터마이징이 부실한 것은 단점이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도 부실하고 눈에 띄는 스킨도 적다. 아쉽다.

함께하면 재미는 2배 이상

멀티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퀘스트 진행이 공유되는 건지 캐릭터는 따로 만들어야 하는지 다른 멀티게임에도 참여할 수 있는 건지 등등 멀티라고 하니 왠지 복잡해보였다.

1. 한 패키지에 여러 캐릭터 생성이 가능하며 해당 캐릭터로 싱글, 멀티 구분없이 플레이 가능하다.
2. 네트워크 설정을 통해 온라인 친구와만 멀티, 공개멀티, 싱글, 랜 플레이 등을 지정할 수 있다.
3. 온라인에 공개된 멀티게임 중간에 들어가서 플레이 할 수 있다. 
4. 메인퀘스트 진행도는 해당 멀티게임 호스트의 진행도를 따라간다.
5. 멀티에서 클리어한 메인퀘스트 부분은 싱글 플레이 시 건너 뛸 수 있다. 예) 싱글 퀘스트 진행도 1, 2, 3      멀티 퀘스트 진행도 5, 6      싱글에서 4만 깨면 5, 6은 건너뛰고 7로 갈 수 있다.
6. 모든 파티 구성원은 같은 지역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5초 대기 후 모두 이동하게 된다. 한 지역내에서 여러 퀘스트를 파티원끼리 나눠서 진행하는 것은 가능하나 지역을 넘어서 플레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멀티에서 이미 클리어한 구간은 건너뛸 수 있다


출시된지 오래된 게임이라 공개된 온라인 게임이 많지 않다. 결국 온/오프라인 친구와 주구장창 플레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퀘스트 진행도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렇게나 퀘스트 진행을 해도 결국에는 다 흐름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싱글, 멀티, 공개방 멀티 가리지 말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플레이해도 무방하다.

아주 가끔 풀방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다


멀티에서는 싱글과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협동플레이의 즐거움이다. 죽어가는 아군을 살려주기도하고 아군 덕분에 살아나기도 한다. 스킬구성도 싱글때와는 아무래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파티플레이에 좀 더 어울리는 스킬을 찍어주면 혼자할 때는 몰랐던 플레이방식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PVP 위주의 게임이 아니다 보니 클래스간 밸런스에 크게 개의치 않아 보인다. 어떤 클래스는 굉장히 강력하고 어떤 클래스는 좀 힘들다. 초심자용 캐릭터, 고급자용 캐릭터 등등 자체 난이도 조절의 일환으로 받아들여본다. 클래스 간 파워밸런스가 붕괴되어 어느 하나의 클래스로 선택이 고착화된다면야 문제겠지만 캐릭터를 3개째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밸런스를 맞춘다고 특색있는 클래스간의 유의미한 차이들이 고만고만하게 바뀐다면 그게 더 좋지 못할 것 같다. 속편에서도 PVP 콘텐츠같은 것이 나와서 어설프게 밸런스 조절을 하기보다는 그냥 병맛나고 화끈하고 특색있는 클래스들이 나오면 좋겠다.

퀘스트가 참 많다..


그럼에도 뭔가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 비공식 커뮤니티 패치가 있다.(해당 사이트 링크) 변경점이 굉장히 많은데 중요한 것은 클래스 스킬 밸런스가 변경되고 파밍이 개선된다는 점이다. 두번째 캐릭을 키우고 나서야 이 커뮤니티 패치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설치하고 나니까 게임이 또 더 재밌어졌다. 역시 아이템이 잘 나오고 캐릭터가 강해져야 게임도 할 맛이 난다. 보더랜드2는 싱글과 멀티 캐릭터 구분이 없기 때문에 멀티에서도 전혀 지장없이 패치를 적용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


너무 늦었지만, 보더랜드2 강력히 추천한다. 재밌는 코옵게임으로 오해했는데 재밌는 게임이 멀티도 되는 것이었다. 오래된 게임이라 할인도 자주하니까 보더랜드3가 출시되기 전 부담없이 질러서 플레이 해보자.

 

GOTY버전+볼트헌터팩2+보더랜드프리시퀄(아예 다른 시리즈) / 내가 산 GOTY할인에 비해 가격은 절반 볼륨은 두배ㅜ 이런 할인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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