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어려웠으면

 

ESO 전투는 양산형 MMORPG 비하면 어려운 편이다. 초보라면 필드에서 일반 몬스터를 3마리 정도만 만나도 순식간에 죽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했다시피 ESO에서는 레벨 스케일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피통이 말도 안되는 수치까지 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약한 몬스터라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방심하고 적절히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 맞아주다 보면 빈사상태가 된다. ESO 전투는 무작정 수치를 성장시켜서 고렙이 되었을 여유롭고 쾌적한(?) 플레이를 보장하는 방향이 아니라 일정 시간 동안 상대가 쏟아 부을 있는 데미지에 간당간당하게 버틸 있을 만큼만 피통을 확보하고 부족한 피통은 자연회복, 흡수기술, 보호 기술, 회피 등을 통해 극복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그래서 리소스 관리(체력, 매지카, 스테미나)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킬 쿨타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점이 부각된다. 멋모르고 데미지가 높은 기술만 난사했다가는 매지카나 스테미나가 부족해서 상대방의 다음 데미지를 버텨낼 방법이 없게 된다. 하다보면 결국 익숙해져서 쉬워지긴 하지만 초반에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전투에 임하게 하는 요인이다. 게임이 아니라 수면제라는 욕도 먹은 게임이 있을 만큼 요즘 게임은 너무 스펙 싸움에 치중해서 가장 재밌어야 전투가 가장 단조롭고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비하면 ESO 전투는 플레이어에게 많은 컨트롤과 집중력을 요구하고 그래서 재밌다.

 

세미 오토 타겟 방식도 게임에 재미를 더해준다. 논타겟 방식을 기대했지만 온라인게임이라는 특성을 감안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PVE PVP 상대에게 대충 타겟 찍어놓고 정해진 스킬 단축키를 순서대로 눌러나가는 방식 보다 직접 마우스를 돌려가며 컨트롤 해야하기 때문에 잠이 왔다. 타겟을 피하려는 움직임과 타겟을 쫓아가려는 움직임에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컨트롤 하는 맛을 다시 느낄 있었다. 생각해보면 핑도 좋지 않은데 논타겟 방식이었으면 PVE에서도 속터지고 PVP에서도 격차가 벌어져서 분노했을 같다.

 

좋지만 그래도 전투가 지금 보다 어려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말했다시피 초보 때는 많이 죽기도 하고(도대체 얼마만에 온라인 게임에서 사냥하다 죽었는지 모르겠다.) 긴장도 했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몰이 사냥도 가능해지고 인던도 클리어가 지극히 당연한 콘텐츠가 된다. 게임이 지속적으로 흥미를 이끌어낼 있으려면 던전클리어 시간 단축이 아니라 던전 클리어 자체가 목표가 되게끔 난이도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선 전투가 여전히 쉽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모자람이 머리빠지는 고민을 부른다

 

ESO에서는 레벨 15부터 무기를 스왑할 있다. 무기별로 5개의 일반 스킬과 하나의 궁극기를 선택할 있기 때문에 12개의 스킬을 전투 중에 활용할 있다. 스킬포인트를 투자해서 얻을 있는 스킬은 많은데 전투에서 활용할 있는 스킬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최고의 데미지, 최상의 생존력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스킬 빌드에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 사용하지도 않을 비슷비슷한 엄청난 수의 스킬을 단축키 등록창에 수십개씩 올려두는 것보다 많은 선택지 중에서 플레이어가 고민해서 한정된 스킬 슬롯으로 빌드를 짠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액티브 스킬은 부가효과를 주는 업그레이드(Morph)가 가능하다


처음에는 남이 짜놓은 빌드대로 따라가기 바쁘다. 편이 편하기도 하고 효율도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에 초보에게는 고수들의 빌드를 참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만 나중에는 함께하는 팀원과의 시너지, 자신이 선호하는 플레이 스타일, 갖추고 있는 아이템과의 시너지를 고려해서 자신만의 빌드를 짜게된다. 어쩌면 사냥하는 시간보다 연습용 허수아비를 상대로 실험 하는 시간이 길지도 모른다.

 

초보도 있다 PVP

 

콘텐츠의 하나로 PVP 내세우는 게임은 많지만 아무나 참가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ESO에서는 PVP 만렙이후부터 라든지 최강이 부터 즐겨야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레벨 스케일 시스템이기도 하고 힘의 차이가 말도 안되게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초보 때부터 충분히 즐길 있다. 적당한 그룹을 찾아 몰려다니면서 PVP 즐거움을 맛볼 있다. 만렙 이후에 투자할 있는 챔피언 포인트를 제외한 전장, 만렙이 아닌 캐릭터만 참가 가능한 전장 등도 제공하기 때문에 단순 스탯상의 힘차이로 허무하게 당할 일은 많지 않다. 싸움이 무섭거나 자신이 없으면 공성장비만 갖춰서 가도 충분히 기여할 있다. 전장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기초적인 흐름까지 튜토리얼 퀘스트도 제공하므로 적응하는 문제가 없다.

 

레벨 50 이전 전장이라 아이템도 스킬빌드도 세팅이 제멋대로다PVP맵인 시로딜에서도 다른 일반 맵과 마찬가지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다.


전장 내에서도 일반 맵과 마찬가지로 퀘스트 수행, 던전, 스카이 샤드(3 모으면 스킬포인트를 하나 준다) 수집이 가능하므로 PVP 역시 또다른 성장의 방법이다. 몬스터만 잡는게 너무 지루하면 PVP 통해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할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또한, PVP 통해서만 획득가능한 스킬라인도 있으므로 만렙 전부터 전장에 뛰어들 요인도 충분하다.

 

뛰어난 가성비

 

만렙인 50레벨을 달성하고보니(이벤트 덕분에 획득 경험치 2) 플레이타임이 60시간 찍혀있었다. 금토일월 4일간 이었다. 밥먹고 자는 시간 빼고 완전히 빠져서 플레이 했다. 패키지 가격은 스팀에서 기본 패키지만 2만원 가량에 구입했다. 아직까지도 메인퀘스트는 깨지 못했고 퀘스트 말고도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지금은 플레이타임이 150시간 정도다. 2만원 짜리 게임이라고는 믿을 없을 만큼 방대한 볼륨을 자랑한다. 여기에 모로윈드 확장팩은 이미 출시되었고 서머셋 확장팩도 출시될 예정이다. 굵직한 확장팩 외에도 DLC 있다.

 

성장 위주의 종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스토리 라인이 추가되고 즐길거리가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일거리가 늘었다는 피로감 보다는 기본 패키지에 비해 콘텐츠가 늘었다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벤트 등을 통해 절대적인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AAA게임이라고 비싼 돈을 지불했지만 형편없는 볼륨에 실망했던 여타 게임과는 비교할 없을 정도로 상대적인 가격도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캐시시스템인 크라운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크라운을 세일하는 이벤트도 있다고 하니 때를 이용해서 구매를 있어도 굳이 평소에 크라운을 구매할만한 이유는 없어 보일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 앞서다뤘던 워프레임에서와 같이 가치가 없는 아이템을 천연덕스럽게 비싸게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살이 메인인 다크브라더후드 DLC


반면에 ESO PLUS라고 하는 일종의 월정액 프리미엄 서비스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1달에 1,500크라운 제공하고 DLC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해당 기간동안 해금되어 자유롭게 이용할 있다. 외에도 한정된 가방 공간에 단비와 같은 재료 가방을 제공하는 각종 게임 혜택을 제공한다.

 

혹시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기본 타이틀만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재미를 느낀다면 뒤에 ESO PLUS 한달 질러서 편의기능 DLC 즐겨보면 된다. 그래도 여전히 지겹지 않고 깊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 확장팩을 구매하면 된다. 스팀 할인 등에 혹해서 묶음으로 구매해버리면 가격도 너무 비싸고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을 있다. 다운로드 시간도 긴편이라 본게임에 들어가게 되면 스팀 환불가능시간도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구매전 반드시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를 바란다.

 

첫술부터 배부르려고 하면 지치는 게임

 

할게 너무 많아서 시작하기도 전에 질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제작도 해야할 같고 퀘스트도 깨야할 같고 PVP 해야할 같고 아이템 파밍도 해야할 같고 레벨업은 언제하고 이제 본캐를 생성했지만 부캐도 염두에 둬야하고 수많은 할일 목록 앞에 숨이 막힌다. 답답한 마음에 커뮤니티를 찾아도 매한가지다. 질문도 번이지 답답함이 속시원히 해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답답함이 쌓이다 보면 결국 게임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게 된다.

 

ESO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있다. 첫술부터 배부를래야 배부를 수가 없는 게임이다. 성장을 위해선 꾸준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게임이다. 서둘러 렙업을 해서 허겁지겁 아이템 파밍 대열에 합류해서 최강 최고 템을 먹고 최강 지존 무쌍 캐릭터가 된다거나 아예 아이템을 현금으로 팔아버릴 있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 아니다. 자신의 속도를 1% 높이기 위해서 꼬박 20시간이 걸리는 연구를 걸어둬야 하는 게임이다. 말했다시피 ESO 성장위주의 종적 콘텐츠를 앞세우지 않는다. 플레이어도 굳이 성장에 목매지 않아도 된다. 빨리 최강이 되어야 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지금 앞에 보이는 탄탄한 콘텐츠를 즐기는 집중하다보면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스테미나랑 가방은 언제 업그레이드 하지...

 나도 이제 시작한 뉴비지만 무조건 해야 한다는 따분한 제작은 진즉에 치워버리고 하우징에 기웃거리고 있다. 일단은 흥미가 가는 것부터 즐기고 필요한 것은 나중에 해도 문제는 없다. 어차피 몇천시간 하게 될테니까.


엘더스크롤 온라인 리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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