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1일차

2024. 8. 13. 08:58

퇴사는 현실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결혼은 현실이다. 그런데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퇴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현재 월급정도의 부수입을 만들어 두고 지속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퇴사'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을 확정 한 다음에 퇴사'

'재직중에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한 후 퇴사'

 

등등등

 

퇴사가 너무 어렵다. 너무 비현실적이다.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꿈만 같다. 다 고마운 말이고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퇴사를 하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어차피 퇴사는 이렇게 어려운 거니까 그냥 이대로가 제일 행복한 거라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버텨라. 버텨고 또 버텨라. 마음을 비우고 버텨라. 다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는 것이 가장 편하다고 말은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거의 득도의 수준까지 요구 받는다.

 

내 마음이 여기 있는데 마음을 어떻게 비우나.

있는 사람을 어떻게 없는 사람 취급 하나.

일어난 일을 어떻게 없었던 일로 넘기나.

양쪽 귀는 똑같이 들을 수만 있는데 어떻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나.

 

이렇듯 회사 생활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는데 퇴사도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퇴사 준비는 마음먹는 것부터 시작이 아닐까. 주변 사람도, 현실 상황도, 내 나머지 절반도(어쩌면 그 이상도), 퇴사를 말리고 있다.

 

엄청나게 후회할 것 같은 불안감, 그래도

 

그래도다. 거의 96.7% 오늘의 첫걸음을 후회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한 번은 디뎌보고 싶은 걸음이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일이 정말 잘 풀려서 퇴사 결정이 짧은 쉼표 정도의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다. 아니면 더 잘 되지는 않더라도 인생의 수업료를 치렀다 생각하고 다시 비슷한 인생으로 복귀할지도 모른다. 더 나쁜 상황이 되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이라며 행복도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더 최악으로 간다 해도 굶어 죽기야 하겠냐며 마음을 다 잡아 본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불안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은 왔다리 갔다리 한다.

 

그런데 지금의 직장생활은 안그런가.

 

나는 30대 후반 기혼 외벌이 회사원이다. 모아둔 재산도 크게 없지만 빚진 것도 많지 않다. 한마디로 준비가 안된 퇴사지망생이다. 실력은 아직 다 갖추지 못했어도 열정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신입사원만큼 퇴사 후 삶에 대한 열정과 포부라도 크면 좋으련만 퇴사 후 뭘 해보겠다 이런 계획조차 없다. 다만 그냥 일단 퇴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다.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래도.

 

첫걸음 이후

 

주식으로 야금야금, 굵직굵직하게 돈을 잃고나서 원인을 분석해보니 이른바 (부화)뇌동매매 때문이었다. 찬물뜨거운물바보처럼 샀다팔았다하면서 정말 많은 손해를 본 것이다. 기억에만 의존해서는 나의 거래에 대한 분석조차 할 수 없었다. 매매일지를 썼어야 했다. 

 

퇴사를 주제로 포스팅을 쓰기로 한 것은 나중을 위해서다. 어떤 결론을 내리고 결과를 맞이하건 시작부터 끝까지 기록했던 글을 보고 나면 그래도 뭔가 남는게 있지 않을까. 후회를 하건 납득을 하건 기억만으로는 추억보정이나 현실의 괴로움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 같을 때 기록을 들춰보면 다시 한 번 내 선택을 존중할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다.

 

인터넷에서 퇴사에 대해 많이 찾아보니 마음을 흔드는 글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마음을 굳혀주는 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단은 포스팅 주제가 퇴사 준비인만큼 혹시 비슷한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 이 포스팅이 대세에서 벗어난 다른 측면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퇴사는 현실이니까 앞서 말했던바대로 허황된 얘기는 없을 것이다. 퇴사 하면 그냥 홧김에 사직서 하나 던지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거 저거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최근 몇달간 고민도 많이 했지만 많이 알아보기도 했다. 어느정도 생각은 정리를 했는데 마음 정리는 아직 되지 않은 상태라 준비 과정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일단은 어떤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준비를 계속하며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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