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기 전에는 십년 후가 됐든 이십년 후가 됐든 정확하지는 않지만 먼 훗날을 생각했던 것 같다. 현실이 괴로우니 미래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이겨내려는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 괴로움이 뭐가 그리 많았겠냐만은 또 나름의 고충이 왜 없었겠나하는 생각도 든다. 이것만 끝나면, 이번만 잘 넘기면, 빨리 어른이 되면 좋겠다 등등 내일은, 다음달은, 내년은 항상 지금 보다 괜찮아 보였다.

 

계획적이라는 말은 항상 긍정적인 의미였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는 인내하고 눈 앞의 한 걸음을 디디지만 시선은 항상 지평선을 바라보라는 식이다. 그에 반해 오늘만 사는 놈. 이 얼마나 위험하게 들리는지. 그럴정도로 충실히 먼 훗날을 기다려왔다. 나중에는 괜찮아질꺼야, 좋아질꺼야. 덕분에 많은 위안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어처구니가 없는 희망찬 사고회로가 고장난 줄도 모르고 아직도 습관처럼 먼 훗날을 떠올릴 때가 있다. 아저씨가 되어가면서 어떻든 일단 현실은 나아진다. 하지만 현실이 나아지는 속도나 정도보다 깎여나가는 가능성 쪽이 월등히 크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예전처럼 먼 훗날을 떠올렸다가는 아찔해진다. 불안해진다. 울적해진다.

 

이것만 끝내면, 이번만 잘 해내면, 휴가만 가면, 공휴일이 되면 등등 쉼없이 염불외듯 외워보지만 막상 그 다음을 떠올리면 뭐가 있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마치 밤에 잘 자다가 죽고 나면 도대체 뭐가 있지?라는 쓸데없는 생각에 잠 못이루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정말로 인간은 호르몬의 동물인 것 같다. 똑같이 '미래'라고 하는 것이 아직 보이지 않을 때 나이가 어린 사람은 기대에 가슴이 두근 거리고 나이 먹은 사람은 불안에 가슴이 두근 거린다. 

 

 괜한 생각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퇴근 후 집 근처에 등록한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땡기며 왁왁 호르몬을 뽑아 올렸다. 밥도 잘 챙겨 먹고 에어컨도 틀고 피곤한 몸을 잠깐 눕혔다. 오전 오후는 그냥 날렸다 생각하고 오늘도 그렁저렁 밥 잘먹고 잘 넘겼다고 생각하니 일순 마음이 편해졌다.

 

내일은 또 내일의 내가 하겠지의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연습이 필요한 건지 타고나기를 그렇게 타고나야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거는 정확히 알겠다.

 

더 이상 먼 훗날은 생각해봐야 별로 좋을게 없다는 것. 오늘만 집중하는 것도 좋다는 것. 

 

나중에 나이를 더 먹으면 오늘도 싫고 그저 어제만 바라보고 싶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고 또 쓸데없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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