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애니를 추구하면 안되는걸까?(메타포 르 판타지오)
⏱️시간절약 3줄 요약
❓ 게임 보다는 애니메이션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 내가 기대한 종류의 게임은 아니었다.
⚠ 일본 특유의 감성을 좋아한다면 세계관과 스토리를 즐기기에 매우 좋은 게임일 듯
쵸시니 노리스기챳타나~
33원정대를 깨고 나니 허전함이 밀려온다. 뭔가 빨리 새로 시작해야겠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생겼다. 그래서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추천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메타포 르판타지오를 설치했다. 이것도 역시 엑스박스 게임패스 덕분이다.
게임을 켜자마자 약간 위화감이 느껴졌다. 아 물론 처음의 위화감은 그림체 때문이었다. 눈 안쪽의 빨간살 부분이 너무 강조되는 그림체는 미형이건 이형이건 모든 캐릭터를 이상하게 보이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다행히 이 그림체는 점차 안정되어서 나중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굉장히 거슬렸다.

그래도 막 설치한 게임에 대한 기대가 앞섰다. 정성들인 애니 컷신! 시작부터 가슴이 콩쾅콩쾅 거렸다. 손에 땀을 쥐고 게임패드를 꽉 잡은 채 어떤 플레이가 펼쳐질까 기대한다. 앗 갑자기 화면보호기가 켜진다. 서둘러 키보드 아무키나 눌러서 화면보호기를 없앤다. 이제 모험이 펼쳐지려고 한다. 악당들이 보인다. 앗 갑자기 게임 패드가 꺼졌다. 장시간 아무 조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이렇게 길어? 게임을 설치하고 초반 한 30분은 정말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게임인지 알려주려는 것보다 어떤 내용인지, 어떤 분위기인지를 더 집중적으로 알려주려고 한 느낌이다. 저장포인트도 없는 것 같은데 아니 심지어 저장포인트라는 게 있는지 없는지도 아직 모르는데 무차별적으로 수많은 장면을 쏟아내서 도중에 끊을 수도 없다. 장면이 쏟아지다보니 기껏 공들인 화면전환 연출도 너무 잦게 노출되어 눈이 피로해진다. 이제는 끝나나? 끝났나? 움직이면 되나? 라는 기대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그 기대가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사스가!!
좋아. 드디어 튜토리얼이다. 약한 적과 하는 전투는 필드에서 바로 때려패서 스킵이 가능하다. 비슷한 적은 몰래 다가가서 후두려 준다음에 선제공격형태로 턴제전투로 넘어가는게 중요하다. 속성이 중요하고 약점도 중요하다. 아이템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이윽고 튜토리얼 보스쯤 되는 것 같다. 상당히 기괴한 형태의 보스를(전형적인 JRPG 느낌이라 너무 좋았다) 무려 ‘인간’ 이라고 부른다. 튜토리얼부터 게임에 대한 몰입이 확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진작에 이럴 것이지.
튜토리얼을 충실히 몰입해서 클리어한 덕분에 초반부터 용을 때려잡았다. 좋은 아이템을 얻은 순간 몰입도는 더더 올라온다. 용을 때려잡느라고 수차례 재도전을 하다보니 초반의 지루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재미만 남았다.
점점 많은 요소가 해금된다. 이러면 다음 해금 요소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게임을 밀고나가다보니 대략 어떤 이야기인지 어떻게 전개될지 보인다. 간혹 급발진처럼 느껴지는 캐릭터의 감정선도 있지만 내용자체가 어렵지 않다보니 따라가는 데 무리는 없다. 이야기 전개에 따라 편의 기능, 해야할 일, 할 수 있는 일 등이 계속해서 해금된다.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어진다. 특히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크나큰 인상을 받았던 나로서는 아키타이프라고 하는 일종의 선택가능한 전투 형태, 직업에 흥미가 느껴졌다. 워프레임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처음 겪는 일이 발생한다. 갑자기 기한 제한이 있다. 마음이 급해진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무한정 시간을 주고 노가다하는 것을 방지하는 좋은 장치로 여겨졌다. RPG에서 노가다는 밸붕의 주범이다. 33원정대에서도 전투가 재밌어서 몇 번 더 해본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노가다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약간 밸런스 조절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터이다.

무한정 노가다가 되지 않는다. 뭔가 깊이가 생기는 기분이다.
토! 오못따라


라고 생각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기한제를 맞이하니 뭔가 좀 뭔가뭔가 했다. 메인스토리에 따라 여러 활동을 통해 나 자신을 성장시켜야 하는 상황인데, 인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인데, 능력치를 키워야 하는 상황인데 기한이 있다. 척봐도 넉넉한 느낌이 들기는 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산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실질적인 효과는 없으면서 애매하게 질척거리는 느낌이 든다. 2회차를 하거나 공략을 보는 사람이야 명확히 뭘 해야 할지 알겠지만 뉴비 입장에서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짜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픈월드도 아닌데 할일은 이것저것 많이 나눠놓았고 시간은 넉넉하지만 기한은 정해놓았다.
나름 소중하다고 생각한 반나절을 투입해 찾아간 일이 시답잖은 수다로 끝나거나 애매한 이야기로 이어질 때의 실망감은 나름 크다. 점차 반복되는 구조와 패턴을 보고 있노라니, 아니 그런 패턴 와중에 계속해서 쉼없이 이어지는 컷신을 보고 있노라니 괜시리 한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게 된다.
처음 '인간' 보스몹을 만났을 때의 괴이함과 오싹함은 초반을 넘기지 못한다. 이후 큰 깨닳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전투 다시 시작이 쉽다. 나의 강점과 상대의 약점이 명확하다. 캐릭터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나'의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하는 일반적인 흐름과 달리 메타포 르판타지오에서는 선택지를 무한대로 고를 수 있는 오지선다를 푸는 게임에 가깝다. 나의 강점과 적의 약점을 찾아서 그대로 때려주면 된다. 필요하다면 버프와 디버프를 끼얹기도 하고 상태이상을 해제하기도 하고 상대의 부위를 파괴하기도 하지만 플레이의 메인은 상대 방어속성의 취약점을 찾아서 해당하는 공격속성으로 공격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속성이 뭔지 모르므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지만 전투를 재시작하면서 취약점을 찾아나가면 된다.
반복되는 전투가 이어지다보니 전투가 게임의 요소라기 보다는 다음 스토리를 보기 위한 통과의례로 느껴졌다. 화려한 스킬과 다양한 속성 등등등 전투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거라는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앞서 말했다시피 기회가 무한대인 정답찾기와 오답피하기라 기대했던 바와는 달랐다.
야레야레
기대했던 바가 달랐다. 메타포 르판타지오는 내가 즐기고자 했던 게임과는 결이 다른 게임이었을 뿐이지 나쁜 게임은 아니다. 애초에 나쁜 게임이었다면 평이 그렇게 좋았을리는 없다.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게임은 아니었을 뿐.
33원정대는 턴제의 탈을 썼지만 역시 엘든링 쪽에 더 가까운 게임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메타포는 20시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리타이어 해버리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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