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싫어? 나만 좋아? 

2025년 최고의 만남 픽은 아마 33원정대와 케이팝데몬헌터스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OST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고 영상은 몇번이나 보는지 이제는 세는 것 조차 포기했다. 특히나 케데헌은 제목의 장벽을 넘고 나니 절경이었다. 게임을 클리어하고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면 갑작스런 허무함이 밀려온다. 다시 게임을 켜거나 다시 영화를 재생할 힘이 있을 턱이 없다. 이럴 때는 무엇을 해야하나. 동지를 찾아 나선다.

 

자신의 입맛이 보통의 입맛과 매우 유사하다면 으레 동지가 많게 마련이다. 자칭 닥터페퍼증후군을 앓고 있는 나지만 실제로는 제로콜라를 더 즐겨마실정도로 시류에 누구보다 더 빠르게 휩쓸리는 타입인만큼 언제나 우군이 든든하다. 호를 표현해도 불호를 표현해도 대부분 비슷한 의견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가만, 과연 그런가? 33원정대와 케데헌을 보고 호불호가 나뉜다는 식상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호와 불호 어느 것이 더 해로운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호부로'라는 하나의 단어로 착각할 만큼 대칭되는 두 의미를 균등한 비중으로 이어붙여 말하다보니 자연스레 둘의 영향이 같다고 생각해버리곤 했다. 

 

당연하게도 호불호 자체는 문제가 없다. 어떤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그 불호를 표현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불호는 날카로운 커터칼인 것 같다. 얌전히 필통안에 들어만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아무데서나 꺼내들기에는 남을 상처입히기 좋다. 남을 상처 입히고 나만 좋게 끝날리는 없다. 선을 긋거나 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거나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을 때 외에는 굳이 꺼낼 필요가 없다. 

 

수많은 동지들의 틈바구니에서 마음 아프게하는 글을 볼 때도 있다. '노래는 좋지만 스토리는 유치하다' '이야기가 너무 허무하다' '부족한 스토리를 연출로 메꿨다' '주인공 서사가 부족하다' 특히 '국뽕이다'는 참 뼈아프다. 정말로 나는 국뽕을 한껏 들이키고 있어 더 아프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누군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 싫어하는 것. 어떤 것이 더 기분이 좋지 못할까? 내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 싫어할 때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못하다. 다른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지지를 철회하고 이제는 한몸임을 선언한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는 것처럼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나와의 심리적 거리가 한껏 가까워진 상태다. 반면에 싫어하는 것은 이미 눈 밖에 난 상황인지라 누가 좋아하건 욕하건 큰 관심이 없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여지껏 망겜이라 생각하는 게임에 대해 혹평을 하면서 별 생각이 없었다. 사실인데 뭐어때? 내말이 틀렸어? 라는 생각 위주로 접근했다. 정말로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것이 생기고 나서야 존중과 조심성이 부족했다는 후회가 든다. 게임 리뷰 특성상 단점을, 불호를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옥에 티가 있는 게임이나 후후 불어내고 나면 먹을 수 있는 귤 정도의 게임만 다루면 되는 것이지 굳이 완전 망겜은 플레이까지 꾸역꾸역하고나서 악평일색의 리뷰를 남길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 게임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굳이 시간들여 상하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저 누가 강권할 때나 대답하면 좋은게 불호인 것 같다. 회 싫어하는데 횟집가자하고 그 영화 보기 싫은데 영화관 가자고 하면 그때는 당연히 내 뜻을 밝혀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케데헌은 한번 꼭 보라고 강권하겠다.

 

그래서, 호를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없나? 호를 표현하는 것은 연필이다. 여기저기 끄적거리는게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런데 남의 공책, 화장실 벽, 문화재 등등에 끄적거리고 다니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빠가 까를 만든다. 민폐 행위가 커질수록 당신을 박살내고 싶어서 당신의 가장 좋아하는 것을 욕하고 싶은 누군가가 생길 수 있다.

 

 

결론은 33원정대와 케데헌 진짜 2025년? 아니 최근 10년 내 베스트 픽이다.

 

2025.07.25-예술가가 게임을 개발한다면 클레르옵스퀴르33원정대

 

예술가가 게임을 개발한다면 클레르옵스퀴르33원정대

⏱️시간절약 3줄 요약 게임 패스 감사합니다. 어려우면서도 쉬운 난이도,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육성, 매혹적이면서도 슬픈 예술적인 연출로 게임을 다시 켜게 만든다. 스토리에 대한 논란과 그

koveras.tistory.com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