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브 형제

 

 

빨면 망한다!!!

내 취향이 너무 마이너한 탓인지 내가 좋아하는 게임류는 별로 메이저하지 않다. 사실 취향이라기 보다도 실력의 문제다. 메이저 게임은 잘 못한다. 롤도 그렇고 FPS류도 그렇고 손빨과 눈빨 등등 소위 말하는 피지컬을 많이 타는 게임에 쥐약이다. 인기가 많다는 얘기에 슬쩍 해봤다가도 별로 고이지 않은 구간에서도 깨박살 나고 자괴감과 함께 이탈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1인칭이 아니라 탑뷰나 3인칭 시점에서 wasd 방식으로 움직이는 게임은 잘 하지는 못해도 흥미가 느껴져 계속 하게 된다. 예전에 나왔던 배틀라이트를 정말 흠뻑 빠져서 했는데 사람들이 보기에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점이 많았나 보다. 나는 재미에 빠져서 그런 것들을 크게 신경쓰지 못했지만 게임은 결국 아주아주 마이너한 길로 가게 되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봇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슈퍼바이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너무 너무 재밌어서 식음을 전폐하고 플레이 해서 다이야까지 갔건만 이제 사람이 없다. 매칭이 안잡힌다. 또 다시 봇에 둘러싸인채 게임을 하게 될 것인가. 주말 부푼 기대를 안고 게임에 접속했건만 매칭 5분이 넘어가면서 포기하고 뻘글이나 싸지른다.

 

도대체 왜!!!!!!!!!!!!!!!!!!!!!!

일단 게임 개발사는 이 게임을 여러명이 모여서 오손도손 왁자지껄 플레이하길 바랐던 것 같다. 팀원과의 소통과 호흡이 매우 중요한 스쿼드 게임이니까라는 단순한 생각 때문인지 4인팟을 권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디코 켜기도 싫고 마이크 쓰기도 싫고 사람 모으기도 귀찮고 별로 대화도 하고 싶지 않은 솔로 플레이어가 대다수라는 것을. 내 힘만으로 내 캐리만으로 어느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거라 기대하는 플레이어가 많다는 것을.

 

이러한 솔로 플레이어에게 4인팟은 큰 장벽이다. 특히나 게임 시스템상 개인이 과성장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페이즈마다 레벨 제한이 있고, 스플릿 효율이 나쁘고, 장비 업그레이드가 제한적이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팀원 빼고 내가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방법은 피지컬 뿐이다. 하지만 각 스킬의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혼자서 뭘 하려고 달려 들었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고 끔살 당해버린다. 소통이 원활한 4인파티의 벽을 고수 솔플러가 뚫어내기 특히 어려운 이유들이다.

 

팀게임인데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겠지만(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팀플레이지만 협동을 너무 강조하는 게임은 마이너해질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나처럼 어딘가 묻어가려는 스타일이 아니라 치고 나가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묻어가려고 힐러를 픽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게도 이게임은 응해주질 않는다. 앞서 말했다시피 스킬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힐이고 뭐고 버텨내질 못한다. 힐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전투 후의 체력 보충 정도다. 공격 스킬은 약하고 힐 효율은 다른게임에 떨어져서 초보일수록 딜러를 픽해야 그나마 1인분을 하는 게임구조다 보니 초보들이 쉽게 접근하기도 어렵다. 

 

힐러를 해도 지고 탱커를 해도 지고 딜러하면 다른 초보들이 답답하게 힐러하고 탱커해서 지고, 운좋게 어찌어찌 왔는데 4인팟 만나서 깨지고, 이러한 불쾌한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하나둘 게임을 떠나게 되고 매칭 시간은 길어지고 다시 게임을 떠나게 되고, 게임 한판 한판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더 커지고, 또 떠나고. 

 

또 다시 좋은 게임을 잃었다는 아쉬움이 든다.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고 4인팟을 제한하기도 했지만 다시 풀어주었는데 이게 결정타가 아니었나 싶다. 왜 다시 풀어주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랭킹이 의미없다고 해도 랭킹 시스템이 있는 이상 사람들은 여기에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할테고 매칭의 불합리함으로 졌을때의 불쾌감은 게임의 즐거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이러한 사실을 당연히 나보다 더 잘알텐데도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게임운영이라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인가 싶기도 하다. 

 

오픈베타다 보니 게임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한 것도 게임의 장벽이다. 도대체 뭘해야하고 어디가 어딘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고티어 4인팟을 만나서 양학 당해버리면 게임 바로 삭제다. 

 

게임 홍보를 위해 스트리머에게 숙제 광고를 내주는 것도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한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스트리머가 답답한 플레이를 하는 것이 과연 게임에 어떤 긍정적인 홍보효과를 가져올지 의문이다. 숙제라는 것을 시청자들도 다 아는데 재밌다는 리액션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닿을지 모르겠다.

 

4인팟 문제도 그렇고 너무 인싸게임 내지는 대세게임, 입소문 나는 게임을 지향하는 방향성으로 간 것 같다. 근데 탑뷰 wasd게임은 아무리 생각해도 장르 자체가 마이너다. 조금 더 게임 자체에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갔어야 하지 않나 싶다. 서울 비싼 동네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스트리머 숙제를 퍼주고, 무엇을 노렸고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 줄은 알겠는데 매칭도 안잡히는데 기존 전략은 지금이라도 수정해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마스 트리나 꾸밀 때가 아니다

1. 골드부터 4인팟 제한

2.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아닌 게임 이해도가 높은 실제 플레이어 방송 지원(시청자가 적어도 오히려 이 편이 효율적. 장르가 마이너다)

3. 공략영상 제작, 튜토리얼 강화 등등 초보자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작(지금 슈퍼바이브를 쳐봐라 아무것도 안나온다, 마케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데 유튜브에는 아무것도 없다)

 

만시간을 즐겨도 지겹지 않은 게임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게 과연 이 게임 자체가 만시간을 생존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너무 좋아하는 게임이라 제발제발제발제발 제발 제발 사람들이 더 많이 와줬으면 싶다.

히오스가 망했을 때 얼마나 쓸쓸하고 슬펐는지 다들 알 것이다. 아무도 접으면 안된다. 접으면 게임 진짜 망한다구!!!!!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