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절약 3줄 요약

 

간만에 긴 시간 몰입해서 할 수 있었던 잔잔하면서도 화끈한 게임

초반의 꾸질꾸질함과 막막함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함

몰입과 컨셉플레이 보다는 최고의 선택과 최적화를 중요시한다면 이 게임과는 맞지 않다

 

 

스칼리츠의 역병 헨리 리즈 시절
이 게임에서 아주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할인이 최고

50% 할인을 이용해 구매했다. 할인은 여러모로 행복한 제도다. 지출금액이 줄고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인 만족도는 그만큼 증가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제값을 준 게임에는 평가를 박하게 하고 할인구매한 게임에는 후하게 해왔다. 앞으로 펼쳐질 킹덤컴2에 대한 후한 평가는 할인 덕일지 순수 게임 덕일지는 구분할 수 없겠다. 하지만 엄청 재밌어서 무려 유튜브 영상까지 찍어 올릴 정도였으니 순수 할인 덕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그리고 심지어 너무 재밌어서 게임 집중에 방해가 되는 영상은 완전히 배제한 것을 보면 스칼리츠의 역병, 아니 헨리와의 모험이 얼마나 사람을 몰입하게 만드는지 추측할 수 있으리라.

피투성이 역병, 그이름 헨리

몰입, 몰입, 몰입!

게임에 있어서의 몰입이란 뭘까. 내가 게임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는 것이 몰입일까. 현실을 잊고 게임에만 빠져드는게 몰입일까. 그러면 몰입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질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몰입은 '콘텐츠를 싹싹 긁어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상태다. 이 정도도 나름 꽤나 높은 기준이다. 이러한 몰입을 위해서는 콘텐츠가 제공하는 결과값인 보상만 좋아서는 어렵고 결과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하긴 하는데 보상 때문에 어쩔수 없이 한다면 흔히들 말하는 숙제가 되는 것이다. 반면에 그냥 길가다가 산 너머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면서 크~! 라는 장탄식을 내뱉는다면 몰입이라 할 수 있겠다. 킹덤컴2는 따그닥 따그닥 천천히 길을 거닐면서 한손에는 맥주, 다른 한 손에는 쏘세지를 들고 싶어지는 그런 게임이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경비병. 범인은 언제나 사건 현장을 보러 온다.

 

스토리와 연출이 납득이 간다. 컷신으로도 충분히 설명하기도 하고 대화도 많다. 보다보면 막 빠져들지는 않아도 가끔 피식 웃음도 나오고 가끔은 자못 비장해지고 어떨 때는 좀 화도 난다. 게임에서의 스토리와 연출은 몰입의 최저점을 보장해주는 장치다. 스토리와 연출만으로는 몰입의 최고점을 찍기는 어렵다. 영화나 책도 아니고 게임은 참여가 메인 콘텐츠인데 보여주기 만으로 최고점을 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정도 기대치에서는 킹덤컴2의 스토리는 대단할 것은 없지만 몰입에 방해되는 바가 전혀 없고 플레이의 이유를 끊임없이 제공해주기 때문에 합격점이다.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메시지를 강제하거나 작가의 머리속에서만 연결되는 복잡다단 알쏭달쏭 개연성이라거나 대충 연출로 떼우는 구멍숭숭난 스토리라거나 아니면 아예 어떠한 스토리인지 알 수 조차 없는 게임들이 출시되는 요즘 상황에서는 이 정도면 킹덤컴2가 단순 중세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진짜 게임이라는 최소한의 보장을 제공해준다.

유령마 추적전
달빛 아래 유령마라 불리우는 존재를 뒤 쫓는다

 

게임적 현실성(?)이 뛰어나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고단한 현실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게임은 그저 현실적인척 흉내를 잘 내는게 최고다. 문과생인 내가 보기에 과학적인 젤다의 전설이 좋은 예다. 불피우면 상승기류가 생겨서 하늘을 활공할 수 있고 방패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내려간다. 후속작은 더 나아가서 여러 장치도 만들 수 있다. 요는 뭔가 일정한 법칙에 따라 돌아간다는 것이다.

킹덤컴 2 패싸움
다구리가 최고다

 

킹덤컴2도 게임적 허용이 넘쳐나지만 규칙이 일정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적당한 선에서 얼버무리는 것이 플레이 하기 좋았다. 연금술, 대장간 제작을 현실적으로 만든다고 고달프게 만들면 누가 좋아할까. 그렇다고 아이템창에서 재료만 조합해서 결과물이 쑥 나오는 것도 너무 재미없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량도 해야하고 제작 공정을 지켜야 한다면 여유있게 빠져들기 어려울 것이다. 좋은 결과물을 뽑아내기 위해 단시간에는 집중할 수 있겠지만 오래도록 몰입해서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른바 현타가 온다. 그냥 치트 치면 수백병 쏟아지는 물병을 위해 이 고생을 할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혼자하는 게임인데? 이 단계까지 오지 않도록 단계를 단순화하고 실수도 허용하는 퍽을 두는 등 균형과 몰입을 위한 제작사의 고심이 엿보인다.

열심히 (독)약을 만들어서

 

킹덤컴2 적야영지 와인통에 독 타기
와인 통에 타주면

 

한잔 쭈욱 들이키시고

 

괴로워 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전투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인간이 무기를 둔 수십명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목숨을 건 1:1만 강요하는 게임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 초반에는 무딘 칼 하나 들고 도적 한 두명 상대하기도 버거워서 눈물을 흩뿌리며 도주하기 일쑤이지만 사슬갑옷, 판금갑옷 갖춰나가면 반대로 도적의 무딘 칼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실제로 판금을 장착한 기사가 도적떼 10명을 박살 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대인인 내 입장에서는 납득이 간다. 명색이 주인공인데 누더기를 걸친 도적떼한테 뚜들겨 맞는 불합리에 울분을 토하다가도 그 불합리가 역으로도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때 힘겨웠던 플레이 과정이 모두 보상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꼽주는 이반톹
가끔은 무턱대고 부딪히는게 더 재미있는 법

 

초반 한정 구질구질함과 막막함이 너무 좋다. 그럴싸한 튜토리얼과 컷신들이 끝나고 나면 본격 빈털터리에 천둥벌거숭이가 되어 있는 헨리가 홀로 서 있다. 메인 스토리가 되는 큰 퀘스트만 주어진 상태라 뭘 해야할지는 아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다. 벌거벗고 있는 헨리를 보고 바지는 어디다 팔아먹었냐고 놀리는 사람, 냄새난다고 좀 씻으라고 핀잔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길바닥 한가운데에 한동안 서있게 된다. 

갑자기 누군가 부른다. 천사거지다. 시스템의 현신이 NPC인척 강림한 존재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슬쩍 알려준다. 멋진 옷은 도둑질 하라고 알려주면서 락픽도 하나 손에 쥐어준다. 앞으로 땅이라도 파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없는 살림에 자기 주머니에서 삽 살 돈 5원을 꺼내준다. 그렇게 넓지도 않은 땅인데 걸어다니면 어떻냐며 모험을 떠나라고 재촉하면서도 세민에 말이 있다고 넌지시 알려준다.

별로 할일 없을 때는 그냥 마차 얻어타고 맥주 한잔씩 마시고 있으면 최고다

 

돈도 없는데 말 목장이 무슨 소용이냐. 가격도 모르고 살 수 있는지조차도 모르지만 주변 시세를 살펴보면 5원 가지고는 절 대 안된다. 아버지 옆에서 대장장이 일을 어깨너머로 배웠으니까 남쪽 대신 북쪽행을 택한다. 북쪽에 있는 대장장이가 사람을 구한다고 한다. 터덜터덜 아무런 이벤트도 없이 마냥 걸어가다보면 주인공이 아닌 NPC1이 된 기분이다. 드디어 만난 대장장이, 뭔가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나 싶은데 그런건 없고 그냥 월급도 안주고 잡일만 시킬 평범한 악인이 헨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불만도 잠시, 걷느라 피곤한 몸을 뉘일 푹신한 침대에서 한 잠 때리고 그 다음날 옆방에서 끓고 있는 주인장네 스튜를 한 숟갈 떠먹으며 출출한 배를 달래면 갑자기 게임에 확 빠져들게 된다.

 

머트와 페블즈. 둘 간에 상호작용이 추가되면 좋겠다.

 

돈돈돈돈돈돈돈돈. 엄청난 모험도, 대단한 기회도 자본이라는 밑바탕이 있어야 잡을 수 있다. 극 초반에는 대장장이 생활도 엄두가 안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해서, 다른 게임처럼 뭔가 대박 기회가 따로 있을 것만 같아서 모험길에 나섰더니 배 곯다가 도적떼한테 뚜들겨 맞고 한많은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 그래도 도적들도 나름 그 분야의 프로페셔널인데 나도 기본 무장은 갖춰야 한다. 그럴려면 돈을 모아야 한다. 대장장이 일을 통해 정직하게 돈을 얼마간 벌 수 있다는 기쁨이 찾아온다.

드디어 깨어났구만(스카이림 패러디도 있다)

 

라드직 코빌라의 검 마틴 등급
대장장이로서 인정받은 것 같아 눈물이 살짝 찔끔 나왔다(3단계 보다 높은 마틴등급 품질)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갓벽한 게임은 역시 없는 법이다. 불편하거나 좀 불합리하거나 몰입을 해치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할인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정도다. 50% 할인 구매를 했기 때문에 단점도 짧게 쓰고자 한다.

 

손질이 필요한 UI. 불편하다. 의도한 불편함이라고 포장하기엔 역시나 불편하다. 아이템 비교도 불가하고 숨겨진 정보도 많다. 하지만 어차피 솔로 게임이다. 분석적으로 할필요도, 세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선택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즐기기 모드로 나아간다면 문제 없다.

 

살짝 부족한 에셋. 보다보면 낯익은 NPC 가 많이 보인다. 오브젝트도 다 보던 오브젝트다. 색다를게 없는 중세시대라고 하기에는 그래도 물병도 좀 몇종류 더 만들고 의자도 몇종류 더 만들고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드를 부르는 미완성 요소들. 음식에 붙어있는 영양은 뭘까? 폴암 무기는 왜 구릴까? 맨손 격투는 그냥 단순 내기용에 불과한 걸까. 하우징은? 말은 왜 몇마리 더 못가지는 것인지. 게임 세상에서 사귄 친구들을 용병으로 데리고 다니고 싶다. 뭔가 요리가 될 것 같은데 요리는 별로 없다. 하지만? 모드를 깔면 된다

 

고로 엔딩 직후 바로 2회차 가능. 1회차 바닐라 112시간 살짝 떠먹어보고 이제 모드 깔고 2회차 돌입

설치한 모드 내역

- 캠핑모드

- 영양모드

- 요리모드

- 무기&아머 밸런스 모드

- 맨손 격투 모드

- 퍽 재조정 모드

- 전투 시 타겟에 카메라 고정되지 않도록 하는 모드

- 방어나 반격 시 거리에 관계없이 적이 미끌어져 들어오는 것 삭제하는 모드

- 배고픔 증가 모드

- 사냥 시 고기 산출 덜 나오게 하는 모드

- 용병 모드

- 전리품 가치 하락 모드

- 주사위 확률 보여주는 모드

 

2회차 군침 싹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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