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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워프레임, 엘더스크롤온라인의 계절이 돌아왔던 것일까

 

유독 겨울은 가혹하다. 아침에 이불 밖을 나서는 일부터가 그렇다. 잔뜩 움츠러든 몸, 우중충한 하늘, 뭔가 공허한 마음이 특효 게임을 부른다. 그렇다. 뇌를 비우고 할 수 있는 노가다 게임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었다.

 

항상 겨울 즈음에는 워프레임을 습관적으로 설치했던 것 같다. 아니면 엘더스크롤온라인이라도 했던 것 같다. 형형색색 재료들로 집을 꾸미고 우주선을 꾸미고 외관을 꾸미고 아무도 봐주지도 않고 신경도 안쓸 감정표현을 모아대면서 겨울의 회색빛 현실을 잊었다.

 

그런데 뭔가 이제 너무 해보기도 전에 무슨 맛인지 뻔히 보인다. 큰 패치라도 한 번 있었으면 좋으련만 시스템 자체가 바뀌는 그러한 모험은 아무도 원하지 않나보다. 좀처럼 설치 버튼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포스트아포칼립스SF호러영지관리노가다게임인 원스휴먼이 눈에 띄었다.

 

중국게임이라서 선입견이 있었지만 어차피 워프레임도 롤도 이제는 중국게임이다. 그냥 바로 설치 버튼을 눌렀다.

 

 

너무 복잡해!!!

사실 이런 노가다류 게임은 초보에게 너무하다. 하나씩 하나씩 노가다 요소가 추가되는 게임 특성상 재화도 너무 많고 해야할 잡무도 너무 많다.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할지 너무 혼란스럽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기존 유저에게는 명확하게 보이지만 초보에게는 왕부담이다. 원스휴먼은 번역도 번역이지만 용어 통일조차 안되어 있고 UI도 불편해서 정보전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꾸릉내 나는 게임의 첫고비를 어떻게든 넘기고 나면 바라던 노가다 게임을 맛볼 수 있다. 안좋은 점은 굳이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그런 싸구려 느낌이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이자 가장 큰 진입 장벽이다.

 

일단 꾹참고 해보면 볕들날이 온다

 

서버 선택부터 고역이었다. 그냥 차라리 처음 계정은 초보자 서버로 밀어넣든지 아니면 초보자로 갔다가 다른 서버로 가라고 안내를 해주든 길잡이가 있어야 할텐데 지들만 아는 말로 각 서버를 설명을 해두었다.

 

요는 이렇다. 초보자 서버는 그냥 무난하다. 어떤 특이한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벤트같은 것도 없다. 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특별한 규칙이 없다. 여기서 게임을 조금 익히고 다른 보통 서버로 갈 수 있다. PVE서버도 있고 PVP가 테마인 서버도 있다. 서버는 곧 규칙이다. 시즌마다 서버에는 새롭고 재미있는 게임 규칙들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초보자 서버에서 열심히 키우다가 보통 서버로 갈때는 시나리오종료권이 필요한데 캐릭터를 만들면 배낭에 한장 넣어준다. 초보자 서버에서 끝까지 해도 되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싶으면 보통 서버로 넘어가면 되는데 초보자서버의 캐릭터가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니다. 레벨은 초기화 되고 모아뒀던 아이템은 일정 포인트 내에서 선택해서 가져갈 수 있다. 나머지 아이템은 이터널랜드라고 하는 공간에 남겨진다. 레벨이 초기화 되는 만큼 장비 같은거는 가져갈 필요가 없고 생존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도구, 레벨이 높은 감염물(다른 게임의 펫)을 가져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열심히 지었던 집도 설계도 형태로 남게 되니까 새로운 서버에서 재료만 모으면 그대로 다시 만들기도 쉽다.

 

라는 것을 아무것도 모르게끔 설명이 없다. 그냥 뭐 무슨 트랜지션 현상이 있다느니 플레이어간 각축전을 벌려야 한다느니 수치가 어떻고 특성이 어떻고 아이고야야야. 

몰라몰라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

 

어쨌든 노가다는 하고 싶으니까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플레이하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된다. 그럼 꽤나 게임이 합리적이다. 고인물과의 격차는 당연히 어쩔수 없지만 서버는 일단 6주짜리 시즌제이기도 하고 6주 안에도 모든 요소가 해금되는 것이 아니라 1주차 2주차 주차별로 해금되기 때문에 서버에 다소 늦게 입성했다고해도 따라잡기도 수월하다. 그리고 안따라잡아도 상관없다. 형식은 멀티게임이지만 이게임도 어차피 싱글플레이나 다름없다. 온라인상의 유저는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존재일뿐이다. 특별히 무슨 교류가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저 자기 만족을 위해 내 캐릭터를 꾸미고 영지를 꾸미면 된다.

 

집안에 나무를 키워볼까

 

 

우중충하고 괴이쩍다. 그래서 좋았다. 워프레임도 촉수도 나오고 어두컴컴하지만 일단 무쌍류기 때문에 분위기빨을 좀 덜 받는데 원스휴먼은 세상이 대충 망해버린 후의 괴물들과의 사투 속에서도 생존하려고 애쓰는 메타휴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중충한 분위기가 힘을 받는다. 좀비 슬래셔물인가 싶다가도 묘한 호러느낌도 나고 연구소에서는 SF느낌도 나고 특정 미션에서는 오컬트적인 공기도 들이마셔볼 수 있다.

 

 

노가다를 하려고 들어왔는데 의외로 충실한 콘텐츠에 놀랐다. 메인스토리만 죽 따라가다가 적이 너무 강해졌다 싶으면 그때 잠깐 노가다하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원래의 하고자했던 방향과는 완전히 틀어졌다.

 

콘텐츠에 몰입하다보니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설명들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페이투윈은 없다. 돈내는 것은 다 꾸미기 요소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노가다가 필요하다. 이런 방식 저런 방식 여러가지 강해지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조금씩 노가다의 세상으로 빠져 들어가게 만든다.

 

 

 

주차별로 막혀있는 해금때문에 약간 루즈해질 타이밍에 보스가 나오고 이벤트가 있다. 아이템 상자가 리스폰 된다. 시즌의 고유한 규칙이 적용된 사건이 발생한다. 다시 노가다에 빠져든다.

디스코도 춘다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어색한 번역은 스토리 뽕맛을 해치기는 하지만 어차피 노가다를 하려고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기대가 크지 않았던 만큼 놀라움이 컸다. 정말 소재를 잘 잡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앞서 말했던 것처럼 마냥 좀비물도 아니고 마냥 호러오컬트물, SF물도 아니라서 이것저것 원하는대로 이야기를 욱여넣기 좋아보였다. 

움직이는 집 위에서 세상을 조망하다

 

감염물이라고 불리우는 펫이다

 

요리를 해주는 펫이다(불을 뿜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현실에서 볼법한 재료와 부품을 줍고 방해하는 적을 패주다보면 정말 게임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오죽하면 게임에 돈을 많이 안쓰는 나조차도 스킨, 집을 꾸미는 스킨에 돈을 넣으려고 할 정도 였다. 참느라 아주 혼났다.

 

약속의 100시간

초보자 서버에서 2주차까지 보내고 보통PVE서버로 옮겨와 3주차까지 즐기고 보니 어느덧 100시간이 흘러 있었다. 많은 추억이 있었고 즐거움이 있었다.

사람들과 협동미션도 있긴 하다
망해버린 세상의 구시대 화폐들

 

이제부터는 새로운 요소가 생긴다기 보다는 기존 요소가 어려워지는 구간으로 보였다. 이 이후에는 게임을 즐겨보지는 않아서 확실하게 말을 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이제 이 게임을 떠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노가다는 정말 원없이 했다. 새로워지기 위한 노가다는 빠져들지만 데미지를 50에서 5,000으로 늘리고 '허약한 좀비'가 아닌 '지옥구덩이의 칠흑 좀비'를 잡기 위한 준비과정의 노가다는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제부터가 게임 시작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 단계로 보였다. 그걸 알아보려면 한번 이 게임을 즐겨보는 방법밖에는 없다. 마스터단계를 클리어하고 하드코어모드를 클리어하기 위해 장비와 모듈을 노가다하면서 더더욱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고인물이 되어 외관을 꾸며나가는 것. 모두 충실하게 구현해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6주차가 되는 날에는 또다시 새로운 노가다를 기약하며 바이바이. 얼마나 깔끔한가.

 

시즌제라는 점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매번 똑같은 게임이 약간 패치만 돼서 나오는 것보다는 아예 새로운 규칙으로 찾아오는 것도 '새로운'노가다를 원하는 내 입장에서는 환영할만 하다. 어차피 싱글게임이고 초기화되느 게임이니 구태여 게임을 계속 이어나갈 필요나 부담도 없다. 다음 시즌에 재밌어보이면 다시 부대끼면 될 뿐이다. 

 

앞으로는 아마 워프레임이나 엘온보다는 원스휴먼을 먼저 살펴보지 않을까 싶다.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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