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달리기
얼마전까지만 해도 게임을 하는 시간이 굉장히 짧았다.
하루의 대부분은 일을 하고 잠을 잔다. 회사에서 오래 앉아있다보니 어깨도 아프고 목도 뻐근하고 배도 부풀어 오른다. 머리도 마음도 무거워진다. 게임도 고도의 정신활동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새로운 게임은 배우기 싫어서(어려워서) 못하고 하던 게임은 집중하기 어려워서(싫어서) 못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달린다.
평소에는 게임만 사는데 이번에는 게임과 함께 러닝화도 사봤다. 나이키 인피니티런4. 신어보자마자 마음에 딱 들었다. 원래는 그냥 집에 굴러다니던 오래된 운동화를 신고 뛰었는데 5키로를 넘어서면 무릎이 발목이 종아리가 허벅지가 다리가 아파온다. 신발 탓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느정도 달리기에 여유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주변에 달리는 사람들을 보니 다들 형형색색의 신발을 신고 있었다. 뭔가 발걸음도 더 가벼워 보였던 것은 착각이었을까 했는데 사고보니 실제로 발걸음도 더 가벼워 진다.
요즘 달리기 열풍에 힘입어 러닝화도 참 많은 종류가 있다. 러닝화를 고를 때 굉장히 고민이 많아졌다. 평소 걷는 일이 많아서 스케쳐스의 워킹화를 샀던 때가 생각났다. 푹신한게 최고다. 뭔가 과학적이고 뭔가 좋고 그런거는 딱히 와닿지가 않았다. 그냥 푹신한게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러닝화를 고를 때도 왠지 무리가 덜 갈 것 같은 녀석으로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는 아무리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직접 신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많은 러닝화를 신어보고 매장내를 뛰어본 결과 나에게는 나이키 인피니티런4가 딱맞았다. 폭신한 발바닥과 기분좋은 강도로 발등 전체를 싸아아악 감싸주는 외피가 나의 첫 러닝화에 제격이었다. 발목 고정, 바닥 짚어주기, 아치형 발바닥 등등등 뭔가 고려할 사항은 많겠지만 일단 나에게는 이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뛰기 시작한지는 1년은 더 된 것 같은데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요 몇달 사이다. 게임이 지루해지고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하거나 몸이 찌부둥하거나 출렁이는 뱃살에 유독 짜증이 몰려올 때 그냥 냅다 나가서 달렸던 것이 시작이다. 이제는 곧잘 10키로도 뛴다. 그냥 막무가내로 달려나가던 수준에서 이제는 유튜브도 좀 찾아보고 달리고자 하는 초보정도는 된 것 아닌가 싶다. 페이스는 1키로에 7분정도로 아주 천천히 뛰는 편이다. 그 사이 몸무게는 많이는 아니지만 2~3키로 정도 빠졌고 심박도 좋아졌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체력적으로 나아졌다는 기분이 든다. 자체 하프마라톤도 뛰고나니 기분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으레 달리기하면 떠오르는 다이어트 효과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이어트는 먹는 것이 9할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달리면 칼로리 소모를 '다소' 높일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식욕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달리고 나면 식사는 푸짐하게 먹게 되는데 간식에 대한 욕구는 많이 줄어들었다. 아이스크림 한통 씩 앉은 자리에서 해치우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는 나눠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달리기 덕분인지 가볍게 달리려는 마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간식은 확실히 덜 먹게 되었다.
아주 가볍게 뛰는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근육에도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본다.
좋은 점이 많지는 않은 것 같지만 요즘에는 그냥 뛰는 것이 재밌다. 예전에는 뛰는게 괴로워서 음악으로 괴로움을 잊으면서 헥헥 대면서 달렸는데 이제는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뛴다. 어제는 달리는 코스에서 너구리도 난생 처음 보았다. 숨소리, 발소리, 바람소리 듣다보면 어느새 1시간~2시간이 흘러있다.
한바탕 달리고 나면 괜히 게임도 땡긴다. 그래서 샀다. 워해머3 부패의 왕좌 DLC, 헬다이버즈2. 워해머3 변화의 그림자는 어영부영 스킵해버렸다. 워해머3는 역시 만족스럽고 헬다이버즈2는 이번 PSN 계정 연동과는 별개로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는 중이다. 헬다이버즈1이 너무 인상 깊었던 건지는 몰라도 일반적인 협력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는 사람과 함께하면 엄청 엄청 엄청 재밌지만 불특정 다수와 함께하면 그냥 좀 텐션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달리기 덕분에 게임에 대한 의욕도 살아났다. 주말에는 달리고 밥먹고 게임을 양껏 해야겠다. 조만간에 게임 리뷰를 쓸만큼 플레이타임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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