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나이트에 이어 정령섬

 

여세를 몰아 정령섬도  돌렸다. 룰이 가물가물해서 1인플을 돌렸다. 아 역시 보드게임은 뭔가 빠져드는 맛이 있다. 여러가지 기물을 만지고 있노라면 진짜 뭔가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정령섬은 시작도 1인플이었고 한창 재미 들려서 할 때는 겨우겨우 2인플을 돌렸다. 아마 정령섬 보유한 사람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3인플은 복잡하기만 하고 재미 없을꺼야'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라는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3인플 정령섬. 뭔가 힘들고 고될 것만 같다. 더군다나 내가 룰마라니

 

 

 

정령섬과 메이지나이트 모두 1인플을 위주로 즐겨왔던 터라 다인플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서 1인플을 하다보니 습관에 함몰되어 이제는 다인플에 부담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맨날 섬 지도 하나만 두고 플레이하다가 섬 3개를 붙여놓고 보니 벌써 세팅 난이도가 올라간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갑자기 플레이가 잡혀버린 이상 그래도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일단 포도가 시든 달든 한번 해봐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령섬, 초보에게 어렵지 않을까. 보드게임이라고는 할리갈리밖에 모를텐데. 기물이나 쪼물딱 거리고 있으면 뭔가 우스꽝 스럽지 않을까

 

등등 플레이전에 벌써 신맛이 올라왔다.

 

보드게임은 역시 같이 하는게 재밌다

 

결론은 역시 보드게임은 같이 하는 것이 즐겁다. 포도에서 신맛이 올라와도 즐겁다는 것. 일반적으로 정령섬은 어려운게임이라고 하지만 애초에 승리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초보여도 과정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탐욕스러운 인간으로부터 섬을 지키고 부수적으로 원주민도 보살핀다. 점점 강해지면서 악당을 몰아낼 '상상'만으로도 함박웃음을 짓게 된다. 물론 룰마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장벽이라면 장벽일 수 있겠다. 

 

의외로 기본 룰 자체는 심플하다고 생각한다. 정령-이벤트-침략자-정령 순서로 턴이 진행되면서 플레이어 각자 고유의 능력을 사용하고 서로 협동해서 상대를 박살낸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카드와 고유 능력 사용, 이벤트 적용 등등 유권(?)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어려운 점이다. 에러플이어도 좋다. 룰북은 뒤지느라 따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이건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정하고 일단 플레이 해보는 것. 완벽한 플레이가 아니어도 즐거운 플레이가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승리를 목표로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상대는 강하다. 오히려 보드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종이판떼기에 적힌 AI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재밌고 신선하다. 승리 해야만 게임이 재밌다고 생각한다면 정령섬 다인플은 정말 어려운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방해하는 알파플레이어로 흑화할 수도 있다. 지나친 장고, 타인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 등등 온갖 장벽이 솟아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졌다. 침략자들이 해안가에 아예 메트로시티를 지어버렸고 우리는 그녀석들을 박살 내려고 원기옥을 모으고 있던 와중에 섬의 오염이 다되었다. 원기옥은 결국 쏴보지도 못하고. 섬은 인간의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같이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가면서 인간들을 도륙낼 생각에 하하호호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누군가의 플레이에 손을 댈만한 수준이 아니기에 오히려 성공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룰 설명하느라 내 플레이를 챙기기에 바빴다. 결과적으로 선 각자 도생 후 협력이라는 기본 공식을 잘 따랐다고 생각한다. 다만 실력이 모자랐을 뿐.

 

 

 

 

 

 

빨리 12월이 왔으면... 정령섬 확장팩 빨리.. 12월...

 

정말 너무너무 기대된다. 정령섬 확장팩을 선주문했다. 혼자 했을 때보다 여럿이 해보니 정령들의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서로 도와주고 보완해주는 정령의 능력을 정말 잘 구현했다고 본다. 물리적으로만 붙어서 같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상호작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정령섬도 역시 다인플이 어울리는 보드게임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빨리 다른 정령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3인플 패배 후 심기일전해서 다시 2인플에 도전했다. 가장 구리다는 그림자 정령과 가장 좋다는 녹지 정령을 해보았다. 초보가 그림자 정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나보다 더 많은 활약을 하는 것을 보면서(마지막 공포 승리 결정타까지 날렸다) 정령섬, 과연 초보에게 추천하지 못할 만한 게임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떤 게임에 대해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게임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데 정령섬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이 아쉽다. 실제로 내가 겪은 정령섬은 초보에게 충분히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게임이다. '정령'인 내가 점점 '강해지면서'  '인간'침략자를 상대로 '협동'해서 '캐박살' 내는 게임이다. 

 

확장팩까지 끼면 6인플레이도 된다는데 3인플을 성공적으로 마친 나조차도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라는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6인플은 복잡하기만 하고 재미 없을꺼야'

 

언제 한번 그 포도가 실지 달지 맛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정령섬 6인플을 해낸다면 아마 상위 0.001%에는 족히 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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