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이런 게임을 원하는 것 같기도...

레드데드리뎀션2 굉장히 늦었다

구매는 2020년쯤 한 것 같다. 켜자마자 우와우와. 눈덮인 설산에서의 쫄깃한 생존과 말굽언덕에서의 정착생활에서 두근두근 심장을 부여잡았던 기억이 난다. 

 

2021년에도 두근두근 심장을 부여잡았던 기억이 난다.

 

2022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2023년 리뷰아닌 리뷰를 써본다.

 

AAA급 게임을 즐길 준비가 안됐다

전에 뻘소리에도 써놨다시피 게임을 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즐기기엔 레데리2는 너무 무거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3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진도를 빼는 데 실패했다. 갓겜이라는 것은 머리로는 알겠지만 도저히 빠져들 수 없다. 아마 10년? 아니 5년전만 하더라도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이 게임에 빠져드는 데 문제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세번째 포기를 하면서 왜 실패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다. 

 

일단은 매일매일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어! 하다보면 일주일이 금방 간다. 한창 재밌게 퀘스트 깨고 다음을 기약하며 컴퓨터를 껐는데 어느새 벌써 다음주 일요일이다. 약 7일의 공백이 있는 상황. 다른 간단한 게임이었다면 금방 다시 적응을 할텐데 레데리2는 조작키부터 벌써 가물가물한 느낌이 든다. 내가 어디까지 게임을 즐겼고 이제 뭘 하면 되는 부분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분명히 저번주에는 엄청 아쉬워하면서 끄고 잠든 기억이 나는데 일주일만에 만난 이녀석은 뭔가 데면데면하다.

 

느리다. 내일이 되면, 몇시간 뒤면 다시 괴로운 회사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빨리 즐거워지고 싶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잘 알 거다. 처음 20분은 호흡도 의식되고 왠지 코 끝도 좀 가려운 것 같고 바람소리도 들리고 창 밖의 자동차 소리도 우렁차다. 하지만 어느순간 책에 몰입되면서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렵게 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자세도 뭔가 좀 불편하고 눈도 부신 것 같고 찬바람이 창틈으로 불어오는 것만 같다. 하지만 꾹 참고 게임을 밀고나가다보면 내 현재 상황보다는 게임 캐릭터에 몰입하게 된다. 그런데 레데리는 이 시간이 다른 게임보다 좀 길다. 느릿느릿 말을 타고 목적지에 간다. 대화를 들어본다. 약간은 느릿한 조작에 신경쓰면서 묵묵히 게임에 파고들어 간다. 

 

'아 회사 가기 싫다.'

 

이 맘 때 쯤 갑자기 월요일 생각이 든다. 어쩌면 중년의 위기가 닥쳐온 것일지도 모른다.

 

데드아이 회복을 위해선지 뭔지 아무튼 위스키 한병을 마신다. 원래대로라면 게임캐릭터의 음주 상태에 관심을 가져야 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건강을 위해 주말동안 꾹꾹 눌러 참았던 맥주 한캔, 위스키 한잔이 간절해진다. 잠시 아서를 길바닥에 세워두고 술을 가져 온다. 잠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떠나간 몰입도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몰입할 때쯤이면 아까 마셨던 맥주가 화장실에 가라고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울며 잠이 든다. 그래도 다행히 어! 하다보면 일주일이 금방 간다. 저번주에 아쉽게 끝냈던 레데리2를 킨다. 로딩창이 나를 반겨준다. 갑자기 게임을 끈다. 게임을 즐길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한 주를 보내게 되면 이제는 정말 레데리2를 까먹게 된다.

 

2023 봄에 다시 한 번

아무리 50% 할인 구매로 산 게임이라 하더라도 돈 생각이 나서 네번째 도전을 하리라 마음 먹는다. 레데리2뿐만 아니라 위쳐3 한국어 더빙판, 사놓고 버그 때문에 묻어뒀던 사이버펑크2077도 해당된다. 특히 사펑2077은 엣지러너라는 애니를 보고나서 갑자기 뽕이 차올라 재설치 했지만 1시간만에 다시 삭제 했다. 엔딩을 꼭 보고 싶다. 레데리2와 사펑2077은 2023에 리뷰를 꼭 써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무기력함이 온몸을 지배해서 그런지 요즘에는 에픽게임즈 무료게임도 심드렁하다. 즐겨야 할 게임, 아니 해야할 게임이 쌓여가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뭐 게임을 안한다고 해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요새 정말 뭘하는지 잘 모르겠다. 왜그런걸까. 하지만 봄기운이 솔솔 피어오르면 게임에 다시 느낌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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