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스틱이 뻑뻑했다.

 

1. 게임패드 열고 닫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2. 윤활을 위해서는 WD40은 플라스틱을 녹이므로 플라스틱용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3. 바세린을 썼더니 의외로 괜찮았다.(식용유는 나중에 더 끈적해진다고 한다.)

 

 

사람도 기계도 힘든 여름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니 사람만 죽을 맛인게 아니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여야하는 기계도 맛이 가기 시작했다. 게임패드의 아날로그 스틱이 뻑뻑해진 것이다. 여름 뙤약볕이 쏟아지는 창가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었던 탓에 겉에 부착되어있던 스티커가 흔적도 없이 녹아 내렸다. 닦아 낸다고 닦아 냈는데 그 당시의 판단으로는 접착제가 안으로 들어가서 문제를 일으킨 것 같았다.

 

물티슈로 게임패드 겉면을 닦아내고 아날로그 스틱에 묻은 끈적한 접착제를 아무리 닦아냈지만 당연하게도 아날로그 스틱은 여전히 뻑뻑하기만 하다. 

 

평생을 문돌이로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쪽으로는 자신없지만 패드가 이대로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분해를 결정

 

열었다. 보았다. 멘붕이다.

 

나사푸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며 신나게 풀어댔다. 그런데 나사를 풀었다고 해서 부드럽게 열리지는 않고 마치 무엇에 아귀가 딱 맞은것처럼 열리지를 않았다. 결국 일자드라이버를 슬쩍 밀어넣어서 열어재꼈다.

 

순간, 우수수수수수수수

 

패드가 확 열리면서 안에 있던 내용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회색 고무판과 진동모터가 잠시 자리를 이탈하고, 회색 고무판 밑에 깔려있던 버튼들이 바닥에 떨어진 것 뿐이다.)

 

괜히 열어서 아예 망가트려버렸다는 낭패감에 휩싸였다.

 

하루정도 인터넷 검색을 하며 멘탈을 다시 회복하고 패드를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분해하기 전에는 겉으로 드러난 아날로그스틱부분만 닦았으니(스크린샷 노란 부분) 패드가 나아질리가 없었던 것이다. 부드러운 움직임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스틱의 회색부분을 수직으로 힘을 줘서 위로 뺄 수 있다. 그러면 작은 큐브 안에 실제 스틱(?)이 있다. 이부분을 보니 여기에 발라져있었던 윤활제였는지 아니면 뭔가 들어간 것인지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하얗게 굳어있었다. 아세톤으로 닦아보고 면봉으로 쑤셔보고 핀셋으로 긁어도 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만능인 WD40!!!을 꺼내 들고 뿌리려던 찰나! 

WD40은 금속에 쓰는 것이지 플라스틱에 쓰면 녹는다고 한다.

 

다행히 나같은 사람이 많아서인지 비슷한 용도로 플라스틱에 쓰는 약품이 있었다.

내 경우에는 실리콘 윤활? 플라스틱, 고무 등 온갖 곳에 뿌리는 약품을 빌려와서 뿌렸다.

 

조심조심 큐브안에 약품을 뿌려넣어보았다. 하지만 별소용이 없었다.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나는 기판이 젖을 까봐 엄청 살살 조금 뿌렸는데 핵심은 낭낭하게 뿌리는 것이다. 기판은 젖어도 되나보다. 문과였으니 알리가 있나. 건조나 잘시키고 뿌릴 때는 화끈하게 뿌리자고 마음먹고 화끈하게 뿌렸다. 양쪽 스틱에 모두 골고루 흠뻑뿌렸다. 그러고 수분 후 마참내! 다 증발되고 말랐다.

 

아날로그 스틱을 돌려보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끈적 뻑뻑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는데 플라스틱이 너무 뽀송해져서 그런지 삑삑 거리는 느낌이 든다.

 

윤활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없다. 식용유라도 바를까? 했지만 산폐가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바세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 시점에서 나도 패드를 열어둔지 너무 시간이 오래돼서 빨리 어찌되든 결판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봉으로 바세린을 넉넉하게 덜어내서 큐브안에 골고루 발라넣었다. 그리고 서둘러 패드를 다시 닫았다. 닫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결국 방법을 알아냈다.

 

1. 분해과정에서 자리를 벗어난 진동모터를 패드에 다시 제대로 끼운다.

2. 버튼을 정해진 구멍마다 넣어준다.

3. 회색고무판을 버튼 위에 잘 올려둔다.(고정되지 않는다.)

4. 회색고무판과 버튼이 있는 쪽은 그대로 들고 있는 상태로

5. 기판이 붙어있는 쪽을 서서히 움직여 끼운다.(너무 급하게 움직이면 진동모터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6. 80% 붙인 상태로 진동모터의 위치를 슬슬 조정해서 정확하게 딱 끼워맞춘다.

7. 신났다고 나사를 조이기 전에 먼저 버튼들이 다 제대로 눌리는지 확인해본다.

    패드를 닫는 과정에서 고정되지 않은 회색고무판이 위치를 조금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패드를 닫았다. 바세린도 효과 만점이었다. 부들부들한 것이 새 패드를 쥔 것 같았다. 

 

바세린을 바르고 약 열흘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큰 문제는 없다.

 

이거 하나 고치자고 윤활유를 한통 사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바세린을 더 바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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