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이 되기도 전에 이미 접었는데 왜 지금은 재밌지(헬다이버즈2)

헬다이버즈2는 발견하자마자 샀다
왜냐. 헬다이버즈1을 너무 늦게 알아서 거의 끝물에 샀다가 여러모로 아쉬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매칭도 잘 안잡히고 기껏 잡혀도 고인물들인지라 내가 뭔가를 해낸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지만 재미하나는 정말 좋았다. 그래서 더 아쉬웠던 것 같다. 나오자마자 샀으면 어땠을까, 나랑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팀을 맺고 플레이한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등등.
딥락갤럭틱(드워프 광부 전사들이 팀을짜서 외계 생명체를 무찌르고 광물을 캐는 협동게임)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이 시기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당시만 해도 딥락갤럭틱도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던지라 몇번의 플레이와 몇번의 탄성 끝에 어두컴컴한 광산만 돌아다니는 것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그런데 헬다이버즈2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조금 늦게 들었다. 뭐 거의 볼 것도 없이 바로 질렀다. 사람들이 떠나기 전에 빨리 해보려는 마음뿐이었다.
전편과는 다르게 3D로 돌아왔다. 평소 TPS건 FPS건 PVP게임은 손이 이래서 왕부담이었지만 헬다이버즈2는 걱정이 없었다. 잘하는 사람한테 묻어가도 내가 1인분정도만 해낼 수 있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터였다.
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 튜토리얼에 들어섰다.
망토도 받았고 자 이제 시작이다(끝이다)

포복도 하고 무기사용법도 익히고 버그도 잡고 드디어 지옥에 다이빙할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뭔가.. 뭔가뭔가 하다.
튜토리얼은 전투만 알려줄 뿐 뭔가 다른 정보들은 일체 없었다. 나름의 블랙유머가 섞인 우주선 내부와 작전 상황을 둘러보면서 마냥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뭔지를 알아야 웃든 재미를 느낄 것 아닌가.
어지러운 표시들과 수많은 장비 등등이 부담스러웠지만 원래 게임은 하면서 배워가는 것 아닌가하고 굳게 마음을 먹고 무작정 플레이부터 몇번 돌려봤다.
그런데 다들 왜 미션 목표는 두고 여기저기 맘대로 돌아다니는지. 자기들끼리 돌아다니다가 왜 죽는건지. 핑도 찍고 우루루 몰려가니까 나도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마치 공사현장에 처음 투입된 신입처럼 몸과 마음은 바쁜데 막상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부산만 떠는 그런 헬다이버가 되어 있었다.
쏟아지는 포격에 팀킬을 당하고 어느새 홀로 떨어져 다구리를 당하다보니 '이게 헬다이버즈 맛이지' 라는 생각보다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불쾌함이 더 컸던 것 같다.

할인도 없이 비싼돈 주고 구매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딸칵.
그 후에는 PSN사태가 터지며 2시간 넘게 플레이 해도 환불해준다는 루머가 있어서 열심히 환불요청을 해보았지만 역시나 허사. 그렇게 헬다이버즈는 망겜이 되기도 전에 나에게 잊혀져갔다.
2024년 9월 17일
게임이 갓겜이 됐대!!!
뭐 할게임 없나 돌아다니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싸펑처럼 갓갓 확장팩이라도 나온 것일까. 아니다. 그저 무기 밸런스 패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간 헬다이버즈2에는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이른바 고인물이라 불리우는 숙련된 플레이어들이 많아지자 개발사는 밸런스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메타무기에 대한 너프를 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메타무기를 너프할 때 다른 무기를 버프하는 방식은 아니어서 결국에 고인물들이 너프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낼 때마다 다시 새로운 너프가 이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나보다.
재미 좀 맛보려고 하면 그때마다 밸런스 운운하며 재미를 빼앗아가는 게임이 정상인가. 게임에 적정한 난이도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난이도에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플레이해보지도 않았고 영상으로만 봐도 분노가 일정도였으니 실제로 묵묵히 게임을 하던 결사단들의 분노는 어느정도였을지 짐작도가지 않는다.
인터넷 글들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갑자기 분노에 찬 헬다이버에 빙의 돼서 옳게 됐다고 하는 패치로그를 읽어보았다. 개발사가 본인들의 고집을 꺾고 패치한 내역은 상상 이상이었다. 데미지 수치가 20배가량 뻥튀기 되는 무기도 있었다. 도대체 이전에는 어떤 게임을 하고 계셨던 겁니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갑자기 다시 플레이 해보고 싶어졌다. 쨔쟌. 망토만 겨우 얻고 줄행랑을 쳤던 다이버가 람보가 돼서 돌아왔다. 게임은 여전히 불친절 했지만 우리의 용사들은 친절했다. 게임 출시 초반과는 다르게 많이 도와주고 알려주는 분위기였다. 몇번 플레이하다보니 어어하면서 자연스럽게 끌려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많이 업데이트 된 콘텐츠
이런 류의 게임에서 콘텐츠는 무엇이냐. 무기다. 코스튬이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전장에 싫증내지 않고 다시 투입될 수 있는 이유는 전장은 달라지지 않아도 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복귀한 초보 입장에서는 해야할 것들이 많이 보였다.
전쟁채권이라고 불리우는 다양한 배틀패스가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기본 채권만 있어서 별로 끌리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갖고 싶은 무기와 스트라타젬이 저멀리 보인다. 전장에 빨리 뛰어들어서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현질을 안하고 보상을 얻어내려면 미션을 수월하게 클리어해서 재화를 많이 모아야 한다. 그럴려면 실력을 키워야 하고 내 캐릭터를 업그레이드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시 다른 종류의 재화를 모아야 한다. 원하는 보상이 생기자 이제야 내가 뭘해야할지 그림이 그려졌다.
함선 업그레이드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살펴보니 어디선가 본 놈이다. 샘플이라고 불리우는 자원이다. 게임 맵 여기저기에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메인 미션 말고도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것이다.
샘플을 찾다보니 메달을 준다. 슈퍼크레딧을 준다. 메달은 전쟁 채권의 진행도를 올려주는 자원이고 슈퍼크레딧은 전쟁 채권을 구매하는 데 쓰이는 유료 재화다. 그런데 게임 미션에서 잘 찾아다니면 10원 ~ 200원 정도씩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채권 가격이 1,000원이기 때문에 슬슬 모으다 보면 굳이 현질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런데 나의 원활한 파밍을 방해하는 녀석들이 있다.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패줘도 픽픽 잘만 죽어나갔는데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수도 많아진다. 맞다 이게임 PVE다. 미션을 깨려면 적과 조우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헬다이버로서의 도전 정신이 고개를 들었다.
잘싸워야 하지만 많이 싸우는게 능사는 아니다
일단 헬다이버즈는 루터슈터 계열은 아니다. 일부 성장요소가 있긴 하지만 아이템과 캐릭터가 더 강해지는(데미지 수치 증가 등) 종적인 성장보다는 선택지가 넓어지는(사용 무기 해금 등) 횡적 확장 쪽의 비중이 더 크고 적에게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적을 사냥하는 개념이 없다.
보더랜드, 워프레임, 디비전, 더 나아가서는 핵앤 슬래쉬 장르 더 더 나아가서는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들과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재화를 얻기 위해 몬스터를 반복적으로 대량 학살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션 클리어를 얼마나 잘해내느냐가 주요 목표가 된다. 짧은 시간 내에 조우하는 적을 잘 처리하고 부가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헬다이버즈는 몬스터 사냥을 통해 보상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미션을 통해 보상을 획득한다.

따라서 적을 만났을 때는 미션 클리어를 위해 잘 싸우기는 해야하지만 맵상의 모든 적을 남김없이 긁어먹겠다는 자세로 사냥을 해서는 안된다. 어차피 적은 무한으로 리스폰 되고 헬다이버즈가 사용하는 일종의 강력한 스킬인 스트라타젬은 제한 시간 내에서만 쓸 수 있고 목숨 수를 나타내는 증원 수도 1인당 5번으로(4인 기준 20번) 제한되어 있어 싸우면 싸울수록 결국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앞서 통틀어 말한 게임에서 싫증을 느꼈다면 헬다이버즈를 한 번 플레이해볼만하다. 루터슈터 장르나 핵앤슬래쉬 장르 모두 매우 인기가 많은 장르이고 내 경우에도 접기와 복귀를 반복하면서 워프레임을 굉장히 오랫동안 즐겨왔지만 결국에는 지루함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헬다이버즈도 결국에는 지루함이 몰려오겠지만 그 결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플레이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2021.04.10-신사임당 좋다고 세종대왕 버리는 사람 있나
신사임당 좋다고 세종대왕 버리는 사람 있나
게임은 언젠가 물린다. 지겨워 진다. 게임 중에서 특히 RPG, 또 그 중에서도 엔딩이 없는 MMORPG에서는 아쉬움을 넘어 분노까지 느껴진다. 이에 대한 한탄이다. 종적성장 콘텐츠의 한계 캐릭터가 마
koveras.tistory.com
이런 게임이 지루해지는 단계왔을 때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가 도대체 뭘하고 있냐는 생각이 든다. 더 '강한' 아이템을 파밍하고 더 '높은' 데미지 수치로 더 '많은' 적을 휩쓸고 또 다시 더 강한 아이템을 파밍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결국 최종 목표는 쾌적하게(뇌를 비우고) 파밍을 할 수 캐릭터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클릭 몇 번 스킬 단축키 몇개 누르면 쓸려나가는 적. 그리고 무표정하게 바닥에 널부러진 아이템 옵션을 확인 하는 것.
그리고 다 같은 총이고 칼날인데 레벨에 따라 그 수치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위화감이 든다.
몬스터 패턴이고 나발이고 그냥 뛰어다니면서 스킬 난사하고 대량 학살하는 것에는 적절한 난이도 설정을 통한 도전 의식같은 것은 찾아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스킬 이펙트나 무기 옵션 정도만 달라질 뿐 본질적으로 하는 일은 똑같은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접게 되는 흐름이다. 물론 다시 그리움에 사무쳐 돌아오겠지만.
그런데 헬다이버즈는 마냥 쉽지만은 않다
몬스터 대량 학살? 가능하다. 스킬 난사? 가능하다. 그럼에도 쉽지 많은 않다. 적과 나 서로 죽창이다. 그래서 어렵다. 나도 올바른 무기만 잘 선택하면(더 강한 무기가 아니다) 적을 순식간에 삭제할 수 있지만 적도 괴물인 만큼 인간인 헬다이버따위는 한두방에 죽인다.

고급 방어구, 장신구 떡칠을 통해 적 한가운데서 웃으며 다닐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1렙 헬다이버건 150레벨 헬다이버건 이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뇌를 비우고 플레이 하기는 어렵다. 무조건 더 더 강해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여러가지 플레이 방식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장비 구성 로드 아웃이 달라진다.
게다가 팀게임이라는 특성상 로드아웃이 더 다양해질 수 있다. 혼자만 플레이한다면 당연히 모든 적과 모든 상황에 대처 가능한 만능 육각형 빌드만 강요 되겠지만 헬다이버즈는 4인 팀게임이기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 특화한 빌드를 선택해도 된다.


불특정 다수와 플레이하게 되는 공방에서는 답답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겠지만 그 마저도 게임의 재미다. 팀킬도 되는 마당에 조금 답답한 상황이 뭐 대수랴. 난이도를 조금 낮추면 해결 가능한 문제다.
가볍게 무장하고 잽싸게 미션만 수행하거나, 화력 위주로 대량학살을 지향하거나, 팀원들을 서포트하거나, 특정 적은 팀원에게 맡긴다거나 하는 식의 로드아웃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플레이 방식에 맞는 무기와 스트라타젬을 시험 해보는 재미가 있다. 아무리 최적의 빌드라고 해도 마냥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매력이다.

다만
게임이 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이 큰 단점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접근성이 아주 좋지는 않다. 팀게임이라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부담일 수 있고 한국사람들과만 매칭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데미지와 방어에 대한 정보들이 속시원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플레이어가 경험을 통해 획득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의 경험에 의지 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내 경우에는 전편을 플레이 해봤기 때문에 장갑 개념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격을 했는데 도탄이 나버리면 얼마나 황당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부위마다 다르고 무기마다 다르고 스트라타젬마다 다르고 도전의식에 불타다 뇌까지 불타버릴 염려도 있다. 정보는 파편화되어 있어 익숙해지기까지는 한동안 골머리를 썩히게 될 것이다.
다만, 곧 슈퍼지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10/26 해방절이 다가온다. 아마 이때 할인을 하거나 큰 패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 그리고 여러 다양한 장비를 시도해봐야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이게도 아직까지 자주 쓰는 로드아웃을 저장하는 프리셋 기능이 없다. 매우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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