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랜만에 메이지나이트 그리고 보드게임
정말 오랜만에 게임 그런데 컴퓨터 게임은 왠지 좀
토탈워 워해머 DLC를 샀다. 부패의 왕자였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개 DLC를 몽땅 구매했다. 헬다이버즈2도 샀다. 자랑은 아니다. 자랑이면 좋겠다. 사놓고 플레이를 거의 못했다. 특히나 헬다이버즈는 구매와 동시에 후회했던터라 플스 계정을 강제 하는 이슈가 있었을 때 환불 요청을 무던히도 넣었건만 환불은 역시 실패했다.
컴퓨터 게임은 뭔가 의욕이 살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누워만 있자니 뭔가 더 울적해지는 기분이었다. 뭔가 없을까 집안을 둘러보던 터에 갑자기 눈에 띈 정령섬. 아 뭔가 차오른다. 메이지나이트도 아래쪽에 쌓여있었지만 너무 헤비하다. 앉은 자리에서 3판정도 돌려보았다. 예전에 하던 가닥만 믿고 적대국까지 갖다두고 했는데 첫판은 여지없이 인간측 승리. 일단은 분노의 숙면을 취한 후 내리 두판을 돌려서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정령섬의 특성상 게임 끝이 뭔가 뭔가 뭔가 뭔가하다. 허전하다고 해야할까. 이제 막 쎄지려고 하는데, 이제 막 재밌어 지려고 하는데 게임은 어느새 끝나있다. 게임자체는 정말 재밌지만 그냥 어? 하는 순간 두둥 승리해버린다. 2명정도 같이 한다면 문제는 없어보이지만 혼자할 때는 현타가 오는 부분이다.
아쉬움에 뽀얗게 쌓인 먼지를 걷어내고 메이지 나이트를 꺼내 들었다. 도시 정복 시작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이지나이트인 노로워즈. 본판 메이지나이트중에서 가장 덜 직관적이라고 생각한다. 공격력, 방어력, 이동력 위주로 컨셉을 정한 다른 캐릭터와 달리 노로워즈는 유닛을 잘 활용해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내 자신이 강한 것보다는 강한 우군을 두는 컨셉을 지향해왔던 터라 노로워즈가 딱이었다. 하지만 어렵다. 그리고 메이지나이트는 플레이전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세팅이 손쉽게 되지는 않는다. 맨처음 사자마자는 두근 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세팅에 열을 올렸기 때문에 나름 바로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다.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2022.09.08-리뷰까지 쓸 정도로 많이 하게 될줄은..(메이지나이트와 정령섬)
리뷰까지 쓸 정도로 많이 하게 될줄은..(메이지나이트와 정령섬)
1. 메이지나이트는 혼자서 먼저 많이 해볼 것을 추천 - 룰이 쉽지는 않다(튜토리얼 시나리오 한 판(2시간 정도 소요)정도 돌리면서 룰북을 찬찬히 읽다 보면 '감'이 오는 정도) - 기본적으로 협력
koveras.tistory.com
정령섬을 발견했을 때는 바로 꺼내서 플레이했던 것과는 달리 메나는 플레이 전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가물가물한 규칙을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 룰북을 정독했다. 한 4번정도 읽고나니 다시 예전 기억이 떠오르는 것만 같다. 확장팩을 적용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본판만 진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적 토큰은 확장팩도 쓰기로 했다.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막상 결심하고 나니 하나씩 세팅할때는 저항감이 적었다. 콧노래까지 흘러나왔다. 요즘에는 정말 무기력하고 힘이 나질 않아서 괴로웠는데 하나둘씩 자리에 배치되는 컴포를 보고있자니 뭔가가 제대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던 덕분인 것 같다.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어느새 세팅은 완성 됐다.
천천히 즐기기
메이지나이트는 1인플 기본 정복 시나리오를 한다고 해도 대략 3시간은 잡아 먹는다. 정말 숙달된 플레이어라면 1~2시간 안에서 끝낼 수도 있겠지만 잘은 모르지만 그정도로 숙달된 플레이어가 막상 있을까 싶다. 메나는 숙달된 플레이어 수보다 구매후 미개봉 노플 유저가 10배정도는 더 많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만큼 플레이 시작이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볼 수 있다. 막상 해보면 정말 재밌고 빠져들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몰입하게 되지만 정말 시작이 절반인 게임이다.
그래서 세팅만 해놓고 오늘은 또 굿바이다.
그렇게 며칠 노로워즈는 포털위에 우두커니 서있다. 도시가 어디있을지 어떤 루트를 가야 가장 효과적으로 인간세상을 점령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밥먹으면서 힐끗, 화장실 가면서 힐끗, 티비 보면서 힐끗 메이지나이트 세상을 훔쳐 본다.
드디어 주말이다. 개박살을 내야할 시간이다. 의욕이 솟아오른다. 기운이 난다. 내가 너무 아저씨라서 그런지 중년에 접어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컴포를 만지작 거리고 있노라면 PC게임과는 다르게 찌드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생산적인(?)일을 하는 기분이 든다.
3번의 낮과 3번의 밤, 그러니까 총 6번의 라운드 이내에 두개의 인간 도시를 점령해야 한다. 노로워즈는 말그대로 군단을 이끌고 도시를 침략한다. 아 그런데 쉽지 않다. 우뚝 서있는 두개의 도시는 노로워즈를, 아니 나를 비웃는 것만 같다. 왜이렇게 센거야.
만약 누군가 첫번째 플레이에서 솔로정복 시나리오를 클리어 했다면 나는 에러플을 의심할 것이다. 그렇다. 내가 못하기 때문에 남들도 못할 것이라고, 아니 못해야만 한다는 심보다. 분명 에러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클리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에러플이 국룰이라고 할 정도로 메이지나이트는 잔룰도 많고 고려해야할 사항도 많다. 룰북도 룰북 따로 공략책 따로 있어서 어느 쪽에 내가 원하는 항목이 있는지 기억해내는 것부터 고역일 수 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내가 생각할 때 메이지나이트 룰을 조금은 더 편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대원칙이 하나 있다. 애매하면 나에게 불리한 쪽으로 해석 할 것.
내 에러플로 점철 되었던 첫번째 플레이에 이어 두번째 플레이에서도 나의 노로워즈는 두개의 도시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한채 어느새 3번째 밤을 맞이하며 박살이 나버렸다. 패배!
아무리 게임이 재밌어도 뭔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게 맞는걸까? 싶은 의심이 들어 고민이 깊어졌다. 계속 이대로 3번째 플레이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렇게 주말이 끝났다.
그렇게 또다시 세팅만 다시 해둔채 힐끗힐끗 메나를 훔쳐만 봤다. 노로워즈는 또 홀로 서있다. 노로워즈는 다시 한 번 침략활동에 나설 수 있을까 고뇌가 깊어지던 두번째 주말이다. 갑자기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
몇 주째 깔려있는 메나를 보고 속시끄러웠던 것인지 그냥 뭔가 호기심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겠다고 아내가 나섰다. 나는 자연스럽게 룰마가 되었다. 나도 초보지만 초보가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명을 잘 해야만 했다. 룰마의 가장 큰 오류는 알파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룰 설명을 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플레이를 강요하는 것이다. 뉴비는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다.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재미를 뺏어가는 존재다. 알파플레이어는. 그래서 조심했다.
아뿔사! 그런데 내가 너무 조용히 있었나보다. 라운드 제한이, 3번의 낮과 3번의 밤 안에 게임을 클리어 해야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나? 아내는 계속해서 메이지나이트 세상을 헤집고 다니기만(!) 했었다. 2개의 도시를 발견했지만 왜인지 던전도 탐사하고 유적도 파헤치고 여유를 부린다. 나는 알파플레이어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뭔가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갑자기 게임 도중 격한 두뇌활동으로 인해 포도당을 너무 많이 썼다고 너스레를 떨며 간식을 먹고 낮잠을 자는 아내를 보며 그 믿음은 더욱 깊어졌다. 다음을 기약하고 우리는 낮잠을 잤다.
개운하게 일어나보니 초저녁이다. 인간세상을 파멸로 몰고갈 시간이다!. 그런데 도시의 장벽 앞까지 진군하고 보니 더 이상 행동할 수 있는 손패가 없다. 도시를 노려보며 다음날 낮을 기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내가. 룰마인 나는 안된다고 했다. 나는 알파플레이어가 아니다. 이건 룰에 정해져있는 거다. 3번의 낮과 3번의 밤만이 허용된다. 4번째 낮은 없다. 아무리 강력한 메이지나이트라고 하더라도 이제는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그렇게 허무하게 리타이어.
하지만 플레이를 지켜보며 나에게 남는 것이 있었다.
인간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방법
게임에서는 항상 악행에는 큰 보상이 따른다. 아무리 가상세계라 하더라도 일탈하기 어려운 플레이어를 위한 제작사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메이지나이트에서도 악행을 할 수 있고 보상도 있다. 나는 그 보상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이는 족족 악행을 저질렀다. 악인으로 찍혀버린 나는 도움을 얻기 점점 어려운 처지에 빠진다. 이것이 게임이 의도한 방향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아내의 생각은 달랐다.
'처음에는 선행을 하면서 살살 꼬시다가 막판에 나를 믿는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줄거야'
첫 플레이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뒤통수를 칠 계획부터 세운 것이다. 초반에는 착한 척 협조를 잔뜩 얻어낸 다음에 힘이 좀 세지고 나서는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과연 게임은 잘 굴러갔다.
탐욕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나는 주식을 할 때도 리스크를 지기보다는 잃는 것을 최소화 하는 방향이 더 편하다. 눈앞에 적이 있고 보물이 있어도 내가 다칠까봐, 내 유닛이 다칠까봐, 내 행동을 낭비할까봐 완벽히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는 달려들지 않는다. 이 노로워즈는 달랐다. 피칠갑이 되건말건 누구 피이건 관계없이 일단 보물이 보이면 돌진했다. 덕분에 손패는 빨리 돌았고 모든 카드는 버려지는 일 없이 그 용처를 찾을 수 있었다.
시간 제한만 없었다면 인간 도시는 진즉에 이 노로워즈에게 박살이 났을 것이다. 뉴비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불타 올랐다. 그리고 룰마를 하면서 룰도 더 숙지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나를 정복자 노로워즈라고 불러줄래 친구?
물론이지 부하 뒤에 숨는 쫄보 쉑.
앞선 플레이에서 보고 배운바대로 나도 쫄보에서 벗어나 열심히 인간세상을 휘저었다. 델피나의 달인까지 고용하면서 마지막 두번째 도시까지 공략했지만 녹색 수정하나만 더 있었어도, 데미지 3만 더 있었어도 저 흰토큰 적을 잡아낼 수 있었을 텐데 아!! 원통하다. 하늘은 왜 노로워즈를 낳고 흰토큰을 낳았는가.
그렇지만 막막했던 처음과는 다르게 가능성이 보였다. 바로 다음 플레이를 위한 세팅에 들어갔다.
비가 올듯말듯 우중충한 일요일이다.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내일은 월요일이다. 오늘은 꼭 월요일을 맞이하기 전에 3번째 밤을 맞이하기 전에 인간 세상을 도륙내고 싶은 아침이다. 게임 도중에 적 토큰을 배치하는 일이 아무래도 번거롭고 싫어서 집 앞 다이소를 두군데나 들러 토큰 수납함이 될만한 트레이를 찾아나섰건만 딱 원하는 모양을 찾을 수는 없어서 포기했다. 오거나이저라도 구입해야하나 싶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아무튼 돌아와서 보니 이제는 더 명확해졌다. 분명히 멸망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번의 낮과 한번의 밤이 남았다. 이미 도시 하나는 점령했고 두번째 도시만이 남았다. 저번 플레이에서 초빙하느라 공들였던 델피나의 달인도 이제는 필요 없다. 무감정의 단단한 골렘 두마리만 있어도 문제는 없어보였다.
첫번째 침략에서는 방어군의 3/4을 조졌다. 두번째 밤이 되고 침략을 감행했고 결국 잔여 병력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미 방어군 3/4 를 박살낼 때 모든 손패를 다 쓰면서 뽕이 가득 차올랐다. 정령섬과는 다르게 메나는 피날레가 꽤나 그럴싸하다. 물론 자기 혼자 머리속에서만 그렇다. 제3자가 볼때는 카드를 움켜쥔채로 토큰을 눈앞에 두고 이리굴려보고 저리굴려보다가 갑자기 외마디 기합을 빽지르며 다 쓸어버리는 행동을 할뿐이다. 하지만 내 머리속에서는 이미 노로워즈가 대군을 이끌고 장벽너머의 방어군을 학살하고 있다. 어떤 녀석은 마법으로 지져버리고 어떤 녀석은 골렘에 의해 짓이겨지고 어떤 녀석은 내 공성병기에 이미 옛저녁에 사망했다.
waaaaaaaaaaaaaaaaaaaaaaaaaagh!!!
마치 그린스킨처럼 두번째 도시를 박살내자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포효가 터져나왔다.
안녕 일요일, 안녕 메나
그렇게 3번의 주말에 걸친 메이지나이트는 종료했다. 이번 일요일도 여지없이 종료됐다. 다음에는 확장판을 할지 아니면 다시 룰북이나 읽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번에 선주문한 정령섬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바라는 것은 메나 2인플을 해보는 것이다.
내 희망과는 관계없이 시간은 흐른다. 다시 월요일이 올 것이다. 노로워즈처럼 나도 주변 든든한 우군과 함께 또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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