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비교 요약

  1. 가오몬 1060pro vs 갤럭시탭 s3
    펜타블렛이냐 태블릿pc냐. 개인적으로 펜타블렛이 좋았다. 생각보다 적응이 쉬웠고, 자세가 편한게 가장 컸다. 반면 탭은 발열 때문에 손도 뜨겁고 땀도 나고 자세도 안좋고 30분이상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다. 그리고 액정과 화면간 유격이 신경쓰인다. 
  2. 가오몬 1060pro vs 와콤 인튜어스 cth 490
    스펙은 가오몬이 더 좋다고는 하는데 실제 사용에 체감되는 '감성'은 와콤이 압도적이었다. 가오몬 펜은 아래 위 유격이 있어 선 마무리가 삐치는 경우가 잦았다. 작업영역도 인튜어스에 비하면 많이 미끄러워 적응이 더 어렵다. 반면에 인튜어스는 뭐든 안정적이다. 펜도 필기감도 드라이버도 연결도 다 안정적이다. 단축키가 가오몬이 더 많아서 편리할 것 같지만 어차피 펜타블렛은 PC에 연결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의외로 타블렛에 붙어있는 단축키를 많이 쓰지 않게 되어서 단축키 4개+펜단축키2개 만으로도 충분하다. 
  3. 와콤 인튜어스 cth 490(소형) vs 와콤 인튜어스 프로 pth 660(중형)
    인튜어스 프로에 약간 실망했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단연 그냥 인튜어스나 원바이와콤(단축키없는 버전)을 추천한다. 사용감이 조금 더 좋고 보이는 스펙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림 기능만 보면 큰 차이를 못느끼겠다. 각종 편의 기능을 모두 활용하는 진짜 진짜 전문가 수준이라면 모를까 일반 수준이라면 프로가 제 값어치를 할 것 같지 않다. 심지어 펜은 인튜어스 쪽이 프로보다 더 마음에 든다. 가볍고 더 단단한 느낌이 좋았다. 다만 둘 간에 사이즈 차이가 있어서 확실히 중형 쪽이 더 좋다. 작업공간도 넓게 쓸 수 있는게 생각보다 더 크게 체감됐다. 

좌측부터 가오몬 1060pro, 와콤 인튜어스 프로 pth660, 와콤 인튜어스 cth490
와콤 인튜어스 프로 pth660과 갤럭시탭 s3

하! 살다 살다 펜타블렛을 써보게 되다니

게임만 주구장창 하다가 토탈워 워해머3의 충격으로 문명6만 주구장창 하다보니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만만한 그림체인데도 이렇게 재밌는 게임이 만들어 지다니? 이정도 그래픽은 나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뭐에 꽂히면 바로 시작하는 타입인지라 바로 가오몬 1060pro(펜타블렛)과 갤럭시탭 s3를 빌려왔다. 수십년간 그림이라고는 그리지 않다가 갑자기 그림을 그리니까 뭔가 묘하다. 처음에는 갤럭시탭s3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편했다. 가오몬의 경우에는 내가 펜으로 어디를 짚어야 커서가 화면 어디에 위치할지 살짝 어색했기 때문이다. 타블렛에 완전히 펜을 대지 않아도 커서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정도만에 금방 적응 할 수 있었다. 오히려 갤럭시탭의 경우에는 정확하게 펜을 갖다 대는 것은 쉬웠지만 선을 긋거나 할 때는 발열, 땀, 필기감, 액정과 화면간의 유격 등 원하는대로 선을 긋는 데 불편사항이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가오몬도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일단 무슨 문제인지는 몰라도 무선펜인데 PC와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으면 타블렛이 인식을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계속 끄트머리에 케이블을 달고 펜을 움직이자니 매우 불편했다. 작업공간도 미끌미끌하고 펜촉도 위아래 흔들림으로 인해 자꾸 눌렸다가 튀어나오면서 펜을 땔 때 선이 삐친다.

 

아래는 인튜어스 프로 pth660, 위는 인튜어스 cth490

분노, 그리고 잽 한대 맞은 듯한 놀람

너무 열받았다. 펜타블렛 조금만 더 좋았으면 나도 곧 유명 작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가오몬은 이런 날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 하나 사기도 벅찬 내가 조금 더 좋은 펜타블렛을 사기 위해서는 뭔가 확신이 필요했다. 기껏 돈 주고 구매했는데 꽝이라면?

왼쪽 오른쪽 양 모서리에 앙증맞은 단축키가 보인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주변에서 인튜어스 cth490을 빌릴 수 있었다. 두근두근 상자를 열어보았다. 가오몬 1060pro에 비하면 매우 작고 가볍다. 큰 모니터에서는 소형을 사용하기 어렵다고는 했는데 32인치인 내 모니터에서도 큰 무리는 없었다. 소형이냐 대형이냐 사이즈 차이 따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감 자체가 달랐다. 

 

펜이 작업공간에 닿는 느낌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가오몬의 미끌미끌한 느낌과는 확실히 달랐다. 굳이 종이느낌 필름같은 것을 깔지 않아도 디지털 드로잉 나름의 매력을 전달하기에 충분할만한 필기감이었다. 인튜어스의 스펙이 가오몬에 비해 떨어져서 더 비싼 돈을 주고 사기 망설여졌는데 막상 사용해보고 나니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필압인식 레벨이나 단축키 갯수 같은 것은 일단 기본을 다 갖추고 난 다음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좋은거 사면 더 잘그리나

인튜어스 cth490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어차피 내것이 아니라 보내줘야만 한다. 다시 가오몬으로 돌아가긴 싫었다. 인튜어스를 다시 사자니 뭔가 아쉬웠다. 인튜어스 프로는 나에게 더 대단한 경험을 안겨줄 것 같았다. 사이즈도 중형으로 늘려잡았다. 사람들이 큰 모니터에는 중형정도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원래 모닝사려다가 '그 돈이면 300만원 더 보태서 아반떼 사겠다, 그돈이면 400만원 더해서 아반떼말고 중형가겠다'는 식으로 가다 결국 주머니사정은 생각치 않고 벤츠를 덜컥 질러버리게 되는 팔랑귀 중생처럼 더 더 더 알아보다 액정타블렛까지도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큰 갈등이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 주문을 확정 지었다.

상자
왔구나!~!!!! 인튜어스 cth490과 한 컷

아니다. 더 좋은거 산다고해서 더 잘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꼭 돈을 더 크게 줬다고 만족감이 그만큼 더 큰 것도 아니다. 약 40만원을 주고 산 인튜어스 프로는 인튜어스와의 가격차이만큼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가오몬에서 인튜어스로 넘어올 때는 체감이 확 됐는데 인튜어스에서 인튜어스 프로로 넘어올 때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중형 사이즈라 작업공간이 넓어졌고, 펜타블렛은 모니터와 좌표가 매핑되는데 확실히 소형에 비해 중형을 사용하니까 움직임이 더 자연스러웠다. 

사실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닥 큰 추천은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시 산다면 인튜어스에서 단축키가 빠진 버전인 원바이와콤 중형을 살 것 같다. 어차피 단축키는 컴퓨터 키보드를 쓰면 돼서 큰 필요가 없었다. 펜에 달린 단축키도 그냥 빼고 단단하고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부가적인 기능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프로로 가는게 맞지만 그림만 보고 가기에는 가격 부담이 큰만큼 만족도가 클 것 같지 않다.

 

궁시렁 궁시렁 불만은 많았지만 내손에 들어오고나니 일단 좋다. 비싼 기기를 산 만큼 더 좋은 기계를 사면 실력이 나아질 거라는 헛된 망상이 자리 잡을 여지는 없다. 그림이 구리다면 내 손 탓이지 인튜어스 프로님이 잘못했을 가능성은 제로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 드로잉 공간을 공개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도구는... 죄가 없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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