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이 너덜너덜

2020. 8. 25. 21:22

話が弾む.


'하나시가하즈므' 이야기가 고무공처럼 통통 잘 튄다. 즉 이야기가 서로 잘 통해서 주거니받거니 대화가 활기를 띄고있다는 의미의 일본어다. 이 시국에 왜 굳이 일본어로 글을 시작했냐 하면 뭔가 있어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화의 이미지는 고무줄이다. 어떤 주제를 두고 서로 대화를 한다.  이쪽에서 고무줄을 당기는 만큼 이야기가 확장됐다가 놓으면 저쪽에서 다시 반응이 온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너무 딴딴해서 절대로 늘어나지 않는 고무줄을 만난다. 유연성이 떨어져서 맥락이나 의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용 자체에만 너무 얽매이는 경우다. 단순한 인사나 인사치레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아는 것만 나왔다하면 이야기가 더 이상 확장되지 않고 깊게만 파고들어갈 뿐이다. 유용하거나 재미라도 있으면 괜찮겠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상대는 가볍게 캐치볼을 하려고 왔는데 풀스윙으로 상대가 던진 공을 담장너머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보통은 과묵하기 마련이라 같은 자리에 있어도 쓸데없는 말할 필요없이 편하게 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인은 뻣뻣하면서도 상대방에게는 스몰토크를 기대하는 부류가 있는데 너무 곤욕이다.


반대로 고무줄이 너무 늘어나 버려 탄력을 잃어도 문제다. 대화가 돌아올 곳을 잃은 채 방향을 잃는다. 분명 이것저것 말도 많이 한 것 같은데 뭔가 겉도는 느낌이 든다. 대화의 주제나 맥락에 관계없이 키워드 하나 물고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시작해버리는 것이다. 자기자랑이 됐건 남 뒷담화가 됐건 원래 대화와는 그다지 큰 관계가 없다. 상대는 가볍게 캐치볼을 하려고 왔는데 상대가 던진 공을 받아 '제가 LA다져스에 있었을 때는 말이죠'라고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랑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람들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보통은 말이 많은 타입이라 내 이야기 욕심만 버리면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인은 아무말이나 의식의 흐름대로 키워드 흐름대로 아무렇게나 말하면서도 상대방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기대하는 부류가 있는데 너무 곤욕이다.


쓰고보니 '너덜넏ㄹ'한 뻘글이다. 더위가 됐건 코로나가 됐건 기타 어떤 것이건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들이 나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 가을이 되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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