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후 불태움


출시하자마자 GTA5를 샀다. 스토리모드를 클리어하고 온라인을 체험해봤다. 기대했던 스타일은 아니라 리뷰시간만 간신히 채우고 접었다. 에픽스토어즈에서 공짜로 풀었다. 사람이 많이 늘었다는 얘기에 오랜만에 무려 80기가 게임을 다시 깔아보았다. 예전에 없던 많은 콘텐츠가 추가 되었다. 빠져들었다. 더 좋은 탈 것, 더 좋은 복장, 더 좋은 부동산을 향해 수십시간 뛰었다. 초기의 흥분(?)이 가라앉고 나자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콘텐츠는 빛좋은 게살구, 시스템은 여전한 개살구였다. 분노를 배출하기 위해, 락스타의 멍청함을 나도 한번 따라해보기 위해, 


의식의 흐름으로 마음대로 글을 싸질러 본다. 기다림에 지쳐 열받는다. 지침에 열받아 기다려보지만 다시 열받을 뿐이다. 


더 이상 제작 의도를 알고 싶지도 않다(feat.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


콘텐츠, 제작의도, 인터페이스가 일치하지 않아서 헷갈린다. 습격을 열심히 하라는 건지. 노가다를 열심히 하라는 건지. 말은 온라인이지만 다수의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실제 친구들과만 열심히 즐기라는 것인지, 솔로플레이를 열심히 하라는 것인지 헷갈린다. 온라인이라는 명칭을 건 만큼 온라인 상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플레이 하라고 권장하는 듯 하지만 소셜기능이 형편없다. 귓속말도 불편하고 다시 만나기도 어렵다. 제대로 된 소셜활동을 하려면 외부 프로그램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여러가지 활동을 하라고 보기에는 콘텐츠간 돈벌이의 차이가 너무 명확해서 한 콘텐츠에 쏠릴 수 밖에 없다. 팀플레이가 강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나만 다른 콘텐츠를 즐기기도 어렵다. 혼자하자니 별로 할 것도 없다. 아 하나 있다. 1인 '공개'세션을 만들어서 열심히 노가다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다들 온라인이지만 각자 그놈의 세션에 쳐박혀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질 않는다. 


덕분에 구습격(카지노 습격 이전)은 완전히 망했고 사람을 열받게 만든다. 팀원을 모집한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초대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겠다. 고인물은 카지노 습격이라는 아주 효율이 좋은 습격에 몰려있다. 아니면 1인공개세션에서 열심히 노가다 중이다. 몇몇사람이 호기심에 들어와보지만 기다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이내 다시 나간다. 그 사람이 나가자 마자 거짓말처럼 누군가 들어온다. 하지만 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나간다. 10분, 20분 기다림이 길어진다. 겨우겨우 2명이 들어온다.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자동초대만 계속 돌려댈 뿐이다. 마지막 팀원이 들어온다. 평균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확률은 매우 낮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런 사람들은 이미 다른 콘텐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플레이를 시작한다. 벌써 기다림만 30분을 채웠기 때문에. 


플레이가 시작되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세션이 잘 버텨주길 바래야 한다. 누군가 한명이라도 나가게 되면 세션이 터진다. 나간 사람만 빼고 다시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터진다. 모두 빠이빠이 헤어지는 것이다. 불안정한 서버덕분에 튕길 수도 있고 몇몇 트롤들이 재미삼아 게임을 나가버리기도 한다. 다행이다. 무사히 임무시작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또 세션 문제는 발목을 잡는다. 팀원 중 하나가 게임을 잘 모를 수도 있고(앞서 말했다시피 평균인하의 플레이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집이 셀수도 있고 소통을 싫어할 수도 있고 컴퓨터가 좋지 못할 수도 있다. 어쨌든 몇번의 실패를 겪게 되는 일이 자주 있다. 열받으면서도 쉽게 그만두기 어렵다. 투표나 방장권한을 통해 그사람만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지없이 세션을 터뜨리고 다시 모집하는 기다림을 겪어야 한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그냥 다시 재시작을 누를 수 밖에 없다. '가벼운' 습격준비단계기 때문에 체크포인트 따위도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몇번의 피로함이 중첩되고 나면 더 이상 즐거울려고 게임을 하는 것인지 열받을려고 게임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해도 마찬가지다. 쭉 이어서 같이 할 수 있도록 만들면 될 껄 왜 꼭 굳이 다시 다 흩어지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계속 하던 곳에서만 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도 호흡을 맞춰보라는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보기엔 또 마지막 습격을 함께 했던 팀원 초대하기 기능이 떡하니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춰보라는 의도가 있다고 한다면 참 멍청한 생각이다. 습격준비가 아닌 습격피날레까지 완료한 후에 플레이어들이 결정할 문제이지 중간 과정에서 제작사가 멍청하게 끼어들어 판단해줄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만 걸리고 흐름만 끊기는 방식을 취한 이유를 정말 알 수 없다. 흐름이 조금만 끊기는게 아니다. 세션이 터지고 다른 세션에 접속하는 아주 큰~~~~일인 만큼 심한 경우 재접속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스토리모드로 튕겨 나간다. '나를 기다리는 팀원이 있을텐데' 라는 절박함따위 전혀 상관없다. 로딩시간은 하염없이 늘어진다. 겨우 들어왔다. 마지막 습격 팀원을 초대해본다. 이미 다들 어디론가 떠났다. 시간이 돈인 세상이다. 그들의 상황을 이해해줘야만 한다. 내가 일이 있어 게임을 나간건지 아니면 튕긴건지 그들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알 수 없다. 그들이 일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건지 튕긴것인지. 


친구 등록을 미리 해두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친구 추가가 간편하지도 않다. 홈키를 눌러서 소셜클럽에 들어가서 닉네임을 찾아보고 클릭하고 상대방 클릭도 기다리다 보면 게임 플레이를 계속 하고 싶은 다른 팀원에게 민폐 아닌가. 또 친구 등록 해두면 뭐하나. 메시지 확인도 엄청 번거롭다. 보냈는지 안보냈는지 못보고 넘어갈 때도 있고 소셜클럽 인터페이스 자체가 직관성이 1도 없다. 메시지 보내는 창 받는 창 따로 있고 뭔가 핸드폰으로 간편하게 툭툭 내던지는 게임 컨셉에 어울리지 않게 실제 커뮤니케이션은 굉장히 귀찮다. 핸드폰 얘기가 나와서 또 생각났다.


핸드폰 메시지를 통해 팀원을 모집하는 방식도 재밌는 컨셉이지만 컨셉은 컨셉에서 끝났어야 했다. 메시지는 종종 띄우더라도 임무 모집자체는 로비에서 진행되는 식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가뜩이나 로딩도 긴데 메시지에 덜컥 응했다가 이미 터진 방에 입장하거나, 사람이 별로 안오는 방에서 한참 기다리다 나가게 되거나, 팀원이 트롤이라서 다시 나가야 되는 상황이 되면 다시는 팀원을 모집하는 메시지에 응하고 싶지 않다. 악순환이 반복되어 정말 할 일이 없을 때가 아니면 다른 플레이어의 임무모집 메시지에는 참여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사람이 안들어온다. 사람이 없다. 로딩 뿐만 아니라 팀원 모집을 위해 기다려야 한다. 하다못해 핸드폰 초대에 '너만 오면 go (3/4)' 식으로 초대 메시지를 직접 작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파놓은 세션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가 없으니 모집하는 입장에서도 복불복, 모집에 응하는 사람입장에서도 복불복이라 그런 거 싫고 기다리는 거 싫은 사람은 결국 안한다.


1인 공개세션을 왜 가만 두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두면 둘수록 다들 반입반출만(오피스를 구매하면 할 수 있는 돈벌이 콘텐츠)하게 된다. 나는 반입반출도 항상 진짜 공개세션에서만 했다. 1인 공개세션에서 한다고 생각하면 도대체 거기에 무슨 재미가 있나. 그냥 자동차 몰고 창고에 넣는 것, 자동차 몰고 목적지까지 배송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살피는 긴장감, 무사히 전달했을 때의 짜릿함, 오프레서가 쫓아오는데 굴다리 밑으로 숨어서 오프레서 혼자 어디 기둥에 쳐박혀(사망메시지만 봐서 사실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른다) 폭사하고 멀어지는 내모습을 손가락만 쪽쪽 빨며 지켜볼 때의 쾌감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한다. 오직 노가다 뿐이다. 하지만 효율이 높다. 돈벌이만 보자면 구습격을 할 이유가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사람이 없어서 다른 콘텐츠를 즐기기 어려워진다. 나도 점점 반입반출만 하게 된다. 5인 이상(연맹원 4명 + 일반플레이어1명 이상) 있는 공개세션에서만 공개세션임무가 가능하게만 바꿔도 충분히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 쉽지 않은건지 의지가 없는건지 모르겠다.


6/7 금일 플레이 시간 8시간. 소득 약 6만 달러. 습격 준비 플레이 횟수 3회(재시작 제외). 자동차 팔기 2회. 반입반출 창고 반입 2대. VIP미션 3회. 나머지 로딩 및 기다림. 열받음 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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