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있기 좀 그래서

2021. 6. 7. 18:23

Guilty pleasure

약간 죄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거기에서 재미와 희열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말만 들어서는 뭔가 엄청 나쁜짓 처럼 보이지만 공부를 해야하는 학생이 게임을 한다거나 살 빼려고 마음 먹었으면서도 몰래 숨어서 초코바를 우걱우걱 먹는 그런 정도를 말한다. 내 경우에는 의외로 게임은 아니다. 몰입해서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가벼운 죄책감 정도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남들 다 바쁘게 사는 이 세상, 나만 혼자 멍하니 있는 것이 나한테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런데 역시 좀 그렇다.


그래서

최근 한달 정도 게임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는 시간이 어색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것처럼 나도 자소서를 끄적여 보았다. 사직서는 가슴에 품고 있기만 해도 벌벌 떨릴 것 같아 선택한 것이 이직서다. 그런 안배하고는 관계없이 이직이라는 이슈는 내 조용했던 삶을 엄청나게 흔들었다. 거창한 한바탕이 끝났다. 나를 포함 궁금한 사람은 없겠지만 아무튼 결과는 좋지 못했다. 

쓰고 쓰고 쓰다보니 관성이 남는다. 후유증인 셈이다. 다시 게임을 하기엔 거짓말처럼 사라졌던 게임에 대한 흥미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엘더스크롤온라인 새로운 확장팩이 나와도, 토탈워 워해머 시리즈가 세일을 해도 자꾸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멍해진다.


그래도

게임 불감증이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에서 재미를 찾지 말란 법은 없다. 롤을 직접 플레이 하진 않아도 프로의 경기를 보며 열광할 수도 있고 공략영상을 즐길 수도 있다. ESO에는 번역이라는 콘텐츠가 있다. 나도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번역률이 높다. (2021.6.7. 기준 84.84%). 대규모 확장팩인 블랙우드를 반영한 수치임에도 상당히 높다. 빨리 앞선 리뷰 포스팅부터 좀 수정해야겠다.

번역작업에 참가했다. 이미 용자들이 시스템도 다 구축해두었다. 나는 그냥 몇자 끄적이기만 하면 된다. 인게임 재화인 골드로 보상도 준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어와 영어 원문을 제공해주는데 이걸 보고 번역하는 것이다. 영어랑 일본어 둘 다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만만하게 봤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퀄리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화의 상황도 모르고 텍스트만 보고 하자니 전에 그렇게 욕했던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어떤 영화의 번역 상태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역시 게임을 다시 켜야 겠다. 당분간은 플레이는 줄이고 작업은 늘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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