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임에도 올 여름은 엘더스크롤온라인을 플레이하느라 밖에 나가지 않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른 게임은 아예 플레이를 하지 않고 주구장창 엘더스크롤온라인에 집중 했던 몇 주 였다. 그래도 너무 컴퓨터 게임만 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이 약간은 느껴질 수밖에 없어서 틈틈히 플레이 테이블탑시뮬레이터를 이용해서 보드게임을 플레이 했다.

다양한 게임이 있다

어느 정도 큰 맘 먹고 구매해야 하는 실제의 보드게임과 달리 테이블탑시뮬레이터만 구매하면 고마우신 분들 덕분에 개별 보드게임은 창작마당에서 구할 수 있다. 물론 저작권 등이 문제가 될 경우 언제든 사라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예전 리뷰에서 썼던 것처럼 보드게임에는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다. 조건도 까다롭다.


1. 관심(없다면 플레이를 위해 함께 마주 앉을 수조차 없다.)
2. 인내심(없다면 룰 설명 1분만에 나가떨어진다.)
3. 경쟁심(없으면 재미가 없다.)
4. 동심(없다면 텐션이 낮아진다.)


등등등 그냥 뭔가 다 알아서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컴퓨터 게임과는 달리 보드게임은 플레이어들이 만들어가는 장르다 보니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룰도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참여도 적극적으로 해야하고 빈번한 에러플(컴퓨터 게임으로 치자면 버그)에도 웃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긴긴 서론 끝에 무슨 말이냐면 결국 함께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 와중에 몇몇 1~2인 플레이가 가능한 보드게임을 발견해서 여기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룰설명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몽땅 생략한다.

웰컴백투더던전

룰설명난이도 : ★
게임방식 : 경쟁
플레이인원 : 최소 2명
특징 : 파티(사실 해본 적 없음), 텐션업


옛날 어릴 적 놀이터에서 모래를 쌓고 그 위에 막대기를 꽂아 순서대로 돌아가며 모래를 빼다가 꽂혀있던 막대기가 쓰러지면 지는 놀이를 많이 했다. 웰컴백투더던전도 폭탄돌리기라는 기본 원리는 유사하지만 여기에 승리 요소를 추가했다. 현재 호들갑 떨면서 서로에게 돌리고 있는 폭탄이 폭탄이 아니라 대박인 경우 승리할 수 있는 길도 있다. 남들에게 폭탄을 쥐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대박을 폭탄으로 꾸며서 내가 쥐기 위해서도 머리를 써야 한다. 

플레이어들은 순서를 돌아가며 몬스터 카드를 뽑거나 패스를 외친다. 몬스터 카드는 던전에 투입시켜서 던전을 강하게 만들거나 무덤에 버리는 대신 용사의 아이템을 파괴해서 용사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할 때 용사가 이 상태로 던전에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 같을 때 몬스터 카드를 뽑지 않고 패스!를 외친다.(나만 아니면 돼) 앞선 사람들이 모두 패스할 경우 마지막 사람은 울며 겨자먹기로(때론 헐벗은 상태로, 때론 승리에 대한 묘한 기대와 함께)던전에 들어가게 된다. 


여태까지 모두 열심히 던전에 쌓아둔 몬스터 카드를 공개될 때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용사를 박살내는 폭탄이 될지 아이템에 간단히 처리되는 불발탄이 될지 긴장된다. 내가 심어둔 폭탄이 상대의 희망을 산산조각 낼 때 상당히 재미있다. 의외의 승리를 거머쥐는 경우도 있어서 생각보다 재밌다. (한곰 링크)


룰도 쉽고 직관적이다 보니 같이 플레이할 사람이 게임 자체에 관심만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 일단 시작만 하면 경쟁심과 텐션은 알아서 따라온다.


황혼의 투쟁


룰설명난이도: ★★★★
게임방식 : 1:1 경쟁
플레이인원 : 2명
특징 : 머리 쓰는 경쟁 게임

우주경쟁부터 핵전쟁까지
왕주사위도 한번 굴려보자

냉전시대 배경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손에 쥔 카드의 사건이나 포인트를 이용해서 승리를 취하거나 상대가 자폭하게 만드는 전략게임이다. 주사위 요소도 있고 땅따먹기와 같은 상대 공격 요소도 있기 때문에 하다 보면 주먹을 불끈 쥐게 한다. 다만 문제는 룰 설명이 어렵다. 배경 분위기도 호오가 갈리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어려워보이는데 게임 배경까지 무거워 보여서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실제로 플레이 시간도 1시간은 훌쩍 넘겨서 결코 가벼운 게임이라고 볼 수 없다. 1:1 대결 게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플레이하면서 튜토리얼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아예 첫 판은 튜토리얼 판으로 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다. 한창 게임 중반에 자기 손패를 보여주면서 적인 상대에게 룰을 물어보면 갑자기 게임의 맥이 탁 풀린다. 둘 다 수준이 올라오면 냉전을 넘어 열전을 펼칠 수 있다.


샤오리아


룰설명난이도 : ★★
게임방식 : 경쟁
플레이인원 : 최소 2명
특징 : 무난함이 특징. 그럴싸한 보드게임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입문에 좋아보인다.

스크립트랑 UI가 굉장히 깔끔하다
시나리오와 특수카드를 바꿔가며 플레이할 수 있다


여러 효과가 있는 건물을 지어 자신의 영지 발전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반대로 상대를 박살내는 게임이다. 컴포넌트도 아기자기하고 룰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접근하기 쉬웠다. 보드게임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샤오리아는 큰 단점도 없는 만큼 별다른 특징은 없어 보였다. 주사위와 같은 랜덤요소, 랜덤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요소, 상대방을 직접 공격하는 타격감!을 보드게임에 기대하는데 이 모든 요소를 샤오리아는 다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뭔가 엄청 끌리지는 않는다. 무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단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입문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즐기기 좋다.

정령섬


룰설명난이도 : ★★★★
게임방식 : 협동
플레이인원 : 최소 1명
특징 : 이런 것이 AI의 힘인가. 보드 위의 조그마한 침략자에게 공포를 느끼고 패배하는 굴욕감을 맛볼 수 있다. 
반복 플레이 요소 많음.

§§§§이 게임은 한 번 사면 공짜로 ◎여러 번◎◎ 할 수 있습니다.

정령섬 시나리오, 정령, 침략국가 §☆☆§바까라§☆☆§.

※§§※짜릿한※§§※ 손패맛 ◇100%◇ 보장

 

 

선택가능한 정령, 고유 능력, 고유능력카드, 플레이스타일이 다 다르다

혼자 플레이가 가능한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을 많이 즐겨본 사람들에게는 특이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기준 정말 충격적이었다. 보드게임은 항상 경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협동 방식이라 놀랐고 난이도에 놀랐고 재미에 놀랐다. 보드게임=주사위라고 생각할만큼 랜덤요소도 중요시 하는데 내 생각을 바꿔 준 게임이다.

 

폭풍전야
고유능력 카드
정령

플레이어는 정령이고 상대는 섬을 더럽히려는 탐욕스러운 인간 침략자다. 침략자는 정해진 방식에 따라 섬 곳곳을 탐험하고 도시를 짓고 더럽힌다. 정령들은 서로 힘을 합쳐 섬의 원주민과 함께 침략자를 쫓아내거나 다 박살내야 한다. 본판 기준으로 랜덤요소는 상당히 적다. 주사위를 굴릴 일은 없다. 다음 턴에 침략자들이 어디를 탐험할 지, 그리고 우리 정령이 불러온 공포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정도가 랜덤요소의 전부다. 플레이어끼리 서로 협력하는데다가 랜덤요소도 적으니 게임이 단순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런 시나리오나 침략국가를 설정하지 않고 기본으로 플레이 해도 자신들 본토의 집값이 급등해서 살 곳이 없어졌는지 정령섬에는 상당한 대군?이 몰려온다. 처음 2~3판 플레이에서는 몰려오는 침략자들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정도로 난이도가 상당하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려운 만큼 클리어의 감동도 뒤따른다.


정령도 여러 종류고, 시나리오도 여럿, 침략국가도 여럿, 사용하는 능력카드도 여럿이라 반복 플레이 요소가 많다. 그리고 몰랐는데 보드게임에도 DLC가 있다. 정령섬에도 가지와 발톱이라는 DLC가 있다. 정령이 더 늘어나고 시나리오도 늘어나고 능력카드도 늘어나고 이벤트 카드가 추가되어서 반복 플레이 요소는 더 늘어난다. 


처음 룰설명을 시작하면서 경계한 것이 알파플레이(잘 하거나 룰을 잘 알거나 아니면 목소리 큰 사람이 상대방 턴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끼치면서 플레이하는 것)다. 아무래도 협동플레이다 보니 이거저거 알려주다보면 자연스럽게 알파플레이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다. 그런데 기우였다. 내 정령 하나 다루기도 벅차다. 간신히 열린 입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도움요청 정도지 깔끔한 오더는 감히 나올 수 없다.


'내가 지금 여기서 침략자를 밀어서 정글 쪽으로 보내버릴테니까 너는 A라는 능력을 사용해서 한타를 끝내고 상대 공격은 내가 고유능력으로 방어해서 흘려낼게. 남은 녀석들은 원주민을 이용해서 에이스를 노릴거야. 내가 시키는대로 해' 라는 오더는 나오기 어렵다


'나 지금 사막 오염돼서 죽을 것 같으니까 일단 어디로든 밀어내야 돼. 니 쪽으로 보낸다? 좀 도와줘. 어떻게든 해줘봐봐' 게임 하다보면 결국 이렇게 흐르게 된다.


3명이서 하면 더 복잡해지지 않을까 싶다. 난이도와 복잡도를 봐서는 입문용은 아닐 것 같지만 뭐 꼭 입문을 쉬운 것부터 하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취미를 시작할 때도 돈이 없어서 그렇지 기왕이면 비싼 장비부터 갖추고 하면 더 재밌는 것처럼 룰설명만 잘한다면 정령섬도 압도적인 재미 덕분에 입문용으로도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는 기본판만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DLC를 적용할 경우 복잡도는 오르고 난이도의 폭이 넓어진다. DLC에 추가된 요소로 인해 기본적인 게임 난이도는 낮아지지만 또 다른 추가요소를 계속 적용해서 더더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메이지나이트

룰설명난이도 : ?? (나도 아직 잘 모름)
게임방식 : 협동, 경쟁
플레이인원 : 최소 1인
특징 : 재밌어보이는데 어렵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튜토리얼 시나리오인데도 어렵다

무려 튜토리얼 시나리오도 있지만 어렵다. 뭔가 어렵다. 혼자 하다보면 지친다. 조금만 더 잘알면 정말 재밌을 것 같은데 끝내 그 장벽을 넘지 못했다. 내가 보드 게임 실력이 더 늘면 다시 도전해 볼 것이다. 1인 플레이가 가능해서 이름이라도 남겨놓기 위해 글을 남긴다.

클랭크인스페이스


룰설명난이도 : ★★
게임방식 : 애매모호
플레이인원 : 최소 2인
특징 : 협동? 경쟁? 뭔가 방향을 잘 잡지 못하겠다.

정체성이 모호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깊게 플레이를 못해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협동인지 경쟁인지 헷갈린다. 간접적으로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누가 승리하느냐의 관점에서 보면 경쟁게임이 맞지만 서로 같은 게임을 하고 있지만 침범할 수 없는 각자의 트랙을 달리는 기분?이 든다. 컴포넌트와 컨셉은 재미있어서 한번쯤은 맛보기로 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 이 게임에서 진정한 재미를 느끼신 분은 댓글로 좀 알려주시면 좋겠다.
 
새해가 밝기 전이나 여름이 끝나기 전날 밤 두런두런 모여 앉아 아캄호러라는 게임을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아캄호러를 해본적은 없지만 뭔가 진지한 게임을 모두와 함께하는 친밀한 경험을 해보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만나면 맨날 술만 퍼마시는 것도 지겨우니 가끔 보드게임도 하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외국 영화보면 많이들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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