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솔로지가 아니다

흥망성쇠와 몰려오는 폭풍 DLC만 사고 뉴프론티어패스와 리더패스를 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패스'라는 단어에 속아서 DLC인줄 몰랐다. 지가 토탈워도 아니고 문명과 지도자만 추가하면서 큰 돈을 내라고 우기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토탈워의 경우에는 팩션의 개성이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시종일관) 유지되는데 반해 문명6의 경우에는 어느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는 으레~, 그냥 그렇게 문명과 지도자의 개성이 묻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명과 지도자만 추가하는데 돈을 더 쓰기가 싫었고 안샀다. 나중에야 뉴프론티어패스에서 시스템 변경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그 순간은 늦었다. 문명6 자체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던 것이다. 토탈워 워해머 때문에..

전투코끼리도 한때다. 결국 더 발전된 다른 유닛으로 교체될 운명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말그대로 갑자기 왜 재미를 붙였을까. 나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사실 게임을 할 여유가 없었다. 경쟁은 너무 머리 아프고 지쳤다. 혼자하는 게임은 적막했다. 무거운 게임은 재미를 붙이기도 전에 잠이 왔고 가벼운 게임은 이 시간이 마냥 무의미한것만 같았다.

 

위쳐3 한국어 더빙이 계기였던 것 같다. 말그대로 계기였다. 몇번 깼던 게임이지만 더빙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위쳐3는 현재 내 상황에서는 너무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부분적인 변화가 게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실감했다. 갑자기 문명6 생각이 났다. 즐겨봤던 두툰의 문명 만화를 다시 봤다. 나는 게임을 쉬었지만 그는 만화연재를 계속하고 있었다. 침대에서 잠들기 전 낄낄대며 보다보니 모드가 나왔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위쳐3도 그렇고 토탈워도 그렇고 모드의 위대함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일줄이야.

 

왜 안해?

두툰식 밸런스와 AI 향상을 설치했다. 두근두근했다. 역시나 고인물이 만든 모드는 달랐다. 초반만 넘기면 바보가 되던 AI녀석들이 '적당히 밀고 당기면서 따라올듯말듯 하다가 견제도 들어오지만 너무 과하게는 들어오지 않으면서 끝날듯하다가 도 안끝나다가 안끝난것 같다가도 내 노력여하에 따라 끝나버리기도 하는 그런 적당한 긴장감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한판'을 만들어 냈다. 우리가 찐막판을 외칠 때는(특히 롤) 위의 어려운 조건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 할 수밖에 없다. 대등한 적수로 인한 적당한 긴장감과 내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에서 오는 성취감이 만족돼야 게임을 마참내!! 끌 수 있는 것이다. 두툰 모드가 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

 

AI에 거는 기대가 참 크다. 챗GPT도 나오고 그림도 대신 그려준다고 한다. 하지만 문명6의 기본 AI는 친구들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갈길이 멀다. 처음 주어지는 병력 말고는 더이상 별 관심도 없고 그냥 존재하면서 시간만 죽인다. 그냥 존재만하다보니 AI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아무리 문명6가 혼자하는 게임이고 혼자 뭔가를 지어나가는 심시티 같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적당한 긴장감이 없다면 꽝이다. 초반 러쉬만 버텨내면 그다음부터는 턴넘기기의 연속인데 무슨 재미가 있을리가 없다.

초반 역경이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여전히 정부선택에서는 멍청함을 보여주긴하지만 병력도 잘 뽑고 자원도 잘 캐낸다. 특히 병력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제는 AI의 도시가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그런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왠지 분했고 그래서 다시 플레이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빠져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 패배로 끝나버린 게임이다. 가장 잘 큰 녀석이 병력을 너무 잘 뽑는다

난이도를 쉽게

난이도를 쉽게 하는게 좋다. 모드가 설치되지 않았던 바닐라상태에서는 어찌됐건 난이도를 높여야만 했다. 그나마 즐길 수 있는 건덕지를 최대한 늘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난이도를 쉽게 해야 스트레스를 덜 받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신난이도는 이제 생각도 하지 않는다. 불멸자나 황제만으로도 충분하다. 결국 문명6는 엔딩에 집착하는 게임이 아니다. 엔딩 뭐 별거 있나. 과정이 중요한 게임이다. 문명6의 재미는 결국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해서 경쟁 문명을 앞서기도 하고 본인만의 쾌락(?)포인트를 달성해서 뽕을 채우는데서 온다. 난이도가 너무 과하면 재미를 놓칠 우려가 있다.

 

내 경우에는 불가사의를 먹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특수지구 인접 보너스도 좋고 정책카드를 밀어넣었을 때 산출량이 뻥튀기 되는 것도 너무 좋다. 갑자기 상대 AI를 앞지른다는 기분이 좋다. 그런데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뽕맛을 느끼기 어렵다. 현실세계도 고달픈데 게임에서도 치이기는 싫다.

현실에서는 옥스퍼드 문턱도 못 밟아봤지만 내가 옥스퍼드를 세웠다

긴말할 것 없이 아무튼 재밌다. 모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이 녹록치는 않지만 게임 덕분에 힘을 얻는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게임이 딱 지금의 문명6인 것 같다. 엔딩은 되도록이면 보지 않는다. 어딘가 내 문명이 잘 살고 있으리라 믿으면서 새로운 지구를 열어본다. 뭐 어떤가 문명6는 딱히 엔딩이 중요한 게임이 아니다.

 

요즘에는 문명6할 때말고는 주로 롤경기를 본다. 그러다 그림도 그려보기도 한다. 갑자기 예전 롤 경기가 생각나서 문명6를 종료하고 그림을 그려 보았다.

 

뭔가 이런 이미지였다...

 

2020.07.25 - 샤브샤브6 채소팩 몰려오는 청경채(문명6 몰려오는 폭풍 리뷰)

 

샤브샤브6 채소팩 몰려오는 청경채(문명6 몰려오는 폭풍 리뷰)

모드 수준 콘텐츠 추가하고 풀프라이스는 아니지 진짜 아니다. 그래서 할인할 때 샀다. 그래서 좋다. 하지만 실망스럽다. 툭 까놓고 말해 도대체 확장팩으로 추가 된 것이 무엇인가. 자연재해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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