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 오랑캐도 막아내야 한다(노스카 좋아하시는 분들께 죄송)

마참내! 구매

햄탈워가 또 할인을 했다. 어떤 DLC를 살까 고민이 많았다. 길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니 가장 큰 DLC인 1편을 아직 구매하지 않은 것이었다. 기본 종족도 4개 주고 필멸의 제국 캠페인까지 해금해주는 혜자(?) DLC를 여태 안 샀다. 

샀다. 두근두근 필멸의 제국 캠페인을 들어가서 얼른 주인공격인 제국 칼 프란츠를 골랐다. 엄청나게 커진 맵, 개성 넘치는 팩션들 사이에서 친근한 인간의 모습이라 오히려 더 새롭게 다가온 제국의 병력들, 황제와 제후라는 묘한 권력관계에 기반을 둔 시스템, 그리고 짙은 화약냄새까지.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려웠다. 올라운더라는 제국의 특성상 모든 병종을 다 잘 다뤄야 조금씩 부족한 스펙을 메꾸기 위해 가위바위보 싸움으로 가져가서 이겨야 하는데 그럴만한 실력이 없었다. 그저 컨셉하나 잡고 그 길만 죽도록 파면 되는 다른 팩션이 단순한 나에게 더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엘프 역시 올라운더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이쪽은 방패든 궁수가 창도 든 씨가드에서 볼 수 있듯이 팩션 뿐만 아니라 각 병종 자체가 올라운더라는 느낌이 들어서 더 다루기 편했다. 게다가 엘프의 특징인 활, 즉 곡사형 원거리 무기라 더 다루기 편했다. 제국은 화약! 직사! 화력!이라 아직 햄탈워 실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땅도 왜 이렇게 넓어

말 안듣는 제후를 혼쭐 내주고 천하통일을 이루는 꿈꿈


넓다. 회오리의 눈 캠페인도 맵이 넓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깨다 보면 다른 지역까지 꽤 확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 필멸의 제국 캠페인에서는 엄두가 안 난다. 초기지역 밖으로 조금 나가 볼까 하면 여지 없이 여기저기서 적들이 쳐들어 온다. 다시 회군하기에도 엄두가 안 나는 거리이고 외교도 난장판 내정도 개판인지라 가장 먼저 멸망하는 제국이 되기 일쑤다. 


미션 목표도 정복이 메인이다. 나름의 스토리를 갖춘 회오리 눈과는 달리 팩션에 따라 정복해야할 지역의 차이만 있을 뿐 몇 개이상의 지역을 정복하는 것이주요 목표다. 그래도 여기에 대해서는 큰 불만은 없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뭔가 스토리까지 껴들었으면 더 머리가 복잡했을 것 같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생각해봐도 딱히 천하통일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게임의 세계관에 빠삭하다면 스토리를 머리속에서 알아서 굴러갈 것이고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넓은 맵이라면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어나가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 스토리가 해피엔딩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필멸의 제국이라는 컨셉에 맞게 칼 프란츠 오크, 뱀파이어, 카오스의 습격을 받아 여기서 잠들다.

전투에서 몇몇 작은 승리도 거두었지만 전쟁에서는 끝내 이기지 못했다


오랜만에 켜니 기억이 돌아왔다

제국이 멸망하고 잠시 방황의 시기를 거쳤다. 그런데 갑자기 기억이 돌아왔다. 예전에 할인할 때 뱀파이어코스트DLC를 사고서는 완전히 잊고 리저드맨과 스케이븐만 열심히 팠던 것이다. 좀비와 뱀파이어인데 태생이 해적인지라 화약총을 들고 설치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약탈을 일삼거나 보물을 찾아 댕기고 끔찍하고 혐오스럽게 생긴 괴수까지 끌고 다니는 뱀코를 어떻게 잊을 수 있었는지 참 신기했다.

내가 만약 홀로 좀비와 망령에게 둘러싸인 제국 영웅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필멸의 제국을 할까하다가 아픈 기억이 떠올라 첫 트라이는 회오리의 눈에서 시작했다. 뱀코는 참 컨셉이 충만한 팩션같다. 앞서 말한 컨셉에 더해 메인 군주인 루터 하콘이라는 녀석은 이중인격도 아니고 다중인격 뱀파이어인데다가 애꾸눈이다. 온갖 중2스러운 컨셉을 몰아 넣으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내 기준에서는 뱀코가 제국보다 다루기 훨씬 쉬웠다. 소모품 고기방패들을 던져주고 그동안 직사화기를 살짝 돌려 쏴주면 누가 업진살인지 모를 정도로 살살 잘 녹는다. 갑자기 상대 기병이 내 원거리 병력에 돌진한다고 해도 문제 없다. 어차피 직사화기 병력도 좀비사수다. 고기방패 싸구려 병력이기 때문에 그냥 던져두고 다른 병력으로 기병을 살살 녹여주면 이득이다. 전투가 끝나고 나면 좀비라는 컨셉답게 다시 시체를 부활시키면 된다. 죽거나 말거나 막 던져두면 되는 병력이 널려서 생각보다 시원시원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소중한 부하가 아니라 말그대로 썩은 좀비 고기 방패를 무심하게 던져 넣는 뱀파이어 군주가 된 것 같은 뽕이 차 오른다.

하이엘프 대륙에 빈대 붙으러 가는 길^^
자랑스러운 빈대


고기 방패에 질릴 때쯤 화끈한 외모의 괴수가 슬슬 휘하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리자드맨 때처럼 강력크한 파워를 아직 제대로 느끼지는 못 했지만 일단 외모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외모에는 긴말이 필요 없다. 누구 말처럼 외모가 곧 꿀잼 아닌가.

구오구오! 괴수가 함성을 지르자 모두 달아나기 바빴다


해적답게 많이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몇몇 거점만 확보해두고 나면 전설 군주에 한해 다크엘프처럼 각자 자신의 함선을 가질  수 있다. 함선에서는 고유 내정건물이 있고 병력 건물도 지어서 병력을 모집할 수 있다. 따라서 멀리멀리 바다 건너 대륙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떠나기 좋다. 본토의 보급없이 현지 징발(약탈)하고 또 모집(징병)하고 시체도 일으키면서 행복했던 건너편 대륙에 뱀파이어 오염을 퍼뜨릴 수 있다. 약탈만 하기는 아쉽고 차지하자니 지키지 못할 것이 뻔한 땅이 많지만 해적에게는 그런 고민이 필요 없다. 항구 도시는 점령하는 대신 뒷골목에 해적소굴을 건설할 수 있다. 바지사장을 세워두고 실익은 내가 먹는 기분을 낼 수 있다. 표면상으로는 내 땅이 아니기 때문에 외교 관계가 나빠도 쳐들어 오지 않으며 굳이 병력을 따로 둬서 지킬 필요도 없다. 이 쪽 대륙을 더럽혔으면 다른 쪽으로 또 훌쩍 떠나면 그만이라 모처럼 제국의 황제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컨셉질에 몰두 할 수 있었다.


빨리 다음 할인 좀

햄탈워3가 공개 됐다. 필멸의 제국처럼 1,2,3 통합 캠페인이 나올 거라는 말이 있다. 기대된다. 하지만 할인이 더 급하다. 3도 아마 정가에는 안 사게 될 것 같다. 햄탈워는 참 재미있지만 DLC가격의 압박이 유일한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할로윈 할인을 기대했건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실망스럽지만 괜찮다. 아직 필멸의 제국 엔딩을 못 봤으니 다음 할인까지 들고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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