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햄탈워3 출시

햄탈워2를 살 때부터 햄탈워3를 기대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출시일을 기다렸다. 일부러 사전공개와 시연 영상은 보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던 햄탈워3가 출시되었고 미리 깔아둔 덕분에 출시일에 기다림없이 바로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푸슈우우우우욱

튜토리얼! 가슴이 웅장해진다. 새로운 팩션에 새로운 플레이 방식 너무 좋았다. 튜토리얼을 마치고 고른 카오스의 악마 팩션. 말로만 듣던 카오스 세력 병종을 한번씩 맛보고 싶어서 골랐다. 거친 함성소리와 끔찍한 외관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플레이가 계속 되면서 환희는 잦아들고 짜증의 밀려오기 시작했다. 병력의 거친 함성소리는 찡찡대는 소리로 바뀌었고 끔찍한 외관은 짜증나는 얼굴로 변했다. 차올랐던 뽕이.. 뽕이 푸슈우우우우욱 꺼지는 것이 느껴졌다.

플레이타임 연장을 바란 것인가

끝내 엔딩도 못 보고 그냥 자체 배드엔딩으로 끝내버렸다. 플레이 타임은 20시간 남짓. 리뷰는 보통 50시간 이상은 플레이하고 쓰는데 최소 시간마저 채우지 못했다. 플레이타임을 늘리려는 지나친 노력(?) 덕분에 게임을 금방 포기하게 되었다.

CA가 저러는 이유는 분명하다. 게임을 미완성으로 내놨기 때문이다. 업데이트 시간을 벌기 위해 한정된 볼륨 내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려는 수작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전작에 이미 지적받고 수정되었던 온갖 귀찮았던 요소들이 다시 되살아났을리가 없다.

토탈워는 반복 플레이에 그 묘미가 있다. 그런데 마치 RPG 게임처럼, 엔딩이 있는 게임처럼 왜 한 번의 플레이 타임에 집착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차피 한 번 깨고 나면 다시 다른 팩션으로 플레이 할 텐데 왜 플레이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시간 끌기라면 낫다. 차차 업데이트가 되면서 개선될테니까. 하지만 만약 도전과 귀찮음, 성취욕과 짜증, 재미와 지루함을 구분하지 못해서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자체엔딩을 불러오는 요소들

게임에서 정해진 엔딩을 보지 않고 플레이어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게임을 마무리 짓는 것을 말한다. 어느 게임이든 후반으로 들어서면 게임의 대세가 기울어져 있다. 더 이상의 도전은 없고 정해진 결말을 향해 흘러갈 뿐이다. 그래서 대세가 정해진 순간 자체엔딩을 통해 후반부의 지루함을 덜어낸다.

어느 콘텐츠든 용두사미의 위험성이 있다. 덜어내는 것이 오히려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여운을 남겼을 때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여러가지 방법으로 질척질척 이용자를 붙잡으려 든다.

첫번째, 여태까지 했던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거의 초기화 시켜버린다. 갑작스런 재난이 들이닥친다든지 애써 가꿔왔던 외교관계가 일순간 모두 틀어져 공공의 적이 된다든지 전멸시켰던 적들이 반란세력 등의 딱지를 달고 갑자기 튀어나온다든지 등 여태까지의 발전을 무위로 돌리기 위해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짜증나고 귀찮다. 새로울 것도 없는 적을 다시 무찔러야 하고 새로울 것도 없는 방식으로 다시 내정을 발전시켜야 한다. 처음에야 꾸역꾸역 다시 하지만 두번째부터는 그런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에 그냥 자체엔딩이다.

두번째, 예정에 없던 도전을 계속 추가한다. 잦은 랜덤 인카운터, 자질구레한 퀘스트, 별볼일 없는 수집요소 등을 통해 플레이타임을 늘리는 방법이다. 뒤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적들, 과한 페널티를 주는 이벤트, 단순 반복되는 랜덤 인카운터, 어려운 길찾기 등 도전 같지도 않은 도전에 보상같지도 않은 보상이 주어지게 되면 그 누적데미지가 상당해진다. 바로 자체엔딩이다.

세번째, 아예 시스템적으로 대놓고 플레이어를 괴롭힌다. 이번 햄탈워3에서 가장 싫었던 부분이다. 

AI간 암묵적으로 협력해서 플레이어 발목을 잡는다. 서로 전쟁상태여도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싸우기 보다는 이상하게도 멀리 있는 플레이어를 향해 달려온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공격성도 플레이어와 동맹을 맺게 되면 갑자기 평화주의자가 된다. 갑자기 온순한 양처럼 자신의 영지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술래잡기를 강요한다. 각 부대에는 캠페인 맵에서 이동거리를 늘려주는 강행군 태세가 있다. 이동거리가 증가하는 대신 공격을 먼저 걸 수 없고 공격을 받았을 경우 부대의 활력이 떨어져 약화된 상태로 전투를 치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AI들이 사방팔방16방32방위에서 날파리들처럼 플레이어를 아슬아슬한 이동거리 범위 밖에서 괴롭힌다는 것이다. 전작에서는 연구 보너스, 스킬, 추종자, 아이템 등을 통해서 압도적인 이동거리를 확보해서 귀찮은 놈들은 쫓아가 도륙을 낼 수 있었는데 햄탈워3에서는 불가능하다. 붙기만 하면 1초식에 박살날 놈들이 꼴에 군대랍시고 깝죽대고 있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해결방법은 이동거리 25%를 아껴서 매복을 하고 숨죽이고 있다가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적을 때려잡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 AI들이 귀신같이 살기를 감지하고 매복을 간파하고 도망간다. AI 필드 요원들이 쫙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쪽도 요원을 뽑아서 암살을 해야 하는데 한 턴에 하나만 암살할 수 있고 레벨이 낮고 스킬투자가 안되면 그나마도 성공확률이 낮다. 아니면 '군대차단'이라는 스킬을 보유한 요원을 활용해서 상대방 군단의 이동거리를 깎는다. 이것도 확률이다. 어찌어찌해서 한두놈 박살냈다 하더라도 여전히 적은 플레이어 영지를 계속활보하며 양껏 괴롭힌다.

으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장 강한 군대를 활용하지 못하게 한다. 이번 햄탈워3 캠페인은 균열을 통해 카오스 영역으로 들어가 영혼을 수집하는 것이다. 4개의 카오스영역이 있으니까 중후반부에 4명의 군단을 파견해서 수집하면 될 것 같지만 그러면 이런 포스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전설적인 군주가 이끄는 군대만 카오스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카오스영역, 말만 들어도 질척거린다. 정말 더럽게 안 놔준다. 전설군주가 카오스영역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는 나머지 군단으로 적들을 막아 내야 한다.

턴넘김을 강요한다. 균열 포털이동, 카오스영역 내 포털이동, 카오스영역 내 보상 등 뭐 좀 할라치면 행동력을 100% 다 소진 해버린다. 가장 강한 군대가 속절없이 엉뚱한 영역에서 턴이나 넘기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귀찮음과 짜증을 겨우겨우 이겨내고 영혼을 찾아내고 나왔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카오스의 똥인지 뭔지가 묻어서 이것을 털어내려면 정착지에 주둔하면서 턴을 넘겨야 한다. 그나마도 확률이다. 돌아버린다. 사상자충원속도도 끔찍하게 낮춰서 계속 턴을 넘기게 만든다. 쉽게쉽게 갈 법한 전투는 자동전투로 넘기려고 해도 말도 안되는 자동전투비율을 적용해서 수동전투를 강요하거나 지들이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아득바득 병력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사상자충원을 위한 턴넘김을 강요한다.

그만 좀 몰려와 이것들아


일단은 자체엔딩

기타 여러가지 불만이 많지만 이미 뇌절을 3번정도 했기 때문에 여기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게임을 얼마나 오래하는지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 시간동안 얼마나 큰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개발사와 유저 양쪽이 소통을 통해 풀어나간다면 서로의 만족도가 올라갈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제발, 잘하자 햄탈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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